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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7일 21시 32분  조회:5641  추천:0  작성자: 죽림

12. “거북” 考

남영전 씨의 시「거북」((남영전 『백학』, 민족출판사, 1992년, 29-31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바다를 집으로

륙지를 집으로

한뉘 시원함과 따사로움

꿈꾸어왔건만

탁류의 충격과

모래불 사장속에

날마다 해마다

괴로움도 쓰라림도 답답함도

속시원히 터놓을 곳 없어라

행여나 돛대에 별무리 걸고

행여나 돛폭에 금노을 펼치려니

천만년 바래여

눈동자 수정알로 벼려우고

등허린 철갑으로 굳어졌어라

수정눈 까닭인가

철갑등 까닭인가

매발톱, 짐승발도 어림없어라

칼끝도 활촉도 튕겨나와라

화약의 불길도 어찌지 못해라

모래톱, 수풀속에

깨뜨릴수 없고

태울수 없는 넋

해적들이 침노할제

그대 등에선

무수한 칼날 곤두섰더라

그대 입에선

사나운 불구름 내뿜었어라

쳐오는자

뒤엎어 쳐박아 파묻어버렸더라

바다를 집으로

륙지를 집으로

살고푸지만

구름안개 가시고

물파도 잦아들젠

외로이 흐느껴운다

바다밑이나

모래불에서

운명의 막고비엔

고달픈 몸 끄을고

쓰러지는 성곽 바쳐주누나

우람진 비석 업어주누나

다만 몸으로

무언의 말로

끝없는 명상에 잠겨

깊은 사색 굴리며.

거북은 조선민족의 상징계통 속에서 神의 使者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조선민족의 신화에서 흔히 神의 使者로서 신의 뜻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三國遺事』권2, 紀異二 駕洛國記의 기록에 따르면 거북은 신성한 군주의 출현을 촉구하는 백성의 뜻을 신에게 전달하는 매개자였다. 『三國史記』권13, 高句麗本紀 東明王에 의하면 주몽이 금와왕 군사들의 추격을 피해 남쪽으로 갈 때에 다리를 놓은 자라도 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한국의 무속이나 민속에서 거북은 그 등딱지를 태워 앞날의 일을 미리 점쳐 주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이것이 바로 龜卜점이다.

거북은 이처럼 신령스러운 동물로 생각해왔으나 조선민족의 어느 씨족이나 부족이 토템으로 숭배했다는 문헌적인 기록이나 고고학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거북」을 “조선민족의 토템시”라고 할 수 없다.

13. “白鳥” 考

남영전 씨의 시「백조」((남영전 『백학』, 민족출판사, 1992년, 32-34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식솔 데리고

부락 데리고

어렴풋한 풍경 데리고

평생 불안한 운명 데리고

이사갑니다

이사갑니다

이사갑니다

애오라지 북국의

눈채찍 바람채찍 와락 몰려와

그들의 보금자리 묻어버리고

그들의 식량조차 빼앗아가며

욕질하고 매질하고 내쫓기에

단꿈을 기르던 요람을 떠나

발떼기 서운한 호수를 떠나

고향에 고이는 눈물을 떠나

이사를 갑니다

바람이 길이 되고

별이 리정표 되고

번개가 길동무 되어

끝없는 창망한 밤에

하늘밖에 하늘에

기대를 걸고

애오라지 남국의

불혀바닥 비혀바닥 왈칵 달려와

그들을 태우며 삶으며

그들을 막으며 절구며

집에도 갈수 없게 하거늘

하는수없이 다시금

크나큰 기대 품던 그 땅을 떠나

저으기 기쁨 주던 그 땅을 떠나

또다른 고향 떠나

이사를 갑니다

눈물 머금고 한을 품고

구슬픈 그 몸을 이끌어

끊임없이 이사갑니다

쉬임없이 오고갑니다

끝끝내 몸 붙일 곳 찾지 못했건만

목숨이 붙어있는한

날개를 퍼덕일수 있는한

영원한 온기 찾으려고

따스한 영원 지키려고

이사갑니다

이사갑니다

이사갑니다.

