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이름의 어원
'돼지'의 원말 '도야지'는 원래 '새끼돼지'를 일컫던 말-
우리 속담 중에 '멧돝 잡으려다 집돝까지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멧돼지를 잡으려다가 집돼지까지 잃는다는 말이다. 지나친 욕심은 이미 가진 것도 잃게 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멧돝'이나 '집돝'이란 말은 지금의 우리말 속에서는 아주 생소할 수도 있다.
* 멧돝;산돼지
'멧돝'이란 말은 우리의 국어사전에 이렇게 '산돼지'란 뜻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집돝'이란 말은 웬만한 국어사전에는 없다. 그러나, '돝'이란 말은 어느 사전에나 나와 있다. 그 곳을 보면 '돝'이 '돼지'의 옛말이라고 나와 있다. 옛날에는 '돼지'를 '돝'이라고 했던 것.
돼지'라는 말은 '도야지'라 했던 것이 변한 말이다. 즉, '도야지'란 말을 짧고 쉽게 하다 보니 '돼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야지'란 말은 '돝(돼지)의 새끼'란 뜻의 '돝의아지'가 변해 된 말이다.
돝의아지>도의아지>도이아지>도야지
'아지'는 '새끼'의 뜻이다. 지금의 '송아지-망아지-강아지' 등의 말도 '새끼'의 뜻인 '아지'가 들어간 것이다. '송아지-망아지'의 옛말은 '숑아지-망아지'이다. 그보다 더 오래 전의 옛말은 '쇼아지-마아지'이다. '개'의 옛말은 '가히'여서 여기에 '아지'가 붙어 '강아지'가 되었다. '돝+아지'에서 나온 '도야지(돼지)'는 원래 '새끼돼지'를 의미했던 것이다.
'아지'는 '작다'나 '새로 나다'의 뜻으로도 씌었다. 그래서 목의 작은(가느다란) 부분을 '목아지'(모가지)라 하고, 갈(갯가)에서 돋아난 풀을 '갈아지'(가라지)라고 한다. '도라지'는 돌밭에서 돋아나 원래 '돍아지(돌가지)'였다.
'아지'의 뿌리말은 '앗-앚'으로, 이 말은 '시작-처음'의 뜻을 가진 말이었다.
옛날의 여자(지금의 할머니) 이름을 보면 '김아지-이아지'식으로 '아지'라는 이름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아지'는 '아기'라는 뜻인데, 옛날엔 딸을 낳으면 아예 이름도 지어 주지 않고 '아기'나 '아지'로 그냥 부르다가 그것이 그대로 이름으로 굳혀져 버린 것이다.
'앗'(앚)이 '어머니'와 '아비'란 말 앞에 붙어 이루어진 것이 '아주머니'와 '아자비(아재비)'이다. 즉, '앚어머니-앚아비'가 변해 '아주머니-아재비'가 된 것이다. '아주머니'는 원래 '새 어머니'의 뜻이었고, '아재비'는 '새 아비'의 뜻이었다. 그러나, '아재비'는 현재의 의미로 '아저씨'의 낮은말로 되었다.
'앗'에서 나온 말에 '아찬'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새로운' 또는 '새로'나 '처음'의 뜻을 갖는다.
'까치설'이라고도 부르는 '아찬설'은 '작은 설'의 의미로, 설 전날을 가리킨다. 또 한 해의 마지막 때(세밑)도 '아찬설'이라 했었다.
'아찬아달'은 '조카'를 일컫고, '아찬딸'은 '조카딸'을 일컫던 말이었다.
'아찬'은 '버금'의 뜻으로도 되었다. 신라시대엔 '아찬'이란 벼슬이 있었는데, '으뜸' 다음의 벼슬이었다. 이것은 '앚'이 '앛'으로도 되어 '버금(둘째)'이나 '작은'의 뜻으로 씌어 나온 것이다.
'앗'에서 나온 '아슴'이란 옛말은 지금의 '겨레' 또는 '친족'이란 뜻을 갖는 말이었다.'앗'은 또 지금의 말의 '아침', '아직', '아까(조금전)' 등 많은 친척말을 이루게 했다.
'아침'은 '앗'과 '참'이 합쳐 '아참'이던 것이 '아츰'으로 되었다가 변한 말이다. '참'은 '새참'(간식), '밤참'(야식), '한참' 등과 같이 '때'를 나타내는 말로, 결국 '아참'은 '이른 때'라는 뜻이다. '아직 안 왔다'의 '아직'도 '이른 때'라는 뜻의 '앗윽'이 '아즉'으로 되었다가 자리잡은 말이다.
