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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 .
김혁의 시나리오 소설 “원죄”
“장백산”잡지는 2006년도에 “재해”(박선석)와 “음모와 사랑” (지오) 두편의 장편소설과 “원적” (김혁 2기), “타지마할” (양은희 2기), “등대불빛은 또 깜빡거렸다” (원종철 3기), “나의 파란 많은 인생” (김근환 5기), “바다낚시” (박상춘 6기)등 5편의 중편소설 그리고 11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들중에는 동포들의 삶의 현장을 투시하는 작가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민족언어를 구사하고 이야기를 창조적으로 허구하고 형상을 창조하는 작가들의 기량이 늘어나고 또 문체가 다채로와지고 표달방식과 서사책략이 다양해지고있음을 과시하는 작품이 적지 않다.
이제 필자는 본문에서 “장백산” 2006년도에 소설을 일별하면서 떠오른 소감을 적어보려 한다.
먼저 “장백산” 2006년도 중편소설중 “원죄”와 “타지마할” 그리고 “바다낚시”를 주목하게 된다.
“원죄”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다루고있다. 현대사화학에서 세대차(代沟)란 바로 두 세대사이에 생기는 가치관념, 심리상태, 생활습관 등 방면의 화제로 되고있는 청년세대와 로년세대의 차이를 취급했을뿐만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부친살해모티플를 리용하여 주제사상을 심화시키고있다.
인간에 대한 탐구의 형식의 일종으로서 소설은 작가들에게 왕왕 특수한 사건, 특수한 모티프에 반복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한다. 부친살해모티프는 바로 작가들이 반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신화모티프의 일종이다.
파란의 인류학자 말리노프키(Malinowski 1884-1942)는 “미개사회의 성(性)과 억압”에서 부친살해 모티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있다.
프로이드는 “토템과 터부”라는 책에서 인류문화사의 최초의 중대한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있다.
원시인의 무리는 모든 녀성을 혼자서 차지하려는 질투심 많고 거친 부(父)가 지배하고있었다. 그는 성장한 아들들을 무리에서 추방해버린다. 그러나 추방당한 아들들은 어느날 힘을 합해 아비를 살해한 다음 아비의 시체를 먹어치운다. 잡아먹힌 태초의 아비는 틀림없이 아들들에게 선망과 공포의 대상이였을것이다. 이제 아들들은 아비를 먹어치움으로써 아비와 동일시될수 있었으며 아들들은 아비가 가졌던 힘과 권위의 일부를 얻게 되였다.
이 시원적이며 원초적인 사건을 이른바 부친살해모티프라고 하는데 프로이드는 이것이 “문화의 시작이며 그 이후로 영원히 인간을 불안케 하는 중대한 사건”일뿐만아니라 “사회적조직, 도덕적구속, 종교 등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잊을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하였다.
여기까지 알고 이제 김혁의 “원죄”를 다시 읽어보면 이 작품은 제목으로부터 매개세부묘사에 이르기까지 부친살해모티프의 계시를 받고있음을 알수 있다.
작가 김혁은 결코 이 모티프를 반복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특점과 민족의 생존상황에 맞게 깊이가 있고 개성이 있는 현대소설을 창조하였다.
김혁은 또 이 작품에서 아주 개방적인 자세로 씨나리오문체를 차용하여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있으며 아울러 창조추체의 얼굴을 시종 나타내지 않고 목소리를 내내 내지 않음으로써 소설의 사상력도를 크게 하였다.
우리는 TV에 TV소설이 있는것처럼 문학에 씨나리오소설이 있는데 대하여 크게 이상해하거나 놀랠 필요가 없는바 작가의 대담한 문체실험을 지지해주어야 할것이다.
“장백산” 2006년 소설을 놓고 조선족소설문학의 현주소를 생각해보자.
한 문학지가 해마다 장편소설 한편 내지 두편을 련재하고 중편 5편 내지 6편을 게재하고 단편 10여편을 게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소설문학이 수량상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로 된다.
“장백산”, “도라지”, “연변문학” 그리고 기타 잡지와 신문의 문예란에 발표되는 소설작품을 모두 헤아리면 200만인구의 소수민족에게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건국후 30년간에는 근근히 장편소설과 중편소설이 한두편밖에 없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 수량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예술질상에서도 우리의 소설문학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있음을 “장백산”2006년도 소설을 통하여 기껍게 보아낼수 있다.
