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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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시]흰 뼈(심명주) 댓글:  조회:1414  추천:19  2009-11-10
흰 뼈 ㅡ두만강에서 심명주 열락을 찾아 내 갈 길은 동해로 낮은데로 썩지 않은 슬픔은 가슴빛 력사로 두만강 아직 어리고 젊어 촉수를 열어라 해볕을 빌어라 놋쇠 익는 구수하고 싸늘한 비늘 빛을 띄우며 천년을 삭힌 흰 뼈로 환생한다  
329    [시]깡통의 꿈(박명순) 댓글:  조회:1297  추천:22  2009-11-02
깡통의 꿈 박명순 하늘을 바라보며 노을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몸안의것 다 내주고 이리저리 상처 많이 입었다 펑 뚫린 구멍사이로 흐르는 붉은 피물 괴물의 입속에 흐르는 타액처럼 징글스럽다 혈관구석에 찌그러져  내버려진채 밤새도록 길을 헤매인다 태양을 향해 날고 날아 지구우의 위성이 되기도 했다 하늘의 별이 되여 까만 하늘에 보석을 수놓았다 별밭에 흘러들어 은하수로 추앙받는 몸이기도 하였다 언젠가 한순간에 다 주고 버려진 몸 오고가는 발길에 채워 벌려진 입에 우주의 바람이 들락거리며 주인행세를 한다.
328    [시]흙을 만나면 청자되리(박문파) 댓글:  조회:1369  추천:21  2009-11-02
흙을 만나면 청자되리 박문파 청자는 쉽게 되는것이 아니지만 공으로 왔다 공으로 가는 인생 가다 빈 손에 흙이 만져지면 진흙으로 빚어져 청자가 되고싶다 언제가는 텅 빈 가슴 가진것 다 나눠주고 더 이상 바랄것 없을 몸 속깊은 비취색 속살로 환생하고 싶다 누구나 떠나면 귀환되는 흙 그러나 너무 쉽게 외면되는 흙 오히려 그런 흙을 만나 출세되여 청정심을 담은 조용한 청자가 되고싶다 전생의 부족했던 쑥스러움들이 천도이상의 환원염으로 구워져 맑고 깨끗해 은은한 느낌까지 지닌채 나를 기다려준 님곁에 남으며 남으며  
327    [시]천지물(박문파) 댓글:  조회:1292  추천:21  2009-11-02
천지물 박문파 어머님 이처럼 조용한 세상도 있나요? 부서지지 않는 하늘들이 한마당 파랗게 모였네요 이제 어머님, 뿔 고운 꽃사슴처럼 찾아오면 우리 끼리끼리 어울린 족속 한 세상을 편히 살고싶지 않으세요? 그리하여 어머님. 비단결 천지물에 현주소 수놓고 꽃구름처럼 모이는 길손 붙잡기 하아얀 숨결들이 비끼는 술래잡이 놀고파지겠죠.
326    [시]빈잔(천애옥) 댓글:  조회:1364  추천:38  2009-11-02
빈잔 천애옥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푸른 별빛 흔들어 빈잔에 가득 부었다 그리고 찬찬히 별빛잔을 들여다보니 흰그림자가 어른대고 뚝 뚝 무거운 고독이 덩어리져 떨어지고 틈새로 기여들어온 바람 한점과 마주앉아 나는 별빛을 마신다 나는 나를 마신다
325    [시]도(천애옥) 댓글:  조회:1149  추천:30  2009-11-02
도 천애옥 대지가 하늘품에 새로이 태여나다 촉촉한 이슬향기로 선경의 꿈을 열어 상사(相思)의 은하를 건너 운무속을 거닐다 아프도록 눈부신 분홍빛 미소로 태여나다 대지가 하늘품에 새로이 죽어가다 내리쏟는 창살끝에 갈기갈기 찢어져 황금빛 열화에 나스르르 녹아내려 슬프도록 아름다운 무아몽중 까만 재로 죽어가다 *로자는 《도덕경》에서 가라사대 “일음일양위지도(一陰一陽谓之導)”이라 했음.