백조는 서양의 신화, 전설, 민담, 동화에서 아주 빈번하게 등장하는 중요한 물새이기는 하지만 조선민족의 설화에서는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조선민족과 혈연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부여라는 부족이 물새를 족명(族名)으로 삼았다고는 하나 그 물새가 백조인지 기러기인지 학인지는 분명히 분별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백조」를 “조선민족의 토템시”라고 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

14. “물” 考

남영전 씨의 시「물」((남영전 『백학』, 민족출판사, 1992년, 12-14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보이다가도 안보이고 크다가도 작은 신령

물은 어디라 없이 다 있어도

날개 없고 발이 없고

형색조차 없습니다

없는 날개 가장 큰 날개이고

없는 발이 가장 큰 발입니다

없는 형상 가장 자유로운 형상이고

없는 빛깔 가장 현란한 빛깔입니다

대지우에 모래밭에 크나큰 사막에

하늘우에 산마루에 깊다란 협곡에

안개 되고 구름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되고

냇물 되고 강이 되고

호수 되고 바다 되고

뿌리에 줄기에 잎속에

꽃과 열매에 파고들어

인간과 자연을 낳아 기르는

인간의 시원입니다

만상의 시원입니다

물은 가장 온화합니다

물은 가장 흉맹합니다

수양버들 봄바람에 흐느적이듯

호수우에 새들이 지저귀듯

물은 마냥 부드러워도

독을 쓰면

사나운 맹수도 당해 못내고

타오르는 령화도 못당합니다.

부드러운 음기로 사나운 양기로

마른 가지 움터나고

여린 가지 억세 지고

벼랑도 무너지고

메부리도 깎입니다

생령의 명멸도

대지의 부침도

손안에 꽈악 거머쥐고 있습니다

물의 신비 물의 신성

눈부시게 무궁무진 퍼져갑다

사람은 물 우에 가고

고기는 물 속에 놀아

물우이나 물밑이나 생명의 락원

하여 

물거품도 정액인듯 떠벋들리고

우물속 달조차 룡의 알로 보이고

물할미는 약수의 신으로 불리웁니다

하여

녀인들은 아들 잉태 물에다 빌고

풍요함을 기원하여 물에다 빌고

무병장수 기원하여 물에 빕니다

인류와 더불어 물의 신화 살아있고

하늘과 더불어 물의 위엄 공존합니다

물, 물, 물,

모든 생명 모든 령혼의

온갖 문을 여닫는 신령입니다

1991.6

조선민족의 신화에서 물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고려의 국모(國母)들은 모두 물에서 태여나서 높이 섬겨졌다. 고구려의 국모격인 柳花는 水神 河伯의 딸이요, 신라의 국모는 우물에서 태여나지 않았던가. 天神과 地母神을 겸한 水神의 결합으로 흔히 나라가 형성되는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조선민족신화의 “天父地母”의 큰 틀이 형성되는 것이다. 

산에 산신령이 있어 치성을 받았듯이 물에는 물할미가 있어서 믿음으로 받아들여졌다. 고구려에서는 “水神祭”라고 일컬어지는 나라의 큰 굿이 있었거니와, 굿을 올릴 때면 온 나라 사람이 어울려 그 水神을 강가에 모셔서 큰 잔치를 베풀었다고 전해져 있다.

다 같은 물신앙이라고 해도 민속에서는 강물보다 우물이나 샘터를 두고 더 많은, 더 진한 믿음이 바쳐져왔다. 우물신앙의 사례는 신라 국초의 박혁거세왕의 전설에까지 소급된다. 혁거세왕은 나정(羅井)이라는 우물곁에서 태여났지만 그의 왕비는 아예 알영정(閼英井)이란 우물에서 태여났다고 해서 閼英이라고 한다. 알영은 또 鷄龍과 출산한 것으로 되었으니 태양새인 닭과도 혈연적인 관계가 있는 셈이다.

