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작할 때 스토리는 잇어지고 한가지 이야기만 하라...
2016년 12월 12일 00시 28분  조회:2644  추천:0  작성자: 죽림
7. 시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스토리가 이어져야 한다
 
강의를 가서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뭐가 생기느냐고? 어떤 사람은 사랑이 생긴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애가 생긴다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사랑이 생기고 애가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질문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뭐가 생길까? 하는 것이 내 질문의 요지다. 굳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이라고 한 것이 함정인 것이다.
 
과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뭐가 생길까? 두말 할 것도 없이 ‘관계’가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생기는 이 관계가 세상살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듯이 시에서도 이 관계란 것이 목숨처럼 중요하다.
 
시에서는 문장과 문장이 만나면 분명히 관계를 가져야한다. 행과 행이 만나도 분명한 관계를 맺어야한다. 연과 연 또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를 가져야한다. 그러니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서로 관계를 갖지 못하는 것은 시가 아니다.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전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시 또한 물처럼 위에서 밑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야한다. 아래서 위로 흐르는 것은 구토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뭔가 부자연스럽고 익숙하지 못한 흐름이다.
 
위에서 밑으로 흐르되 끊어짐이 없이 이어져 흘러야 한다.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관계를 가지면 그 흐름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시를 읽어보면 흐름이 경쾌하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연과 연이 관계를 갖지 못하고 토막토막 나 있는 것이다.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와 그 다음 연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또 ‘마른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와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은 또 어떤 관계가 있는가?
 
다른 연들도 마찬가지다. 이 시는 한 연 한 연의 표현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시의 흐름에서는 실패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연과 연이 전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각각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읽다보면 연과 연 사이에서 콱콱 막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과 연이 토막 나 버리면 시가 물처럼 흘러내리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날마다 배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우리, 민규 왔구나!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이
어느 새 알아보고 말을 하지요
 
날마다 고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아빠, 힘드시죠!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을
다가가서 살짝 안아보지요
 
이성자 동시 -『우리 아빠』전문
 
이 시도 두 가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 시에 속한다. 1연에서 ‘날마다 배추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라고 해놓고 3연에서는 ‘날마다 고추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라고 했다. 그럼 아빠가 둘이라는 이야긴가? 고추밭, 배추밭, 두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날마다 배추 밭에서 일하는
우리 아빠
살금살금 다가가면
둥그렇게 굽은 등이
아빠보다 먼저 반겨주어요
 
-우리, 민규 왔구나!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이
어느 새 알아보고 말을 하지요
 
-아빠, 힘드시죠!
눈도 입도 없는 아빠 등을
다가가서 살짝 안아보지요
 
이렇게 한 가지 이야기만 하면 문제 될게 없다. 욕심이 지나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려다 보면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주제가 흐려지는 그런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몸을 한 번만 굴려도 벽에 닿는 좁은 쪽방에서 할아버지가
내뿜는 시린 콧김을 철없는 바람이 장난치듯 싹싹 채가며
놀고 있습니다
시원찮은 닭이 어쩌다가 알을 낳듯 생기는 라면으로 겨우
겨우 명줄을 이어가는 할아버지
운 좋게 미리 얻어먹는 제삿밥처럼 귀한 밥 한 그릇 생겨
쉬어터진 김치뚜껑도 열지 않은 채 밥 한 숟가락 먼저 입에
퍼 넣은 할아버지
밥아 너 참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만이냐며 빨리 달라고
아우성치는 뱃속과 안 씹히고 그냥은 못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밥이 목구멍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할아버지는 애꿎은 가슴을 치며 눈물만
울컥울컥 흘리고 있습니다
 
