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아침 詩 두수] - 늙은 꽃 / 기적
2016년 02월 26일 06시 44분  조회:4065  추천:0  작성자: 죽림
늙은 꽃
                     - 문정희(1947~)


기사 이미지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꽃은 한 번 필 때 모든 것을 다 써버림으로써 “순간”의 생애를 산다. 그것은 순간에 완벽을 이룬다. 순식간에 만개하고 멈춰버리는 삶은 늙을 틈이 없다. 그러니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이 “황홀한 규칙”은 시간을 초월해 있다. 시간의 계산이 개입할 수 없는 이 생애. 그것은 너무나 짧고도 완벽하기 때문에 “분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향기”뿐.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기적

                   이영광(1965~)

중학생이 된 조카가 교과서를 들고와서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 묻는다

대답을 못하겠다

살아보니 나 같은 건 한없이 정신이 박약해지고

사람을 멀리하고,

죽어가는 짐승처럼 사납더라

꿈은 사라지고

믿지 않고,

아무 몸이나 안을 수 있더라

-중략-

조카여, 진심을 말하자면, 네가

자빠지고 엎어지고 무르팍이 깨지면서도

꿋꿋이 교과서 속을 걸어가서

끝내 기적이 되었으면 한다

졸업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한다

(부분. 『나무는 간다』. 창작과 비평사. 2013)

이 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 있어야 할 일이 없는 세상에 대한 슬픔을 은유적으로 적어가고 있습니다.

중학생 조카가 어른이 만든 교과서에서 세상을 배워서 진실된 세상을 만나는 일은 기적과 같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은 현실에 대한 어두운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 자신이 교과서를 졸업하고도 꿈은 ‘사라지고, 믿지 않고 아무 몸이나 안을 수 있더라’라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 한쪽 구석도 함께 쓸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버린 잃어버린 로봇의 팔 한쪽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부모님의 작은 도둑질을 처음 훔쳐보던 날의 경험은 누구에게 고백해야 하는 것일까요?

혼자서 빈방에 누워 있는데 문득 오래전 비 오는 밤, 이사하던 날, 빈집에 두고 온 화분이 나무가 되고 자라서 지금까지도 어른이 된 나를 찾아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 문을 열어두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결들이 시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기적이 필요한 걸까요? 기적이 마음이 먼저 일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왔으니까요.

 

김경주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3 이승훈 시모음 2015-07-18 0 4284
642 <자본주의> 시모음 2015-07-18 0 4207
641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015-07-18 0 4298
640 김소월과 에이츠 2015-07-17 0 4509
639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2015-07-15 0 4464
638 표절과 령혼 2015-07-15 0 4420
637 표절은 작가자신의 령혼을 죽이는 자살행위... 표절은 독자들의 령혼을 죽이는 타살행위... 2015-07-15 0 4143
636 김억과 김소월 2015-07-14 0 5251
635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2015-07-12 0 5070
634 한국 최초의 자유시 2015-07-12 0 3745
633 新體詩 시인 - 최남선 / 자유시 선구자 - 주요한 2015-07-12 0 4797
632 하이퍼텍스트 詩 들여다보기/현대시의 흐름/바이런시인 시모음 2015-07-09 0 5169
631 <<死愛>> 2015-07-09 0 4721
630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2015-07-09 0 5174
629 그 누구나 시의 전파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2015-07-08 0 3998
628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인 2015-07-06 0 4200
627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07-06 0 4018
626 <<풀보다 먼저 눕고 먼저 울고 먼저 일어서는>> -"국민시인" 2015-07-05 0 4685
625 윤동주와 정지용, 리륙사와 로신 // <<향수>>와 <<추억>> 2015-07-04 0 5993
624 두 시인의 마음속 "고향"은...? 2015-07-04 0 4125
623 다시 알아보는 시인 백석 2015-07-04 0 4272
622 <소주> 시모음 / 김소월시인과 담배, 술, 진달래꽃 2015-07-04 0 5143
621 포스트/모더니즘시론의 력사 2015-07-04 0 4210
620 2015년 7월 4일자 한국 중앙일보 윤동주 시한편 등고해설 2015-07-04 0 4380
619 다시 알아보는 시인 조기천 2015-07-03 0 4850
618 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07-03 0 4977
617 항상 취해 있으라... 2015-07-03 0 4372
616 <지렁이> 시모음 2015-07-01 0 4388
615 미친 시문학도와 싸구려 커피 2015-06-30 0 4228
614 체 게바라 시모음 2015-06-28 0 4468
61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5-06-28 0 4411
612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모음 2015-06-27 0 4893
611 <夏至> 시모음 2015-06-22 0 4171
610 시를 설사하듯 쓰기와 시를 느린보로 쓰기와 좋은 시 다섯편 남기기 2015-06-22 0 4611
609 연변 작가계렬 취재 1 2015-06-22 0 4390
608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2015-06-22 0 4653
607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2015-06-22 0 4151
606 리임원 시집 출간 2015-06-21 0 4063
605 李仁老 漢詩 2015-06-20 0 6295
604 녀성詩 어디까지 왔나ㅠ... 2015-06-19 0 3778
‹처음  이전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