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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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32)
2015년 02월 04일 10시 18분  조회:2524  추천:0  작성자: 김송죽
 

 

                           32

 

 

 

 

 

    왕견이 석금강에 가자 한모작패가 된, 거기에 있은지 오랜 금점꾼들이 그한테 이 금광에서 전에 발생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제일 희한한건 40여명이나 되는 경찰이 눈깜짝새애 반일군의 손에 무장을 빼앗기고 해산됐으며 대장은 그날밤에 총살당했다는것과 다른 한가지는 콩기름방을 차리고있던 자가 평생동안 모여놓은 금 두 대두병과 돈 몇만원을 다 빼앗기였거니와 그도 녀편네도 다 목숨까지 잃어버렸다는것이였다. 그건 다른것이 아니라 몇해전에 민호가 염왕산의 기마대를 이끌고 나와서 한 그 일이였다.

    왕견은 자기도 끼여들어 감행했던 그번의 행동이 귀맛을 당기게 하는 아름다운 전설처럼 되여진지라 기분이 아주좋았다.     

   《거 희한하구나. 어떤 사람들인지 내가 봤더면...》

   《봤더면 어쩔거우, 박수라도 쳐줬을가.》

   《그렇구말구. 거기는? 하하하....》

    그의 입에서 웃음이 나갔다.

    석금강에 금맥이 터졌다고 소문이 나서 요몇해간에 모여온 금점꾼이 근 천여명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중이떠중이 오가잡탕이라 성분이 과연 복잡하기도했다. 그래서 경찰의 감시와 조사가 심했다. 일본경찰 20여명에 만주국경찰이 근 50명에 달했는데  그들이 하는 일이란 캐낸 금을 금고에 넣어 보관하고 지키다가 그것을 자동차에 실어서 가야 할 곳으로 가지고 가는 외 반일선동분자를 색출하는 일이였다. 가끔씩 잡히는 자가 있었다.

    이런 환경속에서 함정맛을 보고 겨우 살아난 짐승모양으로 조심성이 많아진 왕견은 토비배짱과 습성이 드러나지 않게 하느라 용케도 자신을 분장했다. 모두들 그를 생김새와는 다르게 어리무던하다고 볼 정도였다. 그래도 각별히 조심해야했다. 막벌이꾼가운데 왜놈의 개가 있을 수 있으니까.

    왕견은 워낙 손이 커서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였지만 차츰 구두쇠로 되어갔다. 그는 자기가 버는 돈을 아끼면서 모으기시작했다. 한것은 그에게 하나의 황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빈에 간 소춘매가 재가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안해로 맞아 자기도 한번  남처럼 살림살이를 보리라는 그것이였다.

    

    이런 미몽을 갖고 3년간 부지런히 벌어서 손에 돈을 적잖게  쥐게 되자 왕견은 할빈으로 갔다. 여름이 한창이였다. 거리에 사람이 바글거렸다. 어느덧 북만에서 국제활동의 중심지로 자리를 굳힌  할빈은 이전만 훨씬 더 번화해진것이 분명한데 도처에 경찰이 나타나서 살벌한 감을 주기도했다. 일본은 여기다 총령사관을 둔 외에도 지금은 관동군의 헌병조직까지 두었고 만주괴뢰국은 민생부(民生部)의 판사처와 롱단적인 공사를 모두 여기에 두어서 할빈은  그야말로 일본사람이 세력을 펴는 천하로 변해가고 있었다.

    왕견은 할빈에 당도하여 그날밤을 려관에서 보내고는 이틑날 오후가 돼서야 연하루 기생집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제길할, 계집이 뭔데 이 호두정만을 다리각 싹 물러나게 만들어놓느냐..》

    옷을 잘입은 신사들이 기생집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경영이 잘되는것 같은데 돈만 팔면 누구나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유곽과는 다르게 품위도 갖춘것 같았다.

    빨간치포를 차려입은 젊은 아가씨가 문전에서 해죽거리면서 손님을 맞아들이군 하는데 왕견이 다가가니 태도가 달라졌다. 우선 낯색부터 차갑게 굳어지는것이였다.

    이 계집년이 내가 어떤 사람이란걸 알아본건 아닐텐데 왜 저럴가, 내 몸에서 무슨 냄새라도 나서 그럴가?.... 대단히 언잖고 기분이 상했지만 되도록 상냥하게 물었다.

   《저 아가씨, 말좀물읍시다. 여기 소춘매라구 하는 기생이 있는지? 전에 있었더랬지 나이는 올해 서를 여덟이구.... 》

    치포입은 녀인은 웬 주제사납게 생긴 사나이가 나이까지 대면서 소춘매를 찾는지라 이상한지 아래우를 다시 훑어보고며 물었다.

