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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황춘옥
2015년 03월 14일 22시 19분  조회:4321  추천:0  작성자: 죽림
 

                                     (중간 황춘옥 시인)

 






 서지월시인의 만주대장정 

ㅡㅡㅡ화룡을 가다 

◇화룡이라는 곳 

연길에서 삼일째 되던 날, 먼저 가본 곳은 화룡(和龍)이라는 곳이었다. 연길에서 용정을 지나면 화룡인 것이다. 화룡 가는 길에 저 산등성이에 정자가 하나 보였는데 그것이 「일송정」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었고 넓은 벌판이 펼쳐져 있었으며, 그날따라 하늘도 맑기가 이를데 없었다. 

펼쳐진 들판은 옥수수밭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그게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인상 깊었다. 산비탈에는 연길 특산인 「사과·배농원」또한 즐비해 있었다. 그것은 사과와 배를 접목시킨 특유의 맛이라 한다. 

택시를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석화시인을 따라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돼 화룡시 청사에 도착해 조금있으려니까 세 사람의 조선족이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석화시인의 고향이 이곳 화룡으로 그의 후배시인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온 나에게 그는 그의 고향 은사시인과 후배 시인을 접견시켜 준 것이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화룡시 네거리를 빠져 나오는데 그곳에도 호랑이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무심결에 지나치지 않는 나에게 이런 것들마저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연길시가지 네거리에도 호랑이 조각상이 세워져 있듯, 웅혼(雄渾)한 민족기상을 말해주는 듯 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하나 벌어졌는데 택시를 두 대에 나누어 타야 해서 내가 탄 택시는 벌써 도착했는데 다른 택시를 탄 일행이 아직 오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 도착했는데 알고보니 불법영업자가 택시운전하다가 그만 경찰에 걸린 모양이었다. 바로 그 택시였는데 손님은 타고 있어서 내리라고 하기에 무엇해 불법 운전사를 내리게 하고 경찰이 몰고서 우리 일행을 이곳까지 태워줬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금도 줄 필요가 없게 돼 그냥 타고내린 것이 됐다. 우스운 일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이런 걸 본 우리로서는 신기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칸칸의 방마다 상을 차려놓고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침식을 겸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 같았다. 방마다 이름도「대동강」 「모란봉」 「구월산」 「칠보산」 「묘향산」 「금강산」이렇게 써붙여 놓았는데 북한식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연길에서의 「해당화식당」에서도 그러했지만 젊은 북한아가씨들이 접대하는데 어딜가나 한결같이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고 있어 민족서정시를 주조(主調)로 써온 나같은 시인에겐 예사로 보이거나 느껴지는 일이 아니었다. 

또한 이 처녀들은 북한에서 온 것임엔 두말할 것 없지만 2년 동안 머물다가 북한으로 가며 다시 아가씨들로 교체된다고 했다. 

이 모든 식당 운영까지 북한에서는 직접 인민공화국 당국의 정책이므로 공무원 인사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할까, 뒷맛이 좀 씁쓸하기는 했지만 한국과 같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공산사회주의의 체제이니 어떻하겠는가. 또한 그들은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우리 일행이 석화시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은 김문회(61.화룡출신 시인) 시인과 김승종 시인 그리고 황춘옥 시인이었다. 군자삼락(君子三樂)의 하나로 좋은 제자를 꼽듯이 김문회 시인은 석화시인을 두고 좋은 제자 시인이 있음을 자랑했다. 

화룡시 제3중학교 교사를 거쳐 화룡시 문화부 창작과에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98년에는「연변문학」에서 주관하는 제1회「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한 원로시인이며 김승종 시인은 화룡시회 주석(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화룡시 농촌신용연합사에 근무하고 있는 젊은 시인이었다. 

그리고 황춘옥 시인은 김승종 시인과 같은 시회 회원으로 북경의 중앙민속대학 조선어문과를 졸업, 현재 화룡시청 번역통역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주땅에도 가는 곳마다 시심으로 가득찬 이들이 있다는 것,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민족의 고유어와 민족정신을 이어가는데 문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이것(문학작품)마저 없다면 삭막한 삶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민족은 있으나 다른 민족의 통치하에 살아간다는 것.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삶이 된다는 것이 이곳 만주땅 시인들의 굳건한 자세임에 새삼 놀랐으며 이런 곳에 와보지 않고는 이 현실을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이곳에서도 TV는 한국의 드라마를 주로 시청한다고 한다. 「욕망의 바다」 「사랑이 뭐길래」 「질투」등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곳 화룡도 마찬가진데 시골에 가면 장가 못간 총각이 30여명, 거기에 처녀는 1~2명 있을까 말까 하니 심각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처녀들은 가까이는 화룡 연길로, 멀리는 중국본토 또는 한국 일본으로 직장 구해 가버리니 어느 처녀가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해 살겠느냐는 것이다. 

