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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차챈더는 그길로 포도영에 넘겨져 목이 잘리였다. 그의 죽음은 염왕산의 큰 손실이였다. 물론 후임이야 있겠지만 그만큼한 사람을 얻을것 같지 않았다. 그 일이 어느 누구보다 행명을 잃기 쉬워 오래해내기 힘들었다. 염왕산에 차챈더의 장악하에 단독으로 정찰대가 조직되여있었지만 내부인원이 오래온정되지 않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만일의 경우 차챈더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이 있어야했길래 후임자를 정해뒀는데 그 류자는 지난해겨울 쟁반밟으러 나갔다가 벌써 잘못되였다. 운수좋아 죽지 않아도 한번 발각된 사람이면 그 지방에는 다시나돌기 어려운일이여서 부득불 사람을 바꾸게 된다. 그러니 이 일은 누구든 하기 힘들어하는것이다.
민호는 이젠 화남쪽으로 다 갔다. 하지만 그는 그 노릇을 버리고싶진 않았다. 시킨다면 그냥 하리라 작심했다. 외사량의 세 번째 자리에 앉고푼 그였다.
《지금 차챈더의 후임을 놓고 토론이 많아요. 들어봤나요. 누가 적임자일가구요.》
《거기생각에는 그래 누가 승임할것같소?》
《그 자리에 오르고푼가요?》
《시키면야.》
《호....》
남을 위해 괴로운 치닥거리를 하고있는 이 다심스러운 녀인은 구름장이 비끼는 얼굴을 들더니 뜻밖에 마주보면서 한숨쉬였다.
《들어요. 황천길에는 로소가 없어요. 전번에 둘다 잘못됐더면 어쩔번했어요.》
걱정이 고마웠지만 민호는 부러 그녀를 역정나게 굴었다.
《내같은게 잘못된들 누가 구곡간장 끊어질가.》
향란은 과연 눈살을 곤두세웠다.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하겠나요. 그놈의 똥집은 대체 어떻게 돼먹었는가요.》
《허허허....》
민호는 허거푸게 웃으면서 그녀앞에 자기가 천지주손에 잡히자 이젠 끝장이구나 하여 눈앞이 캄캄해나도록 절망했던 일을 솔직히 토로했다.
《웃지마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범의 굴에 들어가보긴 처이였소. 무예도 깊지 못한 주제에 잡히우면 어쩌나 생각하니 아닌게아니라 개발에 땀까지 나더구만.》
《정작 잡히우고보니 또 어떻던가요.?》
《절망했다가 무감각해졌고 그러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어떻게 살길은 없겠는가 생각했지. 낸들 그래 생명아까운줄 모를가.》
《그랬겠지요. 살고푼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황차 피값도 못받고 눈을 감으면야 얼마나 원통한일인가요.》
태도가 다시금 온화해진 녀인은 정찬 눈매로 민호를 보면서 속내를 짚어내려했다.
《내한테 솔직히 말해요. 정말 차챈더노릇하고푼가요?》
《시키다면야.》
《늘 나다닐만한가요?》
《왜서 나다니지 못하겠소. 화남쪽으룬 못가도 다른데야 얼마든갈수있잖소.》
이 소리에 향란이는 다른말이 없이 그를 눈박아보기만했다. 마치 하늘을 파고드는듯한 그의 맑은 눈은 네가 밖에 나도는 자유를 얻는다면 그 기회를 빌어서 잃어버린 제 각시나 찾아보자는게 아니냐고 캐고 있었다.
흰모래도 갯속에 오래묻히면 검어지는거다. 아닌게아니라 쟁반을 밟는답시고 마음대로 나돌 수 있는 자유를 얻은 사이 잃어진 안해도 계속찾을 겸 동포들이 살아가는 형편도 알고싶으면서 한번 실망을 주었지만 그래도 미련이 가는, 동포의 자치와 항일을 준비하는 그 정부라는것을 기여히 찾아 형세를 알고싶기도한 민호였다.
민호와 향란이가 만나서 이같이 차챈더의 후임문제를 입 끝에 올리고 있을 때 다른 한곳에서는 위용강과 진사해가 역시 차챈더의 후임문제를 놓고 담론하고있었다.
《내 이 위용강이가 헴이 들어서는 이번까지 차챈더후임이 다섯 번째입니다. 반둬더와 양즈방과 화서즈, 즈좡은 선대부터 그냥 그분들이고 량태와 수이샹은 원래분들이 타계하니 갈리우고 포토우는 세 번갈리운겁니다. 그런데 차챈더는 다섯 번이나 자리를 메우게됐거든요.》
《가슴아픈일이기는 하오만 병가상사라 이역시 불가피한게지.》
《하긴 그러한데 적임자가 없어서....》
《왜 없겠소. 사람이야 있지. 고를줄몰라 그렇지. 시킨다면 나도하겠소. 믿어만주면.》
진사해는 제 속심을 이같이 슬쩍 내비쳤다.
