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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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시]물은 칼이다(김철호) 댓글:  조회:1309  추천:16  2010-09-08
물은 칼이다 김철호 물은 칼이다 천년 자란 고목도 쓰러뜨릴수 있고 만년 묵은 바위도 쪼갤수 있는 뿐만아니다, 노호하는 불도 베일수 있는 물은 칼이다 물처럼 묽은 존재는 없을것이다 물처럼 부서지는 존재도 없을것이다 때론 스스로의 신음소리에 겁나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물 또 스스로를 베이면서 흩어져 가장 밑으로, 가장 아래로 도망치려고 하는 물 그러나 물은 칼이다 모여 한몸이 되면 칼이다 칼이다, 바람을 만나 키를 돋구면 칼이다 칼이다, 저항에 기우뚱 몸을 흔들면 칼이다 그 예리하고 서늘한 칼앞에서 그 무정하고 사정없는 칼앞에서 과연 베여지지 않을 존재가 있을가 하늘아래 모두를 베일수 있는 물은 칼이다
429    [시] 피아노 (김철호) 댓글:  조회:2203  추천:32  2010-07-19
피아노 김철호 검은 새들과 흰 새들이 앉아있다 길다란 손가락들이 심술스럽게 새들을 쪼아댄다 새들은 하늘로 날아올랐다가도 도로 내려와 앉는다 새들이 나래치는 소리가 구름을 솟게 하고 샘물을 흐르게 한다 뻘건 손가락에 돋은 자주빛 손톱이 섬득하다 10자루의 칼날, 10자루의 송곳 난도질 한다, 마구 날친다 검은 새들과 흰 새들이 쓰러진다, 퍼득퍼득 버둥거린다 하늘 가득 깃털이 흩날린다 얼룩얼룩한 하늘, 태양도 사라진다 새들의 자지러진 우짖음 지옥의 소리가 된다, 천상의 소리가 된다 하늘땅이 노한다, 우뢰가 운다,파도가 솟는다, 바람이 태질한다, 사계절이 뒤죽박죽이 된다, 펑펑 흰눈이 내리다가 주룩주룩 장대비가 쏟아진다, 꽃들이 활짝 입을 열어 환호하고 푸른 숲이 꺼꾸로 서서 춤을 춘다, 병든 산하를 팽개친 높은 하늘에 류성의 무리 나타난다, 칼날과 송곳이 서로를 찌른다, 검은 새와 흰 새가 서로를 쫓는다,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면서 신음한다, 고함을 지른다... 갑자기 숲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이 달린 나무들이 흔들거린다 나무들도 새들과 함께 우짖는다 떤다... 편자주: 본 작품은 제27회 "두만강여울소리"시가탐구회 응모작품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428    [동시]달나무(고미숙) 댓글:  조회:2989  추천:37  2010-02-22
달나무 고미숙 저 하늘 시렁에 올려 놓은 달항아리 꽉 차 부으니 달빛 달빛 쏟아지는 달가루 배꽃에 스며들었다가 배밭에 가을이 오자 주렁주렁 보름달 매다는 달나무.
427    [동시]함박눈 오던 날(박예자) 댓글:  조회:2359  추천:29  2010-02-22
함박눈 오던 날 박예자 마지막 시간이 끝날 무렵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어요. 선생님이 용기 있는 사람은 걸어서 집에 가랬어요. 난, 눈 속을 걸었어요. 노래를 부르며. 집 현관에 들어서자 엄마가 깜짝 놀라셨어요. 눈사람이 서 있다고.
426    [동시]저녁 눈(오순택) 댓글:  조회:2423  추천:29  2010-02-22
저녁 눈 오순택 사락사락 누가 연필을 깍고 있다. 하얀 종이 위에 시를 쓰려나 보다.
425    [동시]나이테(권창순) 댓글:  조회:2440  추천:24  2010-02-22
나이테 권창순 올해도 한 곳에서 한눈팔지 않고 새에게, 다람쥐에게 벌레에게, 개미에게 바람에게, 나그네에게 열심히 베풀며 살았다고 하느님께서 나무에게 작년보다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주셨다
424    [동시]마술(최영재) 댓글:  조회:2158  추천:26  2010-02-22
마술 최영재 2학년 꼬마가 선생님한테 배운 마술을 한다 오빠도 안 속고 언니도 안 속는데 엄마, 아빠는 감쪽같이 속으신다.
423    [동시]널 꼭 잡을 거야!(이민자) 댓글:  조회:2319  추천:21  2010-02-22
널 꼭 잡을 거야! 이민자 물방울이 똑 똑 똑. 아기가 물방울을 움켜쥔다. 가만히 손을 펴본다 도망가고 없다. “어 어!” 다시 손을 내밀어 움켜쥔다. 이번에도 또 도망가고 없다. “으앙!” 어느새 아가의 눈가에 매달려 있는 마알간 물방울.
