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털같이 많은 시간
김희수
어릴 때에는 정말 시간이 소털같이 많을것 같았고 사람에게 그런 시간은 영원할것 같았다. 그런데 굼벵이처럼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 언제부터인가는 갑자기 기차처럼 빨라져 1년, 2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또 비행기처럼 빨라져 10년, 20년이 눈깜짝할 사이에 가버렸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어진다. 세월이 무정하구나. 너울쓰고 시집을 온지 어제같은데 오늘은 백발의 할머니로 되였네, 라고 하던 동네 할머니는 순식간에 화장터의 재로 되여 사라져버렸다. “계급투쟁”을 웨치던 미치광이도 저 세상으로 가버렸고 눈이 사탕가루라고 하던 익살군도 저 세상 사람이 되였다. 그래서 세월이 류수같고 화살같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백세시대라고 할 때 인간에게 시간이 정말 소털같이 많을것 같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백세까지 산다고 해도 실제 인간이 사용할수 있는 시간은 백년인것이 아니다. 인간은 잠을 자는데 인생의 3분의 1을 허비한다. 게다가 인간은 아깝게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세수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서 일보는데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목욕하고 리발하는데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 남자는 수염을 깎는데, 녀자는 화장을 하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백년을 산다고 해도 인간에게 시간은 기껏해야 몇십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시간이 소털같이 많다고 여기면서 여유있게 살아왔다.
우리 어릴 때에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였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숙제도 얼마 안되고 과외도 따로 없었기에 밖에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만 했다. 어찌나 긴지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았던 지루한 방학기간에도 무슨 놀음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몰라 딱지치기, 제기차기, 숨박곡질, 유리알굴리기, 살구씨먹기, 땅따먹기, 돌차기, 실뜨기, 땅에 놀이판을 그리고 편을 나누어 노는 ㄹ자놀이(집뺏기), 8자놀이(진지점령하기), 전쟁놀이(녀자애들은 주로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을 번갈아놀았다. 그렇게 시간을 충족하게 보내면서 자랐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은 놀새없이 바삐 보내면서 한가한 시간이 없는것 같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배설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동안 아이들은 수업에 시달리고 또 영어, 피아노, 미술, 서법, 작문 등 과외에 목매여 눈코뜰새없이 바삐 보낸다. 게다가 틈만 있으면 휴대폰게임에 빠져 정신이 없다보니 여유가 없고 한가한 시간이 없다. 정말로 시간을 빈틈없이 쓴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잘하지 못하고 저것도 잘하지 못한다. 어느 하나도 뾰족하게 잘 하는게 없다. 어느 방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늘 바쁘다고 하고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덜대기만 한다. 매일 시간에 쫓기면서 이런 일 저런 일로 바삐 내보지만 결국 이것도 저것도 잘 해놓은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공부하는것도 대학에 가는것도 결국 밥을 먹는 재간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두손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벌어서 밥을 먹을수 있는 재간을 가져야 한다. 밥을 먹는 재간은 한두가지면 충분하다. 여러가지 재간을 가진 사람은 어느 재간으로도 밥벌이를 하지 못한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밥을 먹는 재간이 없는 젊은이들이 많다. 시간에 쫓기면서 10여년을 공부했지만 밥을 먹는 재간을 배우지 못한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누구에게는 더 많이, 누구에게는 더 적게 주어지지 않는다. 100세 로인에게도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이고 1세 아기에게도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이다. 대통령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고 평민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다. 부자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고 가난한 자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똑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어떤 사람은 천재가 되고 어떤 사람은 용재가 된다.
거목이 되고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을 효률적으로 잘 쓴다. 그들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열가지, 백가지에 시간을 다 쓰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싶고 할수 있는 어느 한가지 분야에만 시간을 쓴다. 열가지, 백가지 일에 시간을 다 쓰면 늘 시간에 쫓기게 되고 바삐 보내지만 어느 한가지 일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한가지 일에만 시간을 쓰는 사람은 성공하면서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시간이 바쁘다고 하면서도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쓰레기정보, 게임에 시간을 빼앗긴다. 한시간이상의 게임이나 채팅은 취미생활이 아니라 시간랑비이다. 대신 자신이 가장 하고싶은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낚시, 등산, 독서, 사교무, 화투, 트럼프, 마작 등 취미생활에도 시간을 쓸수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벌어서 밥을 먹을수 있고 나머지 시간이 있다면 여유롭게 취미생활에도 시간을 쓰고 사회활동에도 시간을 쓰고 가족을 위한데도 시간을 쓰는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되지 말고 시간을 창조하고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여야 하지 않을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