사실 물에 대한 숭배는 전 인류적이고 물과 유명한 녀성의 탄생을 련과짓는 것은 전 인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의 신화중의 중요한 녀신 아프로티테는 바다의 거품에서 탄생했다고 하니 역시 물과 밀접한 련관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천고의 영웅 아킬레우슬 낳은 테티스도 바다의 녀신이 아니던가.

이런 의미에서 물은 어쩌면 카를 융이 말한 것처럼 전 인류의 원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전 인류적인 원형이 어는 특정한 씨족이나 부족 혹은 민족의 토템으로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조선민족이 선인들이 물을 자기의 씨족이나 부족 또는 민족적인 토템으로 숭배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는 찾을 수 없다. 물은 조선민족에게 있어서 어디까지나 자연신으로 숭배되였거나 신앙되여 온것 같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물」을 “조선민족의 토템시”라고 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15. “山” 考

남영전 씨의 시「산」((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51-52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因愚昧 因混沌

被擠出 被壓出

巨大之筋肉

巨大之肉塊

巨大之血流

卽便被遺棄

卽便赤身裸體

卽便傷痕累累

卽便殘缺不全

却以不屈之信念

却以博大之氣魄









以自身之血

以自身之血

以自身之精氣

以自身之臂膀

擁抱一切能爬能走能飛之精靈

養育一切能吟能歌能舞之靈魂

冷寞的世界

因之而充滿生機

因之而走進和諧

崇敬山

膜拜山

山之沈黙爲最深沈之沈黙

山之胸襟爲最寬廣之胸襟

山之品格爲最高尙之品格

山爲生靈永恒之歸宿



山 山

1994.9

한국의 신화학자이며 민속학자인 김열규 교수는 조선민족의 자연신앙체계속에서의 산의 위상을 다음과 같이 형상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산과 물 그리고 나무와 바위는 이 땅의 겨레들이 만들어온 ‘자연신앙’의 4대 요소이다. 그 넷을 이어서 그려질 사각형 속에 이 땅에 자연신앙의 성역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 사각형 중에서도 다시 산과 물을 으뜸으로 쳐야한다.”(김열규 저『한국 문화와 역사를 위한 신화론- 한그루 우주나무와 신화 』, 한국학술정보, 2003년, 263)

산 많은 지역에서 원시문화와 고대문명을 창조한 고조선과 가락 그리고 신라의 국조가 각기 산에 내렸고, 단군과 탈해왕은 산신이 되여 나라를 지켰다. 산은 신이 하강하는 곳이고 또 산은 민족의 발생과 근거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특히 신이 하강하는 산은 신을 모시는 성역으로서 산악숭배의 바탕이 되며 산신의 존재를 파생시킨다.

서양에서도 산은 신이 내리는 곳으로서 산은 천국을 상징하며, 신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에서 올리포스산은 신들이 사는 곳이고, 성경에서는 “여호와의 집이서 있는 산이 모든 묏부리 위에 우뚝 서고 모든 언덕 위에 드높이 만국이 그리로 물밀듯이 밀려 들더라” (구약 성서 이사야 2)고 하였다. 유태인들의 청년수령 모세도 시내산 정상에서 하나님과 만나서 하나님의 선민이 되지 않았던가.

이런 의미에서 산은 역시 물이나 땅처럼 카를 융이 말한 것처럼 전 인류의 원형이라고 해야 것이다. 

물론 이런 전 인류적인 원형이 어는 특정한 씨족이나 부족 혹은 민족의 토템으로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조선민족이 선인들이 산을 자기의 씨족이나 부족 또는 민족적인 토템으로 숭배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는 찾을 수 없다. 물은 조선민족에게 있어서 어디까지나 자연신으로 숭배되였거나 신앙되여 온 것 같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산」을 “조선민족의 토템시”라고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16. “토끼” 考

남영전 씨의 시「토끼」((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79-80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總想築個溫馨的窩