위용강이 빙그레 웃었다.
《왜 믿어안주겠습니까. 그 래 참말로 그 자리에 서곱푼가요?》 《허허허....》
진사해는 허구푼 웃음으로 직답을 뭉때리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위두령의 명령이면야 사심탑지하오리만 내가 어디되겠소. 보다싶히 내얼굴에 이놈의 기념딱지가 있어서 육갑을 하기전에는....》 하면서 진사해는 자신도 늘 상서롭지 못하게 여기고 미워하는 흉터를 만지면서 상을 찌프렸다. 게뚜더기가 오늘따라 더 험상스레 이지러진다.
민호가 향란의 거실을 나와 자기 반의 산채쪽으로 가다가 공교롭게도 앞마당에서 그들 둘과 마주쳤다. 그는 그들을 그저 앓은체하고는 지나치려했다. 그러나 진사해가 위용강이와 말하는척 하면서 이쪽을 조롱하는것이였다.
《여보게, 황우도 댕댕이넝쿨에 걸려 꼭그라질라니 그 사람이라고 왜 실수 할 때가 없겠나. 봐줘야지. 황차 벼슬운이 터졌다구 입이 함박만해진 사람인데.》
민호는 몸을 홱 돌려 그자를 쏘아봤다.
《누굴놓고 하는 소리야? 남을 얕잡아보고 공기놀리지 말어!》 위용강이 이마살을 찌프려 가면서 민호를 나무렸다.
《민호동생은 왜 쩍하면 성깔부터 부리는거요, 누가 나쁜말을 하는것두 아닌데.》
진사해가 너털웃음쳤다.
《허허허.... 그렇잖구. 누가 뭐라구했길래 저러나. 공연히....》
뱃놈 배돌려대듯 말은 잘 돌려댄다 자식. 입에 침이나 바르지. 민호는 속으로 쓰거워하면서 되돌아서서 갈길을 갔다. 이젠 제법 활개펴면서 교기부리는 꼬락서리가 과연 눈이 시여 욕지기가 나왔다. 간에 불이 붙지만 참아야했다. 치망설존(齒亡舌存)이라잖는가. 숙사에 돌아오니 새자들이 진사해를 놓고 한창 이야기하고있는 중이였다.
《그 사람 게뚜더기 아니면야 미남이지.》
《미남? 그게 표준이 어떻게 된거니?》
《표준이야 사나이다운게지.》
《사나이다우면 미남인가, 쳇.》
《그가 미남이라? 추남은 아니구?》
《상판은 언제 그모양됐다니?》
《언젠지는 몰라두 계집한테 받은 선물이라는 소리도 있구....》
《곰발톱에 긁혔다는 소리도 있구....》
《아니 건데 어쩌누라 계집한테는?....》
《아직 상중인 과부가 있었다나. 생각이 나 그년한테 덮쳤다가 채도자에 맞았대.》
《그래서? 그년을 가만둬?》
《훗날 상처가 나아 가보니 그새 과부는 어디론가 개가를 하고 없더래. 그래서....》
《그래서 보복도 못했다는거겠지. 건데 왜 설이 다르구나. 내가들으려니 가마마스러갔다가 그렇게 됐다더구나.》
《그걸 곧이듣나. 그자는 망해버린 청보산 대포쟁이야.》
《맞아, 그녀석은 대포쟁이다. 헌데두 그런 놈 할애비처럼 여기고 믿어줘? 에잇 바보같은 녀석들!》
왕견이 투박스레 뱉어내어 새자들이 주고받던 얘기는 아퀴지었다.
민호는 오늘에야 비로서 진사해가 왜 게뚜더기로 되었는가를 말했다. 그가 비렬한 수작으로 한 허저인의 매를 욕심내여 빼앗으려다가 주인의 드센 손에 그렇게 된거라 알려줬더니 새자들은 모두 그러면 그렇겠지 하며 잘코사니를 불렀다.
한때 위삼포는 아들을 면전에 앉혀놓고 하필 생육이 어려운 기생을 성취하려할건 뭔가고 소매하기도했으나 아들의 심기를 돌려세울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는 네생각 네멋대로 하라고 방임하는 태도였다. 그러면서 한편 또한 과년한 딸이 약혼도 안하고 외간사내와 극친하게 어우려 노는것을 알면서도 내쳐두고 있었다. 출가전에 아이를 낳아 이 애비의 얼굴에 똥칠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묵과하니 어찌보면 그것이 무난히 너그러운 아량같기도했다.
