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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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43)
2015년 02월 04일 10시 45분  조회:3230  추천:1  작성자: 김송죽
 

                           43

 

 

 

 

 

    아이는 귀엽고도 영준했다. 민호는 그 아이를 안아온 얼마후에 최기덕이보고 이 애의 친척이 혹시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니 수소문하여 찾아보라 부탁했다. 최기덕은 친구의 분부인지라 사업이 다망하면서도 힘써 알아보았다. 결과 그때 호덕화악당의 강탈을 당한 그 열몇호의 동포는 다 목단강 고려인협회의 도움에 의하여 조선으로 돌아갔고 피살된 사람의 후사도 당지사람들의 손을 빌어 처리했거니와 북만에는 이 애의 친척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래서 아이를 그들 량주가 기르게 되었는데 날이 가면서 어른과 아이사이에는 친부모와 꼭 같은 정분이 생기게 되었다. 향란이는 아이의 원이름을 그냥쓰면서 성만은 정가로 고쳐버렸다.  

    한데 아이가 웬 일인지 시름시름 앓음자랑을 했다. 향란은 고와할줄만 알고 멍청해있다가는 생아이를 잃고말겠다며 어느날 둘쳐업고 태평진으로 말을 달렸다. 태평진에는 위만시절에 일본사람이 세운 구세병원(救世病院)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의사 하나나가 본국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었다. 부인이 한족이라는 그 의사는 아이를 진차하더니 페디스토마증에 걸렸다면서 등안시말고 시일을 늘게 잡고 치료를 꾸준히 받으라했다. 하여 향란이는 아이를 입원시켰다.

    북만의 봄이 마지막가면서 계절이 바귀여지고 있었다. 

    아이를 입원시킨지 3일만에 향란이는 뜻밖에 가슴을 들때리는 놀라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장평이 시하에서 위무의 손에 살해된 그 사실인것이다. 그 소문은 시하에 있는 친척집에 볼일이 있어서 갔던 사람이 돌아와갖고 퍼뜨린것인데 이 사건으로 하여 온 태평진이 부글거렸다.

    명랑하고 수럭수럭한 그의 몰골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아아, 장평아 너는 어찌하여 그리도 처참히 되었느냐!... 향란이는 쏟아지는 눈물을 거두고나서 아이를 같은 소아과실에 들어있는 조선부녀한테 수고스러운대로 며칠만 봐달라 맡기고 인츰 염왕산으로 달려갔다. 민호한테 이 소식을 어서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날따라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서 음침한데다 비마저 부슬부슬 내려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산채에서는 온 몸이 푹 젖어갖고 돌아온 향란이를 보자 모두 웬 일이냐며 놀랬다. 민호는 물론 다른이들도 그녀가 아이를 잃어서 이꼴로 비감에 잠겨갖고 돌아온줄로 알았다. 한데 그런것이 아니였다.  향란이는 숨가빠하면서 피를 뿜듯 한마디 토했다.

   《장평이 잘못됐대요. 시하에서....선견군놈들 손에....배까지 갈리웠대요.》

    염왕산류자들에게는 듣기 괴롭고 참기 어려운 비보였다.

   《장평이가 잘못되다니, 어떻게 돼서?》

    모두들 의문뿐인데 향란이는 비감이 젖어 한숨을 내쉬였다. 쏟아부은듯 머리를 함뿍적셔놓은 빗물은 이마로 흘러내려와 눈물과 범벅이 되어 발아래로 떨어졌다.

   《한심해요 장평이 군직에서 나떨어지고 그렇게 됐대요.》

   《뭐라! 군직에서 나떨어지다니? 왜서?》

    류자들은 다시한번 놀랬다. 그들은 사문동이 태평진을 공략하려다못하고 쫓겨단 일까지는 알아도 요즘은 산을 나가는 류자가 없다보니 그 후 태평진에서 발생한 일은 깜깜 모르고 있었다.