却總有惡魔襲擊

一個善良溫順的生靈

被迫逃離

逃離逃離

兩條後腿越逃越長

總想睡個安穩的覺

却總被陰謀警醒

一個不願爭鬪的生靈

被迫逃離

逃離逃離

兩只耳朶越竪越長

日日月月逃離

春夏秋冬逃離

逃得妻離子算

逃得沒有寧日

逃離逃離

最終逃進月宮

一個孤獨迷茫的遊魂

將平生的宿願

將歸鄕的企劃盼

置入石臼 

搗啊搗

搗得鄕情綿綿

搗得月色朦朧

2000.1

토끼는 조선 전설이나 민담에서 등장하지만 곰이나 범이나 사슴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동물은 아니다. 남영전 씨의 해석과는 달리 조선민족 상징계통에서의 토끼는 “속임수의 명수”, “꾀쟁이”이다. 인도불경설화의 영향으로 생긴 삼국시대의 “구토설화”에서 토끼는 꾀쟁이로 등장하여 조선조의 판소리계소설 『토끼전』에 이르기까지 토기형상은 “속임수의 명수”, “꾀쟁이”이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민족의 설화에서의 월궁에서 약방아를 찧는 토끼의 형상은 중국 仙話인 “姮娥奔月”의 양향으로 생겨난 것으로 사료된다. 

한마디로 토끼를 조서민족의 토템으로 칠 수 없으므로 남영전 씨의 시 「토끼」는 “조선민족의 토템시”가 될 수 없다.

============


17. “蟾蜍” 考

남영전 씨의 시「蟾蜍(두꺼비)」(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77-78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所受的蔑視都溶入眼珠

所受的虐待都滲溶進肌膚

千年萬年

被誤解了却沒有怨恨

遭呪罵了却沒有惱怒

以岸的寧靜水的淡漠

品味滄桑

品味滄桑

從不炫耀自己的智慧

從不聲張自己的豫知

育兒女于坎坷鑄煉風骨

敎子孫于逆境獻媚俗

若遇善良可憐的弱者

若遇解救自己的恩人

寧愿犧牲自身

也要鼎力相助

世世代代被扭曲

世世代代却執著

終于在生命的盡頭

馱回了一輪明月

渾濁的月

爲蟾蜍不止的淚

1999.9

두꺼비는 조선민족의 설화에서 은혜를 입으면 꼭 보답하는 의로운 동물형상으로 등장하고, 조선조의 우화소설 『두껍전』같은 데서는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조선민족이 두꺼비를 토템으로 신앙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달 속에 두꺼비가 있다는 설은 중국의 대학자 계선림 선생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에서 유래되여 중국에 전해졌고, 그것이 다시 조선에 전해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역시 조선민족의 토템신앙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 「蟾蜍」는 “조선민족의 토템시”가 될 수 없다.

18."犬"考

남영전 씨의 시「犬」(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73-74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人從樹上爬下來便與之爲伍

是獵者

是追捕禽獸的好幇手

是衛士

是守護主人的精靈

也曾有過舜位

也曾威風凜凜

有舜位

已成爲斑駁的化石

顯赫與榮耀

只在遺忘的史冊里

唯有褒貶交替的称謂

伴着歲月的尾巴

仍在搖擺

聖潔嗎?

隨地撒尿

隨地撒屎

有時還戱살鷄鴨鵝

餓急了

便將孩童的糞便當作美餐

時而聚群

狂叫亂走

攪得農家小院不寧

醜陋嗎?

從未有過分的奢求

從未嫌主人的貧寒

靈敏的嗅覺

警覺的耳朶

快捷的四肢

爲守家園盡責

爲護主人遠行

卽使主人舍棄了它

它却從不背叛主人

卽使死了

也不求有一塊安身之地

遠處又聞犬吠聲

人與犬又出現在地平線了

2002.7

본인은 한국 전남대에서 객원교수로 근무를 할 때 한국 “義犬설화”의 본고장인 전북 임실군에 가서 관광을 한 적도 있다. 개는 남영전 씨의 우의 시에서처럼 조선민족의 여러 가지 상징적의미를 갖고 있지만 어느 씨족이나 부족이 토템으로 신앙했다는 기록은 문헌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 「犬」을 “조선민족의 토템시”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2007년 9월 24일 연길에서