   《손님은 누군신가요?》

   《나말이지. 난 저.....》

   《명함장있나요? 있으면 저한테 줘요. 제가 갖다전할테니.》

    그러니 소춘매가 여기에 있다는 말인지라 왕견은 얼굴에 기쁨을 확 피우면서 재우쳤다.

   《됐어, 내가 찾았군!.... 건데 아가씨, 방금 나보구 뭐라했더라. 명함장을 달라구?....원, 거북의 잔등에서 털뽑자구드네. 들어가 얼씨덩 알려주슈, 왕견이란 사람이 소아가씨를 보러왔다구말이야!》        그 녀인은 갑작스레 수다스러워지면서 진정못하는 별스러운 손님의 독촉에 못이겨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좀있으니 소춘매가 달려나왔다.

   《아유, 이게 웬 일이가요!?.....》

    소춘매는 무척 반가와 하는데 꽃무니돋은 화려한 비단치포를 떠쳐입은 단아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몸에서는 맡기 어려운 향기와 어울려 향긋한 술내가 풍기고 있었다.

    왕견은 사내답니 못하게 울먹거리는 음성으로 찾아온 리유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나 소아가씨보구퍼 찾아왔소. 차타구 아침에 내려.... 무슨 시가지가 이리두 널러. 제길헐 첨각자(소) 관청에 끌려온것 같이 어리둥절해서....》

   《할빈이 처음길이죠. 어디다 자리잡았나요?》

   《류수요(려관)말이지. 내사 그눔의 이름을 아나. 저.... 사람이 드나드는데를 널찍하게 만들어 놓구서는 꼭대기다 세멘으루서 둥그렇게 판을 만들었는데 거기다가 천구백십이라구 숫자를 그려놨던군. 바로 그 집이야. 간판은 한쪽옆으루 붙혀놓구.》

   《간판글자쯤이야 알아둘게지.... 그게 어느 거리에 있나요?》

    녀인의 책망섞인 말에 반문맹이나답지 않은 왕견은 낯이 고추물에 익는것만같았다.

   《저기 다리있구 그 밑으루서는 기차가 다녀. 철길이 여러갈래야. 여기서는 꽤 멀어. 거기 큰 거리는 돌을 밖아서 길바닥을 만들었더구만. 그 길에서 옆쪽골목으루 들어가서....》

   《그러면 그게 도리의 중앙대가 어디겠네요. 여긴 남강이얘요.》

    소춘매는 아미를 숙인채 잠간 궁리하고나서 입을 다시열었다.

   《저 이렇게 하자요. 저녁때 내가 그리로 가자요. 어디든 나가지 말고 날 기다려요.》

    손님들과 술자리를 같이하고있다가 나온 소춘매는 오래지체하면 실례거니와 행인의 눈길을 모으면서 밖에서 그냥 얘기할 수는 없는지라 이같이 약속해놓고는 총망히 되들어가버렸다.

    아무튼 찾았으니 됐다! 왕견은 기분좋게 발길을 돌렸다. 

    한데 려관에 돌아와 담배를 피우자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담배갑이 없거니와 이쪽호주머니의 돈지갑마저 없었다. 백주에 입고있는 제 옷의 호주니를 말끔히 털리우면서도 모르고있었다니!

   《이런 제길헐, 어느놈이 이랬어!?》

    거액의 돈을 눈깜짝새에 잃고보니 왕견은 한심해서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잖아 돈을 도적맟일가봐 안으로 빈침을 꽂았는데 어느 솜씨잰 녀석이 아래를 째고 홀랑 뽑아낸거다. 남강에는 추림(秋林)이라는 상점이 있는데 기윽자형의 그 연두색나는 커다란 서양식 건물의 경영주는 서양사람이다. 매상고가 전 할빈치고 굴지거니와 만주땅 어느 도시에도 그와 견줄만한것이 없을지경 유명했다. 왕견은 그 상점을 구경하느라 들어갔다가 나오느라 인파속을 헤집을  때 소매치기를 당한것 같았다. 아니면  소춘매한테 사줄 반지와 팔찌, 목걸이를 미리봐두느라 보석상점에 들렸 때일까?....귀신이 곡할 일이라 오금이 풀리여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말았다.    

   《우리가 기와가마를 마슬때 그 주인도 심정은 이랬을거다.》       류자들이 감행한 략탈로 인하여 곡경을 치룬 기와가마주인의 그 아픔을 이제와서 자기가 벌로 맛을 보는것만 같았다.

   《인과보응이야! 인과보응이야!》

    그는 이렇게 웨치기도했다.