향란이가 아버지앞에서 허락을 빌지 않아서 그렇지 자기는 조선사나이한테 시집가고싶다는 의사만 내비쳐도 지금같으면 반대하지 않고 흔연히 동의할 위삼포였다. 그만큼 민호를 안중에 넣을 정도에 까지 이른것이다. 한편 또한 그가 민호에 대한 자애심이 각별하다는것을 설명하기도했다. 이런상황임을 향란이가 귀띰해줬거니와 그 자신이 감촉하기도 한 것이다.
하루는 향란이가 민호앞에서 제오랍의 일을 놓고 상심했다.
《언젠가 난 오랍하고 따지고 물었어요. 오랍은 장가를 갈텐가 안갈텐가 하구요. 그랬더니 하는 말이 왜 안가겠니 가야지 하더군요. 보아하니 오랍은 지금도 다른녀잔 안중에 두지 않고 그 기생만 딱 맘에 들어 잊지를 않는것 같애요.》
민호가 말했다.
《본인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지 좀자를건 뭐요.》
《기생엄마가 한사코 내놓으려 하지 않으니까 그러지요 뭐.》 《단판은 해봤다오?》
《왜 안했겠나요. 했지요. 전번 언젠가 가서 해봤대요. 그런데 몸값을 어찌나 엄청부르는지.....》
《그래서 얻고푼 여자도 못얻고 한숨만뺀다 그 말이겠지. 참 어쩜....대포걸어놓은 기와집도 마슬라니 그깟 기생엄마따위를 못이긴다는게 어디 말이되오. 인제보니 용강이도 허깨비였구만.》
사내의 말에 비난적인 냄새가 물큰나는지라 향란이는 곱지 않게 피끗봤다. 하면서도 그녀는 민호앞에서 오빠를 두둔해 대꾸질을 하지 않았다. 내막이야 어떻든 객관은 들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말을 하게되니까.
위용강이 마음속에 두고 사랑하는 소춘매가 지금은 일면파에 있지 않고 할빈의 연하루(燕河樓)에 가 있었다. 그건 그 도시에서 이름있는 큰 기생집이였다. 소문과 같이 소춘매는 인물곱고 악기잘다루고 노래또한 잘 불러서 그 누구보다 인금이 높은 기생으로 발돋음했다. 일면파의 부호인 외삼촌이 염왕산류자손에 한번 털리우고나서 당치도 않게 자기가 재난받은건 바로 처조카인 그녀가 토비와 내통이 있었기 때문이라 넘겨집고는 그 보복으로 일면파에 있는 그녀를 높은 가격에 할빈의 그 기생집에다 팔아넘겼던것이다. 하여 연약한 소춘매는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이 남에게 영 매인 몸이 된건데 위용강은 그 일을 뒤늦게야 알고 할빈에 가 그녀를 만나보고 빼내오려했다. 하지만 연하루의 주인녀가 관부를 끼고 어찌나 감시가 엄하고 드세게 노는지 여지껏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벙어리냉가슴않듯 혼자 속만 끓이는 판이였다.
민호는 향란이한테서 이런 사정을 듣고나서 눈을 꺼무럭거리면서 내가 출마해서 한번 도와줄 수는 없을가 궁리했다. 그는 아직도 위용강의 환심을 사지 못하고 있었다. 무경각하게 진사해의 꾀임에 들어 그자의 입김에 놀아대는 그를 이제는 제곁으로 끌어붙여야했다. 기회가 온것이다. 이제 나서서 혼사만 시켜놓으면야 아무리 목석같은 인간이라해도 감지덕지해할것이다.
화남의 천지주집에서 받은 상처도 다 나았다. 민호는 연하루의 형편부터 알아보기 위해 어느날 할빈을 향해 산채를 나갔다.
할빈에 이른 민호는 연하루기생집을 어렵잖게 찾아냈다. 할빈에는 일본사람이 경영하는 기생집도 있고 로씨야사람이 경영하는 기생집도 있고 중국사람이 경영하는 기생집도 있어서 간판이 가지각색이였다. 이 업이 그리도 잘되는건가?...
연하루기생집의 주인은 성이 마씨(馬氏)였는데 두해전에 교통사고로 죽고 지금은 그의 녀편네가 그것을 경영하고 있었다.
할빈에서 2일간지내고 산채로 돌아온 민호는 향란이앞에서 신심있게 말했다.
