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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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동시]무지개(김득희) 댓글:  조회:1621  추천:27  2009-12-03
무지개 김득희 무지개는 뜀줄 아이들 칠색꿈으로 엮은 뜀줄 산아빠 산엄마 무지개끝을 잡아준다 아이들이 즐거워 풍풍 뛰면 집도 뛰고 도시도 뛰고 아이들의 고운 꿈도 뛴다
369    [동시]초불(김득희) 댓글:  조회:1331  추천:19  2009-12-03
초불 김득희 초불은 장난꾸러기라고 머리에 불을 달았다가 후회의 눈물 흘린다고 전등이 놀려준다
368    [동시]연필(김득희) 댓글:  조회:1262  추천:15  2009-12-03
연필 김득희 가로세로 찍힌 자욱 까만 자욱 매일 늘어가는 자욱은 산넘고 강건너 파아란 하늘로 뻗는다 달나라 별나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다
367    [동시]롱구경기(지영호) 댓글:  조회:1281  추천:16  2009-12-03
롱구경기 지영호 큼직하고 빨간 떡호박 하나 놓고 키다리 아저씨들 두 팀으로 나뉘어서 서로서로 돌려가며 대방을 먹으라고 굽 빠진 광주리에 자꾸만 담아주네
366    [동시]수영할 줄 모르는 무더위(지영호) 댓글:  조회:1225  추천:27  2009-12-03
수영할 줄 모르는 무더위 지영호 엄마 품 파고드는 병아리처럼 내 몸을 파고드는 찌물쿠는 무더위 너무나도 얄미워서 강물에 뛰어들었더니 따라 들어오지 못하고 강변에서 서성거리네
365    [동시]초봄(지영호) 댓글:  조회:1200  추천:17  2009-12-03
초봄 지영호 강남에서 초청해온 제비재봉사들 알몸뚱이 산과 들에 푸른 옷 지어 입히려고 푸른 하늘 넓은 천을 썩둑썩둑 재단하며 어서 빨리 지어야지 지지배배 의논해요
364    [동시]캥거루(지영호) 댓글:  조회:1961  추천:19  2009-12-03
캥거루 지영호 새끼 캥거루와 엄마 캥거루 숨바꼭질 한대요 새끼 캥거루 홀랑 엄마 주머니 속에 숨으니 엄마 캥거루 짐짓 사위를 두리번두리번  
363    [시]솥전(송미자) 댓글:  조회:1971  추천:36  2009-11-27
솥전   송미자 쇤 고사리 손이 젖무덤을 닦는다 청동 빛 젖무덤 반드르르한 젖무덤   엄마의 젖무덤 하얀 젖무덤 하얀 젖 다주고 피 눈물까지 다 주고 얼이 든 그대로 굳어져 청동 빛으로 반드르르   애 고사리 손 움켜쥐고 재롱 치던 귀염둥이 못 잊어 남기고 간 젖무덤 엄마의 젖무덤   해마다 창턱너머 곱게곱게 피어나는 무궁화 이슬 고인 눈으로 지켜본다  
362    [시]탑(송미자) 댓글:  조회:2019  추천:30  2009-11-27
탑   송미자 살과 피는 찢기고 반죽되여 어느 책갈피속에 신음하고   추려진 뼈가 묵 묵 히 력사를 말하다  
361    [시]봄언덕(송미자) 댓글:  조회:2006  추천:27  2009-11-27
봄언덕 송미자 철은 철따라 터엉 빈 가슴에도 흙 내음 몰아다 쌓아주면 그 어디선가 은은히 들려오는 듯한 휘 바람 소리에 설레는 마음 이 봄엔 이 몸 통채로 부서져 흙이 되리다 꿈을 밴 마음 한 가지만 꺽어 정히 옮겨주소서
360    [시]할머니가 소녀였을 때 집시들이 말하기를,(차알스 시믹) 댓글:  조회:2061  추천:24  2009-11-23
할머니가 소녀였을 때 집시들이 말하기를, 차알스 시믹[미국] 너는 전쟁과 병마와 굶주림의 가장 사랑스런 손녀가 될 것이니라. 네 삶은 무성영화를 보는 눈 먼 자와 같을 것이니라. 너는 양파를 잘게 다지고 네 심장 조각 또한 곱게 다져 뜨거운 냄비에 함께 넣을 것이니라. 네 자손들은 밧줄로 묶인 여행 가방 위에서 잠잘 것이고 네 남편은 밤마다 두 개의 묘비인 양 너의 젖가슴에 입을 맞출 것이니라. 보라, 어느새 너와 너의 이웃을 위해 단장하고 있는 까마귀들을. 미소도 없이 그 무엇에 대한 맹세도 없이 너의 큰아들은 다만 입술에 파리 떼를 덮고 누울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네가 만나는 모든 개미들과 거리의 잡초들을 너는 부러워할 것이니라. 몸과 영혼은 현관 입구의 계단에 따로 앉아 같은 껌을 씹고 있을 것이니라. 귀여운 작은 소녀야, 널 사가도 되겠니? 라고 악마는 물을 것이니라. 장의사는 네 손자에게 장난감을 사서 안겨줄 것이고 마음은 죽음의 마당에 이르러서조차 말벌의 집 같을 것이니라. 신에게 기도할 것이나 신은“방해하지 마라”는경고문만을 내걸고 있을 것이니라. 더는 묻지 마라, 내가 아는 전부는 이 뿐이니라.