   《그의 재종형이 반란을 꾀하잖았나요. 그래서 장평이 화김에 재종형이고뭐고 화근을 뽑는다며 붙잡은 자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아예 싹 다 잠재워버린건데 책임간부인 그 김가가 장평이 자기를 무시하고 맘대로 했다 네 재종형이 나쁘지만 너도 믿을 수 없다면서 군직을 뗐대요. 내쫓은거와 뭐가 다른가요.》

    향란이는 태평진에서 떠도는 말이 이렇다면서 알려주었다.         그 독립퇀이 원체 태평진의 자위대긴 하지만 동북인민자위군에 편입되였으니 장평의 군직을 떼고 안떼는거야 우에서 할 일이 아닌가. 한데 일개 군중사업간부가 무슨 권리로 장평의 퇀장직까지 맘대로 떼버린단말인가?....모를 일이였다. 리해되지 않았다.  민호는 김웅렬이란 그 공산당원이 대체  뭔데 권리가 그리도 막강할가고 생각했다. 최기덕의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던것이.

    아무튼 일이 잘못된것이 분명해서 안타까왔다.

    기실 김웅렬은 제 실권을 엄청넘어 행사했으니 대단히 큰 오유를 범했다. 하건만 장평이 토비출신이거니와 공산당의 령도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자유방종하니 이제 더 크고 무서운 무장반란이 일어날 위험이 충족하다 급박한 정황하에서 사전에 조치를 댄것이니 그런줄알라고 제멋대로 보고를 꾸며 상급당조직에 올림으로서 처벌을 회피한것이다. 한심한 기만이였다. 최기덕이 중상을 입지 않았어도 감히 그따위짓을 하지 못했을것이다.

   《아무렴 죄지은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할수야....》

   《요즘 우리는 산을 나가지 않다보니 이 일을 몰랐지.》

   《그걸 알았으면 어쩌겠나.》

   《알았더면야 가만있지 않지.... 그렇게는 못하게 하지....장평의 일인데 우리가 그래 무관할 수 있는가.》

     모두들 의논이 많았다.

     김웅렬의 처사에 대해서 민호는 분노했다. 아무렴 항일까지 한 사람을 그토록 헐값으로 취급한단말인가, 길가의 말똥도 주어 쓸라니. 장평은 민호의 오군자에 들어 왜놈과 싸웠다. 전공을 따지면 그한테도 공로메달을 두 개쯤은 달아줘야 옳을것이다. 그런 사람을 밑바탕이 나쁘다해서 숙청하다니 세상에 어디 이런 법이 있는가?.... 그지간 함께 있지 않았다해서 무관할 수는 없었다. 시체라도 찾아 묻어주고 대체 어떻게 되어 그런 흉사가 생기게 됐는지 그 연유를 알아내야했다. 

    20여명의 무장대가 산을 나가 태평진으로 갔다.

    민호는 태평진인민정부에 들어가 직방 김웅렬을 만났다.

   《이, 이거 어떻게 돼서 왔소?》

    김웅렬은 래방자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보자 긴장해졌다.

    민호는 걷발린 인사따위는 걷어장지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신이 장평을 쫓아냈소?》

   《건 내일인데 거기서 념려할건 뭐요.》

   《왜 념려안하겠소. 동고동락을 해온 사인데.》

   《허! 동고동락이라.....》

    김웅렬이 이쪽에서 내던진 말을 되뇌는데 음조에는 조소와 경멸의 냄새새가 풍기고 있었다.

    민호가 물었다.

   《왜 내말이 우습게 들리오?》

   《듣자니 거기서는 서로 형제라 한다지.》

   《왜 형제라 부르는게 우습소? 서로 친하니 그렇게 불러주는거요. 당신이 제 벗을 동지라 하듯이.》

   《동지는 신성한 것이요.》

   《형제는 더러운건가? 묻겠소. 듣자니 당신도 항일을 했다는데 총은 그래 몇방이나 쏴보고 일본놈은 몇이나 잡아봤소?》

    김웅렬은 입을 다시열지 못했다. 떳떳하게 대답할 주제가 못된거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가 일을 잘못처리함으로 해서 빚어진 처참한 죽음과 그 죽음으로 인해서 초래되는 악과에 대해서는 추호의 반성도 느낌도 없이 뻔뻔스러웠다. 시람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돼먹었을가?....민호는 격분이 부걱부걱 괴여올랐다. 김웅렬의 언동은 몽둥이찜질을 힘껏 안겨주고싶도록 적의를 자아내고 있었던것이다. 네녀석하고 말하니보다 차라리 담벼락하고 말하는게 났겠다. 민호는 쓰거워 말을 더 하지 않았다.

