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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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은 왜 일하기 싫어하는가(김정룡)
2008년 03월 05일 13시 25분  조회:4614  추천:42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제4부 조선족문제에 대한 논과 쟁

11. 조선족은 왜 일하기 싫어하는가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조선족은 본래 '총명하고 깨끗하고 부지런하고 예절 밝은 민족'이라고 소문났었다. 허나 오늘날 이러한 소문은 낡은 터에서 이밥 먹던 얘기로 되어버렸다. 조선족은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팔고, 한탕 치기를 하고, 말썽을 일으키고 일하 기 싫어하는 것이 현주소다. 조선족은 이러한 현상 때문에 '본가집사람 (한국 인)'한테도 환영받지 못하고 '시집식구 (한족)'들로 부터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에 장춘에 있는 각 대학에서 조선족학생을 적게 모집하는 바람이 일어났었다. 마음 같아서는 전혀 받지 않겠건만 상급의 소수민족정책 때문에 전혀 받지 않을 수는 없고 해서 적게 모집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이유가 조선족학생들은 말썽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쩍하면 술을 마시고 사람을 쥐어 패고,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기율이 산만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선족이 예절바른 민족이라는 형상은 찾아볼 수가 없고 일단 조선족학생이라면 학교  측에서 도리질한다.
 1990년대 조선족과 한국인간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서로간의 기대가 컸다. 허나 한국인에게 심어준 조선족의 인상이라면 한탕 치기를 하는데 정신팔고 오늘 좋고 내일 나쁘고 등등이다. 조선족가운데서도 특히 연변사람들이 문제라는 것 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연변조선족가운데 일부사람들이 자신이 연변사람이라는 것을 속이고 있다. 그 이유는 연변사람들은 약아빠지고, 거짓말이 많고, 남의 등을 쳐 먹고,……등등의 나쁜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예전에 흑룡강 조선족이 연변사람이라면 도리질했는데 현재 한국인마저 도리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화두는 역시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팔고 일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꼬집고, 혹자는 사회적 환경지배문제라고 역설한다. 필자는 조선족이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보다 사회적환경지배문제가 더 크고 사회적 환경지배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으로 야기되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조선민족처럼 부모자식간의 정이 두터운 민족은 없다. 서양인과 일본인은 자식이 성인이 되면 저절로 살게끔 독립시킨다. 멀리 말고 한족도 자식이 자립하게끔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 한족은 자식들이 공동분담으로 부모의 양로문제 를 해  결한다. 이에 비해 조선족은 자식이 성인이 되어도 끼고 있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결혼한 후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우려고 애쓴다.
 조선족은 부모의 재산이면 나의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그래서 부모가 잘사는 집 애들은 분발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리고 조선족은 부모가 돈벌이하는 것이 ‘나의인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새끼를 위해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애들은 당연히 부모의 것이 곧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일하기는 싫어하고 돈쓰는 데 신경 쓴다.
 다음 조선족은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인간취급’을 하지 않는다. 옛날 양반문화가 뿌리 깊어 더욱 그러하다. 서양인은 직업적 차별이 없다. 즉 공부를 잘 해야만  출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없다.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또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치 않고 열심히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 서양인이 직업적 차별이 없는 것은 예수가 목수출신이기 때문이다. 일개 목수출신이 공부를 잘 했을리가 만무하다. 이와 반면에 유교를 뼈 속까지 절어들 정도를 받아들인 조선민족은 공자가 공부를 잘해서 성인이 되었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맹모삼천이란 이야기와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란 이야기가 조선족사회에 널리 전해진데 비해, 옛날에 장사해서 부자가 되었다거나 도자기를 만들어 잘살았다는 얘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조선족은 이러한 역사적 영향 때문에 막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천시하고 아울러 사회적으로 천시 받는 일이기에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을 기피한다.

