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리백은 술 한말에 백편의 시를 못썼다?... 썼다!...
2017년 05월 02일 00시 21분  조회:3792  추천:0  작성자: 죽림

 

(能飮一杯無) 
ㅡ누구 술 한잔 할 이 없는가?

 


술과 함께 떠나는 한시 여행
이백, 술 한말에 시 백편
술은 삶의 열정과 초탈의 묘약

 

 

이철성  우리술문화원 향음 이사, 전 JP모간 상임고문

 

 

 

..시작하며...

이 칼럼의 소제(小題)인 '能飮一杯無'는 "술 한잔 하실래요? 정도의 뜻이다. 

백거이의  '問劉十九'라는 시의 마지막 구에 나오는 표현으로, 술이 보글보글 익어 가는데 마침 눈 까지 내릴 것 같으니 친구와 술 한잔 하고픈 생각이 간절해서 던진 말이다. 중국 사람들이 참으로 애용하는 시 구절이기도 하다. 앞으로 연재되는 글의 말미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면서 암송하기 쉬운 시 한 편씩을 골라 발음과 함께 소개해 볼까 한다. 필자의 중국생활 경험에 비추어 중국인들과 친분관계를 쌓아가는 데는 시 한 수로 교감을 나누는 것 이상 손쉬운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우연히 나눈 시 한수의 정담이 꼬여가던 중국 사업을 술술 풀어가게 하는 묘약이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춤(舞), 노래(歌), 시(詩), 그리고 술(酒)... 
우리 인류의 삶의 모습에 관한 기록이 남겨지기 시작한 이래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되어 온 친숙한 단어들일 것이다. 춤과 시가(詩歌)는 인류의 초기부터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원초적인 감정 교류의 수단이었고, 술은 그 감정의 폭을 넓고 깊게 하는 촉매제로서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리라.

 

이 네 가지 요소는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면서 각기 발전해 오기도 했지만, 때로 각 요소끼리 이리 저리 붙어서 서로의 가치를 높여 왔다. 시와 술의 관계가 특히 그러하다.

 

중국에 '인간관계는 시(詩)와 술(酒)과 차(茶)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차(茶)가 냉정과 이성과 현실을  담아낸다면 술(酒)은 열정과 초탈과 예술세계를, 시(詩)는 이 모든 것을 버무려 담아내는 용광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은 아닐까.

 

'술이 없었다면 이백의 시도 없었다'

중국의 시를 살펴보면 예나 지금이나 술과 관련된 시(飮酒詩)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중국 성당(盛唐) 시기의 주선(酒仙)으로 불리는  이백(李白)이 지은 1,100여 수의 시중 170여 수가,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두보(杜甫)의 시 1,400여 수 중 300여 수가 술을 소재로 삼았다. 이백의 경우 술을 마시면서 시상(詩想)에 겨워 쓴 시 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그의 모든 시가 음주시라 할 것이다.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그가 술을 먹지 아니하고 맨 정신으로 지낸 시기는 당 현종 때 2년 남짓 한림공봉(翰林供捧, 일종의 황제의 藝人)의 직책을 수행하던 기간, 그것도 현종을 알현할 때의 극히 짧은 시간에 그쳤다고 한다.  

 

두보가 지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를 보면 이백의 음주 행태가 눈에 선히 그려진다. 성당(盛唐) 시기에 유명했던 酒仙 8인(李白, 賀知章, 李適之, 李璡, 崔宗之, 蘇晉, 張旭, 焦遂)의 술 실력에 대해 묘사를 하고 있는 이 시는 특히 이백에 대해 가장 긴 문장을 할애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백은 술 한 말에 백 편의 시를 쓰고 
장안 저잣거리 술집에서 잠들기 일쑤며 
천자가 불러도 술에 취해 배에 오르지 못하니 
스스로 일컫기를 술의 신선이라 했다네"

 

李白一斗詩百篇 
長安市上酒家眠 
天子呼來不上船 
自稱臣是酒中仙

 

한 말의 술에 시 백편이 쏟아져 나오고, 당 현종이 불러도 강 건너 저잣거리에서 술을 퍼 마시다가 취한 상태에서 의관을 겨우 갖추고 현종 앞에 허겁지겁 나타나는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진다. 어디 이백과 두보  뿐이랴. 도연명, 백거이, 소동파 등 중국의 시사(詩史)에서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인생 역시 술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떼어내고 싶어도 그리 할 수 없는 술이란 존재는 도대체 어떻게 인간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백주 시조 의적·두강, 후세엔 상표권 다툼

