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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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시]겨울밤(강성은) 댓글:  조회:1309  추천:12  2009-02-26
물레가 돌아간다 투명한 실들이 흘러나온다 구불구불 빛이 흘러나온다 끝을 모르는 실들이 둘글게 감기고 또 감긴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른다 날카로운 바늘이 통과한 손끝에선 새빨간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내 몸은 너무 오래 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밤을 돌리고 달을 돌리고 죽음을 돌리고 나를 돌려도 창밖은 아직 검고 바람은 성난 개처럼 유리창을 부수네 투명하고 무거운 실들은 내 발목을 칭칭 감고 놓아주지 않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늙은 여인은 노래 부른다 그녀 몸 속에는 녹슨 바늘이 수천 개 찢기고 너덜너덜해진 그녀 몸 속을 바느질하네 저 무서운 실들은 모두 그녀의 백발이라네 물레는 돌아가고 소녀는 비명을 지르고 늙은 여인은 노래 부르고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하얀 머리 위에 또 하얀 머리칼 하얀 눈 위에 또 하얀 눈송이들 어떤 노래는 백 년째 불리워지네 어떤 날개는 백년째 만들어도 완성되지 못하네 저 보이지 않는 무서운 실들 좀 봐 밤은 탄식하고 어떤 겨울은 백 년째 계속되네 《현장비평가가 뽐은 2008 올해의 좋은 시》에서
189    [동시]모두 절로(김철호) 댓글:  조회:1528  추천:21  2009-02-19
모두 절로 김철호 봄비가 조록조록 예쁘게 내리면 터전의 오이가 절로 자란다. 햇볕이 모락모락 신나게 쏟아지면 뒤뜰의 참외가 절로 익는다. 갈바람 살랑살랑 즐겁게 불며는 논밭의 벼이삭 절로 여문다. 함박눈 소복소복 포근히 내리면 오얏나무 하얀 옷 절로 입는다.
188    [동시]엄마와 매(김철호) 댓글:  조회:1532  추천:22  2009-02-19
엄마와 매 김철호 엄마 때리는 매는 아파도 참아야 해 누구한테 일러바칠수도 없으니깐. 엄마 때리는 매는 잠깐 새에 아픔이 멎어 엄마 손에 사랑 가득 묻어있기에.
187    [시]落花(이형기) 댓글:  조회:1491  추천:11  2009-02-17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붐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느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186    [시]가을밤의 대화(쿠시노 신페이) 댓글:  조회:1112  추천:12  2009-02-17
춥지. 응, 춥군. 벌레가 울지. 응 벌레가 우는군. 이제 곧 흙 속으로 들어갈 테지. 흙 속은 정말 싫은데. 몹시 말랐군. 자네도 말랐는데. 어디가 이렇게 결릴까. 배겠지. 배를 떼 버리면 죽을 테지. 죽긴 싫은데. 춥군. 아, 벌레가 우는군.
185    [시]애가(哀歌 프랑시스 잠) 댓글:  조회:1216  추천:16  2009-02-17
ㅡ내 사랑이여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내 사랑이여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눈이 내리네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눈이 내리네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아직도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아직도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ㅡ이렇게ㅡ하고 당신이 말하면, ㅡ이렇게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그 후 당신은 말했지ㅡ사랑해요ㅡ. 나는 대답했지ㅡ나는 당신보다 더ㅡ라고, ㅡ여름도 가는군ㅡ당신이 내게 말하고, ㅡ이젠 가을이군요ㅡ라고 나는 대답했지. 그리고는 우리들의 말도 달라졌지. 어느 날 마침내 당신은 말하기를ㅡ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데... 그래서 나는 대답했지ㅡ또 한 번 말해 봐요... 또 한 번... (그것은 어느 거대한 가을날 노을이 눈비시던 저녁이였지.)
