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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인공지능이 시를 쓰든 말든 신경쓰지 말고 시를 쓰라...
2017년 05월 28일 04시 06분  조회:2571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 시대의 시

                           /정익진

 

 

 

시인은 시를 쓰면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한 편의 시와 다섯

 

 

 

사이보그 목소리 너희를 4인칭이라 부르고 싶다
인간을 앞질러가는 휴머니스트
테크놀로지가 만든 귓속말은 언제나 친절하다

 

   취사 완료 음성이 들리면 전기밥솥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 저녁 6시 앞치

마에 꽃이 핀다 내비게이션 속 여성에게 속도를 통제당하는 남자, 저녁 6시

의 자동차에는 붉은 노을이 핀다 요리 상태를 시시각각 알려주는 음성,

   여자는 미각의 농도가 조절되는 시간을 기다리며 모델 번호 ML-1615의

프린트를 켠다 인쇄를 다한 후에 다가오는 낭만적인 남성의 음성, 얼굴 없는

엘리베이터 걸이 남자에게 17층을 알려준다

 

   랄랄라 즐거운 하루

여자는 남자 없어도 남성을 만나고, 남자는 여자 없어도 여성을 만난다

 

   ARS 전화를 걸면 인간보다 더 상냥한 사이보그 목소리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우리들은
사유 칩이 내장되어 있지 않은 상담원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즐거운 하루 고해성사는 날마다 쌓이고
                                                                                       ― 정진경 시집.『 여우비 간다』 중「 즐거운 하루의 고해성사」 전문.

 

 

   가장 최근에 본 인공지능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2015)가 떠 오른다. 여성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너무 예뻤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하고 남성의 심리조차도 읽어 낼 수 있어 여간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꽃뱀 로봇’이란 말도 등장했다. 인공지능 영화의 주인 공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예쁘고 잘 생긴 얼굴, 저렇게 완벽한 피부 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에이바’는 특 수한 센서의 작동으로 육체적(성적) 쾌감까지 느낄 수 있다 한다.

 

 

   여자는 남자 없어도 남성을 만나고, 남자는 여자 없어도 여성을 만난다

 
   ARS 전화를 걸면 인간보다 더 상냥한 사이보그 목소리

 

 

    이와 같이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은, 연인 보다 더 연인 같은, 부모 보다 더 부모 같은 로봇이 실제 우리의 눈앞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이제 사랑도 우정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로봇도 살 수 있 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봇이 그림도 그리고 소설도 쓰고 시도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인가?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으로 유명한 ‘딥드림Deep Dream’이 그린 추상화 
20여점은 한 화 1억 6천여만 원에 팔렸으며, ‘쿨리타’는 바흐의 음악을 토
대로 새로운 곡을 만들어 냈단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단편 소설 일
부가 한 문학상공모전에서 1차 심사에 통과하기도 했다.”(2016년 부산일보 3
월, 윤여진 기자)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에이바’가 그린 그림을 ‘네이든(불루북의 창시자 役)’이 찢는 장면이 나오는데 에이바의 창조력을 증명하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잭슨 폴록의 그림 한 점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네이든은 폴록의 액션페인팅은 생각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서 창조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에이바의 감정을 인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인공지능 소설의 일부를 읽어본다

 

 

그날은 구름이 드리운 잔뜩 흐린 날이었다. 방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그리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2016년 <부산일보> 3월 23일, 연합뉴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A.I.』(2001)에서도 인간 감정을 가진 주인공 A.I. 데이빗이 등장한다. 데이빗은 모정에 굶주린 어린 아이이다. 최고의 장면은 데이빗의 열정적인 혹은 필사적이 ‘엄마바 라기’에 부담감을 느낀 ‘인간 엄마’는 이를 감당할 수 없어 데이빗을 어둡고 무서운 숲 속 길에 버리고 차를 몰아 내뺀다는 상황이었다. 눈물이 났다. 데이빗을 버리고 가는 인간 엄마도 눈물을 흘리고 숲 속에 혼자 남겨진 어린 데이빗은 나를 제발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절 규한다. 그 주체가 인간도 아닌 로봇 어린이(고아)였기에 더욱 가슴 이 저려왔다.

   로봇 액션 영화『 I. Robot』(2004)에서는 인간이 노예로 여기는 로 봇들에게 오히려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경고성 가득한 내용을 담고 있 다. 로봇 주인공 ‘써니’는 다른 로봇들에 비해 뛰어난 지능과 감성을 가진 로봇으로서 인간으로부터의 ‘노예해방’을 주도한다. 수천 명의 로봇들이 마치 군인들처럼 오와 열을 맞추어 집합해 있는 장면을 보 며 섬뜩했다. 로봇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인간을 정복하고 결국 인간 이 로봇이 다스리는 세상에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지능 목소리만 등장하는 영화『 Her』(2014)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민과 갈등을 듣고 상당 부분 해결책까지 제시해준다는 점 에서 ‘인공지능 심리상담사’ 역할을 수행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인간관계 속에서 인간은 인간을 믿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위로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참 씁쓸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체스 영화,『 세기의 매치 Pawn Sacrifice』(2016)는 이세돌과 알파 고의 대결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주인공 인 ‘바비 피셔’는 생전 ‘체스의 황제’라고 불렸지만 반유대주의 사상 을 가졌던 의외의 인물이다. 이 영화는 바비 피셔에 관한 영화일지 는 몰라도 바비 피셔를 위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나의 시선에 비친 바비 피셔의 모습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오히려 인공지능(체스 기계) 으로 성장해가는 인물이자 냉전시대가 낳은 희생양이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이다. 가장 고등한 동물로서 가장 고도의 
의미를 전하는 일이다. 이세돌 국수와 인공지능이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고 한다. 존 설이 “중국어 산방”에서 말했듯, 인공지능은 형식적 계산을 할

뿐이다. 바둑의 의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시를 
쓸 수 없다.


                                                                          ―변의수.《 시와 반시》 2016. 봄호. 시인의 말에서

 

 

   이 글 맨 앞에 언급한 정진경의 시「즐거운 하루의 고해성사」에서 의 한 구절,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우리들은
사유 칩이 내장되어 있지 않은 상담원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하지만 언젠가 사유의 칩이 내장된 ‘A.I.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해 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에 흥미 로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도 어쩔 수 가 없다. 과학이 어쩌자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는 인간이 아 직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인공지능 사업 으로 인하여 누군가는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소 유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또 다른 이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났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발전을 추구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고 인류가 멸망하는 그 직 전까지 과학의 진보는 계속될 것이다.

 

   시인들은 인공지능이 시를 쓰든 말든 그것에 대해 신경 쓸 그 무엇 이 있겠는가. 인공지능에 관한 지식은 습득하고 응용하되 다른 예술 인들을 비롯해서 시인들도 그냥 시인의 본분인 시를 쓰면 될 것이다.


 


 

 

 

 

 

**약력:1997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구멍의 크기』,『 윗몸일으키기』, 『낙타 코끼리 얼룩말』,『 스캣』이 있다. 부산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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