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영화 '동주'에 시 13편 흐르다...
2016년 02월 10일 23시 23분  조회:4561  추천:0  작성자: 죽림
movie_image_(2).jpg
배우 강하늘이 영화 '동주'에서 삭발 투혼을 보였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흑백 저예산 영화라 깔보지 말라. 일제강점기의 상징으로 딱 맞는 영화 기법이 아닌가. 자신의 속내를 숨겨야 하는 세상은 ‘흑백의 세상’이다. 화려한 칼라는 시선의 산만함을 가져온다. 흑백은 오직 인물의 표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몰입도를 높여 주는 장점도 있다.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에서 그 내면까지도 들여다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동주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꿩 먹고 알 먹고'로 비유한 그 우스갯소리에도 뼈가 있는 말이다. 윤동주만 내세우기엔 영화적 서사가 부족할 것 같았다. 현 시대 시인으로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린 송몽규와의 관계 속에서 영화를 그렸다고 한다. ‘왕의 남자’, ‘사도’ 등을 만든 그 내공으로 ‘동주’를 110분 동안 몰입도 높게 끌고 갔다. 

어둔 시대에 청춘을 구겨 넣고 떠난 윤동주는 지금까지 상징적인 국민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송몽규는 상대적으로 별로 평가되지 못한 인물이라 이의 발굴과 인물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탠 거 같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산문부분 당선자인 송몽규는 주권 잃은 현실을 절감하고 독립단체에 참여하는 ‘행동인’이 된다. 그러면서 동주에게는 '너는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든다'고 하는 몽규의 말이 가슴에 아련히 남는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많은 동주는 '시인이 되길 원했던 내가 부끄럽다'고 응수한다. 

주권을 잃은 그 암흑의 시대에 지식인인 동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시 쓰는 일 뿐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외사촌 송몽규의 행동에 자극을 받아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암울한 시대 조국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그는 시를 썼다. 하지만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가 먼저 죽고 한 달 뒤 송몽규도 죽는다. 미완의 청춘 29살의 나이에 그들 둘은 광복 5개월을 남겨두고 대한 암흑기를 처절하게 살다 갔다.

“20대에 청춘을 마감한 아름다운 청년 그 청년이 남긴 시가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 한구석 깊이 숨어 있으며 때로는 그 것이 나를 울렁이게 한다”고 이준익 감독은 토한다. 그 시대적 아픔과 부끄러움을 묻어둘 때도 됐는데 왜 또 들춰내느냐고 책망하고 싶은데 그는 대변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어둔 시대를 이겨냈고 그 시가 어떻게 이 땅에 남았는지 그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 그리고 비명에 간 그들의 청춘과 그 시대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게 이 감독의 의도이니 내가 어쩌랴. 

영화엔 13편의 시가 나온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이란? 우리 천손민족에겐 별이란 하나의 초월 의지이며 온 곳으로 돌아갈 곳이다. 
'별 헤는 밤'과 '서시' 가 인상적이다. 적진의 형무소 창에서 내다보는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들만 가득하다.

형무소에서 알 수없는 약물주사를 맞고 객혈하면서 죽어갈 때 읊는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서시'는 그렇게 감정선을 절정으로 밀어 올린다. 이 영화의 전편을 흐르는 기조는 '부끄러움'이다. 어느 시대이건 부끄러움을 알고 사는 이는 덜 부끄러운 것인 만큼 지금 기득권 세대들에겐 부끄러움을, 젊은 세대들에겐 전쟁이나 식민의 상황을 그저 관념적으로만 여길 뿐 구체적 감각을 인지하는지를 거듭 묻고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본 후 내 삶의 의미가 겹쳐진다. 주권 없는 대한 암흑기를 당시 지식인들이 빠져 나가야 하는 어둠이듯이 나는 이 자본의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좌절감만 엄습해서 나를 당혹하게 하고 아릿한 뒷맛을 만든다.

시의 정서만이 나를 후려치는 게 아니라 시대상의 아픔이 사정없이 나를 후려치는 채찍이다. 요즘 말하는 참여문학의 개념이 아닌 문학의 본질이자 시대적 아픔을 녹여낸 문학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 아닐까? 문학은 대중들 앞에서 큰소리로 선동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의 밑가슴에서부터 공감을 갖게 해서 스스로 뒤에서 밀고가는 저력이 아닐까 한다. 소위말해서 '정서적 공감'이랄까. 

당시 몽규에게는 일제라는 구체적인 싸워야 할 적이 있었다. 동주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거대한 힘과 자기 정체성의 괴리에서 오는 인간적인 부끄러움을 대중들의 정서로 확대하고 있다. 

이 시대 알수 없는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현재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나의 정체성마저 놓쳐버린 이 시대의 정신적인 고아가 되어 버렸다는 자각이다. 


무엇과 싸워야 하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 대항해야 하는지? 현재 이 어려운 세상과 싸우는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이는 진정 없는가? 한마디로 '방황'이란 대응으로 ‘땡강’을 부려볼 뿐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91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비닐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4-07 0 3763
2916 [민속] - 이남박 2020-04-05 0 3782
2915 [민속] - 함지박 2020-04-05 0 3612
291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식량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4-04 0 3475
2913 [그것이 알고싶다] - "짝짓기" 몇초 사이 호박속에... 2020-04-04 0 3614
2912 [세계속에서] - 애매불쌍한 유채꽃들... 2020-04-03 0 3390
2911 [민속] - 탈 2020-03-28 0 7088
2910 [민속] - 대장간 2020-03-28 0 4550
2909 [세계속에서] - 비상사태속에서의 은정... 2020-03-28 0 3688
2908 [민속] - 올개심니 2020-03-25 0 3408
2907 [그때 그시절] - 추억 영화 "꽃파는 처녀" 2020-03-24 0 4026
2906 [세상만사] - "가짜세상"... 2020-03-22 0 3467
2905 [민속] - 비녀 2020-03-21 0 5403
29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핵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21 0 3947
2903 [세계속에서] - 100배... 2020-03-19 0 3747
290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비닐쓰레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8 0 3638
2901 [세계속에서] - 올림픽 "연기"? "연기"!... 2020-03-17 0 3297
2900 [세계속에서] - ...다면???... 2020-03-13 0 3344
2899 [별의별] - "원숭이 패싸움"... 2020-03-13 0 3566
2898 [민속] - 우물 2020-03-11 0 3924
2897 [세계소에서] - "악수금지령"... 2020-03-11 0 4057
289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1 0 3664
2895 [민속] - 한복 2020-03-10 0 6437
289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마스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0 0 3771
289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세균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0 0 3525
289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환경오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9 0 3460
289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온난화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7 0 3847
2890 [민속] - 방아 2020-03-07 0 5365
2889 [민속] - 바가지 2020-03-06 0 3616
2888 [세계속에서] - "나는 고발한다"... "그는 고발당하다"... 2020-03-06 0 3631
2887 [세계속에서] - 지나간 100, 앞으로 100... 2020-03-05 0 3382
2886 [별의별] - 세월, 시간, 시계, 시시비비... 2020-03-04 0 3914
288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력사의식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1 0 4103
288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재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7 0 3579
2883 [별의별] - "평평"... "둥글"... 2020-02-25 0 3600
288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전염병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4 0 3766
2881 [그것이 알고싶다] - "윷놀이" 2020-02-24 0 5011
2880 [타산지석] - 우리는 언제부터 "저작권문제"를 중시할려나... 2020-02-23 0 3465
287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호랑이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2 0 2742
2878 [그것이 알고싶다] - "베를린 국제영화제" 2020-02-21 0 3722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