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군 지남공원 일대에서 열린 반딧불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반딧불이 생태 환경등 성장과정을 살펴 보고 있다. [중앙포토]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진(晋)나라 효무제 때 사람인 차윤(車胤)은 가난해서 등불을 켤 기름을 살 수가 없어 반딧불을 모아 그 불빛으로 글을 읽었고, 손강(孫康)은 한겨울 눈에 반사되는 달빛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딧불이 불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할까.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내는 불의 밝기는 3㏓(럭스) 정도라고 한다. 일반적인 사무실의 밝기가 500㏓고, 옛날 책들은 지금보다 글씨가 훨씬 크기 때문에 150마리 정도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시에는 비닐이나 유리가 없어 얇은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이를 넣어 책을 읽었다고 하니 150마리로는 부족했을 수도 있다. 더욱이 반딧불이는 계속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깜빡거리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적지 않을 것이다. 반딧불이는 2주일을 넘길 수 없으므로 여름 한 철 반딧불이를 잡느라 밤낮으로 허비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겨울철에는 눈에 비친 달빛으로, 여름에는 반딧불이 빛으로 책을 읽었다면 봄과 가을엔 어떻게 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勳) 감독이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대표작인 '반딧불이의 무덤'은 노사카 아키유키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 소설에도 차윤(車胤)이란 이름과 형설지공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치달았을 때 부모를 잃은 주인공 세이타는 여동생과 함께 동굴(방공호)에 거처를 정한다. 그는 모기장 안에 반딧불이 100여 마리를 잡아다가 풀어놓는다. 어둠 속에서 얼굴을 알아볼 정도는 됐다. 하지만 다음날 반딧불이의 반은 죽어 떨어져 있었다. 여동생 세츠코는 반딧불이 잔해를 땅에 묻으며 말했다. "반딧불이 무덤을 만들어 주는 거야." 영양실조로 끝내 숨을 거둔 세츠코, 그 시신을 태운 구덩이 옆에 누운 세이타는 엄청난 반딧불이 무리를 본다. 세츠코야 반딧불이와 함께 천국에 가거라.
전쟁 동안 일제가 저지른 만행은 언급하지 않고, 미군 폭격으로 피폐해진 일본인의 삶만을 다룬 애니메이션이어서 우리로서는 아쉬운 구석도 많지만, 슬픈 결말에 짠해진 마음이 오래오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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