184    [동시]개울물(김철호) 댓글:  조회:1445  추천:15  2009-02-17
개울물 김철호 급한 사연 있어서 급히 떠난 개울물. 낮 지도록 밤새도록 바위에서 떨어지며 산굽이를 에 - 돌며 개울, 개울, 개울... 빨강 단풍잎 편지 하나 급히 나르느라 남 다 자는 밤에도 그냥 개울, 개울, 개울... 개울이네 동네를 잊을까 봐 개울, 개울 주소 외우며 쉴새 없이 가고 간다. 개울,개울, 개울...
183    [동시]별찌(김철호) 댓글:  조회:1589  추천:21  2009-02-17
동시 별찌 김철호 별찌를 왜 별똥이라지? 하늘에 곱게 금을 긋고는 감쪽같이 사라지는 별찌를 왜 별똥이라지? 순간이라도 온 하늘을 환히 밝혀주다. 아쉬움 없이 사라지는 별찌를 왜 별똥이라지? 별찌는 예쁜 꽃이다. 향기만 남기고 사라지는 예쁜 하늘 꽃이다.
182    김철호 프로필 댓글:  조회:4494  추천:42  2009-02-17
김철호 략력: 룡정시 출생. 연변대학 졸업. 연변인민방송국 문학편집, 연변일보 론설부 문화부 주임 력임. 작가협회뉴스트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진달래문화상, 제16회 정지용문학상, 제1회 중국조선족단군문학상 등 수상 동시집 《연필 숨 쉬는 소리》, 시집 《우리는 다 한올 바람일지도 모른다》 등 출간    
181    [동시]꽃과 별과 아이들 나라(김철호) 댓글:  조회:1537  추천:23  2009-02-17
꽃과 별과 아이들 나라 김철호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과 아이 별들은 꽃을 부러워했다. 별들은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그러던 그 어느 날 별들은 꽃이 되고파 하늘에서 내려왔다. 별들은 아이가 되고파 하늘에서 내려왔다. 꽃들도 별이 되고파 하늘로 올라갔다. 아이들도 별이 되고파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에서는 별이 된 꽃과 아이들이 반짝반짝... 산과 들에서는 꽃이 된 별들이 방실방실... 별과 꽃과 아이들은 아아들과 꽃과 별들이다. 하늘과 땅은 별과 꽃과 아이의 나라이다.
180    [시]주저흔(躊躇痕 김경주) 댓글:  조회:1725  추천:14  2009-02-12
몇세기전 지층이 발견되였다 그는 지층에 묻혀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년대기를 물었고 다투어 생몰년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전 돌속에 스민 빗방울을 조금식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동굴밖에선 홰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전 바람과 빛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서야 모습을 들어내는것이다. 동일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률을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타이팅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졌다기 보다 어쩐지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179    [시]집시(포르) 댓글:  조회:612  추천:11  2009-02-12
집시여, 숲 저쪽에서 흐느껴 우는네 바이올린 소리에 해가 기운다네 차르다시와 가녀린 가락이나무잎을 헤집는 산들바람과 같이내 고통을 건드리고 있다제비가 둔덕에서 은빛으로 물구나무 선다황색 길다란 저녁 놀이 구름사이로한줄기 흘러나와 떨고 있는 지평에악기 활처럼 다가선다들어보라,흙이 고요히 노래하고 있다광야가 온 몸으로 조그만 신음소리를 냈다죽어버린 아름다운 사람을 위하여 나는 운다죽고만 수많은 사람들을 나는 생각한다아, 아, 얼마나 수많은 구름이 나의 국토를 지나갔던가집시여, 숲 저쪽에서 흐느껴 우는네 바이올린 소리에 해가 기운다
178    [시]방랑(헤르만 헤세) 댓글:  조회:1212  추천:17  2009-02-12
슬퍼마라, 이제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하아얀 들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손을 잡고 휴식하리라 슬퍼마라, 이제 때가 오리라 우리들의 작은 두 개의 십자가는 밝은 길가에 서 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그리고 바람은 또 끊임없이 불어가리라
177    [시]추억(바이런) 댓글:  조회:1321  추천:15  2009-02-12
모든 것은 끝났다 꿈이 보여준 그대로 미래는 이제 희망의 불이 꺼졌고 나의 행복의 나날은 다 하였다 불행이 찬 바람에 얼어 내 인생의 새벽은 구름에 가려졌다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모두 안녕 추억이여, 너에게도 안녕하고 인사할수 있다면
176    [시]시간(쉘리) 댓글:  조회:1179  추천:10  2009-02-12
측량할수 없는 바다 그대의 파도는 세월 시간의 대양이시여, 그대 깊은 고뇌의 바다는 인간눈물의 연분으로 해서 짭짤해졌도다 그대 해안없는 해양이여, 그대의 민물과 썰물 사이 죽음이라는 운명의 한계를 끌어안고 포획물에 실증을 느끼면서도 더 많은 것을 달라 고함치며 황량한 해안가에 그대의 표류물들을 토해내는구나 고요속에서 변덕스럽고 폭풍우속에서 끔직하니 누가 헤아릴수 없는 바다 그대에게로 나아가리오.
