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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을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을 해온 작가 한승원이 직접 터득하여 전수하는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이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출간되었다. 혼이 담긴 살아 있는 글을 쓰기 위해 평생을 몰두해온 작가 한승원의 이번 시 쓰기 비법 책은 시 쓰기에 뜻을 세운 독자들에게, 또 이미 시작詩作을 하고 있는 후배 시인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 먼저 시인의 마음을 만들어라
저자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첫 번째 비법으로 시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들이 도를 닦듯이 마음을 비우고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린아이들이 우주의 여러 현상과 그 내면의 뜻을 발견하고 놀라워하듯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인의 마음이 갖추어진다면 이미 반 이상은 시인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를 읊으면 그것이 그대로 시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도 당신 혼자만의 하늘을 잡고 뙈기를 치는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그러한 시가 이미 당신 속에 들어있는데 그것을 당신이 지금 모르고 있을 뿐이다.” -p.5
“어떤 형상을 보고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내면세계 속에 들어 있는 그 형상을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별을 보고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영혼 속에 들어 있는 별을 형상화시킨다는 것이고, 바다를 앞에 두고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 내부에 들어 있는 바다를 발견하고 형상화시킨다는 것이다.” -p.259
두 번째 비법은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를 판별하여 읽고 그것을 암송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인이 되려는 사람이 일차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으로, 시를 아름답게 치장하는 수사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은 그들만의 시 쓰기 비법이 있으므로 그들의 비법을 터득한 후 자신만의 시 쓰기 비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의 시를 읽고 외운 후 그들을 모방해서 시를 쓰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자기 혼자만의 비법을 터득하여 나만의 독특한 시를 써야 한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가 나아갈 방향을 선시禪詩에서 찾는다.
“선은 구구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단박 깨달음의 경계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손가락 저 너머의 달을 보는 방법이다.” -p.225
“요즘의 오탁악세五濁惡世 속에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탐욕으로 찌들어 있다. 이 더러운 세상을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앞에 ‘선시’가 놓여 있다.” -p.228
▪ 좋은 시는 올곧고 바르게 사는 삶에서 비롯된다
이 책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은 단순히 시를 쓰기 위한 기술을 전하는 개론서가 아니다. 좋은 시란 올곧고 바른 마음자세와 삶의 철학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믿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만큼 저자의 정신수양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시인의 마음 만들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한 그 자신 평생을 통해서 문학과 철학은 물론 한시, 인도 신화, 불교 설화, 민담 등을 공부해왔고 그런 모든 것들이 시 쓰기의 바탕이 되어 자연스레 시로 표출된 만큼 책 속의 풍부한 예문과 이야기는 책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 자신이 시를 쓰면서 오리무중 속에서 겪었던 경험과 고통을 극복한 본인만의 비법을 여과없이 담았기에 이 책이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로운 길라잡이가 되고, 나아가 시원시원하고 고결한 한국의 시를 책임질 모범답안이 될 것이다.
▪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 엿보기
<1부 시인의 마음 만들기> 에서는 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소개한다. 저자는 시를 잘 쓰기 위한 첫 걸음은 어린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진실된 자세라고 말한다. 거짓이나 의심, 탐욕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깨끗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시인의 마음 만들기 준비가 된 것이다. 자신만의 거울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흥미로운 시선과 그를 통해 만들어진 시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2부 선시禪詩란 무엇인가> 에서는 선의 전통이 서려있는 흥미로운 시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2부를 읽고 나면 선시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물론, 삶에 대한 지혜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3부 시 쓰기의 실제> 에서는 어떻게 시에 접근하고 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인의 마음을 이야기했다면 3부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시를 대하고 써야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을 말해준다. <4부 시 쓰기에서의 수사법> 에서는 시를 아름답게 치장하는 수사법의 종류에 대해 알려준다. 각 수사법의 사용 방법과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가 예로 든 시에서 어떤 수사법이 쓰였는지 찾아본다면 그 어떤 정확한 정의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내 주요 문안