422    [동시]무지개(김영미) 댓글:  조회:2733  추천:26  2010-02-22
무지개 김영미 비 내리는 날 엄마 빗방울이 아기 빗방울에게 ㅡ몸을 똑바로 세워 바른 자세로 일해! 아기 빗방울들 하라는 일은 안하고 끼리끼리 모두 색칠놀이에 푹 빠졌다 비 그치고 화난 엄마 벌주려는데 웬걸, 산허리에 아기들이 그린 예쁜 무지개 동그랗게 걸려있네.
421    [동시]장미 바람(김예순) 댓글:  조회:2672  추천:23  2010-02-22
장미 바람 김에순 “찌를 테야!” 뾰족뾰족 나비도 비켜 가는 장미 가시 다가가 맨몸으로 감싸 안는 바람.
420    [동시]화요일의 가로수 길에서(권영상) 댓글:  조회:2495  추천:23  2010-02-22
화요일의 가로수 길에서 권영상 일요일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즐겁지. 가끔 화요일의 가로수 길을 걸어가다 보면 문득 그런 기분에 빠져. 저쪽 수, 목, 토요일의 하늘에서 들릴락말락 낮은 발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을 일요일. 그 소리를 향해 귀를 열면 내 몸은 풀잎처럼 까불까불 까불대지. 시들었던 내 궁둥이가 빼딱빼딱 춤을 추지. 일요일이 살금살금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즐겁지. 너는?
419    [동시]엄마의 등(한상순) 댓글:  조회:2335  추천:29  2010-02-22
엄마의 등 한상순 새벽 네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어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리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등 쫘악 펴고 한 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418    [동시]무서운 것(정은미) 댓글:  조회:2364  추천:20  2010-02-22
무서운 것 정은미 ㅡ꽃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ㅡ꺽는 것 ㅡ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것 ㅡ마구 짓밟는 것 ㅡ아니, 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것 ㅡ.... ㅡ그건 바로    손길 하나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거래.
417    [동시]셋방살이(정갑숙) 댓글:  조회:665  추천:29  2010-02-22
셋방살이정갑숙풀잎이전세를 놓았다풀벌레가전세를 얻었다풀잎은전세 값으로 노래를 받아풀벌레는전세 값으로 노래를 주어날마다 즐거웠다
416    [동시]눈 오는 날(이문희) 댓글:  조회:2537  추천:21  2010-02-22
눈 오는 날 이문희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 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이 오는 날.
415    [동시]심장(오한나) 댓글:  조회:2895  추천:23  2010-02-22
심장 오한나 앗, 뜨거워 고구마 구워 먹으려다 손가락 데였어요 그래 많이 아프니? 네, 그런데 아빠 내 엄지가 콩닥콩닥 뛰어요 손가락에도 심장이 있어요? 그럼, 슬퍼 눈물 날 땐 눈 심장이 화나 돌부리 걷어찰 땐 발 심장이 콩콩거리지, 콩닥거리지.
414    [동시]바람개비(고미숙) 댓글:  조회:2620  추천:24  2010-02-22
바람개비 고미숙 지구는 누가 들고 달리는 바람개비일가        북 서    .     동              남       겨울 가을   .    봄            여름 네개의 날개를 가진 바람개비 누가 들고 저 우주 속을 쉬지 않고 달리는 걸까
413    [시]가재미.3(문태준) 댓글:  조회:2612  추천:21  2009-12-10
가재미.3 ㅡ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문태준[한국]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용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용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채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 나는 그녀의 빈 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저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가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먼 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저 먼 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운 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맨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쓸어볼지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럴 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 집이 되었다
412    [시]가재미.2(문태준) 댓글:  조회:2586  추천:22  2009-12-10
가재미.2 문태준[한국] 꽃잎, 꽃상여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벌의 옷을 장만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옷, 꽃상여 그녀의 몸은 얼었지만 꽃잎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두꺼운 땅 거죽을 열고 독 같은 고요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 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마라 꽃상여는 하늘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 붉은 흙 물고기 상두꾼들이 그녀의 무덤을 등 둥근 물고기로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모든 무덤은 붉은 흙 물고기이니 물 없는 하늘을 헤염쳐 그녀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개를 데려오다 석양 아래 묶인 한 마리 개가 늦가을 억새같다 털같이 하느라 작은 몸이 더 파리하다 석양 아래 빛이 바뀌고 있다 그녀가 정붙이고 살던 개를 데리고 골목을 지나 내 집으로 돌아오다  
411    [시]가재미.1(문태준) 댓글:  조회:2129  추천:16  2009-12-10
가재미.1 문태준[한국]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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