    려관비는 뭐로 결산하고 나간단말인가? 돈없으면 정막강산이요 돈있으면 금수강산이라는데 과연 그런것 같았다. 어쩌면 좋을가?.... 왕견이 막연하여 누워서 이 궁리 저 궁리로 파밭을 매고있을 때 소춘매가 나타났다. 인력거를 불러 타고 달려온 것이다.

   《어, 왔구만!》

    왕견은 웃음으로 맞이했다. 허나 그가 지은 웃음은 실그러진 어색한 웃음이였고 거동역시 병신스러웠다.

   《절 기다렸죠?》

    소춘매는 여전히 반가워하는 기색이였다.

    그녀는 그사이 머리를 새로틀어올리였고 치포대신 담청색나는 얇은 모직양복을 갈아입었다. 어깨에다는 숄을 걸치고. 스커트아래로 굽놉은 구두를 신은 말쑥한 다리가 드러나고있는 그녀는 짜장 현대식녀인의 타입이였다. 미인의 풍모는 천연조각이라더니 그녀는 마치도 바람에 스러지지 않고있는 한떨기의 수련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녁화장을 담담하게 한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덧 잔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염왕산에 있을 때보다는 살결도 좀 못해진것 같았다. 매일 주지육림에 빠져 호화롭게 살아왔어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남기는 그림자야 어찌당하랴.  

    소춘매는 손이라도 잡아줄 왕견이 우거지상이 되어 거북스레 서있는 꼴을 보고 이마살을 찌프렸다.

   《왜 그래요? 내가 온게 기분나뿐가요?》

   《아, 아니....》

   《그럼 왜서요? 말해요, 왜 이래요?》

   《후....》

   《무엇이 고까와 그래요?》

   《......》

   《난 낮에 손님을 상대하고있었던거얘요. 내가 하는 일이 노래하고 춤추고 손님접대하고....그런일인걸 모르고 왔나요?》

   《어, 저....》

    왕견은 자기가 당한 일을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러면 녀인이 단통 자기를 등신이라할것 같아 입을 더 열지 못했다. 응당 털어놓고 시원히 알려줘야했건만 그러지 않고 답답할 지경 주저하면서 녀인의 낯을 어름어름 피하기만했다.

    소춘매는 정말 기분상했다. 사나이가 노여움이 들어 자기를 이같이 대하는거라고만 생각한 그녀는 그가 그러는 원인을 더 캐묻지도 않고 그만 돌아가고말았다.

    이거 춘매가 갔어? 제길헐.... 무연히 마음떠져있던 왕견은 녀인이 바람같이 사라져버려서야 펄쩍 정신차렸다. 그는 달려나가 부르려했으나 이미 늦었으니 그만 도루 풀썩 주저앉고말았다.  

   《에잇 못난놈아! 불러서는 뭘하나? 붙잡아서는 뭘 하나? 빈 털털이로 된 주제에! 후ㅡ》

    왕견은 심장이라도 토해낼것처럼 한숨쉬였다. 그는 또다시 신세를 한탄하면서 온갖 사려에 잠겨 모대기다보니 반수반성으로 그날밤을 보냈다.

    이틑날이다. 다행히 바지호주머니에 잔돈이 얼마가량 남아서 왕견은 우동 한그릇을 사먹고 곧추 칼파는 상점을 찾아갔다. 한데 상점에서는 비수를 팔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날이 한뼘가량되는 과일칼 한자루를 사서 품에 감추면서 나왔다.

    서양사람들이 제 심미에 따라 설계하고 만들어 놓은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이 제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이 시각에는 토비행실이 골수에 까지 배여있는 사나이의 일거일투족을 지켜보는것만 같았다. 그는 그래도 그깟것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일본인의 은행을 찾아갔다. 그것은 도리구의 한 번화한 거리에 있었다.

    때는 오전 9시경이였다.

    거기서 그는 조용히 과녁을 찾기시작했다.

    좀 있으니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유한부인같아 보이는 한 뚱보녀인이 인력거에 앉아오다가 은행문앞에 이르러 내렸다. 왕견은 자기도 볼일있는 것 처럼 태연히 그녀를 따라 은행으로 들어갔다. 그 녀인은 악어가죽으로 만든 자그마한 핸드백에서 저금통장을 꺼내더니 저금했던 돈을 찾았다. 피끗봐도 거액이였다. 

    왕견은 그녀먼저 거기를 얼른 나와버렸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좀있으니 그 뚱보녀인도 은행을 나오는데 몸이 무거우니 걸어가기 실은지 인력거나 양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왕견은 그녀의 곁에 가서 칼을 빼여 옆꾸리에 댔다.

