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사전에 없는 말, 장난처럼 꺼낸 말...
2016년 01월 20일 21시 10분  조회:4284  추천:0  작성자: 죽림

젊은 문인들이 만든 문예지 '후장 사실주의' 1호

이달 초 열린 독립출판물 축제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수상한 문예지 한 권이 출품됐다. 양장본에 사진 한 장 없는, 외양은 영락 없는 단행본이지만 표지엔 ‘analrealism vol.1’이라고 쓰여 있다. 소설가 정지돈, 박솔뫼, 오한기, 이상우, 평론가 강동호, 서평가 금정연, 편집자 황예인, 홍상희씨 등 젊은 문인 8인이 자비를 털어 출간한 문예지 ‘후장 사실주의’ 1호다.

후장(後腸)사실주의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정지돈 작가가 3년 전 장난처럼 꺼낸 말이 언젠가부터 문학상 심사 자리 등에서 마치 비평 용어처럼 쓰이더니, 채 뜻이 정립되기도 전에 잡지가 나온 것이다. 책 안쪽은 한층 더 모호하고 수상쩍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백가흠씨 등이 희곡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소설가 백민석씨와 한 인터뷰는 마치 검열을 당한 양 상당 부분이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칭찬연구소 소장 신형철씨가 미셸 우엘벡에게 납치 당해 죽는 바람에 세상에서 칭찬이 사라지자 미래 사회에서 전사를 급파, 그를 살려낸다는 희곡은 대체 무슨 의도로 쓰인 것일까.

8인은 서면 인터뷰에서 “후장사실주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 등장하는 문예사조 ‘내장(內裝)사실주의’를 패러디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며 “모인 사람들끼리 통일된 이념이나 공유하는 철학은 없고 그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뜻을 같이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의미를 채워 넣지 않은 단어는 그 자체로 집단의 성격을 암시한다. 역사상 수많은 전위그룹이 의미 없는 ‘미친 짓’을 통해 기존의 세계를 비웃은 것처럼, 후장사실주의도 진지한 비판과 그에 따른 방향 제시보다는 익살스런 패러디를 통해 기성 질서를 조롱하거나 모른 척 한다. 그러나 백민석 작가와 8인의 대화 속에서 나온 “문학하는 애들이 길들여졌다” “모든 출판사가 (…) 서사 위주의 소설에만 상을 주고 히트작을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 같은 발언에는 이들이 기성 문단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서면 인터뷰에서 “확실히 체감되는 건 한국문학이라는 용어에 대해 반응해온 독자들의 퓨즈가 완전히 꺼져버렸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성 문단의 무엇을 부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후장사실주의는 아무 것도 부정하지 않고 또는 모든 것을 부정하지만, 사람들이 기존의 것들을 부정하거나 비웃는 데 이 말을 사용한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꺼져버린 독자들의 ‘퓨즈’를 되살리겠다는 친절한 약속도 없이, 잡지는 초판 1,000부 중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만 250부가 팔렸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은 책에 실린 희곡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내년 여름 삼척이나 훗카이도로 촬영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마음 내킬 때” 2호를 출간할 계획이며 인터뷰이로 김기덕 감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문인들의 도발이 문단에는 어떤 신선함을 몰고 올까. 이들은 ‘후장 사실주의’가 문학권력 논쟁 이전부터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올해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쏟아져 나온 전복적 움직임의 첫 줄에 이 잡지가 놓이지 않을 수 없다. 한 중견 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 시단에 등장했던 미래파 시인들처럼 새롭고 실험적인 움직임에는 늘 찬반이 갈리게 마련”이라며 “자본에서 완전히 독립된 젊은 작가들이 기존 세계를 불신하고 새로운 현실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되는 잡지”라고 말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23 詩의 꽃을 피우기 위해 詩의 씨앗이 있어야... 2016-06-20 0 4275
1522 미국 시인 - 에드가 엘렌 포우 2016-06-19 0 4392
1521 詩적 령감은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6-06-19 0 4128
1520 독자들도 알파고의 수를 해독해야 하는가... 2016-06-19 0 4693
1519 [한여름속 밤중 詩]- 한둬서넛댓바구니 2016-06-17 0 4748
1518 詩를 잘쓰는데 지름길은 절대 있다? 없다! 2016-06-17 0 3919
1517 詩人은 별의 언어를 옮겨쓰는 세계의 隱者(은자) 2016-06-15 0 3610
1516 영원한 청년 시인 - 윤동주 2016-06-14 0 4086
1515 詩의 형식은 정형화된 법칙은 없다... 2016-06-14 0 3834
1514 정지용, 윤동주, 김영랑을 만나다 2016-06-13 0 4469
1513 정지용과 윤동주 2016-06-13 0 3790
1512 詩作은 언어와의 싸움... 2016-06-13 0 3904
1511 詩集이 성공한 요인 8가지 2016-06-11 0 3671
1510 詩人은 쉬운 詩를 쓰려고 노력해야... 2016-06-10 0 3824
1509 詩는 남에게 하는 대화 2016-06-10 0 3401
1508 <저녁> 시모음 2016-06-10 0 3796
1507 留魂之 碑 / <자기 비움> 시모음 2016-06-10 0 3569
1506 정끝별 시모음 2016-06-10 0 4263
1505 [무더위 쏟아지는 아침, 詩] - 한바구니 2016-06-10 0 3968
1504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2016-06-08 0 3525
1503 정지용 <<향수>> 노래 2016-06-07 0 3780
1502 삶 쪽에 력점을 두는 詩를 쓰라... 2016-06-07 0 3843
1501 생명력 있는 詩를 쓰려면... 2016-06-06 0 3454
1500 <전쟁>특집 시모음 2016-06-05 0 4471
1499 詩제목은 그냥 약간 웃는체, 보는체, 마는체 하는것도... 2016-06-05 0 3677
1498 360도와 1도 2016-06-04 0 3745
1497 詩의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야... 2016-06-03 0 4497
1496 詩作을 많이 習作해야... 2016-06-03 0 3747
1495 詩의 제목은 참신하고 조화로워야... 2016-06-02 0 4110
1494 원작이 무시무시한 괴물이라면 번역도 괴물이 돼야... 2016-06-02 0 3983
1493 창작은 악보, 번역은 연주 2016-06-02 0 4359
1492 별들의 바탕은 어떤 색갈?!... 2016-06-01 0 4144
1491 찢어진것만 보아도 흥분한다는... 2016-06-01 0 4055
1490 소파 방정환 "어린이 날 선언문" 2016-05-30 0 7240
1489 <어른> 시모음 2016-05-30 0 4091
1488 문구멍으로 기웃기웃..."거, 누구요?" "달빛예요" 2016-05-30 0 4706
1487 詩人은 예리한 통찰력이 있어야... 2016-05-30 0 5563
1486 詩의 묵은 덩굴을 헤쳐보니... 2016-05-30 0 3908
1485 <단추> 시모음 2016-05-30 0 3916
1484 [벌써 유월?!~ 詩 한바구니]- 유월 2016-05-30 0 3851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