'처음-새로' 등의 뜻을 갖는 이 '앗'은 '아시'로도 옮겨 갔다. 이 '아시'는 또 다음과 같은 말들을 이루게 했다.
*아시갈이:애벌갈이(초벌갈이)
*아시매기:김매기를 처음 하는 것
*아시빨래:본 빨래를 하기 전에 대강하는 빨래
'앗-아시'는 또 '아희'로 변하다가 지금의 '아이'란 말로 변하기도 했다. 또 '앗'은 '아스-아수'로도 되었다가, '아우'로도 되어 지금의 '동생'이란 뜻의 말로도 되었다. '아우'는 원래 '새로 태어난 사람'의 뜻이었다.
돝+아지
옛날 사람들은 돼지를 늘 작다고만 생각해 왔던 것일까?
'돝'이라는 말로도 충분할 텐데, 왜 '새끼'란 뜻의 '아지'를 붙여 '도야지(도돼지'란 말이 나오게 했을까? 우리에게 고기를 대어 주는 돼지. 커도 커도 또 크기를 바랐겠지. 그래서, 돼지가 아무리 커도 새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새 이름
'소쩍소쩍'은 '솥 적다' 우는 소리로 생각
'큰 새'라는 뜻의 '한새'는 '황새'로 변하고
새의 이름들은 그 우는 소리뿐만 아니라 크기, 모양, 빛깔, 성질 등 그 특징을 따라 붙인 것이 많다.
소리를 따라 이름붙인 새 이름들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뻐꾸기-뻐꾹뻐꾹
꾀꼬리-꾀꼴꾀꼴
따오기-따옥따옥
뜸부기-뜸북뜸북
부엉이-부엉부엉
개개비-개개개
'꾀꼬리'는 옛날엔 '곳고리'라고 했는데, 그러고보면 옛 사람들은 꾀꼬리의 울음 소리를 '꾀꼴꾀꼴'로 듣질 않고, '곳골곳골'로 들은 듯도 하다.
'개개비'는 휘파람과의 작은 새로, 휘파람새보다 조금 크고, 날개는 갈색인데, 늦은 봄에 날아와 갈대밭에서 '개개개' 하고 시끄럽게 운다. '개개비사촌'이라는 새도 있는데, 이 새는 개개비보다 작은 새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여기서의 '노고지리'는 '종달새'의 옛말이다. '노골노골지리지리' 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나왔다고 보고 있다.
휘파람을 불 듯이 우는 새에는 '휘파람새'라고 이름붙은 것도 있고, 피리를 불 듯이 우는 새라고 해서 '피리새'라는 것도 있다.
소리를 따라 이름붙은 새에 '소쩍새'라는 것이 있다.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딸린 새로, '작은 부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새이다. 그런데, 옛 노래 등에서는 이 새를 대개 '두견이(두견새)'라고 써 왔다.
이 새는 밤에 잘 우는데, 꼭 '소쩍소쩍' 하고 소리내어 우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은 처량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렇게 울기는 해도, 이 새가 많이 울면 농촌에 풍년이 든다고 믿어 왔다.
"올해도, 소쩍새가 저렇게 울어 대는 걸 보면, 가마솥이 터지도록 많은 벼를 거두겠구나."
이렇게 생각해 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쩍소쩍' 하는 이 울음 소리를 사람들은 '솥 적어, 솥 적어.' 하는 소리로 좋은 뜻으로 해석을 해 온 것이다. 솥이 적다는 것은 솥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 아니라, 올해는 풍년이 들어 벼를 많이 거두어 밥을 많이 지을 일이 생기니, 보다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생각한 것이다.
꿩도 소리를 따라 이름붙은 것으로 보는데, 다른 새와 달리 암수의 이름이 완전히 독립적이다. 즉, 암꿩을 '까투리'라고 하고, 수꿩을 '장끼'라고 한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 낸 까마귀
흰 빛을 새오나니
청파에 조이 씻은 몸을
더러힐까 하노라.