   《그 돈 몽땅 내놔. 안그러면 알지, 이거야!》

    뚱보녀인은 칼을보자 기겁하여 부들부들 떨었다.

    왕견은 그녀손에서 돈가방을 제꺽채갖고 사람들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뚱보녀인은 목구멍이 꽉 막혀 소리한마디도 내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말았다. 그녀는 한해전에 일본본토의 일본산업주식회사(日本産業股分公司)가 만주에 들어와 꾸린 만업(滿業)의 일을 하고있는 한 권세자의 부인이였는데 아들이 장가를 가게되니 저금했던 돈을 찾아냈다가 이런 끔찍스런 변을 당한것이다.

    이 일은 특대뉴스로 되어 당날로 온 할빈시내를 들썽하게 만들어놓았다. 백주에 칼들고 이같이 공공연히 작경을 노는 강도가 세상에 몇이나 될가, 그것도 집안이나 구석진데서면 몰라도 행인이 욱실거리는 거리에서. 

    소문이 짝 퍼지는 통에 려관에 든 왕견도 저녁켠이 되기바쁘게 그것을 들었다. 눈감으면 코떼울 세상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손님들은 한숨과 경탄을 뽑았다. 이런 강탈쯤은 수염한대를 뽑듯이 식은죽먹기로 여겨온 왕견이라 제가 잃은 돈만큼은 안되지만 거액이라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그 누가 배포유한 이 손님이 그런 짓을 했으려니 생각이나했으랴!

    이틑날도 사흗날도 소춘매는 찾아오지 않았다.

   《허, 이거 어떻게 된거야?》

    왕견은 속이 달아나기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속이 단단히 옹쳐서 그러는것 같아 그날 그렇게 대해준 원인이라도 해석해야겠다는 생각에 연하루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전번같이 허술한 모양새로 가지 않았다. 머리를 다듬고 면도질도 다시했고 값진 양복을 한 벌 사입고 중절모자도 쓰고 구두도 사신어서 자기를 신사같이 외모를 바꾸었다.

   《내가 또왔어. 소아가씨 있겠지?》

    말을 거니 문가에서 접객을 하고있는 전날의 그 빨간치포입은 소녀는 버들가지같은 허리를 굽혀 머리가 땅에 거의닿을지경 인사를 곱게 하면서 반겨맞는것이였다.  

   《예 있습니다, 손님! 어서들어가세요! 오셔서 반가와요!》

    왕견이 들어가 보니 이 아담진 2층집은 아래층을 하나의 너른 방으로 쓰고 위층에는 자그마한 방을 몇개 꾸미였는데 장식이 화려하고도 사치했다.

    이 기생집 주인마님은 전해에 자궁암으로 사망하고 언젠가 민호의 손에 랍치되였던 그 마님의 아이가 지금은 가업을 물려받았는데 아직은 나이 어리거니와 공부중이라서 소춘매가 대리로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연하루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녀가 있음으로 하여 손님이 많이 모여들고 영업이 잘되여가고 있었다. 본래 기생몸인 그녀가 극적으로 토비한테 시집가 압채부인노릇을 하다가 거기를 뛸쳐나와 다시금 옛직업을 찾아하고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자아내게 만드는 기이한 로맨스여서 지어는 그 일을 소재로 하여 연극을 꾸미자고 달려드는 사람까지 있었다.

    소춘매가 할빈에 다시나타나자 일본헌병대는 그녀에게 눈길을 꽂으면서 자못 중시하게 되였다. 일본군은 염왕산을 토벌하는데 그녀를 길잡이로 세워볼 생각이였던것이다. 한데 소춘매는 토비굴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모두 눈을 싸매서 자기는 길을 모른다고 딱 잡아떼서 더 조련하지 않았다. 그렇다해서 일본헌병대가 그녀를 영 포기한것은 아니였다. 지금 그녀는 보안국(保安局)의 수사명단에 들어 있었다. 그렇다는것을 본인이야 어찌알랴.

    보안국은 만주국의 특무조직이였다. 이 특무조직은 관동군에서 1937년 11월 30일에 제출한 <만주국보안국편선요강>에 의하여 생긴것인데 관동군참모장의 지휘를 받으며 조직상에서는 관동군참모부 제2과의 분지(分支)로 되고 있었다.

    일본은 침략적인 9.18사변을 일으켜서 옹근 6년만인 지난해에야 만주전역을 기본상 장악하게 되였다. 하지만 만주국과 접경하고있는 쏘련이 간첩을 파견하고 아직도 반만항일을 견지하고 있는  지하조직들이 건전히 남아 활동하고있어서 지도민족이라 자부하고 나선 대화민족(大和民族)이 위협을 받고있는 상황이니 무력방위나 경찰세력만으로는 치안을 유지해나가기 어렵다고 여겨져 관동군은 이같이 특무조직을 내와 비밀전(秘密戰)을 벌리고있는 판이다.  

