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북
봐, 달은 어디에나 떠 기울여 널 봐.
그 마음 다 안다, 그건 그래, 그렇다 하는……
귀엣말,
환한
북
소리,
지금 다시 널 낳는 중.
―문인수(1945~ )
달이 더없이 좋을 때. 대보름 달빛은 더 널리 고루 비추는 은총 같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뿐 아니라 숱한 노래들이 달에 서정과 낭만을 더해왔다. 그럴 때마다 지나칠 수 없는 시인 이백(李白)이 있지만,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운운한 우리네 전통 노래 수작(酬酌)도 격이 퍽 그윽했다.
그런데 달북이라니! 달이 곧 북이 되니 천상천하 독존의 북소리가 들린다. 달북이 울듯 '환한' 소리가 퍼지면 천지간은 금빛으로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어디에나 떠 기울여 널' 보는 달의 눈빛, 그 눈매를 올려다 보면 때 없이 가슴이 저릿하다. 특히 '그 마음 다 안다' 끄덕여주면, '그건 그래' 따뜻이 수긍해주면, 우린 세상에 진 게 아니라고 다시 살아갈 힘도 얻는다.
언제나 편들어주는 눈빛. 거룩한 어머니 '달북'의 금빛 울림이 그득그득 퍼질 때다. 그 빛소리에 몸 마음 맑게 씻으며 한 해를 또 힘차게 걸어가리라. '지금 다시 널 낳는 중'인데, 무에 두려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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