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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안녕하세요, 지구인입니다"...
2019년 11월 10일 23시 33분  조회:3156  추천:0  작성자: 죽림
ㆍ구리 함유 레코드판 ‘골든 레코드’
ㆍ외계 생명체 찾기 일환으로 탑재
ㆍ55개국 인사말·음악 27곡 등 담아

보이저 2호 동체 겉면에 붙어 있는 골든 레코드. NASA 제공

국내에 2017년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미국 영화 에는 어느 날 갑자기 각국 영토로 진입한 외계 비행물체가 등장한다. 여기서 내린 생명체는 문어를 닮은 몸을 지녔지만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췄다. 생물학적·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인간과는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외계 생명체들과 끊임없이 접촉한 지구인 언어학자가 그들의 기호 체계를 하나둘 익힌다. 외계 생명체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진보된 지적 능력까지 얻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지구인은 외계인을 깊숙이 연구한 영화 속 박사가 유일하다. 완전히 다른 별에서 생겨난 문명과 대화를 하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이 20세기 중반 우주 시대를 열면서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가능성은 과학계의 화두였다. 196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계획(SETI)’이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프로그램에 속한 과학자들은 접시처럼 생긴 크고 작은 전파망원경에 눈과 귀를 고정하고 외계인이 만들었을 법한 인공적인 전파를 찾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만 외계 생명체가 전파를 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특정 천체로 전파를 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좀 더 능동적인 외계 생명체 찾기다.

지난해 11월 태양이 내뿜는 에너지의 영향권, 즉 ‘태양권’을 벗어난 보이저 2호에는 조금 특별한 방식의 외계 생명체 찾기 프로그램이 실려 있다. 바로 동체에 부착된 레코드판이다. 비슷한 시기 발사된 보이저 1호에도 실린 이 레코드판은 구리로 만들어졌고 지름은 30㎝이다. 레코드판 전체에 금이 입혀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골든 레코드’라고 부른다. 

골든 레코드의 목적은 명확하다. 외계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우연히 발견할 경우 지구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레코드 탑재를 주도한 건 유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섰던 칼 세이건이다.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 같은 스테디셀러의 저자이다. 그는 NASA와 협의해 음악 27곡, 사진 115장, 55개국의 인사말 등을 실었다.

음악은 클래식이 많다. 모차르트와 바흐, 베토벤의 곡을 짤막짤막하게 녹음했다. 음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외계 생명체라면 감정이 움직일 만한 것들이다. 사진들은 매우 다채롭다. 우선 달 표면과 목성, 지구의 사진을 넣었다. 남녀로 구분되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는 정보도 실려 있다. 사람의 일상을 표현한 사진들은 무척 구체적이다. 어린이의 공부를 지도하는 교사,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주부, 트랙에서 전력 질주 중인 육상 선수, 교통체증 상태에 놓인 도로의 모습 등이 내장돼 있다.

인간이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인 만큼 인사말도 수록됐다. 지금은 쓰지 않는 고대어부터 중국 방언까지 다양하다. 한국어도 실려 있다. 골든 레코드에 수록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NASA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지금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 여성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는 워낙 방대해 이 메시지가 외계 생명체에게 발견될 확률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주를 향한 인간의 의지를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지구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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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이저 1호 측정한 ‘태양권 범위’, 6년 만에 관측한 2호에선 감소
NASA “태양풍 양 증감 따라 호흡하는 상황처럼 크기 달라진 듯”

1977년 3월 발사 5개월을 앞두고 최종 점검 중인 보이저 2호. 당초 목표는 태양계 행성 탐사였지만 발사 뒤 성간 우주로 나아가는 것으로 임무가 변경됐다. NASA 제공

1977년 8월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육중한 덩치의 ‘타이탄 3E 센타우르 로켓’이 불꽃과 흰 연기를 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이 로켓에는 여행자란 뜻을 가진 ‘보이저(Voyager)’ 탐사선이 실려 있었다. 중량은 722㎏, 덩치는 소형버스 정도였다. 당시 발사된 건 보이저 2호였으며 비슷한 형태와 임무를 가졌던 보이저 1호는 2호보다 2주 늦게 우주로 향했다.