《이 일은 공력이 좀 들 뿐 돈을 한푼도 던지지 않고서도 얼마든 해결할 수 있을것 같더구만.》
향란이는 속으로 못내 기뻤지만 반신반의했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쉽사리될가요?》
《방법이 간단하지. 표를 잡아오면 되는거요.》
《누구를 표로 한단말인가요. 주인마님이야 아니겠죠?》
《그년을 왜 잡아와, 아들이 있는데.》
《아들을요?》
《그렇소. 마씨가 생전에 종자로 받아놓은 아들애가 하나 있는데 이제 다섯 살이더구만.》
《그 애를 인질로 녀인하고 교환하자는건가요? 그 방법이....》
《그렇지. 여러방면으로 생각을 짜봤자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을거요. 방법이 폭력적이여서 신사답지는 못하지만 둘러치나 메치나 매일반이란말이요. 우리 처지에 무슨 례모고 체면이고 가릴게있단말이요. 따지고 보면 남의 귀녀를 팔아먹은 놈이나 그를 사서 노래팔고 춤팔게 하는 년이나 다 똑같은 흡혈귀들인데 뭐. 우리가 그런자들을 어려워하고 곱게 대해줄게 뭐요. 안그렇소?》
향란이는 다소곳이 고개꺾고 생각한 끝에 그의 말에 수긍했다. 인자하게 놀아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였다.
이 일은 크게 고려할필요조차 있는것 같지 않아 향란이는 즉시 제 오빠를 찾아갔다.
위용강은 녀동생이 인질로 소춘매를 바꾸어 올 계획을 말하자 처음에는 아무렴어찌 그렇게까지야 막짓을 하겠느냐며 뗑하다가 해석을 듣고는 차츰 납득되는지 머리를 끄덕였다. 한데 안해를 얻겠다고 자기가 직접나서서 덤비기는 뭣해서 더수기를 벅벅 긁었다.
《오랍보고 나서서 춤추라는건 아니요. 솔직히 말해 오랍한테야 신통한 방법도 없을게고요. 안그래요, 오빠?》
《.....》
향란이는 그길로 화서즈를 찾아가 오빠의 대상자를 구해오는 문제를 내놓고 말해보았다. 그랬더니 화서즈역시 위용강이 각시를 얻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도 관심하고있는바니 표만 잡아오거라 그러면 자기는 있는힘껏 노력해보겠노라했다.
하여 민호는 다시 할빈(哈爾濱)으로 가게되였다.
할빈에 도착한 그는 그날부터 려관에 자리잡고있으면서 손쓸 기회만 노리였다. 그는 갑진 연미복에 신사차림을 하고 연하루에 다니였는데 3일만에야 소춘매를 조용히 만날 수 있었다.
《손님께서 절 만나자고 일부러왔다구요?》
녀인은 다소 의아해하는 눈길로 자기앞에 나타난 초면의 사나이를 말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내가 언제 어디서 이 사나이를 보았던가고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소아가씬 절 모를겁니다. 우린 다 초면이니까요.》
《글쎄요. 그러기에.... 무슨일있나요?》
《소아가씬 왜서 내가 누군갈 묻진않습니까?》
《호! 그래요. 제가 그걸 홀 잊었네요. 호호호....》
소춘매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사나이를 많이 접촉하고 다루어 본 녀인의 집업적인 가식된 명랑한 기분이였다. 향란이보다 키가 좀 작고 균형잡힌 몸매에 용모가 단아한 그녀는 올해 스믈다섯살이라 하는데 그 나이에 비해 좀 더 숙성해보였다.
민호는 화류계에 몸을 잠그고있는 이 녀인이 불현간 자기의 신분을 알게 되면 불쾌해할것 같아 조심하면서 입을 다시열었다.
《소아가씨보겐 내가 무슨사람같이 짐작됩니까?》
소춘매는 입가에 웃음을 빼문채 까만눈을 깜짝거렸다.
《글쎄요. 옷맵시를 보면 신사답구요.》
《내가 신사답다? 하하하....》
《왜 그래요? 그럼 아닌모양이지? 어디서왔나요?》
《난 소아가씨가 잘아는 분이 있는데서 왔습니다. 이래두 짐작이 안갑니까?.... 저 소아가씬 아마 위용강이를 알겠지요?》
《어마나!》
소춘매는 적이 놀래면서 일시 어쨌으면좋을지 몰라했다.
《미처생각못했을겁니다. 소아가씨를 찾아온건 다름아니라....》
민호는 그녀를 진정시키고나서 찾아온 리유를 말했다.
소춘매는 생각던것보다 더 반가와했다. 지금도 의연히 위용강을 사모하고있는 그녀는 하루빨리 자기를 여기서 빼내여 데려가주기를 바랐다. 주색에 탐닉하는 자들의 성화를 받아내기 지긋지긋해서 어떤 때는 막 죽고싶은 생각까지 난다고했다. 여지껏 자기의 몸이 남에게 매여온 화류계에 염오와 환멸을 느끼고 있었던것이다.
손만 맞춰주면 계획한 일이 무난히 풀릴것 같았다.
