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란 "자기자신이 만든 세계를 깨부시는" 힘든 작업이다...
2017년 02월 11일 12시 51분  조회:2507  추천:0  작성자: 죽림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자유시에도 운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형시뿐만 아니라 자유시의 경우도 각운rhyme에 의해 시의 음악성이 강조된다. 
각운은 흔히 낱말의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소리가 반복되는 현상, 
한국어의 낱말은 일반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각운은 초성이 반복되면 두운alliteration, 중성이 반복되면 요운internal rhyme, 
종성이 반복되면 말운rhyme이 된다. 
각운이란 말은 운율을 맞춘다는 의미와 머리, 허리, 다리에서 다리가 되는 운, 
곧 말운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각운은 광의로 두운, 요운, 말운을 포함하고 협의로는 말운에 해당한다. 
물론 각운은 낱말과 낱말 사이에도 적용되고 시행과 시행 사이에도 적용된다. 
다음은 낱말과 시행 양자에 걸쳐 두운이 나타나는 경우.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리나 가고도 싶은 

맘이라고나 하려볼까 


- 김소월 <천리만리> 




먼저 낱말의 경우 1행에는 "말리지 / 못할 / 만치 / 몸부림치며"에서 알 수 있듯이 
네 낱말의 머리에 "ㅁ"이 반복되는 두운 현상이 나타난다. 
"만치"를 독립된 낱말로 읽지 않는 경우 1행은 "못할 만치 / 몸부림치며"가 되고 이 때는 "못할 / 몸부림"의 두운 현상 "-만치 / -림치며"의 요운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1행의 첫소리, 2행의 첫소리, 3행의 첫소리는 모두 ㅁ으로 시작되는 두운 효과를 준다. 
문제는 말운이고, 정형시의 경우도 우리시에는 말운 현상은 없고 운 대신 형태소나 낱말이 반복된다. 
윤동주의 대표작 <서시>가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은 무슨 사상의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음악성 때문이고, 
그것도 두운과 요운 현상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중략)......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먼저 "하늘을 우러러"가 문제이다. "하늘을 우러러"란 무슨 뜻인가? 
정확하게 표기하면 "하늘을 쳐다보며"이거나 "하늘을 공경하며"이다. 
그러나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라고 표현한다. 
"쳐다보며". "공경하며"가 아니라 "우러러"라고 표기한 것은 무엇보다 요운의 효과 때문이다. 
"하늘을 / 우러러"의 경우 "-ㄹ-/ -ㄹ-"이 반복되므로써 요운 현상이 나타나고.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며"나 "하늘을 공경하며"가 단순한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표기는 미적 효과를 목표로 하고 시가 예술일 수 있는 것은 이런 미적 책략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 점"도 문제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이라고 말하지는 않고 " 
결코 부끄럼이 없기를" 혹은 "죽어도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라고 말한다. 
혹시 일부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는 식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서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말에는 시간을 알리는 경우나 점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 점"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것도 한 점 부끄러움이라니? 
그렇다면 두 점 부끄러움도 있고 세 점 부끄러움도 있단 말인가? 
이런 표기는 앞에 나온 "하늘"과 관계되는 바. 
두 낱말 모두 첫 소리가 ㅎ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두운 효과가 있다. 
요운 현상은 2행 "부끄럼이 없기를"에도 나타난다. 
"-ㄲ-/-ㄱ-"의 반복이 그렇다. ㄲ과 ㄱ은 다르지만 이 시행이 경우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이 아름다운 것 역시 "-밤-/-별-/-바람-"의 요운 현상 때문이다. 
결국 윤동주의 <서시>는 사상이 아니라 소리 효과, 음악성, 
그것도 섬세한 운의 효과가 감동을 주고 그의 시가 명시인 것은 이런 예술성 때문이다. 