보이저 2호는 발사 뒤 2년 만인 1979년 목성을, 1981년에는 토성을 탐사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보이저 2호를 인도한 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번엔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를 탐사하는 임무를 시작한 것이다. 각종 측정 장비를 움직이는 전기는 탐사선에 내장된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통해 얻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 임무가 가능한 특징을 십분 살린 결정이었다.

먼저 태양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건 보이저 1호였다. 이동 경로가 2호와 달랐던 보이저 1호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 이른바 ‘태양권(heliosphere)’의 경계선에 도달했다. 



보이저 2호는 이보다 늦은 2018년 11월5일 태양권을 돌파했다.

태양권은 뭘까. 우리가 익히 아는 태양계는 태양과 함께 태양의 중력에 묶여 있는 천체들을 일컫는다.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등 크고 작은 행성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하지만 태양권은 개념이 다르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기의 성질을 띤 입자의 바람, 즉 태양풍이 미치는 범위를 뜻한다. 태양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에 태양풍이 미치는 범위인 태양권은 태양계보다 훨씬 넓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태양의 영역인 셈이다. 

보이저 2호가 이 태양권을 넘어선 지 1년 만인 이달 초 NASA는 태양권의 크기가 일정치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보이저 1호가 2012년 통과했을 때 측정한 태양권 경계의 위치가 지난해 보이저 2호가 지나갔을 때와 달랐다는 것이다. NASA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122.6AU 지점에서 태양권을 벗어났지만, 보이저 2호는 119.7AU에서 태양의 힘을 뿌리쳤다.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인 1억5000만㎞를 뜻하는 천문학 개념이다. 6년 만에 태양권이 꽤 많이 좁아졌다는 뜻이다. 

태양에 그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NASA는 태양 활동이 11년 주기로 활발했다 잠잠해졌다를 반복하는 것에 주목했다. 문용재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태양 활동이 활발하다는 건 태양풍의 양이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계면을 통과한 2012년이 바로 그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이저 2호가 태양권 계면을 통과한 지난해는 2012년보다 태양 활동이 훨씬 줄어 있었다. 이 때문에 태양풍의 양도 줄어 태양권 크기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NASA는 태양권의 범위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상황을 빗대 “숨을 쉴 때 폐가 확장하고 수축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권은 외계 별에서 날아오는 우주 방사선의 70%를 막아내며 지구와 다른 행성들을 보호한다. 이런 보호막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는 사실이 보이저 1호와 2호가 연달아 태양권 계면을 통과하며 입증된 것이다. 

NASA 보이저 프로젝트 담당자인 에드 스톤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는 “보이저 2호가 보낸 자료가 없었다면 우리는 보이저 1호의 자료가 태양권의 일반적인 특징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우주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태양권을 넘어 먼 우주로 들어선 탐사선은 지금까지 보이저 1호와 2호 단 두 기에 불과하다. 현재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220억㎞, 보이저 2호는 182억㎞ 떨어진 거리에서 맹렬하게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보이저 2호에서 지구로 불빛을 겨냥해 쏜다면 지구인들은 16시간 반은 지나야 볼 수 있는 먼 거리다.

먼 우주에 나가 있는 척후병처럼 소중한 존재이지만 보이저 1호와 2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건 인류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동력원인 플루토늄이 2024년쯤에는 탐사선에 내장된 장비를 돌릴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만들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보이저 탐사선은 지구에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전하지 않는 ‘방랑자’가 된다. 

NASA는 보이저 탐사선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한정된 전력을 최대한 아낄 예정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장비에는 보온용 전기를 끊는 식이다. 우주는 영하 200도가 넘는 강추위 때문에 장비의 정상적인 작동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보온용 장비가 같이 탑재돼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는 보이저 탐사선들의 임무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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