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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가 된 조선족 이름
김정룡 재한 조선족칼럼니스트
‘朴光石’이 왜 ‘피아오광스’인가?
150년 지킨 이름 인정 못한다니···
중국에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현재 조선족 이름이 할아버지 고향에 와서 이상한 ‘탱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지명과 인명을 표기함에 있어서 중국어발음을 따른다. 이 때문에 조선족이고 밀양 박씨인 ‘박광석(朴光石)’이란 이름을 ‘피아오광스’라고 표기한다. 조선족의 중국 신분증은 위에 우리글로 ‘박광석’, 그 아래 한자로 ‘朴光石’이라 적혀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선 ‘박광석’이란 이름을 ‘피아오광스’로 표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박광석’을 ‘피아오광스’로 표기하는 이유는
‘박광석’을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으로 보고, 조선족이 갖고 있는 ‘박광석’이란 자체 고유이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조선족은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족은 먼 옛날 고국의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이름을 애써 지켜 왔지만, 정작 고국에 와선 그‘이름’을 인정받지 못한다니 참 기가 막힌다.
한국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 이름만 아니라, 한국에 시집 온 조선족들의 이름도 이상하게 표기하고 있다. 조선족이 한국에 시집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 한국 호적에 오르게 된다. 이때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李花子는 중국에서 ‘리화자’로 불리고, 한국에선‘이화자’라 부른다. 그런데 호적에는 ‘리후아지’로 기재된다.
한국이 조선족 자체 고유이름을 탱자식으로 만들어버린 것은 우리글, 우리말을 지켜온 조선족에 대한 무시, 나아가 모독이다. 한국인이 진정 조선족을 같은 민족으로 취급한다면 말로만 하지 말고 먼저 조선족이 지켜온 자체 고유이름을 존중하고, 이상하고 엉뚱하게 표기하는 일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아래의 문장은 위 글의 원문입니다.
탱자가 된 조선족이름
중국에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현재 조선족이름이 할아버지 고향에 와서 이상한 ‘탱자’로 되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참으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고양시는 중국 옌지시와 우호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2006년 10월 피아오광스 옌지교육국장이 고양시를 방문하여 고양시장 접견 시 양 도시 우호교류를 제안했다. ······” 이는 수일 전 한국00신문기사의 한 대목이다.
현재 한국은 중국의 지명과 인명을 표기함에 있어서 중국어발음을 따르고 있다. 위 문장에서 ‘옌지’는 延吉, ‘피아오광스’는 朴光石의 중국어발음을 따른 것이다.
필자는 본문에서 한국인이 중국지명과 인명 중국어발음표기법에 대해선 논하지 않고 조선족이름표기법에 관해서만 소견을 말하려 한다.
朴光石은 조선족이고 분명히 우리말, 우리글로 ‘박광석’이다. ‘박광석’이란 이름은 한반도의 고유이름을 따른 것이고, 현재 반도사람들이 본을 갖고 있는 것처럼 조선족인 ‘박광석’도 밀양 박이라는 본을 갖고 있다.
‘박광석’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 조선족은 중국에서 미국거주인의 ‘린다 김’ ‘골든 창’ 등 미국식을 따르거나, 러시아의 고려인처럼 ‘안드레’ ‘알렉산드’라 부르거나 혹은 일본국적을 가지려고 ‘야마다’ ‘나카무라’ 등 창씨개명을 하지도 않는다. 조선족은 위에 우리글로 ‘박광석’이고 아래에 한자로 ‘朴光石’라 적힌 신분증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이상하게 우리말, 우리글로 표기할 수 있는 ‘박광석’이란 이름을 ‘피아오광스’로 표기한다.
한국인이 ‘박광석’을 ‘피아오광스’로 표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에서 기인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박광석’을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족이 자체고유이름인 ‘박광석’이란 표현을 갖고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조선족이 먼 옛날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아온 자체고유이름이 할아버지 고향인 고국에 오면 그 ‘이름’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박광석’이 이상한 ‘피아오광스’로 불리우고 있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한국인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이름만 이상한 표기법을 쓸 뿐
만 아니라 한국에 시집온 조선족들의 이름도 역시 이상하게 표기하고 있다.
조선족이 한국에 시집오면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전까지는 한국 호적에 올라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중국인’이 된다. 위에서 말했듯이 조선족은 분명히 자체고유이름이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또 한국호적에 오르면 반은 한국인이 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적등본에 이상하게 기재하고 있다.
이를테면 李花子는 중국에서는 ‘리화자’이고 한국에서는 ‘이화자’라 부른다. 두음법칙에 의해 일부 성 ‘리’가 ‘이’로, 이름자 ‘룡’이 ‘용’으로 발음되는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으나 ‘리화자’도 아니고 ‘이화자’도 아닌 ‘리후아지’로 호적등본에 기재된다.
만약 ‘리후아지’로 등록된 사람이 한국 내 서류에 ‘리화자’나 ‘이화자’로 하면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李花子가 이혼소송을 제기할 때 원고의 이름을 ‘리화자’나 ‘이화자’로 쓰면 안 되고 반드시 ‘리후아지’로 써야 한다. 왜냐하면 호적등본에 등록된 이름과 일치해야 되기 때문이다.
‘리후아지’는 ‘李花子’를 중국어발음에 따라 옮긴 것이다. 그런데 만약 중국어발음을 따르겠으면 ‘리후아지’가 아니라 ‘리화즈’로 옮겨야 하는데 중국어발음을 모르고 멍청하게 나름대로 옮겨 엉뚱한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으니 참으로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 것처럼 조선족들의 이름이 귤이 아닌 탱자가 되어버리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朴光石’도 ‘피아오광스’가 아니라 ‘퍄오꽝스’로 옮겨야 한다.
한국인은 이런 엉뚱한 식으로 중국지명과 인명을 나름대로 옮겨놓아 누가 보아도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이런 엉뚱한 발음으로 중국인과 대화하면 아예 알아듣지 못한다.
중국의 지명과 인명 그리고 조선족자체고유이름마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옮김 법으로 나름대로 표기하고 있어 읽기도 불편하고 듣기도 거북스럽고 적잖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고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대체 이런 엉뚱한 발상을 누가 만들어냈는지? 또 누구를 위해 만들어냈는지? 李花子의 한국남편이 자기 아내를 부를 때 ‘리후아지’라 할까? 천만에! 한국인은 조선족이 갖고 있는 고유이름을 부르지 절대 이상하고 보기에도 그렇고 듣기에도 메스꺼운 ‘탱자 식’ 발음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이나 호적등본에 ‘피아오광스’, ‘리후아지’로 표기하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인가는 것이다.
한국인이 조선족자체고유이름을 탱자 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우리글, 우리말을 지켜온 조선족에 대한 무시 내지 모독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진정 조선족을 같은 민족으로 취급하려면 말로만 하지 말고 우선 먼저 조선족이 지켜온 자체고유이름을 존중하고 이상하고 엉뚱한 표기법을 버리기를 바란다.
* 본문은 조선일보 2007년 11월 15일 A33면에 '조선족 이름 표기'제하에 요약되여 발표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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