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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의 "패, 경, 옥"은 "페이, 징, 위"로...
2017년 09월 12일 00시 41분  조회:2313  추천:0  작성자: 죽림
“탄생 100년,
윤동주 정본 시집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ZOGLO) 2017년9월11일 
일본의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교수 주장
“육필원고와 현재 시집 사이에 차이 있어”
펜클럽 주최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
 
 
12~15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가하는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동주의 시집 정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이사장 손해일) 주최로 12~15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가하는 일본의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사진)는 13일 오전에 행할 특별강연 ‘원고로 읽는 윤동주 시’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오무라 교수는 1985년 중국 용정에서 윤동주의 묘를 처음 발견했으며 <윤동주와 한국문학> <조선 근대문학과 일본> 등의 연구서를 낸 한국문학 전문가다. 1999년 왕신영·심원섭 등 한국인 연구자들과 윤동주의 조카 윤인석 교수와 함께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을 펴낸 바 있는 그는 미리 배포한 강연 원고에서 ‘병원’ ‘곡간’ ‘아침’ ‘별 헤는 밤’ 등 윤동주의 시 네 편을 예로 들며 정본 확정이 불가능한 까닭을 설명한다.
 

 

자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래 표제로 삼으려 했을 만큼 윤동주가 소중하게 여긴 시 ‘병원’의 2연 4행 중 “이 지나친”에 이어지는 “放○”의 “○”이 무슨 글자인지 해독하기 어렵다고 오무라 교수는 밝혔다. ‘방일’(放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문맥으로 보아 맞지 않는다는 것. 시 ‘곡간’(谷間)은 처음에는 6연으로 썼는데 최종본에는 이 가운데 두 연이 삭제되었다. 삭제된 두 연에는 “말탄섬나라 사람이,/ 길을뭇고지남이 이상한일이다.”와 같은 대목이 들어 있는데, 윤동주가 자기검열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오무라 교수의 추측이다.
 

 

‘아침’은 10행짜리로 나오는 윤동주의 원고에서 여섯 행에 ×표를 치고 여백에 “고칠 것”이라 써넣었는데, 그의 사후 시집 편찬자가 그의 다른 습작 원고의 시구를 뽑아내어 남은 4행과 합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윤동주 자신이 의도한 최종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음사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원본 대조 윤동주 전집>(2004, 연세대출판부)의 ‘아침’은 각각 다르다.
 

 


 
‘별 헤는 밤’에 나오는 이국 소녀들 이름 ‘패, 경, 옥’은 윤동주의 원고에는 한자로 되어 있다.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는 이 시를 쓰면서 화룡현립 제일소학교 고등과에서 1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던 시절을 떠올렸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며 “윤동주가 이 시를 썼을 때는 틀림없이 중국어 발음이 귀에 맴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패, 경, 옥’이 아니라 ‘페이, 징, 위’로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시에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등장하는데,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가 릴케 시를 일본어 번역으로 읽었을 것이라며 당시 일본에서 릴케의 이름은 ‘라이너’가 아니라 ‘라이넬’로 읽었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역시 1955년 재판까지는 ‘라이넬’로 표기했다가 그 뒤부터 ‘라이너-’로 표기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별 헤는 밤’의 마지막 4행은 초고에는 없었으나 후배 정병욱이 “어쩐지 끝이 좀 허한 느낌이 드네요”라고 소감을 말하자 나중에 써서 덧붙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때문에 홍장학 편 <정본 윤동주 전집>(문학과지성사, 2004)에서는 이 4행을 아예 삭제해 버렸는데, “이 부분도 윤동주가 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점에서 삭제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오무라 교수는 지적했다.
 

 

‘세계화시대 한글문학,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한글작가대회에는 고은·신경림·유안진·김종회·방민호 등 17개 나라 문인과 연구자 63명이 발표와 토론자로 참여하고 국내 문인과 동포 문인, 경주 시민 등 수백명이 참가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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