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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제4부 조선족문제에 대한 논과 쟁
13. 조선족은 왜 냄비성이 강한가?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조선민족은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리는 성격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한국에서는 ‘냄비정신’이라 하고 연변에서는 ‘쟁개비사상’이라 한다. 즉 조선민족은 흔히 쟁개비처럼 보르르 끓다가 일단 불이 꺼지면 바짝 식어버린다. 고추장 맛보기라는 말이 있는데 역시 조선민족이 흔히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리는 현상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여기 한 샆 저기 한 샆 뜨나가는 결국 물을 구하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조선민족의 이러한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선민족은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리는 성격을 갖고 있을까? 그 주요 원인은 멋을 추구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민족은 멋의 민족으로서 멋을 추구하는 것이 마치 생활철학처럼 굳어졌다.
멋의 특징은 시대성이나 유행성이 강하다. 조선민족은 늘 시대성과 유행성을 쫓다보니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처음에 멋이 있는 일처럼 생각되어 시작해놓고는 새로운 멋이 눈에 뜨이면 당금 본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달라붙는다.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것은 상향심이 높은 표현으로서 긍정적인 면이 있는 동시에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첫째 지구력과 인내력이 부족하다.
중국에는 《우공이 산을 옮기다》라는 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중국인이 지구력과 인내력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반영한 대표적인 이야기다. 문화혁명 때 이 우공이야기가 《노삼편(老三篇)》이라 하여 당시 조선족도 글자를 때운 사람이면 전부 암송했다. 하지만 그저 정치적인 흐름으로 맹목적으로 외웠을 뿐 그 내용을 음미할 줄 몰랐다. 다시 말해서 조선족은 저마다 우공이야기를 외울 정도라면 다소나마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리는 성격이 개변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무리 우공이야기를 골백번 외웠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민족성격이란 아무리 태풍과도 같은 정치바람이라 할지라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민족성격은 그만큼 생명력이 질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인은 예로부터 지구력과 인내력이 강한 민족이다. 돈황막고굴, 운강석굴, 용문석굴 등 벽화는 모두 4, 5백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은 한무제한테 궁형(宮刑: 불알을 거세당하는 형벌)까지 당했고 또 한무제가 사마천이 애써 써놓은 원고를 수차례 불에 태웠다. 그러나 사마천은 중도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써냈다. 사마천의 지구력과 인내력의 덕분에 중국은 세상에서 역사기재가 가장 빠르고 완벽한 사서를 남기게 되었다. 당나라 무측천이 집정할 때 누사덕(婁司德)이란 재상이 있었는데, 동생이 지방 주자사(州刺使)로 부임되어갈 때, “만약 다른 사람이 너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화를 내지 말고 닦지도 말고 스스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고 교육시켰다. 실제로 주변사람들이 누사덕을 많이 헐뜯었지만 전혀 모르는 척하고 자기가 할일에만 몰두했다. 결국 누사덕은 오래 동안 관리노릇을 해먹었으며 재산도 많이 모았다.
일본인은 평생 사전을 하나 만들고 세월을 보낸 학자가 있다. 일본에서 만든 전쟁시대를 반영한 영화를 보면 중국이나 조선처럼 멋이 있는 전투장면을 많이 담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춥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에 묵묵히 수일동안 강행군하는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다른 민족이 보면 대단히 갑갑증을 느낄 수 있으나 이것이 곧 일본인의 지구력과 인내력을 담은 내용이다.