어떻게 팔레스타인들이 온기를 지킬 수 있을까요 나오미 녜[미국] 하나의 단어를 골라서 수없이 되새겨 보세요, 그 말이 당신의 입 속에서 불씨를 일으킬 때까지. 아다프레, 저항하는 사람, 알파드, 외로운 사람, 별들의 이름은 바로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이 지은 거지요. 밤마다 저들은 한 세상과 또 다른 세상 사이의 긴 길에 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기도 하고. 그들의 노란 눈이 내려다보기에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지요. 디라, 작은 집, 별들은 당신들의 담을 허물고 우리를 불러들이지요. 내 우물이 마르고, 할아버지의 포도들이 노래하길 그쳤지요. 나는 불씨를 찾아 석탄을 쑤석이고 아이들은 울고 있답니다. 도대체 어떻게 아이들이 바로 별과 같은 존재란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하얀 돌의 성곽을 쌓고, “이것이 내 것이다.” 라고 주장하지요.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미자르, 베일, 망토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들 뒤에 고대인이 앉아 불꽃을 풀무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리란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그 고대인은 우리들 숨결 속에 어두운 바람을 휘젓고 있지요. 그리고 말하지요. 이 베일은 걷어질 것이고 마침내 그들은 빛나는 우리를 보게 될것이라고, 축복의 언덕에 호박(琥珀)처럼 흩어져 있는 우리를, 정말 그럴까요? 사실 이건 내가 지어낸 이야기이고. 미자르에 대해선 나도 잘 아는 바가 없지요. 하지만 우리가 이 지상에서 온기를 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당신의 어깨에 두른 숄이 내 것처럼 얇아지면 당신도 나처럼 이야기를 지어내게 될 겁니다.
358    [시]1월 1일(데이비드 레만) 댓글:  조회:2084  추천:27  2009-11-23
1월 1일 데이비드 레만[미국] 어떤 이들은 영감이 번개와 같은 것인 줄 알지만 난 그것이 페와 공기에서 오는 것이라 믿어 당신은 그것을 들이쉬고 내쉬고 그것은 당신의 몸 속을 순환하지 살아있는 나의 숨결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바람 때로 영감은 칠면조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와 완두콩 스프나 베니 굿만*의 클라리넷 음계처럼 나의 주문에 따라 나오는 것이기도 해 언제나 응답해주는 언어 나의 클라리넷 어떤 이들은 영감은 순결한 영혼에만 이른다 하지만 그건 아니지 영감은 순결한 자와 순결하지 않으 자를 구분하지 않지 참을성 있는 자와 성급한 자 연인들과 방탕한 자들과 숫처녀들 모두에게 오지 당신은 그저 영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 들을 수 있게 되지 긴 기다림 뒤에 드러나는 소설의 마침내 단순한 결말 같은 것을 부서진 파편일 때 우리를 더 매혹하던 충격적 순간 옛 노래 그 이상한 소음 어쩌다 그만 듣게 된 끊이지 않을 전화벨 소리 *베니 굿만(1909ㅡ1986):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357    [시]초상화(스탠리 쿠니쯔) 댓글:  조회:2274  추천:19  2009-11-23
초상화 스탠리 쿠니쯔[미국] 내가 태여나기 몇 달 전 그토록 힘들었던 봄날, 공원에서 자살해버린 아버지를 어머니는 끝내 용서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이름을 장롱 가장 깊은 곳에 가두고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지만 나는 어머니의 깊은 곳에서 두들겨대는 아버지의 주먹질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 내가 다락방에서 길쭉한 입과 멋진 콧수염, 깊은 갈색의 초상화를 찾아 들고 내려왔을 때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파스텔 초상화를 갈기갈기 찢었고 내 뺨을 세차게 때리셨다. 이제 내 나이 예순 넷 타는 듯, 지금도 나는 그 뺨이 아프다.
356    [시]동물들이 치룬 대가(로버트 블라이) 댓글:  조회:1995  추천:24  2009-11-23
동물들이 치룬 대가 로버트 블라이[미국] 나무들로 둘러싸인 축사안에 검게 빛나는 발굽을 가까이 맞대고 서 있는 햄프셔 암양들은 갚아야 했다, 양털로, 자궁으로, 먹음으로써, 그리고 양치기 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동물들은 모두 갚아야 했다. 말은 하루 종일 갚았다; 돌처럼 무거운 배들을 끌었고 땅은 그들이 끌어올린 것을 다시 끌어내렸다. 돼지들? 그들은 칼이 목으로 들어올 때 꽥꽥 소리치는 것과 이어서 흘러내리는 피로 갚았다. 피, 그 뜨겁고 개인적인 것으로, 그리고도 남은 부채는 내장들이 갚았다.   “이렇게 사는 게 나야.” 라고 돼지들은 말 할 줄 모른다. 여자들은 머리를 숙여서 갚았고, 그리고 남자들은 내 아버지처럼 술을 마셔서 갚았다. 악마는 소리쳤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갚아라!” 나는 나의 빚을 다른 식으로 갚았다. 이들처럼 농장의 방식으로 갚을 수 없었으므로, 오늘 이 시를 쓴다.  