    연하루로 각 계층의 인물들이 자주모여들었다. 하여 이 기생집은 자연히 보안국에서 점을 찍게 된 것이며 그리하여서 어느 하루도 특무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은적이 없다. 그 특무조직의 총반장(悤班長)과 반장(班長)은 일본사람이고 그 외의 인원은 모두 한족(漢族)이였는데 그들은 다가 공개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진가를 가려낼 수 없었다. 

    왕견이 들어가 보니 아래층에는 다른 기생들과 작부와 녀사환 뿐 소춘매는 보이지 않았다. 하여 그는 곧추 위층으로 올라갔다. 거기 한칸에 술상이 벌려져 있었다. 박수갈채 속에 웃음이 터지고 있었다. 어느 기생이 방금 노래를 끝마친모양이다.

    출입문이 반쯤 열려졌기에 안쪽을 들여다 보니 소춘매가 웬 안경낀 50대사나이곁에 붙어서 술잔을 맞쫓고 있었다. 왕견은 더 보고싶지 않아서 낯을 돌려버렸다. 이때 문가에 앉아있던 기생이 어느새 그를 발견하고 일어나 나오면서 손님은 누구를 찾는가고 물었다. 왕견이 미처 입을 열기 전에 소춘매가 어느결에 제꺽알아보고 나왔다.    

   《아니 난 또 누구라구!》

    그녀는 사뭇 놀라면서 반가와했다.

   《내가 이거 술상이 있는줄을 모르구 올라왔지.》

    왕견은 궁하게 된 처지를 의뭉스레 뭉때렸다.

   《장참인걸요 뭐. 어느 날이면 술상없고 손님없을가요. 자 들어가 한자리하자요.》

   《내가? 불청객인데 거기룬 왜 들어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왕견은 소춘매에게 끌려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여러분께 소개하겠어요. 저의 오빠얘요.》

   《오빠라구?....》

   《아, 그렇소!?....》

   《소아가씨한테 오빠있었는가?》

   《금시초문인걸!》

    좌중은 문득 나타난 불청객과 녀인을 번갈아보면서 혹은 웃음짓고 혹은 반신반의하면서 눈을 슴벅거렸다.

    왕견은 속으로 내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데를 들어왔구나했다. 한들 이제 도루나가랴, 눌러앉는 수밖에.

    소춘매와 술잔을 맞쫏던 대머리가 일어나더니 인사차림했다.

   《자 어려워말구 앉으시오. 우린 다 한동포아닙니까. 한잔같이합시다. 소아씨님의 오랍이라니 무척 반갑구만요!》

    다른사람도 따라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느라 인사를 차렸다.

    대머리는 자기가 석보상점(石寶商店)주인이라면서 성명은 관배쌍이라 자아소개를 했다.

    어느 석보상점일가? 그게 내가 들려봤던 그 상점이 아닌지. 왕견은 그를 본 기억이 없다. 이 큰 도시판에 석보상이 관배쌍 하나뿐일수는 없는것이다. 왕견은 그한테 자기는 성명이 왕후도(王後道)라 알려주었다. 그가 은신처를 찾아 석금강으로 갈때 천옥령의 경찰남편이 제멋대로 지어준 이름이였다.

    이름이 엉뚱한지라 소춘매의 얼굴에는 돌차간 놀랜 빛이 피였다가 사라졌다.

    왕견은 속으로 참 내가 소아가씨한테 고친 이름을 미처 알려주지 못했구나 하면서 자기가 기실은 소춘매와는 친형제도 친척도 아니고 소시적부터 한마을서 앞뒤집에 가깝게 살면서 극친히 보낸 사이였노라했다.

   《그렇다면야 한집사람이나답지 않지 뭐.》 

    좌중은 이러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왕견은 앉자마자 그들과 어울리느라 술잔을 들었다.

    주석은 날이 어두워서야 파했다.

    소춘매는 뒷수습을 다른사람에게 맡기고나서 자기는 왕견을 따라나섰다.

   《그 사람 장사아치가 돼서 그런가. 거 말솜씨가 변설이더구만. 사람이 시원시원하고 유식하구.》

    왕견은 소춘매가 부른 양차에 올라앉자 관배쌍의 위인됨을 놓고 말했다. 그 대머리가 별스레 친절을 보여 인상이 좋았던것이다.

