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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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시]어머니(얌명문) 댓글:  조회:1349  추천:10  2009-02-11
어머니, 여기 앉으셔요. 여기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적부터, 돌도끼로 나무 찍던 그 옛날부터 살아 온, 하늘 맑고 물 맑은 동네. 봄이면 살구꽃 곱게 피고, 가을이면 대추 다닥다닥 열리는 집 뜰, 네모났던 섬돌이 귀가 갈리어 두루뭉실하게 된, 진짜 우리집이올시다. 어머니, 아무런 일이 있더라도, 가령 땅 위에다 끓는 피로 꽃무늬를 놓더라도, 여기를 떠나지 마시고 앉아 계셔요. 여기는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 또, 그 아들의 아들 아들 아들들이 살아야 할, 잘 살아야 할, 진짜 아들의 땅이니까요. 어머니, 마음 푸욱 놓으시고 어서 여기 앉아 계셔요.
169    [동시]산그늘.2(김철호) 댓글:  조회:1761  추천:33  2008-12-04
산그늘.2 김철호 언덕 한자락 베여먹더니 강물 허리까지 잘라 먹는다 누런 소무리 삼켜버리더니 하얀 마을까지 꿀꺽 했구나 게걸이 들었나봐 뭉텅뭉텅 잘도 먹어버린다 아동문학 2007년 봄호
168    [동시]5월(김철호) 댓글:  조회:1772  추천:26  2008-12-04
5월 김철호 가지를 뻗어라 가지를 뻗어라 누가 더 많이 가지 뻗나 5월이면 나무들의 운동시합 한창입니다 꽃을 피워라 꽃을 피워라 누가 더 예쁜 꽃 피우나 5월이면 꽃들의 운동시합 한창입니다 새들아 날아라 새들아 날아라 누가 더 높이 하늘을 나나 5월이면 새들의 운동시합 한창입니다 내물아 달려라 내물아 달려라 누가 더 빨리 달리나 5월이면 내물들의 운동시합 한창입니다
167    [기행문]만천성의 가을은 좋아라!(김철호) 댓글:  조회:2188  추천:38  2008-10-05
                                                   만천성의 아름다운 풍경 ㅡ울긋불긋 타오르는 단풍속에 백의녀 우뚝 솟아   10월 5일, 우리일행이 만천성풍경유람구에 도착했을 때는 단풍철의 그 찬란함이  고조를 이루고있을 때였다. 10.49평방킬로메터의 호면을 둘러싸고있는 준령의 초목들은 땅을 가르고나온 불씨와도 같은 단풍잎들에 울긋불굿 타올라서 화려가을의 장쾌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있었다. 왕청현관광국 국장을 지내면서 만천성풍경유람구를 구상하고 설계, 건설하는데 유력한 작용을 하다가 지금 왕청현문련 주석으로 활약하고있는 장문일씨가 나루터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9월부터 미모를 자랑하기 시작한 만천성룡구도정상에 우뚝 솟은 백의녀대형조각상을 구경하러 오라고 초청했다면서 그는 멀리 바라보이는 산정의 새하얀 조각물을 가리켜보였다. 파란 호수우에 우뚝 솟은 산정의 정상부위에 하얀 조각물이 아득하게 보였다. 우리는 유람선에 올라 호수를 건넌후 룡구도호텔에 짐을 부리우고 그대로 백의녀조각상이 있는 산정을 바라고 걸음을 재우쳤다. 룡처럼 구불구불 꿈틀거리며 뻗어내려온 암벽우에 콩크리트로 다져놓은 계단이 있어 오르기가 한결 수월했다. 세멘트와 모래를 등짐으로 져올려 한계단 두계단 다졌다고 한다. 조금 오르니 량옆의 파란 호면이 발아래로 보이였다. 노란 참나무잎이 익어있는 가지새로 내려다보이는 호면의 푸른 색갈은 참으로 현란하기만 한테 그 파란 비단우에 울긋불긋 단풍물이 올라있어 말그대로 금상첨화였다. 동행인 작곡가 김경애씨와 녀류시인 최은희씨는 연변에 이처럼 산수가 어우러진 풍경구가 있는줄 몰랐다면서 연신 혀를 찼다. 여러번 만천성을 다녀온적있는 수필가이며 문학평론가인 장정일씨는 멀리 뻗어있는 호면을 가리키면서 유람선을 타고 몇시간이 좋이 걸려야 한바퀴 돌수 있다고 그녀들에게 설명해주고있었다. 오를수록 만천성의 멋진 모습이 더욱 가관으로 눈에 안겨들었다. 오른쪽을 둘러보아도 파란 호수요, 왼쪽을 둘러보아도 파란 호수, 우리가 걷고있는 산정은 말그대로 파란 물에 둘러싸여있는 하나의 섬이였다. 저 멀리서 유람선이 조용한 수면에 큼직한 물자욱을 새기면서 괴물처럼 흘러온다. 유람선에 앉은 사람들은 흥겹게 손을 젓고있었다. 이번엔 저쪽으로부터 뽀트가 달려오고있었다. 뽀트는 재간있는 재봉사가 가위로 푸른 비단을 쫙 가르는듯 쏜살같이 미끄러져갔다. 아무리 좋게 다져놓은 콩크리트길이라 해도 가파른 절벽길인지라 오르기에 여간 숨가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요행 내리막길이 나타나면 모두들 가볍게 몸을 쉬우면서 씽씽 내려가기도 했다. 