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4일 장쩌민 주석이 선물한 백두산 호랑이 ‘천지’ 사망
중국은 자국을 상징하는 판다를 각국에 보내는 ‘판다 외교’로 유명합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것을 기념해 중국이 암컷 링링과 수컷 싱싱을 선물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워싱턴 국립동물원에서 링링과 싱싱이 공개된 첫날 2만여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등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판다는 교미가 어려운 동물로 알려졌는데 링링과 싱싱은 새끼 5마리를 낳았으나 생후 4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중국이 외교에 활용한 희귀동물은 판다만은 아니었습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장쩌민이 선물한 호랑이 천지, 기다리던 새끼 못낳고 끝내 숨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백두산 호랑이 암컷 ‘천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4년 당시 장쩌민 중국 주석으로부터 기증받았던 백두산 호랑이 암컷 천지(19살)가 2세를 생산하지 못한 채 끝내 폐사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천지가 지난달 26일부터 식욕이 떨어지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등 노화현상을 보여 먹이조절과 영양제 투약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폐사했다고 밝혔다.”
장쩌민 주석은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천지와 수컷 백두를 선물했습니다. 한국에 온 백두산 호랑이 부부는 싸움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에 중국의 백두산 호랑이 번식 전문가의 방한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2세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암수 한 쌍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암컷인 ‘곰이’와 수컷 ‘송강’은 청와대 경내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지냈으며 그해 11월 6마리의 새끼들이 태어났습니다.
6마리의 강아지들은 지난해 8월 말 마지막 청와대 산책을 한 뒤 이제 서울, 인천, 대전, 광주 4개 지방자치단체로 이사를 갔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평화의 염원을 담은 산, 들, 해, 강, 달, 별이가 전국 각지에서 잘 자라길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희귀동물을 국가 간 선물로 주고받는 외교 관행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이견도 있습니다. ***은 지난해 9월 ‘^^^는 풍산개 동물원 이전을 취소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국가 간에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전 근대적인 외교방식”이라며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 행정 발상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많은 동물들이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초기 관심을 받은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불행한 결말을 맺는 것을 보아왔다. 더 이상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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