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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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은 왜 깨끗한가? (김정룡)
2008년 03월 17일 09시 33분  조회:4923  추천:65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제4부 조선족문제에 대한 논과 쟁

14. 조선족은 왜 깨끗한가?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조선족이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위생이 제일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즉 조선족은 가장 깨끗한 민족이라는 뜻이다.

 세상에 어떤 민족은 깨끗하고 어떤 민족이 깨끗하지 못한 데는 모두 그 역사적인 원인이 있다. 이를테면 유태인은 개개인이 깨끗하게 목욕하고 몸을 가꾸는 것은,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항상 깨끗한 형상을 보이는 것으로서 하나님에게 책임진다고 여긴다. 고대 인도와 중동지역에서 물에 뛰어들거나 물을 뿌리거나 물로서 몸을 씻는 것을 하나의 종교적 의례로 취급했다. 기독교에도 세례(洗禮)라는것이 있는데 물로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이다. 때문에 세례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종교를 신앙하는 민족들은 깨끗하다.

 중국인은 동방문화를 창조했고 주변민족들의 개화를 도와왔지만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종교적으로 세례의식이 없었다. 중국인은 외면보다 내실을 다지는 민족이다. 고홍명(辜鴻銘)은 그의 저서《중국인의 정신》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실제로 진전한 중국인은 영혼이나 정감적인 생활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꼭 필요한 인간적 욕구마저 지나치게 무시하면서 생활한다. 중국인이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못하고 청결하지 않는 생활환경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민족은 역사적으로 내실보다 외면에 더 신경 쓰는 민족이다. 그리하여 조선민족은 깨끗하다. 그리고 조선민족은 역사적으로 목욕재계와 세례의식이 있었다. 이에 관한 실례로서《삼국유사》에 기재된 이야기만 열거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박혁거세와 알영의 목욕 이야기

 박혁거세는 2천 년 전 신라를 세운 초대왕이고 알영은 그의 부인이다. 그들 부부탄생설화에 목욕재계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 양산아래 나정 옆에 이상스러운 기운이 전광과 같이 땅에 비치더니 거기에 백마 한 마리가 꿀어 앉아 절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곳을 찾아가보니 한 붉은 알이 있는데, 말은 사람을 보고 길게 울다가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그 알을 깨어보니 모습이 단정한 아름다운 동자가 나왔다. 경이히 여겨 그 아이를 동천에서 목욕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이 따라 춤추며 천지가 진동하고 일월이 청명한지라. 이로 인해 그를 혁거세왕이라   이름하였다. ……

 당시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치하하기를 이제 천자가 내려왔으니 마땅히 덕이 있는 여인을 찾아서 짝을 지어야할 것이라 하였다. 이날에 알영정 하에 계룡이 있어 나타나 왼편 갈비에서 동녀 하나를 탄생하니 자태와 얼굴은 유난히 고왔으나 입술이 닭의 부리와 같았다. 월성 북천에 가서 목욕시키니 그 부리가 빠짐으로 그 내를 발천(拔川)이라 하였다.

 이 이야기에 신화적 색채가 가미된 것은 사실이지만 하여튼 2천 년 전부터 조선민족은 이미 목욕재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박혁거세와 알영이 목욕을 통해 불온전 했던 인으로부터 온전한 인간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가락의 계욕일

 가락을 가야(伽倻)라고도 하는데 지금의 경상도남부에 있었던 나라였다. 2천 년 전 그나라에 수로왕이 탄생하기 전에 이미 계욕일이라는 종교행사가 있었다. 계욕(禊浴)이란 요사를 떨어버리기 위해 해마다 음력 3월 상사일(上巳日)과 음력 7월14일에 물가에서 지내는 제사를 가리킨다. 계욕이란 말 그대로 강물에 뛰어들어 목욕하고, 목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러운것을 씻어버리고 청결한 상태를 보존함으로서 요사가 인간의 몸에 접근하지 못하게끔 하는 일종 액막이 세례의식이었다. 

 세째 목욕으로 징악하다

 옛날 신라에 익선(益善)이라고 하는 한 지방관리가 있었는데, 탐욕심이 많고 부패해서 조정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정에서 익선을 잡아다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으나 눈치 빠른 익선이 도망갔기에 대신 그의 장자를 잡아다가 한겨울 극한의 날에 성안 못에서 목욕시켰더니 얼어붙어 죽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더러운 탐욕심을 목용을 통해 씻어버리게 하려는 징악사상을 반영한 것이다.

 넷째 목욕을 통해 부처님의 경지에 이른 이야기

 옛날 신라에 부득과 박박이란 두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도를 닦으려고 산속에 들어갔는데, 부득이 남암에, 박박이 북암에 기거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 질 무렵 나이 20된 여자가 있어 그 자태가 아름답고 향기를 풍기며 북암에 찾아와서 기숙하기를 청하였다. 박박은 “사찰은 청정을 중히 여기므로 너는 가까히 할 곳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그녀는 남암에 찾아가니 부득이 불쌍히 여겨 기숙을 허락했다.