절벽길을 올랐다내렸다 하면서 정상을 톺느라니 백의녀조각상도 점점 크게 륜곽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커다란 동굴이 앞에 나타났다. 장문일씨는 관광객들의 안전과 유람구의 운치를 더해주기 위해 바위를 뚫고 저쪽으로 통하게끔 인공으로 동굴을 뺀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동굴속에 들어서니 여간만 시원하지 않았다. 몇사람이 마음대로 팔을 휘저으며 걸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넓은 20메터쯤 되여보이는 동굴속은 더위를 피하기에는 참으로 제격인 휴식터였다. 동굴을 빠져나오니 다시 내리막길, 쉽게 내리막길을 내린후 다시 숨을 몰아쉬면서 오르는 절벽 중턱에 큼직한 거부기조각이 누워있었다. 일행은 그 조각상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후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껏 룡의 허리를 타고 여기까지 온것이였다. 룡구도호텔이 들어앉아있는 널다란 곳은 장문일씨의 설명처럼 클림없는 큰 거부기였다. 장문일씨는 거부기와 룡이 드러누워있는 룡구도의 전경을 가리키면서 룡구도에는 룡과 거부기의 풍류스러운 전설이 깃들어있다고 했다. 그 옛날 룡구도에 거부기부부가  살았다. 그런데 안해거부기가 좀 바람기가 심해서 남편거부기는 늘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거부기는 먼길을 떠나게 되였다. 떠날 때 남편거부기는 자신의 역한 배설물로 집주위를 금그어놓았다. 그러지 않아도 음심을 품고있던 동해의 룡이 어느새 이 소식을 듣고 구름을 타고 날아왔다. 그러나 배설물로 금그어놓은 속으로 도무지 들어갈수가 없었다. 안해거부기는 애타게 기다리다 못해 몸소 나와서 룡을 업고 집안으로 들어가 운우지정을 나누게 되였는데 그 정이 어찌도 깊고 뜨거웠던지 동품한 그대로 굳어져버린것이 저렇게 한덩어리가 도여 여직껏 있다는것이다. 장문일씨의 옛말에 도취되여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일행은 다시 걸음을 다그쳤다. 정사에 지쳐 수만년을 굳어진대로 있는 거부기와 룡의 풍류이야기가 깃들어있는 룡구도는 드디여 그 정상ㅡ룡두를 드러냈다. 우리는 언감생심 룡의 머리우에 성큼 올라섰다. 바로 그 머리우에 웅장한 백의녀조삭상이 하얀 웃음을 머금고 기다렸다는듯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룡구도언저리로부터 여기까지 우리는 1200메터 로정을 걸어올라온것이다. 《이 백의녀조각상은 높이 18메터, 무게 500톤입니다. 총 530만원이 투자되였지요.》 《와! 엄청난 미녀이군요!》 룡구도정상에 미녀를 모셔오기 위해 50만원을 투자하여  부암촌으로부터 산령을 따라 길을 뺐다고 한다. 사천미술학원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이 미녀의 옹근 몸체는 90개의 커다란 석재로 무어져있는데 가장 작은 석재가 6톤, 가장 큰 석재는 13톤! 호면에서 220메터의 정상에 우뚝 솟은 백의녀는 틀림없는 우리 조선민족을 상징하는 녀인상이였다. 마늘을 든 오른손을 가슴언저리에 포근히 품고있고 쑥 한모숨 쥐고있는 왼손을 가벼이 드리우고있는 녀인은 멀리 파란 하늘 끝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볼수록 다정하고 아름답기만한 백의녀는 파란 호면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향기로운 웃음을 흘린다. 그 웃음에 유혹되여  관광객들이 매일 여기에 모여드는것이 아닐가. 《작년에는 8만7000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금년에는 훨씬 더 많을겁니다. 7ㅡ8월에 일평균 2000ㅡ3000명이상씩 다녀갔으니말입니다. 올 때 보았겠지만 배초구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미 콩크리트길이 닦아져있어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장문일씨는 천메터문화주랑, 기원당, 민속촌, 식물원, 민속박물관, 명인관, 스키장, 천녀각, 종고쌍탑, 성급(星級)호텔 등 만천성의 건설계획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왕청의 관광업에 대해 락관했다. 백두산을 순수자연 그대로의 경관이라고 하면 만천성은 인문경관ㅡ인간의 가공에 의해 자연의 수려함이 더욱 도드라지게 묘사된 작품이라는것이다. 우리는 장문일씨의 자랑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흰옷의 녀인을 다시다시 우러러 보았다.   ( 이 기행문은 2002년 10월 연변일보에 실린것이고 사진은 금년 2008년 10월 1일ㅡ2일에 찍은 것입니다.)  
