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마광수님, 님께서는 생전에 줄담배를 피우셨다면서ㅠ...
2017년 09월 16일 01시 58분  조회:2950  추천:0  작성자: 죽림
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마광수 교수가 기자에게 선물했던 그의 소설 〈청춘〉. / 출처='네이버 책'

5일 유명을 달리한 마광수 교수를 생전에 두 차례 인터뷰했다. 2007년에 한 번, 2013년에 한 번. 좋은 일로 인터뷰한 건 아니었다. 앞은 동료 교수들 결정으로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을 때였고, 뒤는 강의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책을 강매한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였다.

두 차례 모두 서울 동부이촌동 그의 자택을 찾아갔다. 연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교수였건만 정작 연구실은 그에게 편한 공간이 아니었다. 작품과 현실의 마광수는 꽤 간극이 컸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에서 작가 마광수는 대담해 보였다. 직접 만난 마 교수는 달랐다. 수척하고 피로한 모습이었다. 적어도 2000년대 들어서는 그랬다. 집 서재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줄담배를 피워 물곤 했다. 

야한 소설의 작가 정도로 알려진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그는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대에 교수가 된 천재형이었다. “성(性)에 솔직해지자”는 지론이 촉망받던 연구자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필화 사건, 해직과 복직,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 교수 재임용 탈락 통보 등 굴곡이 이어졌다.

해서 말년의 마광수는 쓸쓸하고 우울했다. 그는 《즐거운 사라》 때 섰던 법정을 무서워했다. “재판이라면 이가 갈린다”고 했다. 이혼 후 함께 살던 노모는 재작년 별세했다. 스스로는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해직 경력 때문에 명예교수도 되지 못했다. 더 큰 걱정은 생활고였을지도 모른다. 몇 해 전부터 ‘전과자’ 이력 탓에 퇴임 후 연금을 못 받는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지막 인터뷰 말미에 그는 “날 쫓아낸 동료 교수들을 복도에서 만날까봐 연구실에서 나가는 게 두렵다. 만나면 하루 종일 가슴이 떨린다”고 털어놓았다. ‘아, 정말 심약한 사람이구나.’ 부고를 접하고 그 생각부터 났다. 여린 천성이 풍파를 겪으면서 남은 삶을 조금씩 갉아먹었으리라.

외설 논란으로 기성세대와 불화했던 생전의 마 교수는 늘 신세대에 기대를 걸었다. 학생들도 그가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줬다. 필화 사건으로 정규 강의를 하지 못하면 연대생들이 100명씩 몰려와 그의 ‘무학점 강의’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졸업을 맞은 국문과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남길 것은 마 교수의 강의뿐”이란 현수막을 걸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마광수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청춘’ 같다. 여린 심성이 세심한 감수성으로 빛나고 때로는 자의식 강한 솔직함으로 표출되는, 젊음.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누구보다도 마광수에게는 그게 삶을 살아내는 원천이었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57 [이모저모] - 간판은 인간들의 얼굴이다...3 2018-02-15 0 3900
1956 [이모저모] - 간판은 인간들의 얼굴이다...2 2018-02-15 0 4050
1955 [이모저모] - 간판은 인간들의 얼굴이다...1 2018-02-15 0 3997
1954 [그것이 알고싶다] - 력대 한국 대통령들의 서예 솜씨는?... 2018-02-15 0 5736
1953 [쉼터] - 도전, 도전, 재도전... 2018-02-14 0 5732
1952 [동네방네] - 밀가루는 요술쟁이... 2018-02-14 0 5083
1951 [알콩달콩] - 쌍둥이 렬차장 2018-02-14 0 4998
1950 아버지 김철호동시인과 아들 김휘화가 그림동시집 선물하다 2018-02-14 0 4081
1949 [이런저런] - 취소한 항공권이 목숨을 구하다... 2018-02-14 0 3484
1948 [이런저런] - 세월아 네월아, 네가 말해라... 2018-02-14 0 3716
1947 [동네방네] - "북녀미녀응원대" 2018-02-14 0 6704
1946 [동네방네] - 아이디어가 팍팍하고 쏠쏠한것들... 2018-02-14 0 5518
194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까치들아 오리들아, 서로 같이 살쟈... 2018-02-14 0 5017
194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쇠오리들아, 나와 놀쟈... 2018-02-14 0 5004
1943 [그것이 알고싶다]-겨울올림픽에서 시상식 두번씩 하는 리유? 2018-02-14 0 3924
1942 [동네방네]-84세 할매 겨울 수영 즐기다...인제라도 늦지않다! 2018-02-12 0 4277
1941 [타산지석] - "문화재 방재", 남의 일 아니다... 2018-02-12 0 4178
1940 [이모저모] - 상의 뒷끈 풀려도 경기 도전정신 빛나다... 2018-02-12 0 5203
1939 [이런저런] - 눈표범아, 나와 놀쟈... 2018-02-11 0 3627
193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通은 統이고, 通으로 統이 되기를... 2018-02-11 0 5734
1937 [이모저모] - 개막식 무대가 제집 마당인가... 2018-02-11 0 3667
1936 [그것이 알고싶다] - 만약 인간 활동이 없었다면... 2018-02-11 0 5428
1935 [그것이 알고싶다] - 1218쇼의 비밀? 2018-02-11 0 3004
1934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어로축제"가 있었으면... 2018-02-11 0 2977
1933 [문단소식] - 동시야 나랑 놀자... 어린이들도 평심위원이래요... 2018-02-11 0 2891
1932 [동네방네] - 잊지 못할 력사의 한 순간, 달항아리는 말한다... 2018-02-11 0 3290
193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새끼 호랑이야, 너 지금 괜찮니?... 2018-02-09 0 3140
1930 [이렇쿵저렇쿵] - 요지경 세상과 "괴물" 세계 그리고... 2018-02-08 0 5916
1929 [이렇쿵저렇쿵] - "사자" 때문에 올림픽 출전 접은 나라는?... 2018-02-08 0 4509
1928 [알콩달콩] - 사랑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2018-02-08 0 4887
1927 [그것이 알고싶다] - 자랑스럽고 신성한 國賓衛士들 2018-02-08 0 3703
192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 야생동물 위한 자선가 녀성 2018-02-08 0 3324
1925 [알콩달콩] - 75년만에 다시 만난 89세 커플 2018-02-07 0 3481
1924 [이런저런] - 대형 넙치 = 183 = 70 = 618 = 160 2018-02-07 0 2854
1923 [이런저런] - "세계에서 가장 털 많은 사람" 2018-02-07 0 2828
1922 [이런저런] - 괴짜 = 재활용 = 로켓 = 쏘다... 2018-02-07 0 4386
1921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고 사유의 도구이다... 2018-02-06 0 3479
1920 [그것이 알고싶다] - "의류"들 유래?... 2018-02-06 0 4978
1919 [그것이 알고싶다] - "악수"의 유래?... 2018-02-06 0 5022
1918 [동네방네] - 우리 연변에서도 "희귀 자생식물전" 있었으면... 2018-02-06 0 4346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