큰 규모의 조선족소학교가 두 곳 있는데 14개 반이었던 것이 6년 후가 된 지금은 2개 반으로 학생수가 그만큼 줄어들었으니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 즉 첫째,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과 둘째로는 시골에서 살아갈 처녀가 없다는 것. 

이러다간 10년 후에는 조선족들이 터전을 잡아 살아오던 곳들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조선족마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도시문명의 발달로 젊은 층이 도시로 가버리는 현상과 결혼이라는 관념과 자식양육이라는 전통가족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어쨌든 제 나라 제 땅이니 인구가 감소하고 고향을 떠난다 해도 그 민족은 그 나라에 있는 것인데 비해 중국 만주땅의 경우 곳곳에 조선족들이 밀집해 집단을 이루고 대대로 살아오고 있는데, 이런 신자본주의 개방화 물결로 가치관이 달라져 가니 그 땅마저 누가 지키며 살아가겠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금 일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만주땅에 살고있는 조선족들은 8.15광복후 모국인 한반도로 가느냐 머무르느냐 망설이다 남은 동포들과 살길을 찾아 한반도를 떠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온 게 만주땅으로 지금 그 2세, 3세들이라 한다. 

우리 일행이 중국여행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 두가지를 들라면 그 하나가 음식에서 풍겨나오는 향채 냄새였다. 이것 때문에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고수풀 씨앗을 기름 내어서 음식에 쓴다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술이었다. 

최하 30도에서 최고는 60도에 이르기까지 독한 술을 마신다는 것인데 내 나름대로 판단해 보면 추운 곳에 사니까 체질화 되어서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독한 술을 연령.남녀 구분없이 마시는 것 보고 처음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한국문화가 아닌 이미 중국문화권에 익숙해져 있어서 독한 술에다가 술마시며 담소 나누는게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점심시간이 그렇게 할애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한국의 경우는 식사와 술마시는게 대체로 따로 되어 있고 담소 나누는 건 식사시간과 달리 다방이나 주점을 찾아 2차로 시간 갖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그것도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에 대부분 이뤄지는 것에 비해 그들은 대낮에 술과 함께 식사시간이 존재하는 풍경이었다.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중조화평청사」이곳 식당에서 대화의 시간 역시 독한 술의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젊은 여성 황춘옥씨마저 거절하기는 커녕 분위기에 부합되게 잘 적응하니까 우리 입장으로 봐서는 신기할 정도였다. 곤혹을 치르는게 우리쪽이었다. 그것도 앞서 밝힌대로 최하 30도이니 독한 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음식이 들어왔는데 그 모두가 북한요리로서 우리의 입맛과 별반 차이없는 것들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러했지만 음식도 한 메뉴가 한 접시인데 그 모두가 시켜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우리 한국은 한두 가지 요리 시키면 나머지는 부차적으로(기본적으로) 나오는데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물무침 하나라도 시켜서 나오는 것이고 하나하나 음식값으로 계산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서도 너무나 푸짐한 대접을 받은건 사실이다. 

오후 2시30분 정도 되었을까 석화시인을 따라 온게 북한식당으로 점심먹은 것으로 시간이 급속히 흘러가니까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는데 황춘옥씨가 나서서 우리를 위층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여기서 약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는데 위층 가요방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아니 가요방 가는 것까지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입장으로 봐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남은 일정도 많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를 이렇게 다 보내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이다.「일송정」 「해란강」 「용정중학교」 「윤동주 생가」등이 남아있는데 그건 우리에게 무리였다. 

그래서 몸싸움 하다 안되면 사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나서서 무조건 위층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층으로 계단을 내려가는게 급선무였다. 결국은 계단을 중심으로 서서 내려가는 몸싸움에 이긴 것이다. 그들에겐 참으로 미안했었다. 석화시인은 좋은게 좋다고 빙긋이 웃고만 있을 뿐이었으니. 

밖을 나오니까 햇빛도 밝고 하늘은 초가을 날씨같이 푸르고 맑아서 좋았다. 언제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될지는 모르나 아쉬운 작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석화시인과 우리 일행은 화룡에서 용정으로 되돌아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말았던 것이다.  

< 대구신문>연재중.
 
@@ <자료용>

 

 
2011년 문학창작 선진집체와 개인


연변작가협회  번역창작위원회, 아동문학창작위원회, 할빈지구창작위원회 등 3개 집체와  홍천룡(소설),림금산(시가),허두남(아동),안수복(산문),우상렬(평론),김련화(번역).양수옥(한문),김학송(연변문학),황령향(천지소소설), 고설봉(길림),량고범(장춘), 장춘식(북경),김창영(심양),김기덕(청도),한영남(할빈), 남영선(목단강),홍순범(절강) 등 17명이 2011년 문학창작 선진집체와 개인에 선정되여 표창을 받았다.
 
연변작가협회 당조서기 안국현이 김승종시인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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