좋은 시를 쓰려면 시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님들이 도를 닦듯이 수양을 해야 한다. 그것은 시인답게 마음을 비우고 살기이고, 어린 아이처럼 우주의 제 현상과 그 내면의 뜻을 발견하고 그것을 놀라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p.8
평생 소설을 써오지만 나는 시를 여기餘技로 여기지 않는다. 걸쭉한 단물을 고고 또 고아서 차돌 같은 엿으로 만들듯이 풀어진 말과 삶을 그렇게 곤다. 비수를 깎듯이 벼리고 다듬는다. 싸움터에 나가서 쓸 그 촌철살인의 독 묻힌 칼, 내 가슴 속에 상처 내어 그 진주의 씨를 배양하고 가꾼다. -p.28
사랑은 영원한 화두이다. 사랑을 표현한 시 속에서, 그 사랑의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의 도달점이기도 하다. 확언하건대, 모든 사랑의 시는 진실로 사랑하는 대상이 없으면 써지지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시도 없는 것이다. -p.28
추워짐과 슬퍼짐이란 것은 온실 속 같은 다사로움과 달뜸으로 인해 물러져 있는 의식을 냉철하게 하는 오싹함이다. 그 냉철로 인한 슬픔과 오싹함은 나의 흐물흐물해져 있는 삶을 성난 얼굴로 살펴보게 한다. -p.64
나는 소설 쓰기, 시 쓰기에 미친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나, 울화가 치밀면 나는 밖으로 나와서 바람을 쏘이면서 심호흡을 한다. 마음에 번뇌가 일어날 때 바다 바람을 쏘이면서 속으로 소리친다. 파도가 철썩거린다, 아귀차게 살려고 애써야 한다. -p.86
연근해일지라도 고향의 바다는 단순한 서정적인 모습이 아니고 거친 서사적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바다는 어촌 사람들의 아픈 삶의 현장이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마녀적인 위엄과 거친 폭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연근해의 생활을 통해 나는, 인간이 바다 앞에서 연약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바다에 저항을 하며 비나리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일제 강점기와 해방공간의 이념 다툼과 한국전쟁을 거쳐온 고향 바다와 어촌 사람들의 슬픈 음화 같은 삶을 소설로 형상화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p.89
나는 주름살과 흰 수염과 흰머리를 두려워하거나 창피해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제5기의 인생수업, 작품 수업을 하고 있다. -p.145
자기를 서책 속에 가두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그윽한 향기가 나고 탐욕 속에 자기를 가두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흉칙한 냄새가 난다. 나를 잘 가두는 법을 배우기 위해 나는 늘 달려가서 그 오솔길을 걷곤 한다. 내가 오래 전에 서울을 버리고 장흥 바닷가에 토굴을 짓고 그 안에 나를 가두고 사는 것 역시 다산에게서 배운 것이다. -P.154
나는 내 문장이 늙음으로 인해 건조해지지 않았는지, 감각이 낡지 않았는지, 내가 새 정보에 어두운 건 아닌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이 시대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발언인지, 글 속에 내 철학적인 사유가 녹아들어 있는지를 성난 얼굴로 천천히 깊이 살피곤 한다. -p.146
늙은 예술가는 지금의 늙음으로 말미암아 높아진 안목과 보석 같은 지혜와 그윽함과 경륜으로써 해오던 예술 활동을 끊임없이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나는 늙었을 뿐, 낡아가지 않는다”고, 꿋꿋이, 숨이 넘어가는 순간까지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그런 사람과 영혼의 사귐을 나누는 것, 그것이 노인들의 소임이 아닐까. -p.147
시를 쓰고 차를 마시면서, 거울처럼 맑게 가라앉힌 마음에 비친 향기로운 생각, 푸나무와 꽃과 내 마음에 쏟아지는 하늘의 공평한 마음, 산소 같은 생각만 남기고 다른 것들을 잘라 없앤다. -p.203
나에게는 천강에 비치는 달빛이 시이다. 소설은 시를 향해 날아가고, 시는 음악을 향해 날아가고, 음악은 무용을 향해 날아가고, 무용은 우주의 율동을 따라 날아간다. 그 율동의 한가운데에 시인인 내가 서있다. -p.221
시인은 고독을 슬퍼하면서 즐기는 견고한 바위 같고 바다 같고 별 같고 달 같고 호수 같은 존재이다. 시인은 그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스스로 관찰한다. 이때 시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사랑을 떠나보낸 다음의 아픈 견딤일 수도 있고, 참을성 있는 기다림일 수도 있다. -p283
시인이 문답할 상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산이나 바다일 수도 있고, 신일 수도 있고 도깨비일 수도 있고, 들풀이나 산이나 바다일 수도 있다. 그들과 문답한다는 것은 영혼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달과 별과 들풀과 구름과 안개와 무지개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 삶인가. p.308
▶ 저자소개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50여 년 동안 글을 써 온 작가 한승원은 독자들에게 시인보다는 소설가로 친숙하지만,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내며 시인으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 장흥에 위치한 작업실 해산토굴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대접하는 그는 자신을 “늙어갈 뿐 낡아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책읽기를 탐하고 하루에 일정 양의 글은 반드시 쓰며, 잘 보이지 않아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활자를 15포인트로 키워 글을 쓴다는 그는 늘 자신의 문장이 늙음으로 인해 건조해지지 않았는지, 글 속에 철학적인 사유가 녹아들어 있는지를 살피고 반성한다. 늙어가지만 절대로 낡아가지는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원로 작가 한승원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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