   《좋은분이길래 나도 고맙게 굴지요. 안그러면야 그 늙다리를 누가 받아주겠나요. 전에는 한번도 오지 않던 분이 지난해부터 아예 단골손님이 되었어요.》

   《단골손님이라. 허허허.... 그 민둥산이 그리두 댕겨. 허니까 녀색을 좋아하는 치구만!》

   《원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외도한번 안하는 분인데.》

    왕견이 찌뿌둥해지는지라 소춘매는 야속해서 가로보며 그런 시샘은 어디서 배웠는가고 놀려주었다.

    왕견은 입만 쩝 쩝 다시였다.

    소춘매는 이 말은 이만하자면서 화제를 돌려 그사이 염왕산의 안부를 물으면서 왕견이 할빈에 온 목적을 똑똑히 알려헸다. 그녀는 왕견이 내내 염왕산에 있다가 곧추 여기로 온줄로 알았던거다.

    왕견은 소춘매에게 그녀가 떠난 후 위용강이 자기를 딴눈으로 볼 것 같아 조심스럽던 일, 그러던 중 마침 임무를 맡고 흑산패를 찾아가 그 무리의 류자를 수편했던 일, 패장이 되어 그들을 데리고 나와 싸웠던 일, 그러다가 녕안쪽으로 나가 적과 조우전을 해서 대오가 철저히 붕괴되여 버린 일, 석금강에 가 은신하면서 3년간 금점을 한 일 등등 지나온 일들을 하나 빼놓지 않고 다 말했다.

    소춘매는 전혀 뜻밖인지라 놀라기도 하고 감격하기도 했다.

    왕견은 자기가 할빈에 온건 오로지 하나의 리유ㅡ 과연 정말 소춘매가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싶었기 때문이라 토로했다. 다행히도 소춘매가 시집가지 않아 왕견은 무등기뻤다.

    한데 소춘매쪽은 그같지 않았다. 왕견이 재가를 할 생각은 없느냐 하는 물음에 그녀는 가볍고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시집가선 뭘해요. 가고싶지 않아요.》

    시집가서는 뭘하는가말이지 시집가고싶지 않단말이지 고작한다는 소리가 그것이란말인가. 왕견은 듣고싶지 않은 소리를 듣는지라 기분이 푹 상했다. 녀인이 나도 우리 서로가 다시만나기를 고대했어요 하면 얼마나 좋으랴. 왕견은 마음속에 그녀 하나를 두고 아글타글 돈을 모은 일과 고생스레 찾아 온 일을 생각하면 자기의 정과 성의를 몰라봐주는 그녀가 뺨을 갈겨놓기싶도록 괘씸했다.

    이날밤 소춘매는 연하루에 돌아가지 않고 한자리에 들어주었다. 그래서 왕견은 속이 좀 풀렸거니와 녀인이 그러는것이 무척 고맙기도했다. 다시생각해보면 그녀가 자기를 받아주는것 같기도해서 왕견은 그녀를 향해 자기는 언제 할빈을 떠나갈지 모르겠는데 여기에 있는 기간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끔 보호해달라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소춘매 역시 생각하고있는지라 어련히 그러잖으리했다.  

    왕견은 믿음성있는 소춘매를 만나고 보니 마음속 그릴때보다 더더욱 욕심나 미칠지경이였다. 그러나 그녀를 안해로 맞으려는건 침을 뱉아 하늘의 별을 맞혀보자는 것 처럼 어리석은 짓이라는걸 알았다. 그 어느 누구의 손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려는 그녀는 자기를 탐내는 모든 사나이들의 공유였지 왕견이 독점해버릴 몸이 아니였던것이다.

    광음은 화살과 같고 주야는 북과 같다더니 세월이 과연 빠르기도하다. 어느새 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오는 것 같더니 어물거리는 사이 겨울절기에 들어섰다. 어쩐다 석금강으로 다시간다? 거기로 내가 다시간단말이지?.... 그래 거기로 가지 않으면 어디로 간단말인가? 내가 데리고 살지 못할 계집믿고 여기에 그냥 눌러있을 멋도 없지 않은가. 과연 어쩌면 좋을가?..... 왕견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마음들떠 있을 때 마침 소춘매가 찾아왔다.

   《가자요. 날따라와요.》

   《어두루?》

   《글쎄 따라오기나해요. 내가 셋집하나 잡아놨어요.》

   《허 이거 나더러 이젠 류수요(려관)에 그만있으라는건가. 아예 주저앉아 살라는거아니여? 그렇다면야 더좋은거구!》

    왕견은 녀인이 자기가 있는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생각해주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앞이 막막하던것이 열리는것 같았다.

