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라구요’ 노래 직후였습니다. ‘라구요’는 제가 데뷔하기도 전에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렸던 노래에요.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지난 1·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의 공연 무대에 선 가수 강산에씨(55·사진)가 귀국 후인 4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공연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실향민 부모를 둔 강씨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의미있는 자리였다. 강씨의 부모는 분단 전 함경도에서 살다가 한국 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은 분단 후에 경남 거제도에서 가정을 꾸리고 강씨와 누나를 낳았다.
내내 고향을 그리워하던 강씨의 부모는 북한 땅을 다시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강씨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라구요’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부모의 심정을 담은 노래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볼수는 없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건/ 내 아버지 레파토리 그 중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라는 가사다.
강씨는 “평양 공연 출연소식이 발표됐을 때부터 만감이 교차했다”며 “자식입장에서 부모님 대신 고향에 가는 것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의 방북사실에) 연대감을 가지고 있더라”라며 “그들의 응원과 축하의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서 진심으로 감격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처음 도착하고 나서도 실감이 잘 안 났었는데 리허설 준비과정부터 실감이 나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생전에 강씨의 어머니는 북한에 두고온 친오빠들의 자신을 얼마나 예뻐해줬는지를 강씨에게 자주 이야기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합동 공연 무대에서 강씨가 부른 첫 곡은 ‘라구요’였다. 노래를 부르던 강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를 보는 북한 관객들도 눈물을 따라 훔쳤다. 두 손 깍지를 꼭 낀 채로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씨는 ‘라구요’를 마친 후 관객들에게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이 자리가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아버지 생각나고요. 방금 들려드린 노래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는데 데뷔곡이었습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멘트 도중 강씨는 눈물이 흘러 말을 잇지 못했다. 강씨의 눈물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공감하고, 응원했다.
강씨는 “내내 (감정) 컨트롤을 나름 잘 했는데, 마지막 공연에서 북받쳐 오르더라”며 “그 노래 자체가 중간에 감정이 깊어지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잘 참고 넘어갔는데, 노래 다 끝나고 멘트 하는데 어머니 생각이 정말로 많이 났다”고 말했다. “‘라구요’끝낸 후 말을 못 잇고 있으니 관객들이 박수로 크게 응원해줬다”며 “그 상태에서 ‘넌 할 수 있어’를 불렀는데 더 힘이 났고 완전히 노래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만찬자리에서 남북 공연 관계자들이 강씨 주위로 많이 모여들어서 술을 권하면서 ‘라구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동안 강씨는 주로 숙소에만 있어서 평양의 모습은 많이 관찰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며 가며 본 북한 사람들의 인상은 “특별히 다르다는 느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모습이) 다 같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가 앞으로 더 다양해지고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북한이나 남한에서 또 함께 공연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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