    한편 태평진독립퇀은 염왕산철혈대의 갑작스런 출현을 심상치 않게 여겨 총에다 장탄하고 지켜보았다. 꼭마치 어느때 터질지 모를 시한탄이 떨어진 것 처럼 태평진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긴장에 쌓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삼포가 죽던 날 여기서 보안대와 염왕산류자지간에 류혈적인 혈전이 벌어졌던 무서운 장면을 회상했고 변절한이 되었던 위용강이 상망을 많이 내면서까지 야간탈주를 하던 때의 소란스럽던 일을 되새기였다.

    염왕산류자가 태평진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의연히 강포하고도 무서운 존재로만 느껴지고 있었다. 비록 오인이나 장평같은 사람이 떠받들리우고 철혈대가 협객단이라며 호감을 품어왔지만.

    누구나 다 이제다시는 성안에서 충돌과 참혹한 류혈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않거니와 그렇게 될까봐 가슴을 조이였다.

    무장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철혈대는 결판내자고 찾아간 것이 아니였으니까. 철혈대류자들은 태평진정부 문앞에서 왜 이런 불상사가 생기게 처리하는가고 항의하면서 장평의 시체를 내놓으라고 했다.

    김웅렬은 무서워서 감히 대갈쪽도 내밀지 못했다.

    장평의 시체가 태평진에 없었다.

    전신무장한 철혈대는 그길로 시하에 가서 이미 부식되기 시작한 버려진 시체를 찾아 거기 어느 산기슭에다 파묻고 돌아왔다. 장평은 위무의 손에 죽었다. 위무는 선견군사람이다. 하기에 염왕산류자들은 선견군을 원쑤로 보고 증오하면서 저주하게 되었다.

   《장평의 원쑤를 갚자!》

    모두들 부르짖었다.

    민호는 정찰을 놓아 위무의 종적을 찾기시작했다.

 

    민호는 이 기회에 최기덕의 병문안을 하러 가목사로 갔다.

    시가지중심에 있는 광복병원에서 최기덕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복부에 탄알을 맞은 그의 상은 이미 위험기를 넘겨 치료되고 있으니 근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책임의사가 알려주었다.

   《형님네 염라대왕이 때가 안됐다며 내 호구를 안받아주오.》       병문안을 간 민호를 보자 최기덕이 기분좋아 하는 말이였다.      《우리네 염라대왕이라? 오 하하하!....이름이 그 꼴이돼서.... 건데 이젠 염왕산이 제 사명을 다한것 같구나.》

   《사명을 다한게 아니라 바뀌였지. 염왕산을 이제는 구세산이라  이름을 고치는게 합리할것 같소. 염왕산의 철혈대가 아니였더면 어쩔번했겠소. 화금이나 목청이나....우리 동포들은 떼죽음을 당하고말았을게요. 큰공을 세웠지. 방사령도 류정위도 철혈대의 공적을 높이 찬양했소.》

   《오, 그래!? 그분들도 아시는구나.》

   《왜 모르겠소. 연안에서 이리로 오자마자 알게된거라오. 군구건립식때도  말이 있었는데 염왕산의 철혈대는 동북에 있는 모든 산림대가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라했다오.》

    최기덕은 이러면서 합강군구의 그 두 령도자가 전번날 병원을 찾아와 상병들을 문안할 때도 염왕산류자가 항일을 한것과 철혈대가 악당을 징벌하고 선견군과 맛선것은 북만력사에 공적으로 기입될것이라면서 현황을 무척 알고싶어했고 최기덕이와 그 조직자인 민호의 신원을 캐물으면서 어느때든 한번 꼭 만나볼 의향임을 보여주더라고 말했다.

    민호는 공산당군이 철혈대의 공적을 그같이 알아주고 관심하니 고맙고 감개했다. 당장 달려가서 그들을 만나고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군구의 그 두 거물급지도자는 지금 다 이 시내에 있지 않고 의란에 가 있었던것이다. 동북에서의 선견군무장토비숙청 제2단계에 진입하여 전군이 한창 긴장히 보내고있는 때였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나날은 고난과 류혈로 이어진 자욱이였다. 철혈대는 여직 한번도 티각난적이 없이 일심동체되여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수립해 놓은 위엄이나 명성은 염왕산이 지난날에 날리였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것이였다. 현유 25명밖에 안되는 무력이지만 실력은 알찼다. 류자들은 환난상구(患難相救)하면서 지난때의 허물을 고치고 새인간으로 착실하게 되어짐을 자신의 의무로 삼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갸륵한 일이 아닌가! 자신이 창발한 도의(道義)로 군위(軍威)를 높혀가고 있으니 어찌 찬양하지 않으랴!