19. “豚” 考

남영전 씨의 시「豚(돼지)」(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75-76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有一双慧眼

哪兒風水好

哪兒是建城的好地方

蹄印停留處爲寶地

有一個善心

爲良緣搭橋

守護被遺棄的生靈

甘愿畿天不吃不睡

有一副雄建的體魄

踏荒山躍雪谷與山同樂

年年豊衣足食

因之也曾得到舜位

也曾名聲遠揚

自從被囚進圍欄

鎖住了智慧

鎖住了勤勞

一個勤勞智慧的精靈

有了醜陋的託號

而風雲沒能抹去

豚之古時的風采

豚之聚財的能力

當今流行的貯蓄箱

仍爲豚的便便大腹

一條剪不斷的臍帶

流溏着遠古洪荒的血液

1999.9

조선반도 북부, 특히는 함경북도 신석기시대 말기의 유적지들에서 돼지 陶俑들을 많이 발견하였는데 이로 미루어보아 신석기시대로부터 돼지가 조선민족 선민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재산으로 되었음을 보여준다. 수렵단계에서 농업단계로 진입한 예족, 맥족과 읍루, 말갈 등 만퉁구스 민족의 선민들이 돼지를 중요시했음은 많은 사료와 고고학적발견에 의해 증명되었다. 조선민족은 지금도 큰 제사에서 돼지머리를 제물로 올리군 한다.

돼지는 조선민족의 신화전설, 민담에서 자주 등장하고 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형상이다. 『三國史記』권13 高句麗本紀 琉璃王 조목에는 하늘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 기르던 돼지가 달아서 명당자리에 가서 누웠는데 그곳에 성을 세운 것이 바로 고구려의 환도산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三國史記』권16 高句麗本紀 山上王 조목에 따르면 돼지가 임금과 시골처녀사이의 좋은 인연을 맺게 하여 산상왕이 태여나게 하였다고 한다. 돼지에 대한 이런 신앙은 고려왕조에까지 이어져서 고려의 도읍지도 돼지가 잡아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남영전 씨는 바로 이런 역사기록에 의해 이 시를 창작한 것 같다.

조선민족의 고대사회에 있어서 돼지는 서양에서의 양과 비슷하게 천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이용되었으며 따라서 돼지는 신통력을 갖고 있는 신의 使者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돼지가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여 조선민족이 토템으로 숭배하였다는 확실한 기록은 없다. 일반적으로 천신에게 재물로 바치는 犧牲을 토템으로 숭배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까닭에 남영전 씨의 시 「豚」을 “조선민족의 토템시”로 인정하기 어렵다. 


===========

20. “燕子” 考

남영전 씨의 시「燕子(제비)」(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81-82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驚愕-

春風暖暖的麗日

一條貪婪的黑蟒

偸襲鼾睡的小兎

驚愕-

風雪咆哮的冬日

一對란生灰狼

爲爭一只死猫撕咬

撕咬得皮開育綻

撕咬得天昏地暗 

驚愕-

春夏秋冬

一股黑潮般的瘟疫

總是悄悄漫延

漫延進山漫延進河

漫延進草原蔓漫進森林

只因驚愕

只栖止于樹梢于房지

只栖止于遠離毒菌的天空

日日啼叫

只因驚愕

從南到北從北到南

爲尋一片淨土

年年遷徙

遷徙 遷徙

遷徙了 幾百年幾千年了

也不愿落地

2002.5

제비는 많은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이기에 농가에 들어와 둥지를 짓는 것을 말리지 않고, 제비도 그것을 알고 사람가까이 집짓기를 꺼리지 않는다. 이처럼 제비는 농경문화권, 특히는 도작문화권에서 사람들과 친근한 새이다.

중국 은나라의 시조 설의 모친 간적이 목욕을 하다가 제비가 떨어뜨린 알을 삼키고 그로 임신해서 설을 낳았다는 “玄鳥生商”의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민족의 설화나 소설에서 제비는 사람의 은혜에 보답하는 새로 등장하는데, 조선조 말기의 판소리계소설 『흥보전』에서 보배박씨를 물어왔다는 제비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러나 제비가 조선민족의 토템이였다는 증거는 없다. 