창작방법으로부터 조감해보면 우리의 작가들은 기본상 사실주의 문학의 방법과 원칙을 견지하는 기초상에서 비사실주의 문학의 방법, 모더니즘, 포스터모더니즘에서 부단히 자신의 텍스트를 살찌울수 있는 자양분을 흡수하고있다. 이로하여 우리의 소설문학은 오늘에 이르러 내용이 전례없이 풍부해지고 형식이 매우 다채로워지고있다.
“장백산” 2006녀도 소설작품중에서 우리는 모더니즘 혹은 포스터모니즘이라고 단정할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창작방법상에서 우리의 소설문학은 사실주의 문학의 제 원칙에 충실한다는 증거로 된다.
물론 사실주의도 순수한 개념이 아니며 사실주의 문학의 력사도 곡절이 없는 것이 아니며 또 우리 조선족작가들의 사실주의에 대한 리해와 창작실천도 내내 정확하고 성공적인 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오늘에 와서 우리의 소설문학은 총체상에서 진정으로 사실주의 문학의 풍격을 갖추고있다고 결론할수 있다.
우리의 작가들이 동포들의 삶의 현장을 투시하는 안목이 상당히 높아지고 현실과 력사의 소용돌이속에서 소재를 찾고 큰소리를 치지 않고 헛소리를 치지 않고 생활을 분식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시장경제의 바다속에서 피흘리는 령혼의 모지름을 겪는 민족의 생존상황과 정신존재는 전통문화를 고양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적여건에서 발로되는 민족렬근성을 무자비하게 고발하면서 자기의 문학작품으로 하여금 진정으로 민족혼을 재주조하는데 필요한 정신적식량으로 되게 하기 위해 애쓰고있다.
“장백산” 2006년도 소설을 통하여 우리는 또 우리의 작가들이 총체상에서 사실주의문학의 원칙을 숭상하면서도 개방적인 자세로 모더니즘, 포스터모더니즘에서 유익한 자양분을 흡수하고있으며 비소설류의 문학에서 유용한 방식와 기교를 배워다가 자신의 텍스트를 살찌우고있다는 것을 보아낼수 있다.
“원죄”가 고대신화의 부친살해모티프의 영향을 받았을뿐더러 초현실주의문학에서 일부 기교를 배우고있으며 영화문학의 형식을 빌어서 쓰고있다는것과 “타지마할”이 인도의 고대건축에서 령감을 받고 상징주의문학에서 일부 기교를 재치있게 리용하고 또 실존주의문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것 그리고 “골회”는 포스터니즘의 핵심리념이라고 칭할수 있는 해체주의의 영향을 다분히 받고있다는 것 등등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바가 크다.
사실주의소설만 소설이고 소설이면 곧 사실주의소설이던 시대는 여기서도 언녕 끝이 났다.
이것은 우연하게 나타난 문학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작가들이 현대소설문학의 번영을 위해 장기간 애쓴 결과이며 우리의 소설문학이 발전도상에서 반드시 지나야 할 과정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작가들이 보다 개성적인 자세로 너무 전통적인 경전소설학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류문학보고의 여러방법, 류파, 사조의 작품들을 보다 넓게 공부하면서 자기의 문학작품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싶다.
“장백산” 2006년도 소설을 통하여 우리는 조선족소설문학의 현주소를 다음과 같이 개괄할수 있다.
우리의 작가들은 소설의 생명본체와 언어본체를 탐구하면서 또 사실주의문학의 방법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아울러 모더니즘포스터모더니즘에서 부단히 자양분을 흡수하였는바 그 결과로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와 민족의 생존상황에 대한 심각하고 폭넓은 조명 그리고 다채로운 형식에 대한 추구가 있는 당당하게 에술문학으로 평가할수 있는 성과작들을 적잖게 창출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작가들의 문학상상력은 높지 못하며 투철한 문학정신을 가지고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작가는 많지 못하다.
한 작가가 문학적상상력을 키우고 치렬한 문학정신을 갖추는 것은 일조일석에 되지 않는바 장기적이고 부단하고 또 꾸준한 노력의 결과일것이다.
하고싶은 말 많지만 편폭관계로 이만 줄인다.
최삼룡 (전 연변사회과학원 소장, 평론가)
"장백산"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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