166    [동시]연(김철호) 댓글:  조회:1822  추천:52  2008-09-27
연 김철호 애들이 하늘에 낚시줄 늘인다 해님을 낚자고 낚시줄 늘인다 어느 낚시에 물릴가? 어느 애한테 잡힐가? 아득히 보이는 낚시찌는 가물가물 까만 눈동자들은 반짝반짝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제6집
165    [시]길처럼(박목월) 댓글:  조회:1639  추천:33  2008-09-26
[시] 길처럼 박목월 먼 산 구비구비 돌아 갔기로 산 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 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 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날 같다.
164    [시]깃발(유치환) 댓글:  조회:1736  추천:30  2008-09-26
[시]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먼저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163    [시]껍데기는 가라(신동엽) 댓글:  조회:1553  추천:35  2008-09-26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同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는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달사 아녀사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 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산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62    [시]꽃(박두진) 댓글:  조회:1719  추천:29  2008-09-26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 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람의 호심(湖心)이다
161    [시]꽃나무(이상) 댓글:  조회:1597  추천:31  2008-09-26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히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였소.
160    [시]꽃덤불(신석정) 댓글:  조회:1698  추천:24  2008-09-26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여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여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159    [시]난 바람입니다 댓글:  조회:693  추천:25  2008-09-26
나의 무덤앞에서울지 말아주십시오나는 그 무덤속에 없습니다자고 있지 않습니다바람이 되여잠 잘줄 모르는 바람이 되여저 넓은 하늘을누비며 날고 있습니다가을이면 빛이 되여전야를 비추고겨울이면 백설이 되여보석처럼 반짝이고아침이면 새가 되여당신을 깨워주고밤이면 별이 되여당신을 지켜봅니다나의 무덤앞에서울지 말아 주십시오난 무덤속에 없습니다언제나 부지런한 바람이 되여저 넓은 하늘을쉬임없이 날고 있습니다천줄기의 바람입니다만줄기의 바람입니다난 큰 바람입니다저 끝없는 하늘을힘내여 날고있습니다저 프르른 하늘, 희망의 하늘을영원히 영원히 날고있습니다*이 시는 작자미상입니다.
158    [시]나는 바람으로 날아가오 댓글:  조회:1561  추천:25  2008-09-26
나는 바람처럼 날아가요 푸른 숲의 저 잎 하나 하나 눈여겨 날개에 새기면서 날아가요 날다가 푸른 잎들의 이쁜 짓을 생각하면 힘이 나니까요 맑은 햇살에 몸을 헹구고 하나의 바람만을 말해요 그 눈빛으로 숨을 불어보아요 당신에게 가고 싶어 햇살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당신의 몸을 묶고 당신의 가슴에 전각을 새길거야 그리고 몸을 떨면서 그 이름 부를거야 이 헛된 바람의 끝이라고 팔베개의 아슬한  춘몽이라고 당신 손바닥에 잠시 머물다가 난 또 날아가요 그 눈짓에 멍이 들어서 따스했던 순간들이 이생이었기를 보드라운 꽃잎의 바람이었기를 나는 바람으로 날아가요 (작자를 몰라서 밝히지 못함을 용서하소서)
157    [시]작은 만남(김남조) 댓글:  조회:1563  추천:25  2008-09-26
작은 만남이여 골짜기의 물꼬를 문득 바다로 돌렸네 한 다발 열쇠꾸러미 자물쇠마다 열어 놓으니 은밀한 내 마음 옷 벗은 채 반짝반짝 드러나고 바닥에 잠겼던 말들 生金가루 털며 솟아오르고 이를 어쩌나 어쩌나 작은 만남이여 저는 이름도 하나 없이 그나마 돌담 저켠을 서성이면서 내 눈 밝혀 내 마음 밝혀 실핏줄 하나까지 알게 하느니 작은 만남이여 놀랍고 가슴 아파라 작은 사랑이여
156    [시]바람의 말(마종기) 댓글:  조회:1700  추천:23  2008-09-26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155    [시]남해금산(이성복) 댓글:  조회:1519  추천:22  2008-09-26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154    [시]님의 침묵(한용운) 댓글:  조회:1604  추천:31  2008-09-26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 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53    [시]소(김기택) 댓글:  조회:1431  추천:26  2008-09-26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152    [시]혼자가는 길(허수경) 댓글:  조회:1389  추천:29  2008-09-26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151    [시]풀잎.2(김성룡) 댓글:  조회:1620  추천:28  2008-09-26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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