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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은 그림을 그리는 것...
2016년 07월 18일 22시 45분  조회:3923  추천:0  작성자: 죽림


[12강] 대상에 대한 표현.2

강사/김영천


2)표현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들을 보면 시가 막연하고 모호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시는 시로서 이미 실패한 시입니다.
그런데 이 시가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면 시어들이 구체적 표현
을 하지 못하고 아주 애매하고 모호한 표현들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시란 어떤 대상이든 그것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명제로 남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쉽게 감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묘사하거나 암시해야 합니다.
시는 더구나 주관성이 강하기때문에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면
누구의 감동도 끌어낼 수 없다.
자기 혼자만이 아는 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정주는 (저는 서정주 연구로 문학석사 학위를
땄습니다. 그래서 인용할 때 서정주님을 많이 합니다.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를 한 언어조직으로 짜내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실감한
대로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상상시킬까?'하는 것이다.
상상을 시키지 않고서는 우리가 실감한 어떤 시의 감동도
독자에게 전할 길이 없다. 시인이 가령 어떤 의젓한 남자를
보고 감동했다고 하자. 그 의젓함으로 '기가 막히게 세계
제일로 씩씩하고 늠름하고, 엄숙하고,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어쩌고 추상적으로 설명해 봤자, 독자는 '어떻게' 생겼는가를
상상할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령 구약성경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의젓하고 씩씩한 남자의 코를 표현하길,
'다마스커스로 향한 레바논의 수루(戍樓)와 같이....'라고 쓴다면
'아, 그래 적의 땅 다마스커스를 향해서 용감히 우뚝 솟아 있는
레바논의 수로 같이 용감한 느낌을 주는 오똑 솟은 코로구나'
하고 그 느낌을 주니, 어떤 모양임을 능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는 늘 독자에게 작자의 실감을 상상시킬 수 있는-'
어떻게 생겼는가?'하는 궁금증에 대답하는 구체적인 영상의
조직을 보족하는 것들로만 쓰여져야 한다. 추상이란 원래가
어디에서나 말瓚?보족하기 위해서 쓰여져 온 것이다.
시에 있어서도 그 임무는 역시 마찬가지이다.
추상관념을 주로 해서 시라고 써내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끔 보지만, 이 것은 나무 없는 그늘을 말하려는 어리석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말 그대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파스칼의 말처럼
'천사를 그리려다 짐승을 그린다'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겠지요.
시를 쓸 때도 추상어나 일반어보다는 구상어와 특수어를 써서
구체적인 표현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곽재구님의 <참 맑은 물살>을 한 번 읽어보실까요?

참 맑은 물살
발가락 새 해적이네
애기 고사리순 좀 봐
사랑해야 할 날들
지천으로 솟았네
어디까지 가나
부르면 부를수록
더 뜨거워지는 너의 이름

참 고운 물살
머리카락 풀어 적셨네
출렁거리는 산들의
부신 허벅지 좀 봐
아무 때나 만나서
한몸되어 흐르는
눈물나는 저 연분홍 사랑 좀 봐.

어때요? 우리가 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들로만
구성되었지요?
이 시를 두고 조태일님은 "위에 인용된 시의 언어들을
살펴보면 우리들의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구상어들이
대부분이다. 물살, 발가락, 고사리순, 머리카락, 허벅지,
산, 눈물들은 이미 경험에 의해서 친밀해진 것들이다.
따라서 머리로 생각하기 앞서 우리들의 가슴으로, 몸으로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

정호승님의 <봄 밤>을 한 번 읽어보실까요?

부활절날 밤
겸손히 무릎을 꿇고
사람의 발 보다
개미의 발을 씻긴다

연탄재가 버려진
달빛 아래
저 골목길

개미가 걸어간 길이
사람이 걸어간 길보다
더 아름답다.

