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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명동, 룡정, 평양, 서울, 도쿄, 교토...
2019년 01월 24일 01시 50분  조회:3337  추천:0  작성자: 죽림
窓(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육첩방)은 남의 나라,//

詩人(시인)이란 슬픈 天命(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詩(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학비봉투)를 받어//

大學(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교수)의 講義(강의) 들으러 간다.(후략)


윤동주와 정병욱 윤동주(왼쪽)와 후배 정병욱. 연희전문에 다니면서 만난 정병욱은 윤동주의 유고시 19편의 원고를 목숨 걸고 지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쉽게 씌어진 詩(시)’, 윤동주(1942년 6월3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던 시인 윤동주. 그는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9세의 짧은 생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한 줌 재가 되어 고향 땅 북간도로 돌아갔다. 그런 윤동주는 생전에 자신의 시집을 끝내 남기지 못한 ‘비운의 시인’이었지만, 가족들은 그의 무덤 앞에 ‘詩人尹東柱之墓(시인 윤동주의 무덤)’라고 새긴 비석을 세웠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그가 모국어로 쓴 시 19편은 후배 정병욱의 목숨 건 노력 덕분에 살아남았고, 여기에 친우 강처중이 소중히 간직하던 그의 시 12편을 더해 1948년 1월, 마침내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시)’가 온전히 출간될 수 있었다. 윤동주가 생전에 존경해 마지않던 시인 정지용도 그 유고시집에 서문을 더해 ‘시인 윤동주’를 기렸다.

윤동주가 다닌 릿쿄태 윤동주는 ‘마지막 시’ 5편을 일본 도쿄 릿쿄대학 영문과 유학시절에 지었다. 그는 릿쿄대 본관 1층 강의실에서 동양철학사를 수강했는데, ‘쉽게 씌어진 시’에 등장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윤동주가 걸은 문학의 길

윤동주는 그의 생애 마지막 3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그 시절 작품으로 현재 남아 전하는 것은 5편(‘흰 그림자’, ‘흐르는 거리’, ‘사랑스런 追憶(추억)’, ‘쉽게 씌어진 詩’, ‘봄’)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윤동주가 도쿄의 릿쿄(立敎)대학 영문과 유학시절 ‘대학노트’에 남긴 것들로, 사실상 ‘마지막 작품들’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그 시절 시인 윤동주의 치열했던 창작의 산실은 어디였을까. 일본에 남겨진 ‘국민시인’의 흔적은 과연 지금 찾아볼 수 있는 것일까. 

윤동주의 일본 유학기간 중 ‘문학 동선’은 도쿄의 릿쿄대학 시절(1942년 3월∼1942년 7월)과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시절(1942년 10월∼1943년 7월)로 나뉜다. 현재 전하는 5편의 시는 바로 릿쿄대학 시절 남긴 것들이다. ‘쉽게 쓰여진 詩’ 속에 등장하는 ‘육첩방’은 도쿄 교외 그의 하숙집이다. 당시 그 하숙집을 방문했던 고 문익환 목사에 따르면 “6조 다다미방 이층집이었다”고 한다. 또한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던 강의실은 릿쿄대학 본관(모리스관) 강의실이다. 당시 윤동주의 학적부에 기록된 수강과목과 강의실을 대조해 확인한 결과다.

생각해 보면 윤동주는 국운이 기울던 무렵 중국 ‘용정’ '명동'에서 태어나 시인으로 성장한 뒤, 식민지 한반도의 ‘평양’과 ‘서울’에서 그의 시세계를 다듬고 완성해 갔으며, 일본 ‘도쿄’와 ‘교토’를 끝으로 마지막 시를 남겼다. 그리고 해방된 조국의 남쪽 땅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기적처럼’ 유고시집 단 한 권을 낼 수 있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문학적 흔적이 남겨진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의 역사적 공간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물론 ‘시인 윤동주’에 대한 독해와 기념방식의 차이는 존재한다. 역사적 실존인물의 공간을 올바로 기억하고, 함께 가꾸어 가기 위한 노력은 이제 우리를 포함해 모두의 과제로 제시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실정법이 미치지 못하는 ‘국외 소재 사적지’가 새로운 틀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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