《주인집에 어린자식이 하나 있더구만. 아마도 내가 그 애를 인질로 잡아가 교환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민호가 알려줬더니 소춘매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생각을 굴려본 끝에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동의하면서 방법까지 내놓았다.
《그 애가 올해 다섯 살이얘요. 나이어려 아직은 학교안가고 로씨야 백계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그러니 거기를 오갈 때 업어가는게 좋을것 같애요.》
민호가 물었다.
《그렇게 해서 될가?》
물론 그렇게 하는건 위법이이여서 안되는 일이였다. 유아원선생이 로씨야인인데 기생집의 귀공자를 매일 하이야로 실어가고 실어왔던것이다. 물론 중도에서 얼마든 랍치 할 수 있지만 고려되는 점이 하나있었다. 일단 중도에서 랍치하면 아이를 잃어버린 책임은 그 로씨야인에게 돌아갈것만은 사실이요 그는 이 일을 자기들의 거류책임자에게 보고할것이니 그러게 되면 자연히 지금 여기로 망명해 온 모든 로씨야인들을 격노시켜 문제는 커지게 될것이다. 민호는 자기가 획책한 일로 말성이 많아지는것을 원치않았거니와 더욱히는 염왕산을 외국인들에게까지 저주와 겨룸의 대상으로 만들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여 그는 다른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할빈에는 외국인들이 세운 교회당외에 절간도 몇 개 되었다. 연하루기생집 어멈이 무신론자는 아닐테니 례배를 하거나 불공을 다닐것이니 그런 기회를 리용할 수 있지 않을가. 하여 알아보니 연하루기생집이 있는 남강대직가(南岡大直街)에만도 동정교의 니꼴라이교당을 비롯하여 기독교회당이 있고 극락사(極樂寺)가 있으며 문묘(文廟)도 있어서 찾아드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민호가 소춘매를 다시만나 물어보니 연하루기생집 어멈은 매달초하루가 되면 아들을 데리고 문묘에 분향하러 간다고 알려주는것이였다.
그렇겠지, 그녀라구 자식과 제 일신의 안녕을 빌지 않을가. 력서장을 뒤져보니 이틀만 지나면 이해의 9월초하루였다. 민호는 간단히 필요되는것을 준비하고나서 그날이 되자 곧추 문묘를 향해 걸음을 놓았다.
이제 세워진지 한해밖에 안되는 문묘는 전당, 문과 겯채가 둘러서 하나로 크게 이루어 진 삼진원락(三進院落)인데 소문과 같이 옛멋이 다분한 방고(傍古)의 건축물이였다. 전원은 수진원락(首進院落)으로서 원내에는 소나무가 있고 붉은 담이 둘러있었다. 원의 남쪽켠에 반달형의 띄같은 늪에 홍교(虹橋)가 날듯이 가로놓였는데 백옥으로 조각한 란간은 령용했고 늪북켠의 주원(主院)으로 들어가는 령성문(靈星門)에 얹은 유리기와는 눈부신 황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거기를 지나 주체를 이루고 있는 중원에 들어서니 화려하고 웅장한 옥석란간을 두른 단우에 앉은 정전(正殿ㅡ大成殿)이 자못 정중하고 위풍스러운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바로 이 전내에 공자(孔子)와 사배신(四配神)을 비롯하여 12선현(十二先賢)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후원인 숭성사(崇聖祠)에는 공자전의 5대선조가 모셔져있었던것이다.
이날 문묘는 분향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 붐빌지경이였다.
흰말을 메운 양차(洋車) 하나가 달려오더니 문묘앞에 이르러 멈추었다. 래객을 초조히 훑고있던 민호의 시선이 그리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가, 차문이 열리더니 차안에서 귀부인다운 호화한 차림의 녀인 하나가 어린 남자애를 데리고 내리였다. 기다리며 찾는 그 연하루기생집의 어멈이였다. 큰키에 말대갈상의 곱지도 않은 그녀는 일견하여 고집드센 말괄량임이 분명했다.
한데 팔자가 좋아서인지 그런 녀인한테 아는 사람은 많은것 같았다. 그녀는 여기와서까지도 틀거지를 차리고 있었다. 내 오늘 네년의 간담에 얼음덩이를 놓겠으니 어디 견뎌보거라. 민호는 그녀의 뒤를 바싹 따라 정전까지 들어갔다.
그녀는 곧추 공자상앞으로 가더니 아들을 옆에 세워놓고 향몇가치를 고른 후 끄트머리에 불을 달아 향로에 꽂고는 손바닦을 합장하여 앞가슴에 올렸다.
향로에 꽂은 향이 타면서 파아란 연기가 가믈가믈 피여올랐고 녀인은 눈을 지긋이 감은채 입속으로 무어라 중얼대기시작했다.
