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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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동시]위인전기를 읽다가(고미숙) 댓글:  조회:1481  추천:18  2009-09-27
위인전기를 읽다가 고미숙 누군가가 나를 읽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하루하루가 페이지가 되어 넘겨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낙서로 읽혀지면 어떡하지?
269    [동시]조개(신현득) 댓글:  조회:1623  추천:66  2009-09-27
조개 신현득 밖을 내다볼 때는요 문을 열고 “까ㅡ꿍!” 잠이 오면 문을 닫고 “메ㅡ롱!”
268    [동시]옥중이(신현득) 댓글:  조회:1465  추천:24  2009-09-27
옥중이 신현득 옥중아 옥중아 너는 커서 뭐 할래? 보리밥 수북이 먹고 꼬추장 수북이 먹고 나무 한 짐 쾅당 해오지.
267    [동시]숨박꼭질(박정식) 댓글:  조회:1726  추천:21  2009-09-27
숨박꼭질 박정식 ㅡ이상하다!    흙 밑으로 숨은 걸 봣는데... ㅡ신기하다!    네댓 달을 기웃기웃 찾았는데... 봉숭아 꽃 씨방에서 툭 튀어 나오잖아.  
266    [동시]철조망과 나팔꽃(김순분) 댓글:  조회:1664  추천:19  2009-09-27
철조망과 나팔꽃 김순분 철조망 손엔 가시가 돋혀 있습니다. “다칠라...” 모두 다 인상을 쓰며 그 앞을 지나쳤습니다 철조망은 외로웠습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조그맣고 여린 손이 철조망을 꼬옥 부잡았습니다. 나팔꽃 더굴손이었습니다. “넌 내가 무섭지 않니?”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일어설 수 없었어요” 철조망은 다른 손도 내밀었습니다.
265    [동시]뜨개질(박두순) 댓글:  조회:1512  추천:18  2009-09-27
뜨개질 박두순 봄들에서 햇살이 뜨개질하고 있다. 마침내 떡잎 두 개가 완성되었다. 감사해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떡잎 두 장.
264    [동시]이런 생각 어때?(신지영) 댓글:  조회:1633  추천:19  2009-09-27
이런 생각 어때? 신지영 풀밭에 가만히 엎드려 있으니 아! 풀밭이 나를 업고 있구나 하는 생각 아니, 지구가 나를 업고 있구나 하는 생각 “까궁, 아가야” 하며 짹 짹 짹 참새 노래 불러 주고 바람의 젖 먹여 주며 따뜻한 햇살 포대기에 싸서 토닥토닥 그렇게 나를 업고 있구나 하는 생각 들었어.  
263    [동시]나비(이준관) 댓글:  조회:1570  추천:21  2009-09-27
나비 이준관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 고 가 는 봄의 디딤돌.
262    [시]소나기(김안) 댓글:  조회:2525  추천:43  2009-09-23
소나기 김안[한국] 불가능한 체위에 대하여 너는 이야기 한다. 그때마다 너의 얼굴은 희디흰 빛을 발한다. 몰블랑을 덮은 눈처럼 너는 늘 경쾌하게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내게도 네게도. 하지만 너의 눈은 설명할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희롱당한 여자가 울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너는 태연하게 그것을 요구한다. 나는 사춘기이고 너는 막대사탕을 빨고 있다. 그 반대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때이다. 가끔 창을 넘어온 삼촌들이 면도 안한 턱을 너의 볼에 부빈다. 너는 얕은 고함을 지르고 나는 구석진 너의 서랍속에서 덜컹거리는 창의 진동을 느낀다. ‘바보! 바보’ 귀에 젖은 네 고함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261    [시]비닐봉지가 난다(이원) 댓글:  조회:2354  추천:19  2009-09-23
비닐봉지가 난다 이원[한국]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구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260    [시]거짓말(위선환) 댓글:  조회:2591  추천:20  2009-09-23
거짓말 위선환[한국] 돌맹이는 죽어있다. 그렇다. 죽어서도 돌맹이는 구른다. 닳으며 동그래지며 아직 죽어 있다. 그런가. 머리 위 어중간에 나비가 걸려 있다. 그렇다. 굽은 갈고리에 찔렸거나 은빛 거무줄에 감겼다. 글런가. 새가 반짝이며 구름 사이로 점멸했다. 그렇다. 높이 나는 새는 불꽃이다. 하늘에다 그을린 자국을 남겼다. 그런가. 나뭇잎이 떨어져서 어깨에 얹혔다. 그렇다. 나뭇잎에 눌린 만큼 어깨가 내려앉았다. 그런가. 벌써 익은 찔레 열매가 아직 달려 있다. 그런가. 바짝 마른 뒤에야 떨어진다.그런가. 잘 익은 씨앗 몇 개 감추고 있다. 그런가.
