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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에 대한 단상 이시환(시인/문학평론가)
상이란 선행(善行) 능력(能力) 공적(功績) 등을 평가(評價) 인정(認定)하고, 칭찬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다중(多衆)에게 장려할 목적에서 증서(證書:상장 상패) 물품(物品→賞品) 금전(金錢→賞金) 자격[직책(職責)・직위(職位)] 등을 주는 일이다. 따라서 상에는 주는 쪽[授與者]과 받는 쪽[受賞者]과 지켜보는 쪽[觀衆] 등 3자가 전제된다. 상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은 공히 국가(國家)・기구(機構)・집단(集團)・단체(團體)・개인(個人) 등이 될 수 있으며, 지켜보는 쪽은 이들 조직(組織)의 구성원들이 된다.
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체적인 평가 대상에 대하여 평가하여 그 최종결과를 내놓는 과정의 절차(節次)와 방법(方法)에 있다. 바로 이 부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개는 전문가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그들이 내놓는 결과에 대해서 관중들은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나[바로 이 점 때문에 상업주의와의 결탁과 심사과정의 속임수까지 자행된다]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 따라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은 의당 공정성(公正性)과 합리성(合理性)과 객관성(客觀性) 위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합리적인 절차를 밟는 듯하고 공정한 심사를 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속은 고사하고 겉보기에서조차 기본적인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내가 문학을 하는 사람이므로 우리 문단사회에서 흔히 주고받는 ‘문학상’을 가지고 설명해 보겠다.
보통은, 상의 객관적 신뢰도를 높여 그 권위를 인정받으려는 전제하에서 ‘~문학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에서 독자적으로 홍보하고 수상후보자(작)들을 직접 추천하거나 받고, 또 심사・심의하여 최종 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그 위원회에서 후보자(작) ‘추천위원’을 위촉・임명하고, 그들로부터 정해진 ‘서식(書式)’에 의해서 수상자 후보자(작)들을 추천받는다. 그런 후에 별도의 ‘심사위원’을 위촉・임명하여 심사・심의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추천 및 삼사위원을 분리해서 둔다는 뜻이다. 또 다른 경우에는, 상을 주는 쪽에서 수상자(작)를 내정해 놓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심사위원이라 하여 소집한 후에 설명하고 그들로 하여금 심사평이나 적당히 쓰게 하고 그 이름이나 빌려서 올리기도 한다.
결국, 어떠한 방식을 취하든, 심사위원들은 비교적 전문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수상자(작)를 전혀 알지도 못하거나 읽어보지도 않은 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수상후보자(작)들을 압축하고 압축하여서 최종 1인으로 결정하는 과정에 심사위원 간 이견(異見)이 있을 때에는 심사위원 모두가 후보작들을 다 읽어보고 재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도 못했고 해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추천 및 심사위원을 두고 수상자(작)를 공정하게 심사・심의한다고 할 때에 근원적인 한계는 없는가? 물론, 있다. 추천위원들의 출판된 문학도서에 대한 정보력과 독서량과 이해도[분석력], 작품의 가치나 작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서식의 신뢰도, 심사위원의 문학적 안목과 심사 과정의 정성[양심], 수여자 내지는 위원회 위원장의 개인적인 의중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문학상은 훌륭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를 발굴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작가에게는 창작의욕을 북돋아주고 명예를 안겨 주는, 좋은 쪽의 기능도 있지만 관중[독자]들에게는 작가나 작품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는 좋지 못한 기능도 있다. 그래서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상이란 주는 쪽과 받는 쪽 공히 영광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상의 객관적 신뢰도와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상금을 높이고,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심사위원들을 동원하려는 쪽으로 노력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보다는 후보자(작) 추천기준과 범위 및 이유, 심사방법과 과정, 추천 및 심사위원들의 명단, 수상자(작) 최종 결정 사유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동시에 추천 및 심사 과정에 동원된 사람들을 제외한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이 덧붙여진다면 더욱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잡지에 수상자(작)와 그 작가 작품에 대한 문학평론가들의 분석적인 평문들이 특집으로 꾸며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이 그 작가 작품세계가 있는 그대로 조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의 진정한 권위와 의미가 부여될 줄로 믿는다.
따라서 상의 겉치레만 요란스럽게 치장할 것이 아니라 그 속을 맑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쪽으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로 그 노력이야말로 문학적 진실에 가까워지게 할 뿐 아니라 그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절차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5. 12. 23.
*나는 2015년 12월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최 제35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평론가상’을 장석용 동 협의회 회장과 이유식 원로문학평론가, 심종숙 문학평론가 등의 심사위원의 추천으로 받게 되었음을 알고 있다. 상장의 내용으로 보아 내가 쓴 최근의 특정 예술평론에 제한하여 준 것이 아니라 그간의 평론활동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에 대해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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