이윽고 밤이 늦어지자 여자가 불러 말하되 내가 마침 불행히 산고가 있어 바라건대 스님은 짚자리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부득이 불쌍히 여겨 아니든지를 못하고 은근히 초불을 밝히니 그녀는 이미 해산하고 또 목욕하기를 청하였다. 부득이 애달피 여겨 마지못해 통을 준비하여 여자를 그 가운데 앉히고 더운 물로 목욕시켰더니 물에서 향기가 풍기고 금액으로 변하였다. 부득이 크게 놀라니 여자가 가로되 “스님도 이 물에 목욕하시옵서.”하니 부득이 그 말에 쫓아 하니 홀연히 정신이 맑아짐을 깨닫게 되고 살결이 금색이 되고 그 옆에 연대(蓮臺: 부처님이 앉는 곳)가 생긴 것을 보았으며 마치 자신이 부처님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느껴졌다. 박박이 생각하기를 부득이 오늘밤에 염계(染戒: 스님은 여자를 범하지 않는다는 계율을 어긴다는 뜻)했을 것이니 놀려주려 하고 이르러보니 부득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박박이 넙쩍 엎드려 절을 하면서 “나도 그렇게 되기를 원하니 도와 달라”고 말했다. 부득이 말하기를 “너도 저 물에 목욕하면 부처  님처럼 될 수 있다.” 과연 박박이 목욕을 통해 역시 부득처럼 되었다.

 이상 네 가지 이야기에서 첫째는 목욕이 불온전한 인간이 온전한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수단이었고, 둘째는 액막이 행사였으며, 셋째는 징악수단이었고, 넷째는 성인의 경지에 이르는 수단이었다.

 조선민족은 옛날에 제사를 굉장히 중시했는데 제사용 술을 빚거나 떡쌀을 다른 때 반드시 깨끗하게 목욕하고 입에 백지를 물었다. 조선민족이 백색을 숭상하고 흰옷을 입기를 좋아하는 것도 역시 깨끗함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역사를 알고 보면 백의동포라는 말속에 조선 사람은 깨끗한 민족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조선민족은 예로부터 목욕을 단순히 몸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수단으로만 간주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정신적인 더러움도 함께 씻어내어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해왔다. 즉 목욕을 통해 과거를 씻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여겨왔다.

1635년 청나라가 조선반도를 침략했을 때 60만에 달하는 인질을 잡아갔다. 무능했던 조선왕조는 9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도 귀향시키지 못했다.

 충신 최명길이 조정과의 합의를 거쳐은 2천5백 냥을 갖고 청에 가서 2만9천여 명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당시 인질중 절대다수가 여자였으므로 그들을 환향녀라고 불렀다.

 환향녀들은 설레는 가슴을 안고 귀국했으나 그녀들에게 돌아온 것은 오히려 냉대와 비방과 욕설과 버림뿐이었다. 그 주요 이유는 “전개를 버리고 몸을 더럽힌 아녀자들이 어찌 선조님의 제사를 받들 수 있는가는 것이었다.

 우의정 장유(張維)마저 소환되어온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버림받은 여인들은 죽어가기 시작했다. 더러는 목을 매어 죽고, 더러는 강물에 몸을 던졌다. 길가에는 시신이 즐비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왕은 자신의 비정 (정치를 잘못했다는 뜻)으로 인한 백성들의 고초라고 탄식했다.

이 난리판에 최명길이 다시 입궐하여 왕에게 진언했다. “전하, 궁여지책이긴 하오나, 각 고을에 있는 강을 지정하오시고, 정해진 날에 환향녀로 하여금 지정된 강에서 몸을 깨끗이 씻게 하는 것으로써 심신을 모두 닦은 것으로   하되, 그런 연후에는 환향녀를 따뜻하게 맞아들이도록 하라는 교지를 내리심이 옳은 줄로 아옵니다.”

 왕은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지라 최명길의 건의에 따라 교지를 내렸다.

“도성과 경기도 일원은 한강, 강원도는 소양강, 경상도는 낙동강, 충청도는 금강, 전라도는 영산강, 황해도는 예성강, 평안도는 대동강, 함경도는 압록강을 각각 회절강으로 삼을 것이다. 환향녀들은 회절하는 정성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각각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라. 만일 회절한 환향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례가 있다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최명길은 슬기롭게 본래 조선민족역사에 있었던 목욕재계와 세례의식을 궁여지책으로 내걸고 수많은 환향녀를 구해냈다.

 조선민족이 깨끗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체면의식이 강한데서 비롯되었다.

중국인과 일본인도 체면의식이 강하다. 하지만 중국인의 체면의식은 겉보다 속을 챙기는 체면이고 일본인은 수치를 허용치 않는 체면이다. 중국인은 겉이야 어떻든 간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의 자존심을 중히 여기는 체면을 강구한다. 그래서 중국인은 외면이 깨끗하지 못하다. 일본인은 모든 면에서 완벽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깨끗하다.

조선민족은 내실보다 외면에 대한 체면이 가장 강한 민족이다. 즉 조선민족은 외면의 형상에 대단히 신경 쓴다. 세상에서 조선민족여성처럼 화장을 짙게 하는 민족은 없다.

 그리고 옛날에 조선민족은 서로 뉘 집의 두지에 쌀이 얼마 있는 것까지 알정도로 터놓고 살았다. 이는 그만큼 서로 남남이 한집안식구처럼 지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동시에 조선민족은 타민족에 비해 유난히 남의 말을 입에 올리기를 좋아하고 특히 남의 흉보기를 좋아한다. 이런 관습이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동시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즉 조선민족은 남한테 흉을 잡히지 않게끔 노력하고 남의 말밥에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개개인의 외면형상과 집안을 늘 깨끗하게 하는 것을 매우 중시해왔다. 농촌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마을에 한두 집은 꼭 게으르다. 마을사람들은 늘 게으른 집을 말밥에 올리고 또 제집안식구나 혹은 주변사람들이 게으른 표현이 있으면 아무개네처럼 어쩌고저쩌고 하는 식으로 말한다. 조선민족은 절대다수가 그 ‘아무개’에 속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더욱 깨끗하다.

 조선민족이 왜 깨끗한가는 데 관해 역사적으로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계속 깨끗한 민족으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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