 이상 두 가지 원인 외에도 조선족이 멋을 추구하고 체면의식이 강하고 판을 벌리기를 좋아하는 등 기타 원인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인 원인을 갖고 조선족이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조선족의 역사가 150년 정도라고 본다면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팔고 일하기 싫어하는 현상이 근근이 20~30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선조들은 만주 땅에 이주해 와서 개간한 땅이 조선반도의 두 배나 된다. 만약 조선족이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면 어떻게 그 엄청난 땅을 개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현재 연변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 팔던 사람들도 일단 출국해서 환경이 바뀌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 간 조선족의 90%이상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막일을 하고 있다. 이 한 가지 실례만으로도 조선족이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다면 조선족이 일하기 싫어하는 주요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연변의 사회 분위기에 있다고 본다. 즉 현재 실업자들만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출근하고 있는 사람들도 역시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팔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예하면 무릇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아침에 출근해 서는 얼굴을 보이고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10시가 넘으면 그놈의 핸드폰이 울어 대기 시작하면 점심약속이 되고 점심에 술을 마시고는 오후에는 끼리끼리 모여서 마작 판을 벌리지 않으면 노래방에 간다. 심지어 “약은 사람은 대낮에 노래방에 가고 저녁이면 오솝소리(고스란히) 집에 붙어  있는다.”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
 특히 손님접대를 책임진 사람들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2002년 연변민속 절에 참가했던 일본대표단 5명은 “죽어도 다시 연변으로 가지 않겠다.” “죽어도 연변 사람들의 피는 수혈 받지 않겠다.”는 등등의 말을 하면서“연변행이 고생 행” 이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즉 연변에 머무는 동안 식사 시에 술을 기껏 마시게 하고 안마방에 노래방에 줄 끌리워 다녀서 지쳤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들은 연변에서 큰 행사가 있은 뒤에 반드시 따라붙는 얘기들이다. 왜 연변사람들은 돈 팔고 “실컷 대접”해 놓고는 고맙다는 소리보다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그 기회에 자기 들이 놀기 위해서인가? 그 사정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연변사람들은 자기네끼리 모임을 벌려도 마찬가지다. 같은 피를 물고 난 한국인은 무슨 일 때문에 모임을 갖는 것이 지 연변사람처럼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 모임을 갖지 않는다.
 지식인이 모여 있는 직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업여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작 판이 아니면 술판 노래방에 정신팔고 있다. 이것도 역시 일하기 싫어하는 표현이다.
 필자는 1993년에 태국에 갔을 때 매일 낮에 보고 들은 것을 저녁이면 메모했다가 홍콩에 머문 3일 동안 바깥구경도 못하고 호텔에 쑤셔 박혀 글을 썼다. 연변일보에 한 면을 다 치지하는 글이었다. 당시 나는 직업상 연길에 돌아와서 글을 쓴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즉 연변에서는 전문 학자가 아니 사람이 글쓰기 위해 청하는 술판에 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로 웃기는 얘기가 된다. 본래 글쓰기가 나의 흥미였는데 어쩐지 연변분위기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최근 몇 년 간 한국에 가서 공자, 부처, 예수 등 엄청난 공부를 많이 했고, 심지어 예전에 단군이란 ‘ㄷ’자도 모르던 형편에서 우리민족역사공부도 많이 했다. 만약 내가 전문학자도 아닌 사람이 연변에 계속 머물고 있었더라면 그 많은 공부를 했을리가 만무하다.
 하여튼 연변은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신팔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이미 사회적인 분위기로 되어버렸다. 이는 실로 큰 악재다. 이러한 악재가 수십 년간 더 지속되어간다면 곤란하다. 연변을 떠나 관내거나 출국해서 공부한 사람들이 연변으로 돌아오기 싫어하는 데는 경제적 문제나 연구 환경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변으로 돌아가면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인생을 망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연변의 사회분위기가 “금”을 “돌”이 되게 할 소지가 많다. 하다면 연변의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한때 큰가마밥 정책 때문에 사람들이 나태해진 원인도 있고, 다른 하나는 개혁개방바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조선족은 예로부터 그 어느 민족보다 공동체의식이 강했다. 그래서 획일적인 사회주의 체제에 가장 앞장서게 되었던 것이다. 집체 때 조선족마을이 한족마을보다 보편적으로 잘 살았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집체생산방식이 해체되니 조선족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피를 집지 못했다. 예하면 필자는 개혁개방초기에 농촌에 있었는데, 한족들은 농사철에는 열심히 밭을 다루고 농한기에는 비를 틀거나 광주리를 틀어서 도시에다 팔았다. 그들은 일 년 내내 쉬지를 않는다. 이에 비해 조선족은 대충 농사를 짓고는 그 긴긴 겨울에 내내 화토놀이 등 오락에 빠져 있었다.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한족은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조선족은 돈을 벌기 앞서 돈을 쓰는 것부터 배웠으며 일단 내 돈이든 남의 돈이든 주머니에 돈만 있으면 먹고 마시고 노는데 탕진해버린다. 연변에서 “한족은 돈을 벌고 조선족은 돈을 쓰고  있다.”는 말이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연변의 한족은 조선족의 돈을 벌고 있다.”는 말도 이미 아주 묵은 얘기다.
