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꽃과 그늘 사이...
2016년 04월 06일 00시 16분  조회:4082  추천:0  작성자: 죽림

 

치워라, 꽃!

                           / 이안

 

 

식전 산책 마치고 돌아오다가
칡잎과 찔레 가지에 친 거미줄을 보았는데요
그게 참 예술입디다
들고 있던 칡꽃 하나
아나 받아라, 향(香)이 죽인다
던져주었더니만
칡잎 뒤에 숨어 있던 쥔 양반
조르륵 내려와 보곤 다짜고짜
이런 시벌헐, 시벌헐
둘레를 단박에 오려내어
툭!
떨어뜨리고는 제 왔던 자리로 식식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식전 댓바람에 꽃놀음이 다 무어야?
일생일대 가장 큰 모욕을 당한 자의 표정으로
저의 얼굴을 동그랗게 오려내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퉤에!
끈적한 침을 뱉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시집 『치워라, 꽃!』 (실천문학사, 2007) 중에사

 

 

 

어릴 때 왕거미가 줄을 친 것을 보았다. 크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은 원모양이 1미터쯤 되는 것 같았다. 거미줄이 크듯이 거미도 크기가 엄청 컸는데 그물에 잠자리가 걸린 것을 보고는 문득 저 거미줄이 얼마나 끈끈한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풍뎅이를 잡아서 던져 보았다. 그물이 크게 출렁거리자 거미줄이 끊어질 새라 그 큰 거미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내려오더니 안개를 모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하얀 실을 똥구멍에서 꺼내어 풍뎅이를 이내 친친 감아버렸다. 그리고는 배가 고프지 않은지 나중에 천천히 만찬을 즐기려는지 유유히 몸을 숨겨버렸다.

 

이 하얀 실은 각각 백 쌍이 넘는 이상선과 포도상선이란 작은 실샘에서 한꺼번에 뿜어나오는데 여기에 갇힌 풍뎅이는 버둥거리는 것도 잠시 금방 옴짝달싹도 못하였다. 거미줄이 보기보다 튼튼하다는 것을 안 나는 그 다음에 풍뎅이보다 더 큰 사슴벌레를 잡아서 던져보았더니 발판 실에 다리를 걸고 먹이가 잡히기를 기다리며 숨어있던 거미가 잽싸게 내려와 사슴벌레도 일격에 포박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거미에게 다행히도? 먹지도 못하는 꽃을 던지지 않고 먹이를 던져 주어서 거미로부터 자칫하면 집이 부서질 뻔했다고 욕을 얻어먹지 않았지만 시속에 화자는 향은 죽이지만 먹지도 못하는 칡꽃을 던진 모양이다. 그래서 거미로부터 '이런 시벌헐, 시벌헐' 욕을 얻어 먹는다. 장사꾼이 마수걸이를 하지도 않았는데 아침부터 물건만 마구 흩뜨려 놓고 나가는 양심머리 없는 손님의 등뒤에 소금을 뿌려대는 것처럼 재수 없다는 듯 거미에게 침까지 내뱉는 모욕을 당한다.

 

살아가면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본다. 배고픈 사람에겐 밥이 필요하고 추운 사람에게 옷이 필요한데 연말에 누구를 도와준다고 하면서 내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그 사람도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쓰레기 치우듯이 던져주고 오지 않았는지 생각을 해본다. 꼭 물질적 해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수 같은 말을 송곳처럼 하여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마음의 상처는 주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본다.

 

「치워라, 꽃!」은 이 시가 들어있는 시집의 제목인데 김신용의 「도장골 시편」에 '민달팽이'란 시의 끝 행에 '치워라, 그늘!' 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알몸으로 햇볕에 노출되어 한없이 느릿느릿 가는 민달팽이를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는데 마침 배추 잎을 씻고 있던 그의 아내가 배춧잎으로 덮어주자 민달팽이가 배춧잎 옷이 거추장스럽다고 하는 말이다.


아래의 글은 이안 시인이 <치워라,꽃!과 치워라, 그늘! 사이> 라는 제목으로 직접 쓴 글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예이츠의 '하늘의 옷감' 에서 보듯 작품의 포맷이 비슷한 시도 있지만 시의 구절이 비슷한 것은 부지기수이다. 미리 본 적이 없어도 작품이 많다보니 같은 유사한 문장이 나올 수도 있겠고 본 적이 있었다면 주를 달아놓으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한 구절 한 문장을 두고 시시비비를 할 일은 아닐 일이다.