355    [시]첫 꿈(빌리 콜린즈) 댓글:  조회:1690  추천:21  2009-11-23
첫 꿈 빌리 콜린즈[미국]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첫 꿈에서 깨어난 날 아침 그는 얼마나 고요해 보였을가, 자음이 생겨나기도 오래 전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슬며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단 말인가, 홀로 생각에 잠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인 뒤에만 만질 수 있었던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짐승의 숨결을 어찌하여 그리 생생하게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 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홀로 있고 싶어 자릴 떠나 호수가로 갔겠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젊은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과 가만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였을 것이라는 것 뿐, 만일 당신이 거기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녀을 보았더라면 당신도 그 사람처럼 호숫가로 내려갔으리라. 그리하여 타인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이 세상 첫 남자가 되었으리라.
354    [시]무덤에 누운자(허련화) 댓글:  조회:1723  추천:37  2009-11-19
무덤에 누운자 허련화 그대여 외면하지 마 그대밖에 내가 있고 나안에 그대가 있어. 봄이 오고 풀잎이 돋아나면 산은 아지랑이에 지워져버리고 너의 바다는 몰려올거야 오, 이 불길, 뜨거워. 보여, 파도에 허위적이는 너의 긴 팔이 보이고 소리가 들려 나도 빠졌어, 끝없이 침전하고 끝없이 떠올라 한 바다가 아니야, 다른 파도야 잡을수가 없군.
353    [시]강너머 마을(허련화) 댓글:  조회:1849  추천:36  2009-11-19
강너머 마을 허련화 그들은 저마다 돌을 하나씩 품고 싹을 틔우려고 한다. “돌이여!” 입김으로 불어넣어주면 산돌이 될텐데. 그리고 그것을 날리면 부는 바람에 떨리지 않고 돌보다 굳은 뭐든지 깨뜨릴수 있을텐데. 일제히 돌을 날리리, 뭔가가 깨여지리.  
352    [시]일기책(허옥진) 댓글:  조회:1811  추천:29  2009-11-19
일기책 허옥진 하루가 말라들면서 진빠진 몸체가 한장씩 번져눕는다 꿰맨 더미우에서 파란 잎새들이 무륵무륵 자라난다 그 속으로 눈먼 사람이 걸어온다 멀어버린 투명한 눈동자속으로 그의 오장륙부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때때로 화닥증에 시달리는 몸체내에는 아득한 웃음과 신음소리, 까만 울음들이 하늘을 저주하는 피둥진 알탉처럼 파닥거리며 사설을 퍼붓고있다 풍만한 몸뚱아리 속속들이 널려있는 가루집에는 벌레들이 부지런히 추억의 모서리를 갉아먹고있다 허무가 헛갈리는 립각점에서 나는 연도입구에 외따로 서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묘하고 돌아가는 낯익은 사람들의 뒤모습이 신기루처럼 하나 둘 사라져가고있는 어슬녘에 나도 봉분우에 하나의 채색기를 꽂아놓고 돌아섰다
351    [시]감자(허옥진) 댓글:  조회:1870  추천:29  2009-11-19
감자 허옥진 새벽 이맘때면 언머님이 감자를 깎는다 타래진 시간의 달팽이가 어머님 손끝에서 뱅글뱅글 굴러내린다 광주리에 떨어져내린 그 시간의 반대편을 걸어들어가는 내가 있다 돌아돌아 이루는 라선형 그 끝머리로 채 가기전 나는 어지럼증을 타며 먹었던 감자를 토해낸다 녀자의 길은 눈으로 보는것이 아닌기여 어머님 향기가, 장국냄새 콩기름냄새 김치냄새와 같은 어머님 향기가 코를 찌르며 나는 재채기를 해댄다 어머니는 칼로 감자속살을 깊숙히 베여낸다 하얀 속살에서 빨간 피가 번진다 떨어져나간 어머님 속살이 점점이 시간우에 박힌다 그 우로 계속 들어가본다 속이 보인다 달팽이속이 약간씩 뒤집어지며 몸체안에 들어앉은 작은 집이 보인다 태아의 테트처럼 고요한 집 그 주위는 거대한 소용돌이속이다 그 소용돌이속을 묵묵히 운행하고있는 집은 궤도우를 달리고있는 작은 행성과 같은것이다 지금 나는 그 작은 행성에 앉아서 핵을 감싸고 생겨나는 소용돌이 소용돌이를 만드는 핵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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