우리시에는 정형시든 자유시든 말운 현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각 시행의 끝이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로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운은 아니지만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가 음으로써 미적 효과를 낳는 경우는 많다. 
엄격하게 정의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각운rhyme은 각 시행의 끝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이고, 
따라서 협의로는 말운을 뜻한다. 
그러므로 두운 역시 각 시행의 첫 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위에 인용한 두 편의 시 가운데 김소월의 시가 두운 현상에 적합하고 
윤동주의 경우는 변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운 현상 역시 각 시행 중간에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경우이고 
한 시행 속에 나오는 경우는 요운의 변형, 
혹은 자음조화consonance나 모음조화assonance로 읽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말하자면 "팔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는 자음조화, 
"마치 천리 만리나"는 모음조화로 읽을 수 있다. 
우리시의 경우 각 시행이 끝이 같은 소리가 오는 이른바 말운 현상은 없지만 비슷한 소리(?)가 오는 경우는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듯 눈엔 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말운의 정확한 보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의 미적 효과는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소리가 오기 때문이다. 
1행, 3행, 7행은 "끝없는 / 뻔질한 / 끝없는"의 ㄴ소리가 반복되고 
2행, 4행, 8행은 "-네 / -네"의 같은 모음이 반복되고 
5행, 6행,은 "듯 / 곳"의 ㅅ소리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런 소리의 반복은 말운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의 경우 각 소리들은 각 낱말의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가 아니라 
낱말이거나 어미 활용에 속하고(끝없는, 흐르네,인 듯) 
굳이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를 찾자면 "곳"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ㅅ소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소리는 운이 아니라 
"곳"이라는 낱말의 반복이기 때문에 말운이 아니다. 
여컨대 우리시의 경우 말운이 아니라 같은 어미나 낱말이 반복되고 이런 반복이 미적 효과를 준다. 

/이승훈
=========================================================================

 

 

 

망치
―유병록(1982∼ )

여기 망치가 있다
쇠를 두드려 장미꽃을, 얼음을 두들겨 태양을,
무덤을 내리쳐 도시를 만든

망치는 무엇이든 만들어내지만

함부로 뭉개진 얼굴
눈이 감기고 귀가 잘리고 입이 틀어 막힌
둔기의 윤리

괜찮소 누구나 귀머거리가 되니까 누구든 벙어리
가 되니까 언젠가 숨 쉬지 않는 자가 될 테니

 

 

없는 눈을 감은 채
망치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힘껏 내리친다

그의 사랑은 어차피 한 가지 방식뿐이니까

장미꽃을 두드려 겨울을, 태양을 두들겨 밤을,
도시를 내리쳐 무덤을 만드는
둔기의 본분



요새는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딸과 망치질 한 번 시키지 않고 키운 아들이 많으니 망치 없는 집도 있을 테다. 망치는 나무 손잡이에 쇠머리가 달린 공구다. 전에는 집집마다 망치를 하나쯤 갖추고 있었는데, 못을 박거나 호두를 깨먹는 데 사용했다. ‘쇠를 두드려 장미꽃을’ 만드는 세공용 망치부터 ‘얼음을 두들겨 태양을, 무덤을 내리쳐 도시를’ 만드는 거대한 망치까지 ‘망치는 무엇이든지 만들어내지만’, ‘자신이 만든 세계를 힘껏’ 내리치기도 한단다. 
 

 

“어떻게 한 숨결에서 뜨거운 숨과 찬 숨이 동시에 나올 수 있는 거냐!”(엘러리 퀸 장편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에서) 그것이 망치다. ‘함부로 뭉개진 얼굴/눈이 감기고 귀가 잘리고 입이 틀어 막힌’ 망치. 감정이 없으니 표정이 있을 리 없는 얼굴로 옹골차게 목표물을 가격할 따름. 그런 냉혹함과 완강함, 망치의 ‘윤리’와 ‘본분’으로 인류 문명이 이루어졌을 테다. 시인은 사물 망치를 빌려 인간을 말한다. 용도에 따라 이기(利器)도 되고 흉기도 되는 망치. 건설도 하고 파괴도 하는 인간 망치!