조선민족은 예로부터 얼씨구절씨구 띵까당 땡까당 하기를 좋아하여 역사기재를 남기지 못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사서가 있기는 하나 주로 중국사서의 기재를 근거로 하여 지은 것이다. 그래서 현재 조선민족의 역사를 연구하려면 역사기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굉장히 애를 먹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쥐꼬리만 일을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아무리 큰일이라도 일단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맣게 잊고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을 공부시킨다든가 소까지 팔아서 자식을 공부시킨다고 하는 조선족이 일단 어른이 되면 책을 읽지 않는다. 연변도서관의 조사에 의하면 지식인이 모인 직장의 직원들이 열 명 중 두세 명이 일 년에 책 한두 권을 읽으나마나 하고 나머지는 일 년 내내 책을 손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연변사람들이 아무리 대학을 나와도 술판에서 한다는 얘기가 탸오펑(挑風: 남녀가 서로 끼어 앉는다는 뜻)이요, 정부요, 돈이요, 거기다 여자들 앞에서 걸쭉한 쌍소리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입에서 무슨 영양가가 있는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지식인들의 처지가 이러하니 기타 사람들의 정황이야 더 말해 무얼 하랴.
한국도 인구 당 독서율이 1,5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은 10,7권이고 일본은 9,8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과 일본의 국민소질이 그냥 맹목적으로 높아진 것이 아니다. 그들 나라들이 세계앞자리를 달리고 있는 데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으려면 흥미만으로는 안된다. 반드시 지구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 조선족이 문화수준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지금의 상태대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곤란하다. 연변의 학부모들 중 적지 않는 사람들이 하루건너 술판을 벌리고 노래방에 다니지 않으면 동네 마작 판에 붙어있으면서도 애한테는 공부를 하라고 한다. 어른들이 이 모양인데 자녀들이 어떻게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연변의 학부모들은 정신을 차리고 인내력이 있게 집에 붙어 있고 또 아이들의 곁에서 공부를 도와야 한다. 나의 사촌형수는 문화혁명시기의 고중생이라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딸애가 매일 저녁 늦게 까지 공부하는 것을 동무해주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도 아닌 세월을 몇 년 간 보냈다. 엄마의 정성덕분에 딸애가 중점대학에 갔고 성품도 매우 밝다. 만약 엄마가 집에 붙어있지 않았다면 딸애가 성공할리가 만무하다. 유태인이 과학자가 많은 것은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니다. 유태인 엄마들은 우리연변의 엄마들처럼 술판, 노래방, 동네 마작 판에 붙어있지 않는다.
둘째 빨리 빨리하는 성격
반짝 끓고 바짝 식어버리는 것은 빨리 끓고 빨리 식어버린다는 뜻이다. 조선민족은 두뇌가 민감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빨리 달라붙는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뒤를 꼬아야하는데 중도포기가 많다. 세상의 모든 민족은 거의 다 마지막고비가 관건이라고 말하지만 조선민족은 “시작이 절반이다”라고 말한다. 무슨 일을 일단 시작해놓으면 마치 다 된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작하자마자 돈을 벌기도전에 돈을 쓰는데 신경 쓴다.
한국지하철역에 가보면 사람마다 뛰어다니거나 걸음이 대단히 빠르다. 필자의 걸음이 중국에서는 빠른 편에 속하지만 한국에 가면 만만디에 속한다. 한국 사람들이 굳이 이번 차를 놓치면 큰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냥 생활습관과 생활절주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 마치 집구석에 불어라도 난 것처럼 뛰어다닌다. 한국인이 생활절주가 빠른 것은 자본주의생존경재의 압박도 있겠으나 본래부터 전승되어온 관습이다. 조선에서도 천리마속도로 사회주의건설을 한답 시고 맨날 뛰어다닌다.
