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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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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0일 22시 41분  조회:3991  추천:0  작성자: 죽림
유명인사들의 명언과 격언 모음 집 – 119


* 어머니가 그립다. 나는 어릴 때, 수양버들이 서 있는, 우리 집 앞 높직한 돌각담에 올라가, 아득히 먼 水平線 가를 스쳐 가는 기선(汽船)을 바라보면서, 外國으로 유학 간 아저씨들을 그려 보곤 했었다. 이젠 80이 넘으셨을 어머니가 아직도 살아 계신다면, 지금쯤 그 돌각담 위에 홀로 서시어, 터널 속으로 사라지는 남행열차의 기적(汽笛) 소리를 들으시며, 흩어져 가는 기차 연기 저 너머로 안타깝게 안타깝게 아들의 모습을 그리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 전광용 <나의 고향>
 
* 지난날의 가난은 잊지 않는 게 좋겠다. 더구나 그 속에 빛나던 사랑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행복은 반드시 富와 一致하진 않는다."는 말은 결코 진부(陳腐:낡고 때 묻은 것)한 일편(一片)의 경구(警句)만은 아니다. -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 그들은 가난한 신혼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出勤)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 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했다.
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
 
* 수필의 빛깔은 황홀찬란(恍惚燦爛)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
(頹落)하여 추(醜)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溫雅優美)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줏빛이다.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 얼굴에 미소(微笑)를 띠게 한다. - 피천득 <수필>
 
* 수필은 한가(閑暇)하면서도 나태(懶怠)하지 아니하고, 속박(束縛)을 벗어나고서도 산만
(散漫)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優雅)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
- 피천득 <수필>
 
*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이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 - 피천득 <수필>
 
* 섬이란, 꿈과 낭만이 서리는 곳, 10리나 떨어진 곳에서 음료수를 길어 물통에 채우고,
파도(波濤)와 싸우며 거룻배를 저어 오면서도 잃지 않는 섬색시의 미소, 나뭇가지 하나씩을 담근 물동이를 이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여인들의 멋, 덤불 속에서 보리수의 열매를 말없이 던져주는 사나이의 온정까지 빼앗아 가며, 이 홍도에 서울의 종로를 옮기고 싶지는 않다.
 홍도에도 봄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신선(新鮮)하고 멋을 아는 사람들만이 맞을 수 있는 봄이 오고 있다. - 최기철 <홍도의 자연>
 
* 참다운 지혜(智慧)로 마음을 가다듬은 사람은, 저 人口에 회자(膾炙: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하는 호머의 싯구(詩句) 하나로도, 이 세상의 비애(悲哀)와  공포(恐怖)에서 自由로울 수 있을 것이다. - 이양하 <페이터의 산문>
 
*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恰似)한 것. 가을 바람이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잎, 잎, 조그만 잎. 너의 어린애도, 너의 아유자(阿諛者:남에게 아첨하는 사람)도 너의 원수도, 너를 저주하여 지옥에 떨어뜨리려 하는 자나, 이 세상에 있어 너를 헐고 비웃는 자나, 또는 사후에 큰 이름을 남길 자가, 모두가 다 한 가지로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 그들은 참으로 호머가 말한 바와 같이 봄철을 타고난 것으로, 얼마 아니 하여서는 바람에 불리어 흩어지고, 나무에는 다시 새로운 잎이 돋아나는 것이다. - 이양하 <페이터의 산문>
 
* 세상은 한 큰 도시(都市). 너는 이 도시의 한 시민(市民)으로 이 때까지 살아 왔다. 아,
온 날을 세지 말며, 그 날의 짧음을 한탄(恨歎)하지 말라. 너를 여기서 내보내는 것은, 부정(不正)한 판관이나 폭군(暴君)이 아니요, 너를 여기 데려온 자연이다. 그러니 가라. 배우가,그를 고용한 감독이 명령하는 대로 무대에서 나가듯이. 아직 5막을 다 끝내지 못하였다고 하려느냐?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는 3막으로 극 전체가 끝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자의 상관할 일이요,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기쁨을 가지고 물러가라. 너를 물러가게 하는 것도 혹은 선의(善意)에서 나오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 이양하 <페이터의 산문>
 
* 이 밤을 나는 눈을 못 붙이고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고귀한 것은
한결같이 슬픔 속에서 생산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없이 총명(聰明)해 보이는 내 아들의
잠든 얼굴을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생은 기쁨만도 슬픔만도 아니라는, 그리고 슬픔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淨化)시키고 훌륭한 가치를 창조한다는 나의 신념을 지그시 다지고 있는 것이다.
 "神이여, 거듭하는 슬픔으로 나를 태워 나의 영혼을 정화하소서."
- 유달영 <슬픔에 관하여>
 
* 사람의 一生은 기쁨과 슬픔을 경위(經緯)로 하여 짜 가는 한 조각의 비단일 것 같다.
기쁨만으로 일생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平生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한 듯이 보이는 사람의 흉중(胸中)에도 슬픔이 깃들이며, 슬프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도 기쁜 웃음이 빛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기쁘다 해서 그것에만 도취(陶醉)될 것도 아니며, 슬프다 해서 절망(絶望)만 일삼을 것도 아니다. - 유달영 <슬픔에 관하여>
 
* 나는 지금, 내 책상 앞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다. 고호가 그린 '들에서 돌아오는
農家族'이다.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얇게 무늬지고, 넓은 들에는 추수할 곡식이 그득한데, 젊은 아내는 바구니를 든 채 나귀를 타고, 남편인 農父는 포오크를 메고 그 뒤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生活하는 사람의 世界를 그린 그림 가운데 이보다 더 平和로운 情景을 그린 것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넓은 들 한가운데 마주 서서, 은은한 저녁 종 소리를 들으며 감사의 기도(祈禱)를 드리는 농부 내외의 경건한 모습을 우리는 밀레의 '만종(晩鐘)'에서 보거니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그림은 그 다음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밀레와 고호의 가슴 속에 흐르고 있는 평화 지향의 사상은 마치 한 샘에서 솟아나는 물처럼 구별할 수가 없다. - 유달영 <슬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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