324    [시]꿈(최룡국) 댓글:  조회:1331  추천:16  2009-10-29
꿈 최룡국 지금도 먼 꿈속의 검푸른 바닷가에서 머리가 물고기 대가리인 한 여인의 우유빛 알몸이 서 있다 넘실거리는 아득한 나라 깊고 깊은 사람 속으로 갈 수 없어 말라버린 아가미를 벌리고 서 있다 끝없는 세월을 삼켜버리는 파도 우에 작은 발자국조차 찍을수 없고 가고픈 마음 물새 울음 속에 전설도 알수 없어 온몸에 젖은 바람을 휘감고 젖가슴으로 바다를 안은채 서 있다.
323    [시]피없는 태양(최룡국) 댓글:  조회:1359  추천:18  2009-10-29
피없는 태양 최룡국 칼날을 쥔 손이 칼날을 잡아 당길 때 칼날은 피를 먹으며 웃는다 아아 랑자한 진실이 넘치는 붉은 소리로 아침 노을을 물들이자 맑은 하늘의 눈동자가 쓸어진 풍경을 기억한다 여린 장미같은 손바닥으로 썩은 칼자루를 쥘수 없기에 뚝뚝 떨어지는 생명의 진실을 방울방울 움켜쥐고 휘뿌리자, 피 없는 저 태양의 심장 속에 휘뿌리자.
322    [시]아버지의 말소리(최룡국) 댓글:  조회:1197  추천:34  2009-10-29
아버지의 말소리 최룡국 내 귀가에 얼음처럼 매달린 아버지 말소리를 뚝 떼서 손바닥에 놓으면 숯처럼 검은 침묵이 된다 그것을 뜨겁도록 꽈악 움켜 쥐면 손가락 새로 막 흘러 나오는 피처럼 붉은 불길이 된다
321    [시]족보(리순옥) 댓글:  조회:1201  추천:24  2009-10-29
족보 리순옥 저 먼 어둠의 끝자락에서부터 실피줄 줄기들이 피여올라 무성해진 가지들에 이름들이 주렁줄렁 열린다 줄기의 기운을 입어 가슴과 가슴은 기대고 서로가 서로에게 체온과 향기를 전하고 가는 피줄의 피까지 말려 서로에게 떫음과 환의와 비애 그리고 소망을 전하고 입는 마음의 피빛 색갈로 가물가물하는 저 먼 어둠의 끝자락에서부터 실피줄의 줄기들은 피여올라 무성해진 가지들에 이름들이 주렁주렁 열린다 혼불이 피여난다.
320    [시]파도(리상각) 댓글:  조회:1268  추천:22  2009-10-29
파도 리상각 높이높이 쌓아올리다 스스로 마구 무너뜨리다 죽기내기로 주먹을 쥐고 달리다 기슭에 부딪쳐 부서지다 목이 터져라 웨치다 자기 소리를 삼켜버리다 날개를 저었으나 날지 못하고 접었다 폈다 하다 팽개치고 푸른 기발 날리다 찢어버리고 주먹을 휘두르다 쓰러지고 칼날을 세웠으나 베지 못하고 달리다가 다시는 돌아서지 못한다 달리는것 같지만 제자리를 못 떠난다 소리소리 웨친 뒤끝에 남은게 뭐던가 내 삶의 파도여 가련한 발자취여 오늘도 만들고 마스고 솟구치다 무너지다.
319    [시]존재의 의미(김현순) 댓글:  조회:1185  추천:18  2009-10-29
존재의 의미 김현순 모든것이 가능했다 모든것이 불가능했다 바람은 바람을 마시고 춤을 추고 물이 물을 먹고 노래 부르고 돌이 돌을 움켜잡고 꿈을 꾸는 그런 날이 좋았다 그런 날이 나빴다 세상은 한줌의 흙먼지 훌 불어서 날려가면 그뿐 가능과 불가능 사이엔 그저 여윈, 내가 있었을뿐이였다.