21. “雄獅” 考

남영전 씨의 시「雄獅(사자)」(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23-24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茫茫草原上壹顆疾馳的太陽

草原暝暝

草原昏暗

草原于暝暝里沈睡

草原于昏暗里沈睡

億萬年往昔

惡魔于草叢里橫行

妖怪于湖泊里作蘖

雄獅之吼

雄獅振顫八方之吼

雄獅之鬣

雄獅鎏金之鬣

爲炸雷爲雪崩

爲旋轉的太陽

爲疾 的流星

令沈沈黑暗遠遁

令惡魔遠逃于海之盡頭

令妖怪難尋蔽身之所

草原明明

雄獅

漫舞于曠曠

漫舞于勃勃生機的草原

因之被尊爲百獸之王

因之被尊爲大德之大聖

因之被尊爲希冀之百使者

立于高高的橋頭

立于威嚴的石塔

守護永恒的光明

茫茫草原壹顆疾馳的太陽

1993.6

사자는 동북아에 없는 동물로서 인도로부터 불교가 전파되면서 중국과 조선반도에 알려졌다. 주로는 호법 신장, 성전의 수호신으로 등장하였다. 조선민족의 민속예술에 사자춤이 등장한 것도 썩 뒤의 일이었다.

조선민족이 동북아세아의 중국 료동, 료서, 조선반도에서 살았던 원시시대나 노예제시기에 사자는 조선민족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므로 사자를 조선민족의 토템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민족의 조상들이 본적도 없는 사자를 어떻게 토템으로 숭배한단 말인가? 



22. “鯨” 考

남영전 씨의 시「鯨(고래)」(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47-48쪽)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背負大海

背負無際無涯之沈重

緩行

與人爲伍

與人親近

爲人鼎力相助

却遭人之嫉妬人之唾棄

携壹腔悲哀

隱居于大海

隱居于大海

慢慢타嚼苦澀

嚼億萬年之人情世故

讎恨愚昧

讎恨混沌

實在忍不住了

吐壹口長長之문氣

隱居于大海

不想與世有爭

將壹双靈敏之耳朶

扣進自身之肉里

勃發的四肢

退化爲鰭肢

然而巨大的心房

却鼓張得越來越大

成浮動之山

成飄移之島

時時過濾沈沈之暮色

期待着陽光

期待着光明

背負大海

背負無際無涯之沈重

隱居于大海

最凶恨的鯊魚

最凶猛的海豹

也從它臍下

慌慌張張

逃전

1999.5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를 보고 원시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자연신으로 숭배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래를 조선반도 남해의 해변가 동굴 속의 암벽화에서 발견하기도 했지만 조선민족의 선민들이 고래를 토템으로 숭배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 「鯨」을 “조선민족의 토템시”로 인정하기 어렵다. 

23. "雲 ․ 風 ․ 雷 ․ 雨 ․ 火" 考

1990년대 초반기에 출간된 남영전 씨의 시집『백학』에서는 그래도 조선민족의 신화, 전설, 민담, 민속 등에서 자주 등장하고 또 토템으로 모셨을 가능성이 십분 많은 14개의 자연대상들만을 시적인 소재로 하였다면, 새천년에 들어서서 출간된 남영전 씨의 시집『圓融』에서는 이른바 “조선민족의 토템”이 42개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남영전 씨의 시 「火(불)」,「雲(구름)」, 「風(바람)」,「雷(번개)」,「雨(비)」(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등 작품은 적지 않은 자연현상들마저 조선민족의 토템으로 인정하여 시로 창작하였다.

불, 구름, 바람, 번개, 비 같은 자연현상은 조선민족의 신화, 전설, 민담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를 테면 단군신화에서 천제의 아들 환웅이 천상에서 땅우에 내릴 때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렸다고 한 것을 보면 고조선시대의 사람들은 바람, 비, 구름 같은 자연현상을 신격화하여 자연신으로 숭배하거나 신앙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 리치로 번개나 불 같은 자연현상도 인간들이 자연신으로 모시고 신앙했을 가능성이 십분 많다.

