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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26. 장례식장에서의 남녀교합의식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장주(庄周:장자의 본명)가 젊었을 때 초나라(楚國)에 여행을 갔다. 그가 본 초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중원에 비해 너무 달랐고, 따라서 그들이 인이니 예의니 도덕이니 하는 인위적이고 허위적인 문화속박이 없이 자연의 섭리 그대로 살아가는 삶이 몹시 부러웠다. 또 초나라 사람들이 손님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도와주고, 성격이 모두 낙천적이어서 마치 고민을 모르고 살아가는 듯 했다. 또한 장주는 초나라의 어떤 풍속에 대해 몹시 놀라기도 했다.
어느 하루 장주를 도와주었던 젊은 오누이가 미친 듯이 경쾌하고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장주가 물었다. “무슨 굉장한 기쁜 일이 생겼나 보지요?”
오누이가 대답한다. “그럼요, 우리 어머님이 지난밤에 죽었어요.”
“아니, 사람이 죽었는데 그렇듯 기뻐하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다니요?”고 장주가 의아해 물었다.
오누이는 장주의 말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당시 초나라 사람들은 중원처럼 사람이 죽으면 비통한 심정으로 울며불며 곡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의 生과 死는 모두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똑같이 기쁜 일이지 절대 슬픈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고대사회에서 초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족들이 인간의 죽음을 비극으로 여기지 않고 기쁜 일로 취급했다. 따라서 사람이 죽으면 장사법과 제사법도 천차만별이다.
중국신화연구학자들의 지적에 의하면 중국운남성(云南省)의 하니족(哈尼族) 등 여러 소수민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젊은 남녀들이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광란하게 섹스를 한다고 한다. 만약 그 장소에서 서로 섹스 상대로 된 젊은 남녀가 부모들에게 혼인을 청하면 부모들이 거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날의 상식으로 볼 때 장례식장에서 마땅히 슬프다고 한바탕 곡을 해야 하나, 그들이 기쁘게 오락을 즐기고 섹스까지 하는 것은 굉장한 불효를 저지르는 행위로 인식될 것이다. 허나 그들은 오히려 그러한 행위야 말로 사자(死者)에 대한 최대 효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례식장에서 오락을 즐기고 섹스까지 하는 풍속은 어떻게 유래되었으며, 왜 그렇게 할까?
아득히 먼 옛날 인류는 남녀교합을 생식행위로만 여긴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신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죽음에 항거하는 신적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고대사회에서 인류의 생식순환이 사자의 부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인식하고 사자 앞에서 열심히 남녀교합의식을 행했던 것이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주나라 역대 천자들이 매년 매신(媒神)에게 농업풍수를 기도하는 의식을 거행할 때 수많은 청년 남녀들을 모아 놓고 들판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난 후, 쌍쌍이 짝을 지어 후미진 곳을 찾아 ‘야합(野合)’했다고 한다. 공자님의 부친 숙양흘도 그런 장소에서 16세 꽃다운 안씨(顔氏) 녀를 낚아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던 것이다.
‘매신’은 조상신이며 사람이 죽으면 모두 ‘매신’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자 앞에서 섹스 하는 것은 섹스의 생명 신력을 빌어 생명순환을 지속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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