318    [시]예감의 새.3(김학송) 댓글:  조회:1211  추천:17  2009-10-29
예감의 새.3 김학송 하늘이 추위에 사로잡힌 날 해님도 하얀 무서움에 몸을 움츠린다 자유를 비상하던 새들도 두려움에 몸을 떤다 젖은 날개에 하루를 싣고 세월강가의 흔들리는 바위우 천년 고목에 깃들이여 젖은 꿈을 말린다 달님도 앓고있다 앓는 달의 손이 꿈을 만지니 꿈들이 살아나 또 다른 새가 어둠을 찢으며 총알처럼 날아간다.
317    [시]예감의 새.2(김학송) 댓글:  조회:1525  추천:21  2009-10-29
예감의 새.2 김학송 주둥이가 온통 밤빛의 털 대신 가시가 돋친 새가 하루 종일 사람의 숲에서 날다가 사람의 소리를 먼 숲으로 옮겨간다 숲에는 사람의 냄새가 난다 이상한 연기가 이상한 불이 되여 피여오른다 가시 돋친 새는 불에 한번 뛰여든 후에 다시 뛰쳐나와 말하는 새로 변하였다 새의 둥지는 깨여졌다 깨여진 둥지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놓여있고 나무잎의 술잔에는 숱한 거짓의 소리들이 이슬처럼 눈을 깜박이고있었다 후에 새는 숲을 떠났다 새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316    [시]예감의 새.1(김학송) 댓글:  조회:1271  추천:14  2009-10-29
예감의 새.1 김학송 어떤 곳에 왔다 몹시 편리화가 되여있다 자동차는 서있고 길은 달린다 모든 살아있는것들이 멈춰서고 모든 죽었던것들이 달리고있다.
315    [시]고향.1(김철) 댓글:  조회:1230  추천:21  2009-10-29
고향.1 김철 손에 가시가 들어 다치면 아프다 고향, 넌 내 가시 든 살점...
314    [시]대장간 모루우에서(김철) 댓글:  조회:1336  추천:16  2009-10-29
대장간 모루우에서 김철 대장간 모루우에서 나는 늘 매를 맞아 사람이 된다 벌겋게 달아오른 나의 정열 뜨거울 때 나는 매를 청한다 맞을 때는 미처 몰라도 맞고나면 나 매값을 안다 그래서 나 내몸이 식을 때 노상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
313    [시]찬란한 대화.1(김승종) 댓글:  조회:1478  추천:16  2009-10-29
찬란한 대화.1 김승종 단풍잎 하나 빙그레 웃으며 박우물에 실린다 보고싶어 한 여름 그리워 한 가을... 황홀한 꿈 두 쪼각 차분히 마음자락에 드리워 바람속의 무게를 달아본다 박우물 속 깊이를 훔친다 박우물 하나 단풍잎 하나
312    [시]새벽(김승종) 댓글:  조회:1147  추천:22  2009-10-29
새벽 김승종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은ㅡ 남을 위한 종을                   그렇게도 많이 쳐주셨소이다 어머님 어머님 어머님은ㅡ 자신을 위한 종은                       단 한번도 못쳐보고 가셨소이다 어ㅡ머ㅡ님!ㅡ
311    [시]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김영건) 댓글:  조회:1303  추천:14  2009-10-29
산이 산을 딛고 걸어간다 김영건 산이 산을 딛고 걸어온다 먼 산은 여운으로 멀어지고 앞산은 산의 얼굴로 절 하나를 그린다 흰 구름속으로 산은 나에게로 다가온다 먼 우주 왼쪽귀에 태양이 작은 눈망울로 지켜볼뿐이다 먼 산 깊숙이 내가 나를 딛고 들어간다 가장 먼곳에 있는 내가 무궁화 한송이 다 그리고 일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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