259    [시]조개를 굽다(심언주) 댓글:  조회:3232  추천:24  2009-09-23
조개를 굽다 심언주[한국] 화덕 위 맨발로 뛰어나온 그녀들, 단단한 입술 속에 부드러운 혀를 감춘 그녀들, 레코드판 같은 껍데기마다 파도 소리를 감아놓고 귀에 대면 금방 바다를 보여주던 그녀들의 화려한 캠프파이어. 부리가 뜨거워져 붉은부리갈매기가 날아오른다. 파랗게 질린 간월도 한쪽이 주-우-욱 끌려 올라간다.
258    [시]꽃잎(심언주) 댓글:  조회:605  추천:28  2009-09-23
꽃잎심언주[한국] 물은 방금 실잠자리 한 쌍을 놓쳤다온 몸이 입술이다. 물은.물수제비를 뜬다서너개의 입술은 뛰어올라 헛입질을 하고, 물 깊은 쪽 입술이 덥석 받아 삼킨다. 다물던 입을 다시 벌려 부르르 부르를 입술 가장자리를 떨고 있다. 내 손끝을 당기고 있다.립클로스 바르고 입술이 간다. 등을 말고 선 물풀들을 넘어서 간다. 실잠자리를 뱉고 간다. 통째로 머금었던 산을 놓고 간다.낚시꾼은 물의 목젖에 찌를 드리우고 삼킨 걸 뱉어 내라 생떼를 쓰고 있다. 물 입술이 팽팽하게 낚시꾼의 손끝을 당기고 있다ㅡ<2008 작가들이 선정한 오늘의 시>에서
257    [동시]밤(김철호) 댓글:  조회:1558  추천:24  2009-09-21
동시 밤 김철호 저녁이 쳐놓은 그물을 아침이 슬슬 거둔다   개울물이 빠져나가고 논밭이 빠져나가고 몰몰 연기 뿜는 굴뚝들이 빠져나가고 하얀 학교가 빠져나가고 안개까지 솔솔 다 빠져나가고...   빈 그물만 거둬가지고 간다  
256    [동시]꽃은 왜 웃나(김철호) 댓글:  조회:1890  추천:23  2009-09-21
동시 꽃은 왜 웃냐 김철호 꽃이 왜 웃냐하면 꽃이 왜 웃냐하면 바람이 살랑살랑 간지럽혀서 해죽해죽 꽃이 왜 웃냐하면 꽃이 왜 웃냐하면 해살이 살랑살랑 간지럽혀서 해죽해죽 (2009년 9월 25일)
255    [동시]해빛(김철호) 댓글:  조회:1930  추천:21  2009-09-21
동시 해빛 김철호 노란 해빛을 반짝반짝 만드느라 해님이 수고한다 노란 해빛을 반짝반짝 보내느라 해님이 땀 흘린다 그 땀이 우리 이마에 맺혀 반짝반짝 빛난다 (2009년 9월 25일)
254    [동시]거울(김철호) 댓글:  조회:1559  추천:18  2009-09-21
동시 거울 김철호 비여있기에 들어갈수 있지 뭐 어떤 때에는 아빠가 들어가있고 어떤 때에는 엄마가 들어가있고 또 할매 할배도 들어가있을 때도 있고 나도 살금 들어갔다 나오고 거울은 항상 커다란 자리를 비워놓고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2009년 9월 25일)
253    [시]문명의 식욕(배한봉) 댓글:  조회:2334  추천:13  2009-09-16
문명의 식욕 배한봉[한국] 옷의 식욕은 왕성하다, 성욕보다 수면욕보다 힘이 세다 나는 옷의 배를 불리는 양식이다 양말을 신자, 발이 사라진다, 양말이, 발을 먹었다 왼쪽 다리를 먹은 바지가 오른쪽 다리를 밀어넣으니 오른쪽 다리마저 먹어버린다 왼팔을 넣으면 왼팔을, 오른팔을 넣으면 오른팔을 먹는 재킷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는 재킷 나는 이제 어깨도 가슴도 없다 나는 이제 한 벌의 옷이다! 거리에 사람을 갖춰 입은 옷들이 둥둥 걸어 다닌다 숫제 개나 고양이를 갖춰 입은 옷도 있다 아침부터 왕성하게 나를 먹어 치운 옷은 저녁이면 나를 생산한다 살아 있는 한 나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끊임없이 소비된다
252    [시]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이원) 댓글:  조회:2484  추천:20  2009-09-16
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 이원 이른 아침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뛴다 바로 뒤에 엄마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뛴다 텅 빈 동쪽에서 붉은색 버스 한대가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다 아직도 양수 안에 담겨 있는지 아이는 몸이 출렁거린다 십수 년째 커지는 아이를 아직도 자궁 밖으로 밀어내지 못했는지 여자의 그림자가 계속 터질 듯하다 그러나 때로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 그림자는 몸을 밀며 계속 어둡다 깊다 무슨 상징처럼 부풀어오른 검은 비닐봉지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림자와 함께 간다  
251    [시]아득한 성자(조오현) 댓글:  조회:2019  추천:22  2009-09-16
아득한 성자 조오현[한국]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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