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매화면의 임부칠(88) 어르신이 1년간 화폐 7종을 모아 19만 920원을 기부했다./울진군
 
경북 울진군 매화면의 임부칠(88) 어르신이 1년간 화폐 7종을 모아 19만 920원을 기부했다./울진군

연말을 맞아 대구와 경북에서 주변 이웃을 돕는 기부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이 용돈을 아끼거나 어르신이 한달간 화폐 단위별로 모은 돈을 기탁하는 등 사연도 다양하다.

지난 10일 경북 울진 매화면 사무소에 임부칠(88) 어르신이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봉투에는 19만 920원이 들어있었다. 임씨가 매달 1만 6660원씩 1년간 모은 기부금이었다. 1만원·5000원·1000원권 지폐 3종을 시작으로 500원·100원·50원·10원 등 동전 4종에 이르기까지 현행 화폐를 종류별로 모아 더한 금액이다. 지난 해부터 ‘화폐 종류별 기부’를 시작한 임씨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성금을 못낸 적이 있어 마음이 아팠다”면서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지난 11일 경북 안동 용상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패딩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쓴 아이 2명이 고사리 손에 파란색 돼지 저금통을 들고 찾아왔다. 이주성·주원 형제는 이날 꼬깃꼬깃 접은 지폐와 동전으로 모은 용돈 10만 4600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 용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이주성·이주원 형제가 용돈 10만 4600원을 모은 돼지저금통을 소네 들고 있다./안동시
 
경북 안동시 용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이주성·이주원 형제가 용돈 10만 4600원을 모은 돼지저금통을 소네 들고 있다./안동시

이군 형제와 함께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부모는 마스크 600매를, 손자들의 기부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우리 강아지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서 10만원을 추가로 내놓았다.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름으로 한 기부도 있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3일 “김기호(85)씨가 남편인 故 박찬수 예비역 육군 준장의 명의로 성금 500만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1년 후인 2013년 자신의 노후 자금 1억원을 기부했다. 이듬 해엔 남편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려고 모아둔 1억원을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부부가 모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백승묘 봉덕어린이집 원장도 1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6월 아들인 김민성씨에 이어 100만원을 기부하면서 모자(母子)가 모두 100만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나눔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부한 김기호(왼쪽)씨와 백승묘(오른쪽)씨./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부한 김기호(왼쪽)씨와 백승묘(오른쪽)씨./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날 기부에 동참한 김기호씨와 백승묘씨는 모두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며 “우리의 마음이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스한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