사실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머루와 같은 과일이 자연적으로 발효하여 알코올을 함유하는 액체가 된 것은 오히려 인류의 탄생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었을 것이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맛있게 마시는 과일주의 초기 형태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술의 발전사를 크게 자연 발효 단계, 인공적 발효 단계, 증류 단계의 세 단계로 나누어 본다면 그 첫 번째인 자연발효단계는 이와 같이 이미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저절로 발효된 술을 인류 중 누가 처음 발견하고 마시기 좋은 형태로 제조하기 시작하였는지도 궁금한 일이다.

 

어느 나라에나 술의 기원에 관한 설화가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夏나라 禹王 시기 의적(仪狄)이란 사람에게 술 발명의 공을 돌리기를 좋아한다. "옛날에 제녀(帝女)가 의적으로 하여금 좋은 술을 만들게 하여 우(禹) 임금에게 받쳤으며 우임금이 이를 달게 마셨다.", "우 임금이 이를 달게 마시고 뒷날 술로서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의적을 멀리 했다" 등등의 얘기가 «世本», «吕氏春秋», «战国策» 등에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의 얘기다.

 

허난성(河南省) 핑딩산(平頂山)의 바오펑현(宝丰县)에 생산되는 바오펑주(宝丰酒)라는 술이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옛날 의적의 설화가 전개된 곳이 자기네 고장이라며 이 술이 의적의 대를 잇는 적통주 라고 주장한다. 이 술을 생산하는 공장의 정문에는 의적의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오늘날 술의 이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杜康"을 중국 술의 시조라고 보는 주장도 많다. 두강(杜康)은 中厦시기 사람으로, 먹다 남은 밥을 주먹밥으로 만들어 뽕나무의 구멍 속에 넣어 두었는데 며칠 지나 우연히 술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 이것이 두강주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강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世本》, 《吕氏春秋》, 《战国策》, 《說文解字》 등과 같은 고서에 다수 기록되어 있는 만큼 실존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두강주는 중국의 한시에도 자주 등장한다. 위나라의 武帝였던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에는 "무엇으로 근심을 풀까, 오직 두강이 있을 뿐이네 (何以解憂, 唯有杜康)" 라는 구절이 나온다. 또 진대(晋代)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시인 완적(阮藉)은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즐겁지 아니하고 오로지 두강주만이 중하도다 (不樂仕宦,惟重杜康)"라며 두강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또 시성(詩聖)인 두보(杜甫)는 '題張氏隱居'에서 "봄풀에는 사슴들이 울어대고 두강주는 권하기 바쁘다(春草鹿呦呦 杜酒偏勞勸)"라고 두강주 마시는 즐거움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들이 다투어 두강을 찬미하였기 때문일까. 중국내의 이런 저런 지역(陝西省의 白水懸, 河南省의 汝陽縣 및 伊川縣등) 양조회사들은 자기네 술이 적통 두강주라 서로 주장하며 상표권 분쟁도 불사하고 있다. 
  
