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이여, 철없을 때 내가 판 연못이여,
아직도 그때 물결은 흰 물거품을 일으키지만, 아직
철이 안 든 나는 검은 비닐봉지와 싸우는 반쯤 눈이
가린 삽살개 같구나 예전에 저 하늘을 이고 있던
바위들은 지극한 미륵불의 기다림에 분신 소신의
공양을 우습게 알았지만 지금은 쓰다버린 몽당
빗자루만도 못하구나 예전 저 하늘에 똥을 누고
큰 바윗돌로 눌러 놓았던 나도 부러진 이쑤시개만
못하구나 하지만 이대로 늙을 수는 없어 이럴 땐
길 가는 나무를 껴안든, 길 가는 길을 껴안든 고압의
송전탑처럼 발기해 천지의 미물을 감전시키고 싶지만
쪼그라진 귀두龜頭에 처바를 와셀린을 구할 수 없으니
아, 나는 또 길바닥에 쏟아진 어묵처럼 낙담하는구나
하지만 하늘이여, 아직 나는 네가 영 귀찮지는 않아
네 똥꼬 속에 머리 집어넣고 횟배 앓는 네 내장에
간지럼을 먹일 수도 있으니, 지금은 눈구멍 귓구멍
다 열어 놓고 뜨거운 입김 불어 넣어주길 기다리는
하늘이여, 철없을 때 내가 잘못 판 푸른 연못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