 

 

'치워라,꽃!'과 '치워라, 그늘!' 사이

                                                                  / 이안

 


어느 문학 세미나에 갔더니
청중 한 분이
김신용 시인의 <도장골 시편>을 읽어봤냐고
거기 "치워라, 그늘!"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알고 있냐고
그래서 읽어봤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치워라, 그늘!"은
김신용 시인의 시집 <도장골 시편> 가운데 '민달팽이'란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치워라,꽃!'은 내 두 번째 시집의 표제작품 제목이다.

 

내 시집이 김신용 시인 시집보다 늦게 나왔으니
그렇게, 표절 아니냐고 여길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마는
그건 오해다.

 

내 작품 '치워라,꽃!'은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발표한 작품이고,
김신용 시인의 '도장골시편_민달팽이'는 <문예중앙>2006년 봄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건, 내 작품 제목을 김신용 시인이 시의 한 구절로 표절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저 선후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이안이 김신용을 표절했다, 뭐 이런 생각은 하지 마시길!
김신용이 이안을 표절했다, 뭐 그런 생각도 하지 마시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02 연변작가협회에서 회원들 작품집 출간 전력 2016-05-05 0 3659
1401 [한밤중 詩 읊다]- 詩 몇쪼가리 2016-05-05 0 4308
1400 정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2016-05-01 0 4017
1399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2016-05-01 0 4063
1398 박인환 - 목마와 숙녀 2016-05-01 0 3440
1397 문정희 - 한계령을 위한 연가 2016-05-01 0 3866
1396 기형도 - 빈집 2016-05-01 0 3838
1395 박용래 - 저녁눈 2016-05-01 0 3925
1394 최승호 - 대설주의보 2016-05-01 0 3888
1393 노천명 - 사슴 2016-05-01 0 3772
1392 오규원 - 한잎의 여자 2016-05-01 0 4257
1391 곽재구 - 사평역에서 2016-05-01 0 3895
1390 서정주 - 동천 2016-05-01 0 3916
1389 김춘수 - 꽃 2016-05-01 0 3983
1388 황동규 - 즐거운 편지 2016-05-01 0 4134
1387 이성복 - 남해 금산 2016-05-01 0 3850
1386 김수영 - 풀 2016-05-01 0 3731
1385 박두진 - 해 2016-05-01 0 3443
1384 김삿갓 竹詩 2016-05-01 0 3376
1383 나래를 펴는 엉뚱한 상상 2016-05-01 0 3552
1382 詩作은 온몸으로 하는것... 2016-05-01 0 3324
1381 [밤중 詩를 읊다]- 詩 몇토리 2016-05-01 0 3975
1380 소월 시 음미해보기 2016-04-26 0 4253
1379 내 문학의 고향, 어머니의 詩心 2016-04-25 0 3699
1378 [출근족들 왁짝지껄 하는 이 시각, 詩 한컷]- 늦봄 2016-04-25 0 3962
1377 [詩 미치광이]- 메아리 2016-04-25 0 3669
1376 [기온차가 심한 아침, 詩 한컷]- 문신 2016-04-25 0 3266
1375 [詩로 여는 월요일 아침]- 아이의 질문에 답하기 2016-04-25 0 3674
1374 공룡아~ 발자국을 가져가거라... 2016-04-23 0 3621
1373 한 <단어>앞에 문득 멈춰서게 하는... 2016-04-23 0 3014
1372 흑과 백, 문밖과 문안 2016-04-23 0 3182
1371 [詩와 詩評으로 여는 토요일]- 봄 셔츠 2016-04-23 0 3107
1370 김수영 시인 대표작 시모음 2016-04-22 0 5734
1369 다시 떠올리는 전위시인 - 김수영 2016-04-22 0 3728
1368 [밤에 올리는 詩 한컷]- 아이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다 2016-04-22 0 3822
1367 [詩로 여는 금요일]- 앞날 2016-04-22 0 3170
1366 [안개 푹 낀 아침, 詩놈팽이 한컷]- 명함 2016-04-22 0 3441
1365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로 있다... 2016-04-21 0 3675
1364 詩는 쓰는것이 아니라 받는것 2016-04-21 0 4042
1363 [비는 처절히 처절히... 詩 한컷]- 극빈 2016-04-21 0 3643
‹처음  이전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