조선민족은 어릴 때부터 밥도 빨리 빨리 먹으라 하고 신부름도 빨리빨리 하라고 하고 …… 모든 일에서 빨리빨리 하라고 가르친다. 세상에 냉수에 밥을 말아서 삽시간에 후르륵 하고 먹어치우는 민족은 조선민족밖에 없다. 중국인은 밥상이 오랜 것이 특징인데, 중국인은 먹었다는 결과보다 먹는 과정을 WMF긴다. 이에 비해 조선민족은 먹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먹었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중국인은 요리를 먹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조선민족은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 것이 절대적이다. 조선민족이 술주정뱅이 많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주로 급하게 빨리빨리 마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민족은 해외동포를 포함해서 7천만인데 그중에 노벨과학수상자가 단 한명도 없다. 교육을 중시하는 민족이라고 소문났는데 왜일까? 일본에서는 대학교수도 아닌 평범한 직원이 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조선민족은 일단 대학을 나오면 빨리빨리 성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선민족이 추구하는 성취는 빨리빨리 진급해서 멋있게 살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민족은 진경윤처럼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연구에만 몰두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 더욱이 평범한 직원이 연구 성과를 올려 노벨상까지 받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없는 일이다.
연변의 경우 조선족사회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은 가히 “지식 세계를 대상하는 지식이 아니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은 자연분야가 아니고 사회분야를 말한다. 중국조선족지식인이 《4서 5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연변대학 사회과 교수가 《성경》을 보고 이해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즉 조선족지식인은 중국고전지식도 없고, 자민족역사지식도 없고, 《성경》지식도 없고 불교지식도 없다. 《코란: 이슬람교경전》에 대한 지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조선족들이 발표한 글들을 읽어보면 배울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조선족지식인들은 모두 성취감에 빠져있다.
셋째 대충대충하는 성격
세상에서 조선민족만큼 모든 일에서 ‘괜찮다’ , ‘일없다’고 하면서 대충대충, 건성건성, 어지간히 하는 민족은 없다.
조선민족이 대충대충하는 성격이 조선시대에 “무슨 일이나 따지고 들면 양반이 아니다”라고 하는데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필자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민족이 대충대충하는 성격은 과정보다 결과를, 즉 무슨 일에서나 빨리빨리 결과를 얻어 빨리빨리 성취하려는 심리소질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선민족은 멋에 대한 추구가 마치 종교처럼 굳어져왔는데, 멋에는 그렇다할만한 기준이 없다. ‘제멋대로’라는 말이 말해주듯이 멋은 제나름이다. 그 어떤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것을 신앙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충대충하는 성격이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서양 사람과 일본사람은 애를 키울 때 칼로리가 어떻고 영양가가 어떻고 하면서 과학적으로 키운다. 절대 애가 하자는 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이에 비해 조선족엄마들은 거개가 애가 하자는 대로 해준다. 조선족엄마들이 애한테 모질지 못한 것은 정의 문화 때문이다. 정의 문화는 합리(合理)보다 합정(合情)에 치중하기 때문에 대충대충하게 된다.
넷째 높은 데만 바라보는 성격
조선민족은 큰일은 못해내고 작은 일은 시시하게 여기는 것이 또 하나의 성격특징이다.
우리주변에는 작은 일은 시시하게 여기고 놀고 있으면서 맨날 떵대 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도 역시 빨리 또 크게 성취해서 멋있게 살아보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어떤 일에 반짝 열을 올리다가도 어느 천 년에 부자가 되겠느냐면서 금방 때려치운다. 우리주변에는 미용원을 꾸렸다가 식당을 경영하고 다방을 챙겼다가 안마방을 운영하다가 결국 이것저것 다 때려치우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슨 일을 벌렸으면 꾸준하게 밀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쪽 산에서 바라보면 저쪽 산이 더 높아 보이고 저쪽 산에서 …… 맨날 높은 산만 쳐다보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 민족의 성격이 일단 형성되면 세세대대로 전승된다. 아무리 외부환경의 지배가 있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조선반도는 수천 년 동안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중국인의 깊이와 넓이를 배워내지 못했다. 36년 동안 일본인의 지배를 받았지만 일본인의 정확함, 진지함, 완벽함을 배우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말하자면 타민족을 따라배우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태인처럼 자기네 것을 지킬 것은 지키면서 타민족의 우수성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만 세계에 소문난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조선족이 무수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좀 느긋하게 깊이와 넓이 그리고 세밀함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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