민호는 그녀의 경각성을 알아보느라 묘손을 걸었다. 생면의 사람이 곁에갔건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았는다. 어린 아들녀석이 두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으면서 신통히 제 어미모양을 취하고 있을 때 민호는 손바닥에 감추고있던 몽혼약봉지를 텃쳐 아이의 코에 댔다. 그래놓고는 아이가 실각하여 쓰려지려 할 때 슬그머니 안고 거기를 나와버렸다.
민호가 산채로 돌아오자 화서즈는 당날로 염왕산을 나와 할빈으로 향했다.
그가 할빈에 이르러 보니 벌써 당지신문에 아이가 실종된 보도가 실렸고 연하루기생집은 문을 닫아 외래인의 출입을 엄금하면서 경계하고 있었다. 하여 화서즈는 조심하면서 무척 애를 써서야 안에다 연통할 수 있었다.
아들을 감쪽같이 잃은 기생어멈은 꼴이 말이 아니였다. 그녀는 자기가 신수사나와 명복을 빌려갔다가 도리여 앙화만 입었다고 울며불며 장탄설을 늘이였다. 가끔 봉두란발을 쥐여 뜯으면서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이런 험악한 일을 당하냐고 한탄하기도했다. 그모양이던 그녀는 하인이 들어와 외지에서 웬 나이지긋한 손님한분이 찾아와 요긴한 일을 상담코자 마님을 만나자한다니 그제야 정신을 펄쩍 차리면서 그 손님이 어데있느냐 어서들어오게하라했다.
녀인은 화서즈가 앞에 나타나자 례모를 차릴 념은 하지 않고 재우쳐 묻기부터했다.
《우리 행아가 지금 어디있어요?》
《우선 진정을 하시오.》
화서즈는 혹시 엿듣는 자가 없는가고 주위를 살피고나서 입을 다시열었다.
《댁의 아들은 무사하니 안심하시오.》
기생어멈은 사나이를 뚫어지게 보면서 떠는 음성으로 물었다.
《거기서 우리앨 훔쳐갔는가요?.... 그렇지요?.... 누가 볼려니까 안고가더라는데.... 왜 그래요? 걔가지금 어데있는가요?...》
《마님! 이만하면 언녕 짐작이 갈텐데.》
《.......》
《보다싶히 나는 이젠 늙은몸이외다. 내가 왜서 불원천리하구 예까지 왔을까?》
불원천리라는 소리에 녀인은 낯이 대리석같이 하얘졌다.
화서즈는 속으로 그렇다 나는 네년이 미처생각못한 먼데서 온 사람이다 하면서 그런줄을 알라는 뜻에서 머리를 조용히 끄덕이곤 입을 다시열었다.
《먼저 내 앞에서 맹세부터해야겠수다. 이 일을 입밖에 소문내지 않겠다구서.》
음성은 낮으나 화서즈가 놓고있는 이런 다짐속에는 거역할 수 없는 어떤 힘과 위협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기생어멈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곤 집요하게 캐물었다.
《우리 행아가 정말 무사한가요? 갠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우리 산채에 있수다. 염왕산에.》
《어마나!》
녀인은 초풍할지경 두눈을 까뒤집었다.
《왜 이러우. 아들은 무사하다구 내가 말하잖소.》
녀인은 그래도 고통스러워했다. 그녀는 마치 날아오는 돌덩이에 가슴을 되게 얻어맞기라도한것 같이 두 손으로 부등켜안더니 이윽하여 입을 옹쳐물면서 숙였던 고개를 다시들었다.
《얼마를 내라는가요?》
《돈은 필요없어.》
《그럼 어쩌자는건가요?》
《사람하나하구 교환해야겠소. 마님이 지금 부리구있는 소춘매라는 기생하구서리. 걔가 진작부터 우리네 위도령허구 눈이 맞아 배필을 뭇자고한거야 거기도 알고있는게 아닌가. 헌데두 왜 내놓지를 않는가. 남의 복락을 깨뜨리면서 제 배만채워서야 어디쓰겠소. 늘어나지 못할 짓이야. 고집스레 그러면 죄짓는다는걸 알아야지. 않그렇소. 내가 이같이 찾아온것만두 대득인줄 알구 자 어쩔테요. 아들을 갖겠소 아니면 춘매를 갖겠소?》
《춘매를 내놓겠어요. 가져가요. 에그, 그 애꾸러기를 내가....》
《언녕 그래야지.》
화서즈는 히죽이 웃었다.
녀인은 제발 아들을 병신으로 만들지 말고 돌려달라 그 애 하나만 믿고사는건데 애가 잘못되는 날이면 자기도 이 세상에 살멋이 없다고 했다.