신천희 동시 -『쪽방할배』전문
 
문장이 긴 산문시라고 해도 문장과 문장, 행과 행, 연과 연이 관계를 형성하면 이 시처럼 물 흐르듯이 읽혀지게 마련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70 하늘은 시간의 진리가 투사되는 진실의 장소이다... 2017-10-10 0 2404
769 "시계초침이 거꾸로 돌고 돈다"... 2017-10-09 0 2342
768 시창작에서나 시감상에서나 모두 고정관념 틀을 깨버리는것 2017-10-09 0 2297
767 시인은 시를 천연덕스럽게 표현할줄 알아야... 2017-10-09 0 3174
766 난해함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익숙해지기... 2017-10-09 0 3401
765 대추 한알속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 2017-10-09 0 3709
764 "시계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0시의 바깥세계로 날아간다"... 2017-10-09 0 2049
763 "우리 한글이야말로 시를 위한 최적의 언어입니다"... 2017-10-09 0 2235
762 "글자들이 권총을 쏜다"... 2017-10-09 0 2313
761 문학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인간성을 써라... 2017-10-07 0 2358
760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 나타나다... 2017-10-07 0 2099
759 고향에서 들었던 소리가 음악을 낳다... 2017-10-06 0 2076
758 [고향문단소식] - 룡정엔 문사 - 송몽규 고택과 유택이 있다... 2017-10-02 0 2129
757 윤동주 = "병원" =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2017-10-01 0 2513
756 불멸의 시인 - 윤동주와 불멸의 문사 - 송몽규의 판결문 2017-09-30 0 2817
755 윤동주네 기숙사에는 "팔도 사투리"가 욱실욱실하였다... 2017-09-30 0 2055
754 불멸의 문사 - 송몽규를 재다시 알아보기... 2017-09-30 0 3183
753 일본 포스트모던 시인 - 테라야마 슈우시 2017-09-27 0 1868
752 [이런저런] -마광수님, 인젠 님과의 인터뷰를 지옥에가 할가ㅠ 2017-09-26 0 2232
751 글을 개성적으로 쉽게 쓰는데 목표를 두고 열심히 습작하기... 2017-09-26 0 2084
750 마광수님의 "윤동주연구" = 한국 최초 "윤동주 시 장편논문" 2017-09-26 0 1969
749 동시를 "하이퍼"로 써도 됨둥... 아니 됨둥(ㄹ)... 2017-09-24 0 2019
748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요"?!... 2017-09-22 0 2033
747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2017-09-22 0 1894
746 러시아 시인 - 네크라소프 2017-09-22 0 3417
745 마광수님, "창조적 불복종"때문에 저세상 길 택했을가... 2017-09-21 0 2203
744 마광수님, 력사앞에서 님의 "문단유사" 알아보기 2017-09-21 0 2275
743 마광수님, 오늘도 이 시지기-죽림은 님땜에 잠을 설칩니다... 2017-09-21 0 2041
742 "시계란 시계는 다 오후 다섯시였다"... 2017-09-20 0 1897
741 동시를 "하이퍼"로 써도 됨둥... 아니 됨둥(ㄷ)... 2017-09-19 0 2274
740 마광수님, 사라는 "사라"땜에 님께서 등천길 가신걸 알가ㅠ... 2017-09-19 0 2463
739 시가 언어이지만 시인은 그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줄 알아야... 2017-09-19 0 2589
738 시는 메마르고 거친 세상을 뛰여넘는 행위예술이다.. 2017-09-19 0 1975
737 음유시인은 그 누구도 길들일수 없는 짐승이며 악마라고?!... 2017-09-17 0 2044
736 프랑스 음유시인 - 조르주 무스타키 2017-09-17 0 2007
735 반전을 노래한 음유시인- '밥 딜런' 대표곡 2017-09-17 0 3112
734 [시문학소사전] - "음유시가"란?... 2017-09-17 0 3257
733 섬과 파도 2017-09-17 0 2008
732 미국 시인, 환경운동가 - 게리 스나이더 2017-09-17 0 2338
731 시를 쓰는데는 음악과 그림이 아주 많이 도움이 된다... 2017-09-16 0 1928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