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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찾기...
2017년 02월 04일 19시 33분  조회:4101  추천:0  작성자: 죽림

상상을 하면 현실이 된다

전병호

 

 

1

시적 상상력을 정의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그 말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상상력이란 한 편의 훌륭한 시를 빚어내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실을 바라보라결핍되어 있는 것이 너무 많다만약 이 결핍이 채워진다는 상상을 해보라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려보라현실에는 나를 얽어매는 것들이 너무 많다그것들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상상을 펼쳐보라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현실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그것들을 흡족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고쳐보라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라.

 

가질 수 없는 것벗어나고 싶은 것얻을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시인은 항상 마음 속에서 갈등을 느낀다이때 상상 속에서나마 잠시 갈등을 풀어주자나중에는 그것이 정말로 현실로 되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이것이 상상의 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 기간에도 많은 시들이 발표되었다그중에서 낯선 상상력을 펼치는 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창조적 상상이란 인습적 시각을 버렸을 때 얻어질 수 있다그래야 사물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기존의 의미를 버리고 사물을 새로운 의미로 만난다는 것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무가 가지마다/한 잎 두 잎 걸어두었던 신발//뿌리한테 신기려고/한 켤레 두 켤레 내려놓는다.

추필숙나뭇잎 신발」 전문(<오늘의 동시문학> 2013. 여름)

 

 

나뭇잎과 신발의 유사성이 얼마나 높으냐가 이 시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나뭇잎을 신발에 비유하려면 꽤 넓은 잎이어야 한다활엽수 잎이 적당하다그렇다고 해도 나뭇잎과 신발이 딱 맞아떨어지는 비유는 아니다하지만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된다그래서 나뭇잎은 나무의 신발이란 비유를 받아들이고 나니까 신선한 감각이 느껴진다새롭다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뿌리한테 신발을 신기려고 내려놓은 것이다.왜 신발을 신기려고 했을까아마도 날이 추워지니까 나무가 발 시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른다이 시는 이렇게 나뭇잎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호박꽃도가렵나?//꿀벌이/꽃 속에서/노란 귓밥/들고 나온다.//농부 말 잘 듣겠다.

오윤정호박꽃」 전문(<시와 동화> 2013. 여름호)

 

 

농촌에서 나고 자란 어른들은 호박꽃에 대한 추억이 많다그중 하나가 호박꽃에 벌이 들어가면 꽃잎 끝을 모아 잡고 꽃을 따는 일이었다이 호박꽃을 햇빛에 비춰보거나 귀에 대고 벌이 날갯짓하는 소리를 들으면 갖은 상상이 다 떠올랐다호박꽃이 노래한다고도 했고 호박꽃 태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호박꽃에 대한 이런 추억을 갖고 있는 필자는 지금도 호박꽃이 다른 식으로 표현이 잘 안 된다그런데 이 시는 꿀벌이 호박꽃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귓밥을 파는 것으로 표현했다이색적인 상상력이다그러니까 낯선 느낌으로 읽는 시가 되었다귓밥을 파내는 행위가 농부 말 잘 듣겠다.”라는 구절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농부가 하는 말이란 듣지 않아도 안다열매를 잘 맺으라고 했을 것이다그러니까 호박이 잘 달릴 거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쏘니까 날아갈 수밖에요 난 폭탄이니까요//한참 날아가다 깜짝 놀라 멈칫 했어요//정부군 버스 안에 아이들이 한 가득//정부군 탱크 옆에 아이들이 한 가득//방패가 된 아이들 해바라기로 피었어요//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어요//그냥 공중에서 쾅 울어버렸어요.

이병승미사일」 전문(<오늘의 동시문학> 2013. 여름)

 

 

이 시 끝에 시리아 독재 정부는 반정부군의 폭격을 막기 위해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방패로 삼았다라는 주를 달아놓았다시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지만 그걸 알면서도 시인이 주를 달아 놓은 것은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었다는 이야기다시인은 시리아 독재정부를 고발한다. “정부군 버스 안에 아이들이 한 가득//정부군 탱크 옆에 아이들이 한 가득에서 보듯 시리아 독재 정부는 어린이들을 전쟁 방패로 삼고 있다비열한 짓이다그러니 폭탄인들 어찌 무심하겠는가그냥 공중에서 쾅 울어버릴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폭탄이 터졌어요라고 하지 않고 울어버렸어요라고 쓴 시인의 마음에 크게 공감한다시리아 독재정부가 어린이를 전쟁의 방패로 삼는 일은 전 세계가 나서서 규탄해야 할 일이다동시인동화작가가 어찌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있을 것인가비록 지구 저쪽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일 일이다.