175    [시]오지만디아스(쉘리) 댓글:  조회:1190  추천:14  2009-02-12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만났는데 그의 이야기이다. 몸뚱이 없는 커다란 돌다리 두 개가 사막에 서 있다. 그 근처 모래속에는 깨여진 얼굴이 반쯤 묻혀있다. 찌프린 얼굴로 굳게 다문 입 차갑게 내려다 보는 멸시의 표정엔 조각가가 분출한 열정이 생명없는 물체에 각인되여 있어서 이들을 묘사한 손과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것 같다 받침대엔 이런 말이 써있다. 나의 이름은 왕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너희들 위대한 자들아 내 업적을 보고 두 손을 들어라 분괴된 거대한 페허중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솟은 것 없이 평평하게 끝없이 뻗어있는 텅 빈 사막밖에는...
174    [시]혼자(헤르만 헤세) 댓글:  조회:1159  추천:10  2009-02-12
지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도달점은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걷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173    [시]고독(R.M.릴케) 댓글:  조회:1123  추천:11  2009-02-12
고독은 바다 같다. 저녁때에 바다에서 올라와 먼 평야에서 언제나 고독한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하여 비로소 도시 위에 떨어진다. 박명의 시각에 비는 내린다. 모든 거리가 아침으로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체와 육체가 실망하고 슬프게 헤어져 갈 때 그리고 시새우는 사람이 함께 하나의 침상에서 잠자야 할 때, 그 때, 강물과 함께 고독은 흐른다...
172    [시]새벽(아르뒤르 랭보) 댓글:  조회:1361  추천:13  2009-02-12
나는 여름 아침을 껴안았다. 궁전의 이마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물은 죽었다. 망령들의 부대는 숲길을 떠나지 않았다. 거칠고 미지근한 숨결을 깨워 나는 걸어갔다. 보석들이 바라다보고 있었다. 날개들이 소리 없이 일어났다. 신선하고도 흐릿한 빛으로 벌써 가득 찬 샛길에서의 첫번째 모험은 자기 이름을 나에게 말해 주는 꽃이었다. 나는 전나무 사이에서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있는 금발의 바세르팔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나는 하나하나 베일을 걷어올렸다. 길에서는 팔을 흔들면서 평원에서는 수탉에게 그녀를 알려 주었다. 대도시에서 그녀는 종탑과 궁륭 사이로 도망갔다. 거지처럼 대리석 부두를 달려가며 나는 그녀를 쫓아갔다. 월계수 숲 가까이 있는 길에서 나는 그녀의 진한 베일로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거대한 육체를 조금 맛보았다. 새벽과 아이는 숲 아래로 떨어졌다. 다시 일어나자 정오였다.  
171    [시]낙엽(레미 구르몽) 댓글:  조회:1230  추천:13  2009-02-11
시몬느, 가자,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나엽의 빛깔은 부드럽고, 그 소리는 너무나 나직하다. 낙엽은 이 땅 위의 연약한 표류물,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해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서글프고, 바람만 몰아치면 낙엽은 정답게 외치는데,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날개 소리,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오라, 우리도 언제가는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오라, 날은 이미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휩쓸고 있다. 시몬느, 그대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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