그러나 상술한 자연현상을 자연신으로 숭배했다는 증거는 있으나 토템신으로 신앙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그러므로 남영전 씨의 시「火(불)」,「雲(구름)」, 「風(바람)」,「雷(번개)」,「雨(비)」를 “조선민족의 토템시”로 인정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24. “太陽” 考

남영전의 토템시 중에는 태양, 달, 별을 조선족의 토템으로 상정하여 창작한 이른바 “조선민족의 토템시”들이 있다. 아래에 남영전 씨의 시「太陽」(남영전 『圓融』, 료녕민족출판사, 2003년, 55-56쪽)을 옮겨 보기로 하자.

祖先的白色之門鑲在遙遠的太陽上

祖先的白色靈光

正悄悄捕捉黑色的鬼魅黑色的邪惡

祖先的白色溫馨

正緩緩融化重疊的雪山堆積的怨恨

祖先的白色慈祥

正輕輕撫마可愛的子孫寂寞的心靈

于是于曠野于莽林

冥冥里復蘇暈厥的精靈

冥冥里誕生吉祥的部落

祖先的白色靈光

來自祖先神秘的智慧

祖先的白色溫馨

來自祖先灼熱的胸膛

祖先的白色慈祥

來自祖先神聖的博愛

祖先每日勞作之後

傍晩返回家園

總有壹條貪婪的黑影偸偸尾隨

將祖先

白色的靈光

白色的溫馨

白色的慈祥

融進肌膚融進血液

融進精髓融進靈魂

着一身最美的潔白

是對祖先最虔誠的膜拜

盡管有過禁令

盡管有過挫折

連接祖先與子孫的白色之橋

總是熠熠生輝

祖先的白色之門鑲在遙遠的太陽上

那永不鎖閉的祖先之門

是子孫世代享不盡的福之源頭

1994.8

태양은 조선민족의 원시종교신앙계통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신이자 동시에 조상신이였다. 그러므로 태양을 조선민족의 토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선민족의 개국신화에서 태양은 현대인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불덩이 형태가 아니라 알(卵)이나 일광(日光) 등으로 나타나며, 하느님(天帝) 또는 그 아들(天帝之子)이나 국조(國祖)을 의미한다.

조선민족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한 갈래라고 인정되고 있는 부여족의 해모수신화에서 해모수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분명이 태양신의 형상을 갖고 있다, 하기에 해모수는 낮에는 인간 세상에 나와서 살고 저녁에는 천궁으로 돌아갔다. 이는 하루 동안의 태양의 운행을 상징한다. 

고구려의 개국주인 주몽은 해모수의 아들로서 해빗의 작용으로 잉태를 하며, 낳았을 때는 태양의 모양을 닮아 알(卵)로 태여나며, 어른이 되어서는 서는 자신을 “태양의 아들(日之子)”라고 자칭하고 있다.

신라의 개국주인 박혁거세도 마찬가지로 태양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그는 하늘에서 전광(電光) 같은 태양빛이 비추는 곳에서 알로 태여나며, 赫居世라는 이름은 “빛과 광명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삼국유사』에 수록된 “延烏郞과 細烏女”는 태양과 달의 精이다. 그리고 그 이름에 나타나는 까마귀 오(烏)는 태양의 사자인 三足烏인것이다.

태양은 조선민족의 원시종교신앙계통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신이자 동시에 조상신이였다. 그러므로 태양을 조선민족의 토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태양신은 조선민족의 왕권신화에서 많이 나타나는바 조선민족의 부족국가들인 부여국이나 고구려나 신라국의 토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상의 문헌적인 근거로 태양을 조선민족의 부족국가 창건단계에서의 단계에서의 토템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동시에 태양은 전 인류적인 원시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일본의 국조도 태양신이고 고대애급, 고대 인디안들의 국조도 태양과 깊은 련관을 지니고 있다. 태양숭배는 전 인류적인 원시신앙이었다.