못 하나 박을 때도 망치를 잘못 휘두르면 다친다. 제대로 망치질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망치와 호흡을 맞춰 한 지점을 향해 정확하고 강하게 힘을 날리는, 기하학을 아우르는 그 감각! 망치를 들어 올려 내리치기까지의 부드럽고 힘찬 율동, 그리고 일격, 일격의 리드미컬한 망치 소리! ‘여기 망치가 있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50 시와 이미지는 쌍둥이 2017-02-19 0 2103
249 "자화상"으로 보는 낯설음의 미학 2017-02-19 0 2526
248 사랑의 서정시에서 사랑을 풀다... 2017-02-18 0 2518
247 "아리랑꽃" 우리의 것과, 타민족 타지역의 것과, 가슴 넓히기... 2017-02-18 0 2299
246 "매돌"과 "한복"을 넘어서 우주를 보여주다... 2017-02-18 0 2544
245 서정시, 낯설게 하기와 보기 2017-02-18 0 4125
244 시인은 언어라는 무기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수 있다... 2017-02-18 0 2660
243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기괴하다" = "괴기하다" 2017-02-18 0 4899
242 [시문학소사전] - "르네상스"란?... 2017-02-18 0 2372
24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함께하다"의 띄여쓰기는?...(우리 중국 조선어문 문법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2017-02-18 0 2517
240 백명의 시민, 백년의 시인을 노래하다... 2017-02-17 0 2601
239 시조 한수는 마흔 다섯자안팎의 언어로 구성돼 있다... 2017-02-17 0 2719
238 시조문학의 지평선을 더 넓히자... 2017-02-16 0 2984
237 저기 폐지수레 끄는 할배할매들이 저희들의 친지입니다... 2017-02-15 0 2644
236 현대시 100년 "애송 동시" 한 달구지 2017-02-15 0 3876
235 "부끄럼"은 완숙된 시에서 우러나온 맛이다... 2017-02-15 0 2637
234 시는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몸을 찢고 태여나는 결과물이다 2017-02-15 0 2348
233 아일랜드 시인 - 사뮈엘 베케트 2017-02-14 0 3688
232 국어 공부 다시 하자, 시인들을 위하여!... 2017-02-14 0 2489
231 미국 신문 편집인, 발행인 - 퓨리처 2017-02-14 0 3878
230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방방곳곳"이냐? "방방곡곡"이냐!... 2017-02-13 0 4046
229 시작에서 좋지 못한 버릇에 길들면 고치기가 힘들다... 2017-02-13 0 2703
228 방방곡곡으로 못가지만 시로써 아무 곳이나 다 갈수 있다... 2017-02-13 0 2904
227 당신의 도시는 시속에 있어요... 친구의 시인이여!... 2017-02-13 0 2587
226 추천합니다, 노벨문학상 관련된 책 50 2017-02-13 0 2507
225 저항시인 윤동주에게 "명예졸업장"을... 2017-02-13 0 2437
224 동요동시 대문을 열려면 "열려라 참깨야"라는 키를 가져야... 2017-02-11 0 3209
223 동시를 낳고싶을 때에는 동시산실에 가 지도를 받으라... 2017-02-11 0 2361
222 동시인이 되고싶을 때에는 그 누구인가의 도움을 받고싶다... 2017-02-11 0 2707
221 상(賞)에 대한 단상 2017-02-11 0 2414
220 젊은 조선족 문학도 여러분들에게... 2017-02-11 1 3163
219 시란 "자기자신이 만든 세계를 깨부시는" 힘든 작업이다... 2017-02-11 0 2507
218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 우리 애들도 발음 좀 정확히... 2017-02-10 0 2713
217 시와 삶과 리듬과 "8복" 등은 모두모두 반복의 련속이다... 2017-02-10 0 2369
216 혁명이 사라진 시대, 혁명을 말하는것이 어색한 시대... 2017-02-09 0 3005
215 세계 47개 언어로 엮어서 만든 "인터내셔널가" 2017-02-09 0 2733
214 시인 백석 한반도근대번역문학사에 한획을 긋다... 2017-02-09 1 3548
213 불후의 명곡 "카츄샤"는 세계만방에 울러 퍼지다... 2017-02-09 0 3577
212 "카츄샤"는 떠나갔어도 "카츄샤"의 노래는 오늘도 불린다... 2017-02-09 0 3996
211 시의 형태는 시가 담겨지는 그릇과 같다... 2017-02-09 0 2421
‹처음  이전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