    소춘매는 그보고 사내장골이 아무하는 일도 없이 려관밥만 축내서야 어디되겠느냐면서 자기가 이제 안성맞춤한 일자리를 구해주리라했다. 왕견은 그녀의 생각이 이같이 주도함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집은 사람 두셋쯤 얼마든지 들수 있었다. 소춘매는 그가 쓸 가장집물들을 사고 구해서 그 단층집 셋방을 마치 신혼의 살림집모양으로 아담하게 꾸려놓기까지 했다.

 

    왕견이 셋집에 든지 약 보름만에 일자리가 나졌다. 소춘매가 가까운 사람을 다리놓아 그를 철로에 밀어넣은것이다. 하는것이 물론 잡일이였다. 소춘매는 그보고 먼저 발을 붙여놓고 하느라면 장차 봉급도 오르고 개끗한 일을 할지도 모르니 제발 십장하고 우락부락하지 말고 관계를 좋게하라고 당부했다.

    왕견은 시키는대로 하리라했다. 이때의 왕견은 불혹지년(不惑之年)에 다 이르렀지만 몸만은 건강하여 젊은이들보다 못지 않게 기운썼거니와 마음이 좀스러운데 없이 헙헙하고 성미또한 걸걸해서 함께 일하는 벌이꾼치고 좋아하지 않은이가 없었다. 지어 어떤 젊은이들은 허물없이 롱담까지 했다.

    새해년초의 어느날 독신사나이들이 그보고 집간도 이루지 못한 분이 무슨멋에 혼자있으면서 매일 먼길에 탈탈 거리느냐 자기들이 있는 합숙에 오라했다.

    가까이서 소춘매를 보는 재미가 드믄드믄 있는 왕견이 그런 호의쯤 받아줄리만무였다. 

    아직 스므살도 안먹은 젊은녀석 하나가 어우렁더우렁 지냈더니만 발칙스레 롱을 걸어오는것이였다.

   《왕아저씨?》

   《어째 그러냐?》

   《래일모레면 춘절인데 왕아저씬 죠즈삶아 누구하고 같이 잡수렵니까?》

   《조왕신하구 같이먹지.》

   《그 조왕신 조개있나요?》

   《조개라니 없어. 수캐야.》

   《수캐끼리면 어디다 비비나요?》

   《엑키 고약한 놈!》

   《하하하....》

    모두들 웃음보를 텃치였다.

    다른 젊은 놈 하나가 웃음 끝에 동을 달았다.

   《왕아저씬 들었나요, 돼지대갈먹는 날이 지나면 저 우경술집건너 번대머리네 딸님이 시집간대요. <아이고 나는 좋아 시집을 가요. 왕서방기다려 주세요.> 하면서요. 왕아저씨는 구경안갈래요. 벌써부터 소문이 파다한걸 보면 부자집의 고명딸 잔치가 대단할 것 같습니다. 온 시내가 들썽하게.》

   《그런데룬 왜 가. 남 기뻐하는거나 구경하느라구? 가겠거든 너들이나 가거라.》

    왕견은 말해놓고 보니 궁금한지라 물어봤다.

   《건데 번대머리는 뭐하는 사람이게 부자루됐냐?》

   《석보상점차려서 부자됐죠.》

   《뭐라? 그러면 관배쌍의 딸이 시집간다는 소리냐?》

   《그렇고말고요. 왕아저씬 그 사람을 어떻게 아나요?》

   《내가 그 사람이야....》

    왕견은 더 말하고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근일에야 소춘매가 하는 말이 셋집을 얻어준것도 일자리를 구해준것도 다 관배쌍이 나서서 힘썼기 때문이란다. 왕견이 그런걸 왜 인제야 알려주느냐고 했더니 소춘매는 그깟일에 왼심 좀 쓰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겠냐며서 본인이 말하지 말라해서 여지껏 입을 봉하고있었노라 했다. 하여 왕견은 그 대머리가 마음씨 정말좋은 사람으로 안겨왔던거다. 하지만 지금 그와같이 일하고있는 젊은이들은 그에 대한 인상이 그닥좋지 않은것 같았다. 

    남이야 인상이 이렇건저렇건간에 왕견은 왕견이대로 관씨댁의 잔치라니 내가 응당 이럴때 인사차림을 해야잖겠냐했다.

    이날밤 소춘매는 다른때보다 퍽 늦게야 찾아왔다. 그녀는 한주일에 한번씩 오군한다. 이쪽은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일체 간섭을 말아야했다. 이는 소춘매가 요구한 것이고 왕견도 그렇게 하리라 대답해서 둘사이 맺어놓은 불가침조약이였던것이다. 왕견은 소춘매가 자기를 그만큼이라도 대해주니 불평이나 불만을 부릴 아무런 리유가 없었다. 