화서즈는 만일의 경우 실수가 없게하느라 그녀와 협약을 맺고 글까지 받아냈다. 그 내용인 즉 이 일을 10일내에 입밖에 내지 않으며 아들을 돌리는 즉시 소춘매도 산채로 보내며 만약 협약을 무시하고 이 일을 관방에 알리거나 경찰을 움직여 류자를 한명이라도 해칠 시에는 아들은 물론 마님의 친척까지 도룩을 내리라는것이였다.
계획한 일이 뜻대로 되어갔다. 류자 3명이 변장하고 할빈에 잠입했는데 민호는 그들의 보호속에서 인질을 돌려주고 소춘매를 데리고 염왕산으로 돌아왔다.
위용강이 장가를 가게되였다. 이것은 염왕산의 대희사였다. 이번의 혼례식을 책임진 반둬더가 산채에 산채에 나팔수가 있건만도 례를 륭중하게 하느라 외지의 악사를 더 청하기로했다.
잔치이틀전에 왕견이 임무를 맡고 방정에 갔다.
《당쟈더! 산채에 대사가 있어서 내가 왔수다. 위도령이 색시를 얻어 장가가는데 잔치를 해야지. 흥을 돋구게 사람을 보내주슈.》
그가 해엽자까지 내놓으니 사실인지라 방정에서 류랑예인단을 저의 악사여럿에게 금구각(金口角)이며 새납, 쟁쟁이, 북을 쥐여 데리고 산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오래전에 벌써 이곳에 출입이 있어서 구면이였던거다.
산채에서 하는 혼례라 하여 바깥혼례만 못한게 아니였다. 형식이 외려 더 화려했다. 이날 신랑은 나라황제만이 입을 수 있다는 주황색나는 비단옷을 입고 중절모쓰고 허리에는 누런띠 앞가슴에는 커다란 붉은 꽃을 달았으며 신부는 빨간치포떨쳐입고 꽃신을 신었으며 온갖의 금은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머리에다는 홍라사너울까지 썼다.
폭죽소리 요란했다.
주례를 서는 반둬더가 축복받는 신랑각시더러 아버지께 길러준 은공에, 며느리로 맞아주는 고마움에 감은숙배(感恩肅拜)한 후 사량팔주에게는 담뱃불을 붙여주어 성가를 하도록 도와주었음에 감사를 표시하게 했다.
주연이 벌어졌다. 악사들은 구조룡(九條龍)을 불었다. 그것은 류자들을 위해 작곡되였는바 그들이 제일 즐겨부르고 즐겨듣는것이였다. 18라한이 둘씩 룡 아홉 마리에 갈라타고 하늘을 나르는, 인간세상을 유람한다는 즐겁고 경쾌한 곡이였다....
《오빠어때요?》
왈패스런 향란이가 제 오랍의 곁에 다가붙더니 귀에다 입김을 불어넣었다.
《뭘말이냐?》
《신혼생활.》
《허허허....》
《웃어버리면 그만인가. 어서 감사나드려요, 웃지 말고.》
《오! 그렇지, 감사하다 향란아!》
《누가 내한테 이래라는가. 멀쩡한 량반. 오빤 이번일 뉘덕인것두 모르나요 그래?》
《오, 그래! 그래! 내가 그한테 인살해야겠구나!》
위용강이 왜 모르랴. 그는 이번일을 성공시킨 민호의 극진한 로고에 진심으로 감격하고 있었다.
위용강은 이틑날 민호를 찾아갔다.
《어이, 내 좀 보자구!》
위용강은 만면에 웃음을 바르고 살가운양했다.
자식 개도 먹여주면 꼬리젓는데 저깟게 안오구될가. 민호는 그가 자기를 찾는 리유를 번연히 알면서도 일부러 아니 네가 생급스레 나를 왜 찾느냐 하는 뜨아한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무슨일인데 날보자구?》
《할말이 있소. 날 미워말라구.》
《내가 거길 미워했던가.》
민호는 귀뚜라미 할 소리를 두꺼비가 하네 하려다 그만뒀다.
위용강은 게면쩍은지 허허 웃는다. 남앞에서 호기를 뽑으며 거만을 부리던 그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민호는 지난일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지나간건 지나간거요 앞길이 있는데 옹쳤던 맘을 그냥되새기면 사나이가 아니라고 자조(自嘲)했다.
위용강이 입을 다시열었다.
《여보게 민호동생! 오늘 나하구 같이 몽두춘하는게 어때. 딱 둘이서말이야?》
《그래볼가. 나도 생각은 있는데.》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보는거야. 내 오늘 너의 진속을 알아볼테다. 민호는 그의 청을 선선히 받았다.