시 속에 술 이름이 처음 들어간 예는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서 찾을 수 있다.  詩經의 《豳风.七月》에는 "為此春酒,以介眉壽"。冬天酿酒,經春始成,名爲"春酒"。즉 "여기 봄에 빚은 술로 장수(長壽)를 축하하다. 봄에 술을 빚고 봄을 지나 숙성하니 이것이 춘주다."라 하여 지금까지 특정 술의 명칭으로, 때로는 일반 명사처럼 쓰이기도 하는 춘주(春酒)가 이미 2000여 년 전에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상에서 인류의 역사를 같이 하는 술의 기원과 시와 술의 관계, 전설과 시로부터 탄생하게 된 전통 명주 등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 회 부터는 1000여 년 전의 기라성 같은 중국 시인들과 함께 음주시의 세계를 여행해 보기로 하자. 술을 인생철학의 경지로 승화시키며 자연과 함께 무위의 생활을 한 도연명, 술을 인생과 시의 소재로 삼고 호방 표일한 술 속의 삶을 살았던 이백, 술을 벗 삼으면서도 냉철한 이성으로 엄격한 시 미학세계를 구축했던 두보, 스스로 술을 담고 음식을 개발하며 불우했던 긴 기간을 백성과 함께 하였던 소동파 등이 우리 여행의 반려자가 될 것이다. 이 여행을 통해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하는 여유를, 회재불우(懷才不遇)의 한을, 때로 인생 득의의 달콤한 감격을 느끼면서 우리네 고단한 인생살이를 술 한잔 시 한수로 위로받을 수 있다면 이 이상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두강의 양조도 ( 출처 : 바이두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97 [그것이 알고싶다] - 초(秒)?... 2018-02-22 0 3369
1996 [동네방네] - 동계올림픽과 20년만에 공동 금메달 2018-02-22 0 5426
1995 [이런저런] - 올림픽과 "찰나"와 시간의 의미 2018-02-22 0 3423
1994 [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1000분의 1초"와 금메달 2018-02-22 0 3987
1993 [이모저모] - 올림픽과 "0.01초"와 "짧은 다리" 2018-02-22 0 3563
1992 [그것이 알고싶다] - 문화재보호, 남의 일 아니다... 2018-02-22 0 4941
1991 [그것이 알고싶다] - 지진, 남의 일 아니다... 2018-02-22 0 5742
1990 [이모저모] - 력사는 력사다...2 2018-02-21 0 3644
1989 [이모저모] - 력사는 력사다... 2018-02-21 0 5205
1988 [그때 그사람] - 중국 축구계에서 최은택감독을 잊을수 없다... 2018-02-21 0 3470
1987 [그것이 알고싶다] - "바위지도"?... 2018-02-21 0 5456
1986 [그것이 알고싶다] - 얼굴그림그리기와 아이들 심리... 2018-02-21 0 3677
1985 [쉼터] - 손 잃고 손을 그리는 사람, 발로 손을 그리는 사람... 2018-02-20 0 6022
1984 [동네방네] - 요지경이들 기상천외한 화장법 2018-02-20 0 5429
1983 중국 청나라 문인 - 원매(袁枚) 2018-02-20 0 5471
1982 [이런저런] - "가족려행용차" 한대 살가말가... 2018-02-20 0 4619
198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우리 연변지역에 늑대가 있는감?... 2018-02-20 0 4504
1980 [쉼터] - 30년 고민해 쓴 두 글자... 2018-02-20 0 5106
1979 [그것이 알고싶다] - "떡국"?... 2018-02-20 0 3850
1978 [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진행형... 2018-02-20 0 4913
1977 [그것이 알고싶다] - 록색...? 갈색...? 2018-02-20 0 5154
1976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또... 2018-02-20 0 5802
1975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 2018-02-20 0 5060
1974 [그것이 알고싶다] - 거미야, 나와 놀쟈... 2018-02-20 0 5462
1973 [쉼터] - 도마배암아, 나와 놀쟈... 2018-02-20 0 5071
1972 [그것이 알고싶다] - "신정"? 양력설, "구정"? 음력설, 춘절... 2018-02-20 0 5265
1971 [그것이 알고싶다] - 윤년?, 윤달?... 2018-02-20 0 5179
1970 [그것이 알고싶다] - 신화, 전설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 2018-02-19 0 4546
196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독수리 서식,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5242
1968 [쉼터] - 오너라 봄아... 봄아 오너라... 2018-02-19 0 4956
196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자연서식환경,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4994
1966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도 "옥수수대들불축제"가 있었으면... 2018-02-19 0 4902
196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대곰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 2018-02-19 0 4771
1964 [쉼터] - 어디 한번 "고래사냥" 떠나볼가... 2018-02-18 0 5301
196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동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8 0 5604
1962 [토깨비방망이] - "똑" 잘라갔다... "뚝" 붙잡히다... 2018-02-18 0 3566
1961 [쉼터] - 최대한 "0"으로 살아가자... 2018-02-18 0 3416
1960 "아직 다섯수레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 방에 들지 말라"... 2018-02-18 0 4948
1959 [이런저런] - 맹장 수술 받고도 썰매 타다니... 2018-02-18 0 5523
195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까치야, 까치야, 네가 "유해조"라고? 2018-02-15 0 4633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