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송
김철호
ㅡ해발 1400메터의 해란강발원지에서
뼈들이, 하얀 뼈들이 모였다
천년을 빛바래고 만년을 빛바랜
희디흰 뼈들이 모였다
차가운 볕에
푸르고 붉고 노랗던 살들이 다 녹아내리고
뼈들만 다복히 남아 창살 같은 빛으로
파란 하늘 찌른다
푸른 피 터치운다
백두호랑이의 뼈도 왔구나
사슴의 뼈도 왔구나
알고보니 까마귀의 뼈도 흰뼈
장끼의 가는 뼈와 심통히 닮았구나
너구리며 올빼미며 칠점사며 부엉이며 독수리며
삵, 여우, 늑대, 곰, 메돼지, 노루, 오소리, 토끼, 다람이…
다들 살은 버리고 뼈만 갖고 왔구나
뼈들이, 세상의 뼈들이 다 모여
살을 가졌던 지난날을 서러워 한다
때가 더러웠던 어제를 질색해 한다
뜯기우고 저며져야 했던 아픈 살들의 이야기
아파도 눈물조차 흘릴수 없었던 억울했던 이야기
뼈에 새겨진 이야기들이 이야기 하면서
서로를 부추켜준다, 안아준다, 받쳐준다
싸움없고 티없는 하얀 세상
하얗기만 한 세상의 하얀 주인들이
살을 버린 환희의 미소에 젖어
이제 억겁을 여기서 살으리란다
하얀 뼈들이 가루되여 산의 사타구니 씻으며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그날까지
뼈만으로 살으리란다
뼈만으로 남으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