25. “달” 考

남영전의 토템시 중에는 태양, 달, 별을 조선족의 토템으로 상정하여 창작한 이른바 “조선민족의 토템시”들이 있다. 아래에 남영전 씨의 시「太陽」(남영전 『白鶴』, 민족출판사, 2003년, 15-17쪽)을 옮겨 보기로 하자.

박쥐의 날개에 은신했다가

바다건너 산넘어 저 멀리서 걸어옵니다

사푼사푼 걸어옵니다

얇은 베일 가리운 어여쁜 얼굴

어깨우에 출렁이는 부드러운 머리채

미소와 더불어

친철함과 더불어

은밀한 아지우에 아련한 마음 흔듭니다

세상만물이 무게를 잃습니다

희붐한 산그림잔 햇솜마냥 부풀고

퍼어런 바닷물결은 은실마냥 날립니다

말없는 울룽바위도 온몸으로

달콤한 달빛젖을 머금습니다.

원활함과 더불어

남몰래 남몰래

상상의 푸른 날개 펼쳐줍니다

살며시 비껴 내리는 달의 이슬

가벼이 떠오르는 달의 향연

보이잖는 이슬

만질수 없는 연기

심산유곡의 신비한 점괘이고 암시입니다

인간세상의 아득한 예시이고 계시입니다

몽롱함과 더불어

아리숭함과 더불어

우렷이 우렷이

심령이 포복하는 성결한 전당 쌓아줍니다

마음의 요람과 성황당의 대문에

달은 기울었다가 둥글고

둥글었다가 이지러져

둥그스름은 기울어지려 기울어짐은 둥글려고

둥글고 기울어짐은 영생에로 통하는 길

하여, 교교한 달밤-

아들낳이 원하는 아낙네들은

수집어도 우물가에 사뿐 사뿐

샘물도 살짝, 보름달도 살짝

고요한 잔디밭-

백의숙녀 둘레둘레 나리꽃 원무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설레이는 원은 하늘에서 내린 달

펄렁이는 사람은 하늘우의 선녀

풍요의 원리는 그래서 밀물이고

녀성의 원리는 그래서 륜회이고

생명의 원리는 그래서 지속됩니다

집요하고 지성어린

그 신앙 그 숙원

은은히 은은히

천지간에 흐릿한 환영으로 빛납니다

달춤판의 나리꽃 억만번 피고 지고

우물속의 보름달 억만번 마셨습니다

긴긴세월 달이되여

긴긴세월 맛보아도

련달린 넝쿨은 상기도 시나브로

달의 사닥다리 줄줄이 자랍니다

생명과 령혼의 문에 혼탁한 비방울

흩날리며 떨어집니다

떨어져 흩날립니다

달 

영원한 달

마음의 신비와 환상의 몽롱을

영원히 

영원히

길러주는 달입니다

1986.12-1987.5

조선민족의 巫俗에서 달은 천신이고 여성신이고 조상신이기도 하다. 태양과 숭배와 더불어 달숭배도 그 연원이 아주 길다. 그것은 달은 차서 기울고, 기울었다가 다시 차기에 “죽음과 재생”의 원형으로서 영생과 재생의 상징성을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전 인류적인 원형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조선민족의 신화 “연오랑과 세오녀”에서 해와 달은 부부로 되어 있고, 조선민족의 구전동화 “해와 달”에서 해와 달은 오랍, 누이이다.

유교와 불교에서도 달의 이미지는 대단히 고결하다. 유교에서 달은 군자의덕을 상징하고 불교에서 달은 원융(圓融)자재한 불교적인 이념의 구현을 상징하므로 조선민족의 문화가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게 됨으로써 조선민족의 원초적인 신앙으로서의 달숭배는 더욱 고조되여 왔다.

동시에 달은 전 인류적인 원시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달숭배는 전 인류적인 원시신앙이었다.

이상의 문헌적인 근거로 달을 조선민족의 씨족단계나 부족국가 창건단계에서 어느 씨족이나 부족이 토템으로 숭배했을 가능성도 십분 많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달을 “조선민족의 토템”이라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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