 다른 한 방면으로 볼때 본래 얼씨구 절씨구를 좋아하던 조선족이 문화혁명이란 “호랑이”가 없어지자 일단 고삐 풀린 말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났노라고 마음껏 실컷 먹고 마시고 놀게 되었다.
 연변의 부정적인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가장주요 이유는 페쇄성에 있다. 조선반도는 예로부터 주체문화가 아닌 언저리 문화였다. 조선족일세들은 여전히 그 페쇠적인 언저리문화를 갖고 왔으며 우리후대들은 여전히 그 페쇄적인 언저리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어릴 때부터 우리말, 우리교육, 우리풍속습관,…… 모든  면에서 우리 것을 고수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들의 민족심은 매우 기특한 일이지만 그들의 주장대로 라면 우리조선족은 ‘우리 것’때문에 더욱 페쇄적인 언저리문화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혹시 예전에는 ‘우리 것’이 훌륭한 문화였다고 말할수는 있겠으나 오늘날 격변하고 있는 시대에 언저리문화인 ‘우리 것’이 낙후된 측면이 많다는 것을 과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연변의 부정적인 사회분위기가 바뀌려면 오직 하나의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바로 중국내지에 진출하든 출국하든 여건만 허락된다면 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떠나라! 필자의 이러한 강력한 주장에 대해 일부 조선족공동체해체위기에 아우성을 치고 계시는 분들은 펄쩍 뛸 것이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페쇄적인 언저리문화를 계속 고집하다가 ‘망하기’보다 차라리 떠날 수 있는 자는 모두 떠나서 바깥세상을 배우고 돌아온다면 우리조선족사회는 해체되지 않을뿐더러 더욱 밝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물론 목전에 떠나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단향적인 인구류동이 사회적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필자가 요해한데 의하면 한국 간 조선족의 99%가 아무리 연변이 어쩌고저쩌고 하다가도 결국에는 본고장에 돌아가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내지에 진출한 다수가 젊어서 돈을 벌고 늙으막에 연변에 돌아가 살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지든 외국 이든 그곳의 선진적인 것을 배우고 터득하게 되어 그들이 돌아온다면 페쇄적인 언저리문화가 많이 바뀔 수 있다.
 특히 그들은 “사람이 되기”에 크게 노력하고 있기에 그러한 생활방식을 갖고 돌아온다면 조선족사회는 한결 더 밝아질 수 있다.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출국바람이지만 일단 여건이 허락된다면 모두 떠나라!
 더구나 조선족은 자식을 품에 끼고 있기를 원하는데, 자식을 사람이 되게 하려면 내지든 외국이든 보내서 인생 공부를 시키라! 한국한양대학에 유학 간 이군은 연변대학을 다닐 때까지 엄마가 식사 시에 간을 맞추는 일까지 챙겨줄 정도로 마마보이였다고 한다. 엄마의 모든 배려 하에서 오로지 공부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한국에 가서 처음 에는 자살할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모든 것이 막막했다고 한다. 3년이 자나고 보니 이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도리를 깨우치게 되었다고 한다. 집 생활이 넉넉해서 돈근심은 없지만 한국학생들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따라 하게 되었는데 비록 몸은 고달프지만 생활이 매우 충실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부모들은 자식이 고생한다면서 돈 걱정 말고 공부만 하라고 늘 전화 오는데, “이것이 곧 연변조선족의 잘못된 자식교육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저절로 돈을 버니 재미도 있고 돈이  귀중한 줄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서 보내온 돈은 저축했다가 나중에  부모한테 되돌려드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큰 변화이며 또 얼마나 기특한 일안가? 이런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면 연변의 앞날은 더욱 밝아질 수 있지 않겠는가? 만약 그가 계속 연변대학에 남아 석사, 박사 공부를 했더라면  이러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병이 위급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 받아 재생하는 도리를 잘 알고 있다. 페쇄적인 언저리문화가 바뀌려면 외부의 ‘피’를 수혈 받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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