 

이 시는 몇 가지 시적 장치를 숨겨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폭탄을 의인화했다는 것폭탄에 투사된 시인의 복잡한 마음을 의식의 흐름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한 행으로 한 연을 구성하고 시 끝에만 마침표를 찍어 시적 긴장감을 높였다는 점현실에 대한 발언이 국경을 넘는 어린이의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종교적 상상력의 발휘해서 색다른 감동을 주는 시도 있다.

 

 

하나///·/·//가부좌/틀고 앉아//아무나/징검징검/밟고 다녀도/묵묵히/머리를 내미는/물 속/부처님

박방희징검돌」 전문(<열린아동문학> 2013. 여름)

 

 

징검돌은 개울을 건너기 위해 건너뛸 수 있는 너비만큼 떨어져 놓은 큰 돌이다이제까지 징검다리를 소재로 쓴 시는 많다하지만 박방희 시인에 의하니까 징검돌이 부처님 머리란다그것도 아무나 밟고 다니도록 물속에 앉아 가부좌한 부처님 머리라는 것이다그렇다면 중생들은 이제까지 부처님 머리를 밟고 다닌 것이 아닌가높고 귀한 부처님의 머리를 밟고 다녔다니 이처럼 불경스러울 수가 있는가하지만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중생들을 위해 공양하고 계셨던 것이다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는가.

 

 

소나기가/세례를 줍니다//떡잎 배추/벌레 먹은 배추/앉은뱅이 배추//줄 선 배추에게/골고루 줍니다//배추밭이 살아납니다

김이삭배추」 전문(<시와 동화> 2013여름)

 

 

배추는 천주교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시다핵심 단어는 세례이다세례는 죄를 씻기 위한 종교 의식이다그렇다면 떡잎 배추/벌레 먹은 배추/앉은뱅이 배추는 무엇을 말하는가이 세상 사느라고 죄 많이 짓고 버림받은 영혼들이다이들이 줄을 서서 세례를 받는단다그러니까 마치 종교의식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축 늘어진 배추가 소나기를 맞고 푸르게 되살아나는 모습을 종교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시다배추밭에 소나기 오는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그것을 세례 받는 것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김이삭 시인뿐이다새롭다남들과 차별되는 독특한 상상력을 가진 시인이다.

 

다음 시는 또 다른 낯선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은 가족놀이 닷컴에서/언니를 주문했어요//말도 잘하고/나를 데리고 백화점에도 가는/내 친구 희수 언니처럼/그런 똑똑한 언니로요//한참을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언제 내 방에 들어왔을까요/우리 언니,/두 눈에 눈물 그렁그렁 달고/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네요//-언니미안해!/사과는 했지만/가슴이 두근두근/얼굴이 화끈화끈//우리 언니는 지체장애 2급이에요.

이성자언니미안해」 전문(<열린아동문학> 2013. 여름)

 

 

가족놀이 닷컴에서 언니를 주문하다니미래의 어느 날에 일어날 일을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것 같다정말이다미래의 어느 날에는 언니를 주문하게 될까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세상이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한다한편으로 이 시는 어린이들이 즐겨하는 게임 속의 세계를 시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이 시가 제기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자기에게 도움이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존재마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언니미안해” 하고 시적화자가 사과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이런 일이 재발될 거라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더라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요 장애우에 대한 사랑임을 이 시는 역설하고 있다.

 

 

간장종지 나는/사발과 대접 사이큰접시작은접시,/보시개와 뚝배기 사이에서//젤 키작고/쬐그많지만/상차림 한 가운데가 내 자리야.//내가 간장을 담았거든/밥그릇에 갔던 숟가락국그릇 갔던 숟가락이//굽신거리며 다녀가지,/부지런히 다녀가./“에헴!”//젓가락이 부침개 하나 집고/다녀가지/콩나물 하나 집고도/다녀가지.//뽐내지 않을 수 없지./“에헴 에헴!”/나는 키 작은 임금이야!

신현득키 작은 임금」 전문(<어린이책 이야기> 2013. 여름)

 

 

간장종지의 재발견이 이 시를 쓰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간장종지는 자신의 말 대로 젤 키작고/쬐그많.큰 접시작은 접시보시개뚝배기와 비교하면 간장종지의 존재는 더 왜소하게 느껴진다하지만 상차림 한 가운데가 내 자리라거나 간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숟가락젓가락이 굽신거리며 다녀간다는 사실의 발견이 간장종지에게 높은 수준의 자신감과 존재감을 안겨주고 있다시인이 발견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그렇다면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쪼그맣고 볼품없는 간장종지에 대한 재발견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소소한 사물도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인의 따듯하고 배려 깊은 마음 때문이다시를 읽는 것은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갖고 있는 시인은 시인으로서 참 행복할 것 같다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독특한 눈을 갖고 있다는 말과 같다그것은 남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말도 된다시인으로서 이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한무숙의 육필
문학가 한무숙의 육필

아들 용기 영전에 내놓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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