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세상만사] - 연주는 계속 되고지고...
2020년 06월 01일 12시 56분  조회:3957  추천:0  작성자: 죽림
이고르 레비트의 에릭사티 '짜증' 연주. [유튜브 캡처]
1분도 안 되는 소절을 피아노로 840번 반복해서 연주하기.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0)가 15시간 30분 동안 한 일이다. 레비트는 베를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30분까지 총 15시간 30분 동안 에릭 사티의 ‘짜증(Vexations)’을 연주하고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중계했다. 

이 작품은 괴짜 작곡가였던 사티가 1890년대에 작곡한 곡이다. 악보는 단 네 줄. 사티는 악보의 맨 위에 ‘840번을 연이어 연주하기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고 깊은 침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썼다. 사티는 다른 작품에서도 ‘주머니에 송곳을 넣고’ ‘과식하지 말고’ ‘의문을 가지고’ ‘구멍을 파듯’이라는 미스터리한 지시어를 남겼던 작곡가다. 사티는 이런 식으로 기존의 음악과 작곡법, 그중에서도 엄숙주의에 반대했다. 

미스터리한 작품 ‘짜증’의 공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세기의 대표적 괴짜 아티스트 존 케이지는 1963년 뉴욕에서 피아니스트 10명과 함께 18시간 동안 이 곡을 연주했다. 1970년엔 피터 에반스가 혼자 완주에 도전했지만 595번 반복 후 포기했다. 

레비트는 뒤로 갈수록 지치고 피로해 보였지만 연주 중간중간 물을 마셔가며 완주에 성공했다. 느리게 시작했던 연주는 중간중간 속도를 올렸다가 다시 평온한 템포로 돌아오곤 했다. 피아노 옆의 사이드 테이블에는 바나나와 칩 등이 놓여있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숨을 내쉬거나 이마를 짚어가며 괴로워했던 레비트는 연주가 모두 끝난 후엔 피아노 뚜껑을 덮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휴대전화를 집어든 채 무대를 떠났다. 7시간대와 11시간대에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고르 레비트.
연주 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레비트는 “연주 중간에 화가 나고, 공포스럽고, 슬프고 황폐한 감정이 들었다”며 “하지만 계속 연주하도록 나 자신을 내버려 뒀다”고 했다. 그는 또 “연주하며 물 5리터 반을 마셨기 때문에 두 번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으로 8세에 독일에 이민 온 레비트는 21세기의 사티라 불릴 수 있는 독특한 피아니스트다. 유럽과 북미의 중요한 무대에서 각광받는 연주자이지만 정치적 발언, 소신있는 행보를 계속해왔다. 2017년 7월엔 런던의 BBC 프롬스 무대에서 브렉시트를 비판하며 EU찬가를 앙코르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짜증’ 마라톤 연주는 코로나 19로 인한 예술인들의 피해를 돕기 위해 기획했다. 레비트는 사티의 한장짜리 악보를 840장 복사해 한장 한장 바닥에 던져가며 완주했고, 이 악보들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경매 수익금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연주 기회를 잃은 예술인들을 위해 쓴다. 

/김호정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91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비닐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4-07 0 3888
2916 [민속] - 이남박 2020-04-05 0 3892
2915 [민속] - 함지박 2020-04-05 0 3801
291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식량위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4-04 0 3650
2913 [그것이 알고싶다] - "짝짓기" 몇초 사이 호박속에... 2020-04-04 0 3741
2912 [세계속에서] - 애매불쌍한 유채꽃들... 2020-04-03 0 3557
2911 [민속] - 탈 2020-03-28 0 7728
2910 [민속] - 대장간 2020-03-28 0 4723
2909 [세계속에서] - 비상사태속에서의 은정... 2020-03-28 0 3857
2908 [민속] - 올개심니 2020-03-25 0 3570
2907 [그때 그시절] - 추억 영화 "꽃파는 처녀" 2020-03-24 0 4222
2906 [세상만사] - "가짜세상"... 2020-03-22 0 3593
2905 [민속] - 비녀 2020-03-21 0 5642
29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핵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21 0 4076
2903 [세계속에서] - 100배... 2020-03-19 0 3905
290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비닐쓰레기",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8 0 3759
2901 [세계속에서] - 올림픽 "연기"? "연기"!... 2020-03-17 0 3409
2900 [세계속에서] - ...다면???... 2020-03-13 0 3465
2899 [별의별] - "원숭이 패싸움"... 2020-03-13 0 3676
2898 [민속] - 우물 2020-03-11 0 4079
2897 [세계소에서] - "악수금지령"... 2020-03-11 0 4194
289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1 0 3773
2895 [민속] - 한복 2020-03-10 0 6800
289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마스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0 0 3886
289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세균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10 0 3659
289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환경오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9 0 3611
289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온난화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7 0 4009
2890 [민속] - 방아 2020-03-07 0 5590
2889 [민속] - 바가지 2020-03-06 0 3784
2888 [세계속에서] - "나는 고발한다"... "그는 고발당하다"... 2020-03-06 0 3747
2887 [세계속에서] - 지나간 100, 앞으로 100... 2020-03-05 0 3488
2886 [별의별] - 세월, 시간, 시계, 시시비비... 2020-03-04 0 4063
288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력사의식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3-01 0 4259
288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문화재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7 0 3713
2883 [별의별] - "평평"... "둥글"... 2020-02-25 0 3716
288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전염병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4 0 3887
2881 [그것이 알고싶다] - "윷놀이" 2020-02-24 0 5252
2880 [타산지석] - 우리는 언제부터 "저작권문제"를 중시할려나... 2020-02-23 0 3609
287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백두호랑이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02-22 0 2873
2878 [그것이 알고싶다] - "베를린 국제영화제" 2020-02-21 0 3842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