이것은 고려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에게 그 어머니가 고려를 뒤엎으려는 이성계의 무리와 어울리면 나쁜 생각에 물들게 되니 가까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지은 시조이다. 이 시조에서 까마귀는 이성계의 무리를, 백로는 정몽주를 가리킨다. 흰(선한) 빛깔의 해오라기(백로)와 검은 빛깔의 까마귀를 대비시켜 놓은 점이 재미있다.
이 시조에 나온 '해오라기'나 '까마귀'처럼 새 이름에는 색깔을 따라 이름붙은 새들도 많다.
까만 빛깔을 나타낸 이름에는 '까마귀' 외에 '가마우지', '검둥수리', '검둥오리', '검은지바뀌', '검은목두루미', '까만딱다구리' 등이 있고, 흰 빛깔을 나타낸 이름에는 '해오라기', '흰매', '흰꼬리수리', '흰배지바뀌' 등이 있다.
노랑 빛깔을 나타낸 이름에는 '노랑발도요', '노랑지바뀌', '누른도요', '황오롱이', '황조롱이' 등이 있고, 붉은 빛깔을 나타낸 이름에는 '붉은다리도요', '붉은배오목눈이' 등이 있으며, 푸른 빛깔을 나타낸 이름에는 '푸른해오라기', '청둥오리' 등이 있다.
흰 빛깔 때문에 나온 '해오라기'는 '회오라비'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해'는 '희다'는 뜻의 '희'의 소리가 변한 것이다.
'까마귀'는 몸 전체가 검은 새이다. 이 새는 예부터 '가마괴'라고 불러 왔었는데, 그것이 변해 '까마귀'라는 음으로 되었다.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는 등이 퍼렇다고 해서 '푸른 등(청등)을 가진 오리'라는 뜻으로 이 이름이 붙었다.
모양을 따라 이름붙은 새들도 많다.
오목한 눈을 가진 '오목눈이(뱁새)', 꼬리가 긴 '꼬리치레'와 '긴꼬리닭',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진 '알락도요', '얼룩해오라기', 할미처럼 보이는 '할미새' 등이 그것이다.
'말똥가리'는 몸 모양이 말똥 같아 나온 이름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배 부분이 갈색이고, 여기에 넓고 누런 바탕이 따로 있는데, 그 모양이 말똥 같아 나왔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그러나, 학자 중에는 유달리 말똥말똥한 눈을 가져 그런 이름이 나왔다고 보는 이도 있다.
크기를 따라 이름붙은 새들도 있다.
'황새'라는 새는 원래 '큰 새'라는 뜻의 '한새'가 변한 말이다. 여기서의 '한'은 '크다'는 뜻을 나타낸다. '한새'가 '황새'로 된 것은 '큰 소'라는 뜻의 '한소'가 '황소'라는 이름으로 변해 온 것과 같다.
'크다'는 뜻을 '대'자를 붙여 나타내기도 하는데, 새 이름에서 그러한 꼴로 이름붙여진 것에는 '댓닭'이 있다.
'쇠'라는 말을 앞에 넣어 '크다'는 뜻이 들어간 새 이름도 있다. '쇠기러기', '쇠딱다구리', '쇠봉다리' 등이 그것이다.
'병아리'는 닭의 새끼를 말한다.
이 말은 '병'에 '아리'가 붙어서 된 말인데, '아리'는 '작다'는 뜻이다. '병아리'의 옛말은 '빙아리'로, 학자들은 '빙'이 '새'라는 뜻을 가진 '비'에 ㅇ이 덧들어간 말로 보고 있다. 즉, '병아리'는 '작은 새'의 뜻을 가진다는 것이다. '서리병아리'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이른 가을에 깨는 병아리를 말한다.
성질을 따라 이름붙은 새에는 떼를 지어 다닌다는 '떼까마귀(당까마기)', 싸움을 잘 한다는 '싸움닭' 등이 있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붙은 새 이름들도 있다.
들에서 사는 '들꿩', '들비둘기', '들새', 산(메)에 사는 '메까치', '멧닭', '멧새(맵새)', '멧종다리', '산비둘기', 물에서 사는 '물까마귀', '물까치', '물수리', '물오리', '바닷가마우지', '바다꿩', '바다제비', '바다지빠귀(바가직박구리)', '바다종다리' 등이 그것이다. 굴뚝 근처에 자주 날아오는 '굴뚝새', 논에 사는 '논종다리', 섬에 사는 '섬새' 등도 사는 곳에 따라 붙은 새 이름이다. 그런가하면 덤불에 사는 '덤불백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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