중앙산채를 이루고있는 한 별채에 이전부터 위용강의 방이 따로있었는데 그 방은 향란의 거실과 가까왔다. 안벽전체가 판자로 되어진 그 아담진 방은 다시금 장식되여 방금 잔치를 한 신혼부부가 밀월을 보내는 보금자리로 변했다.
민호가 용강이를 따라 들어가 보니 새각시가 얌전하게 앉아 책을 보다가 일어나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며 인사를 차리는데 주안상이 언녕 차려져 있었다. 미안해 할 것 없었다. 먹으라고 차린 음식이니 머고봐야했다.
술이 둬잔 넘어가 목구멍을 적시자 두사람다 말문을 열었다.
민호가 신혼의 재미가 어떠냐 물었더니 위용강은 그걸 굳니 물어봐야 알겠냐면서 꿀맛이야 그걸 맛본 사람이 잘알게 아니냐면서 화제를 돌렸다.
《여보게 민호동생, 우리 향란이가 어때? 맘에 들테지? 아무리봐도 자네들은 그저일같잖아.》
《하하하, 그저일같잖다! 쟁반잘밟았네. 자칫하면 우린 처남남매간이 될런지도 모르지.》
《벌써 그정도루됐단말인가, 하하하!》
위용강은 입을 뻐개고 웃었다.
수풀의 꿩을 개가 내몰고 네 오장의 말을 술이 내모는구나. 됐다. 술이 좋기는 좋구나. 민호는 그의 가식없는 소탈한 거동에 여지껏 옹쳤던 감정이 봄눈이 녹듯이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그들 둘지간에야 사극(私隙)이 백해무익이였다. 오늘보니 위용강은 사실 악의가 오리오리 맺혀 독으로 굳어버린 랭혈동물이 아니였다. 유감이였다면 들말처럼 날뛰는 용력과 헙헙한 사나이다운 성격이 아첨과 떠받들림에 흔들려서 대곧지 못하게 간교한 자의 비위를 맟춰 놀아온 그것이다.
민호는 이때라 생각하고 술 한잔을 부어 같이 굽을 내고나서 한술 더 떳다.
《용강형! 장차도 그모양으로 날 배척하지야 않겠지. 귀구멍너르면 바람이 잘 들어가는거요.》
《챠 이거!....》
위용강은 팔을 홱 저어 이켠의 말구멍을 막아놓고 실토했다.
《지난일은 노엽게 됐소. 이 용강이가 민호동생하구는 접촉이 적다보니 리해가 어리석었구만. 어쩌겠소. 날 용서해주오. 두고보오만 이제다시는 안그럴거요.》
《고맙소, 용강형!》
민호는 그의 반성을 흔연히 받아주고나서 소춘매를 보니 머릿속에 피끗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그녀께 물었다.
《참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있었던 연하루에 한인말고도 족이 다른 기생은 없었습니까?》
소춘매는 의아스레 보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없었어요. 우리 거겐 말짱 한인기생뿐인데요. 건 왜물어요?》 민호가 무밋거리자 위용강이 입을 먼저열어 물는것이였다.
《동생은 잃어진 안해가 혹시 거기루 가잖았나해서 그러오?》
민호는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나서 캐물었다.
《진사해가 용강형과 언제 그 일을 놓고 말이 있은것 같구만.》
위용강은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건데 사해도 지금은 어데있는지 아는것 같잖더구만. 원한은 그가 만들어 놓은것 같은데.... 어쩌겠소, 내 생각에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안해부터 찾아보는데 좋암즉하구만.》
《그 의견이 고맙소만 난 그보담 먼저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할 일이라니 뭐요?》
《원쑤갚는 일.》
민호는 알려주고나서 그의 눈길을 맞받으며 그루박았다.
《용강형은 제발 내일에 방해말아주오. 난 이 원한을 기어히 풀고야 말테요.》
위용강이 량미간을 그러모은채 오래동안 침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긴그래. 닭하구 족제비가 한우리서 살기야 어렵지. 건데....》 위용강은 법규가 있는지라 말꼬리를 잇지 못하고 끊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입을 다시열어 두 마리의 호랑이가 맞붙어 싸우면 기필코 다치게 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승하고 한 마리는 패할것이요 자기는 그런 대결에 아예 개입하지 않겠노라했다.
서은괴가 총살당하고 황보재가 암살되는 사건이 있었지만 위용강은 의연히 진사해와 사일를 가깝게 하고 지냈다. 한즉 그들사이에 무슨말인들 없었으랴. 위삼포는 숲을 건드려서 공연히 잡으려던 뱀이나 놓칠가봐 아들이라해도 여지껏 그한테 진사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뇌이지 않았다. 향란이 역시 아버지의 분부대로 그의앞에서 진사해와 관련되는 그 어떤 말도 까딱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바보니 진짜 뻐꾸기는 위용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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