시를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려면 묘사를 잘 해야합니다.
즉 시적 대상을 그림을 그리듯 인상적이고 특징적인
세밀한 부분들을 잘 그려냄으로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시가 좀 어려운 것 같지만 제가 볼 때는 여기서 개미는
열심히 일이나 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근로자들을 말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달동네 풍경이 여러분의 머릿속에
그려질 것입니다.

이어서 이성복님의 <또 비가 오면>을 읽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물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微動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微動도 않으신다
발밑 잡초가 키를 덮고 아카시아 뿌리가
입 속에 뻗어도 어머니, 뜨거운
어머니 입김 내게로 불어온다.

창을 닫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어떤 사람들은 무덤 속의 어머니를 뜻한다고 하나, 저는
대지(大地)를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의견이 맞던지
어머니의 무덤이나 땅으로 어머니를 대치해놓고 보면 참
구체적인 언어로 그림을 그리듯 표현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비 오는 숲 속을 생각해보십시오.하나 하나
그 장면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향집이 생각나는 최하림님의
<집으로 가는 길.2>을 읽어 보세요

나 물 속처럼 깊이 흘러 어두운 산 밑에 이르면
마을의 밤들 어느새 다가와 등불을 켠다
그러면 나 옛날의 집으로 가 잡초를 뽑고
마당을 손질하고 어지러이 널린 농구들을
정리한 다음 등피를 닦아 마루에 건다

날파리들이 날아들고 먼 나무들이 서성거리고
기억의 풍경이 딱따구리처럼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나는 공포에 떨면서 밤을 맞는다
밤이 과거와 현재로 부유스럽게 흘러간다
뒤꼍의 우물도 물이 차오르는 소리
밤내 들린다 나는 눈 꼭 감고
다음날 걸어갈 길들을 생각한다.


====================================================

 

 

 

모과꽃잎 화문석

―공광규(1960∼)

 


대밭 그림자가 비질하는

깨끗한 마당에

바람이 연분홍 모과꽃잎 화문석을 짜고 있다

가는귀먹은 친구 홀어머니가 쑥차를 내오는데

 

 

손톱에 다정이 쑥물 들어

마음도 화문석이다

당산나무 가지를 두드려대는 딱따구리 소리와

꾀꼬리 휘파람 소리가

화문석 위에서 놀고 있다


대나무라면 국기 게양대밖에 못 보고 자라고, 모과나무도 열매는 봤는데 꽃은 본 적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남도로 내려가면 집집마다 뒤란에 대숲이 울울하다는, 그래서 초여름이면 고구마 뽑듯이 예사로 죽순을 뽑아 무쳐 먹곤 했다는 얘기를 그곳 태생 친구한테 신기해하며 들은 기억이 난다. 대나무 숲이 많으니까, 가령 꽃무늬 넣어서 짠 돗자리 같은,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도 발달했다고.

친구의 연로하신 어머니를 뵈러 간 화자, 그 어머니가 한창 젊으셨을 때도 그 집을 드나들었을 테다. 온화하고 정갈한, 어쩌면 우아한 기품마저 감도는 시골 부인이 떠오른다. 누구나 가슴에 남는 친구 어머니가 있을 것이다. 이상(理想)의 어머니랄까. (무뚝뚝하고 드세고 욕쟁이인 내 어머니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차마 한 적 없을 테지만.) 그러할 친구 어머니가 쑥차를 내오시는데 손톱에 쑥물이 들어 있다. 초봄에 부지런히 쑥을 뜯으셨을 테다. 쑥국도 끓이고 쑥차도 만들고, 말려 두었다가 겨울이면 두고두고 쑥떡을 만들 만큼 많이도 뜯으셨을 테다. 반가이, 조금은 수줍게 친구 어머니와 마주앉아 참으로 오랜만에 친구 집 마당을 내다보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을 테다. 모과꽃잎 흩날려 깨끗한 마당에 수를 놓누나. 딱따구리 소리, 꾀꼬리 소리도 화자 마음에 아롱아롱 수를 놓누나. 햇살 맑은 오월 어느 날의 남쪽 시골 마을 정경이 한 폭 그림같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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