    난로에서 석탄이 황황 타고있어서 방안은 훈훈했다.

   《날 오래기다렸죠. 딱한 사정있어서 그만....》

    소춘매는 구들에 펴놓은, 자리가 절반비여있는 이불을 힐끗 보고는 옷을 벗으면서 혼자 제멋에 겨워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지나의 밤>이란 일본노래였다. 노래가 명곡인데다 녀인이 목청고와 귀맛이 좋았다. 하지만 가사는 한마디도 알 수 없었다.

    소춘매는 그사이 어느덧 앵무새같이 일본말을 배웠거니와 부드럽고 잔잔한 오까상의 애교까지도 빼놓지 않고 배워서 배우가 연기를 하듯 제법 흉내를 냈다. 아마 그래서 연하루에는 일본사람도 드나드는 모양인데 오늘밤은 소춘매가 인금이 높아감을 생각하고는 자아도취에 빠져 그러는것 같았다.

    아무튼 그녀가 기분좋아하면 왕견도 따라서 기분좋았다. 한데 옷을 홀랑 벗은 그녀를 보니 젓싸개가 제대로아니여서 왕견은 기분상했다. 제길할, 네년이 어느 녀석하고 붙어 놀다왔느냐?....

    곤하다며 자리에 눕자마자 잠에 골아떨어졌던 소춘매는 이틑날 아침 왕견이 잠을 깨기전에 살며시 일어나 벌써 가버렸다.

    한족들이 돼지대갈을 먹는 날이 방금지나자 관배쌍이 제 딸의 잔치에 참석해달라는 청첩을 보내왔다. 왕견은 그것까지 받고보니 잔치에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였다. 그는 소춘매와 잔치에 가면 자기는 부조돈을 얼마내야할까고 물었다. 그랬더니 소춘매가 그런건 자기가 알아서 어련히 처리하지 않으리 하면서 왕견보고 그날 옷이나 정갈하게 입고 참가하라 당부했다.

    왕견은 시키는대로했다.

    잔치날 음식은 바로 석보상점 건너의 그 우경술집에서 차렸다.      왕견처럼 청첩을 받고 간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 관배쌍은 만면에 웃음을 그득담고 그를 맞아주었다. 왕견이 그와 인사말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뚱보녀인 하나가 문득나타나 이켠을 보았다. 대머리는 그녀인이 나타나자 안사돈께서 왔는가 하면서 인사를 차렸다. 그러고나서 왕견을 향해 몸을 다시돌려 저 녀인인즉 흥업은행의 행장부인인데 아들이 각시를 잘얻어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알려주었다. 왕견은 그녀의 얼굴을 다시한번 뜯어보고나서 그만 온 몸에 강직이 온 사람모양으로 그 자리에 돌같이 굳어지고 말았다. 그 녀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 왕견한테 거액을 강탈당했던 그 녀인이였던것이다. 이런 제길할 그러니까 내가 관배쌍의 사돈집을 강탈했던게로구나!    

    왕견은 지난때의 행실을 돌이겨 보면서 스스로 자책했다.

    마침 그녀는 왕견을 알아보지 못했다.

    왕견은 이날 진주성찬도 맛을 모르고 넘겼다.

    돌아올 때 왕견은 소춘매보고 오늘밤은 자기와 지내달라했다.

   《왜요, 제도를 고칠텐가요.》

    소춘매는 롱쪼로 한마디 던졌다.

   《그건 아니여. 한가지 요긴하게 알아볼 일이 있어서....관배쌍의 안사돈되는 여자 뚱보옳은가?》

   《옳아요. 연분홍비로도치포를 입은 그 뚱보녀인이죠. 건데 생급스레 그건 왜 묻나요?》

   《옳다면 난 미안한 짓을 해서 그런거야.》

   《미안한 짓이라니요. 누구한테 무슨일에요?》

   《소아가씬 지난해 여름에 여자 하나가 백주에 은행앞에서 강도한테 당한 일 기억안나?》

   《기억나요. 온 시내를 들썽케 했던 일인데 왜 기억안나겠나요. 그게 그럼.....》

   《내가 한 짓이였어.》

    왕견은 어쩌면 이럴수가 하면서 놀라고있는 소춘매앞에다 그때 자기가 그런짓을 하게되였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호, 어쩜....》

    소춘매는 곤지바른 죄꼬만 입으로 놀램을 련신발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하여 그들은 사이가 좀치도 버성기지는 않았다. 생활은 그들이 그려놓은 궤도우에서 그냥 무난히 엮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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