   《요즘은 어떻게 보내고있소?》

    최기덕이 물어보는 말이였다.

   《태평진에서 근일에 너를 찾아오지 않더냐?》

    민호가 그한테 되물어보았다.

   《보름전에 한번오고는...거기서는 어떻게들 지내는지?....》

   《다시와보지를 않았단말이지.... 참 너무하는구나.》

   《사업이 바빠서 못오겠지. 형님은 그들을 탓하지 마오.》

    최기덕은 말해놓고 민호의 낯색이 굳어지니 이상해서 물었다.

   《왜 그러오? 무슨일이 생긴거요?》

    민호는 숨을 길게 들이긋고나서 앉음자세를 고치였다.

   《내 말을 듣고 너무 격동말거라. 장평이 죽었네라.》

   《아니 뭐라오! 어떻게 돼서?》

    민호는 김웅렬이 마음대로 장평의 퇀장직을 떼버린것과 그가  태평진을 나돌다 시하에서 위무의 손에 살해된 사실을 알려주었다.

   《김웅렬 그 사람 미치지 않았어? 어쩌자구 그래? 제가뭔데?》

    최기덕은 격분했다. 듣고보니 너무도 한심해서 한숨을 련발토했다. 장평이 장두봉일당을 즉각처결하기를 잘했노라고 하던 김웅렬이 자기와는 말도 없이 그를 제마음대로 처리하여 그같은 후과를 빚었으니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말끝마다 민주요 광명정대요 부르짖지만 돌아서면 독단독행하려드는 그를 선선히 받아주고 여지껏 믿어온것이 분하고 분했다. 최기덕은 당장 달려가 그를 후줄근히 패주지 못하는게 안타까왔다.

   《김웅렬 이 자식 어디보자! 》

    그는 그따위의 사이비한 인간은 절대 당내에 두지 말아야한다고 생각되여 당장 상급당위에 올릴 적발신을 쓰리라 맘먹었다.

    새하얀 위생복을 입은 젊은 녀인이 들어와 상병을 간호했다.

   《좀 어떠세요? 드린약을 다 자셨나요?》

    그녀의 입에서 뜻밖에 옥같은 조선말이 굴러나왔다. 나부죽한 얼굴에 몸매고운 그녀는 침착하고 숙부드러워보였다.

    《옥선이 인사하오. 내가 접때말하던 형님이요.》

     최기덕이 알려주니 녀인은 다소 놀래는 빛이다.

    《아, 그런가요! 그럼 이분이 바로 오인이라는.... 먼길에 모처럼 오셨네요. 고마워요.》

     녀인은 웃음지으면서 다소곳이 아미를 숙여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민호를 다시보았다. 민호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녀인은 과연 바삐보냈던것이다.

 

    가목사를 떠난 민호는 염왕산으로 돌아가면서 먼저 태평진에 들렸다. 거기 구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양자 성국이가 이젠 병이 다 낳았을것이니 데리고 가야했다.

    향란이는 벌써 출원수속을 다해놓고 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은 어떻던가요? 나도 한번 가봐야잖아요.》

   《치료가 빠르오. 가을전으루 출원하리라누만.》

   《그런가요. 정녕 그렇다면 기쁜일이네요.》

    향란이는 최기덕이 어서빨리 완쾌하기를 기원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의 혼인대사문제에 대해서 은근히 걱정한지 오래다.

   《어쩔가요. 그분 나이 이제는 마흔넷이예요. 로총각으로 한뉘살수야 없잖아요. 당신과는 사교지간인데 이러고있어서야 면목이 서나요. 출원하면 잔치도 하게끔 당신이 책임지고 색시하나 구해놔야하잖아요. 색시감이야 목청, 화금에도 있을거고 여기 태평진에도 쌔쿠버린게 아닌가요.》

   《내가 뚜쟁이질을 안해도 돼. 벌써 눈으로 점찍어놨데.》

   《그래요! 어디의 새긴데요?》

   《그가 입원한 병원에. 지금 거기서 호사장으로 사업하고있는데 당사자끼리는 벌써 혼약이 다 됐다는구만.》

   《그래요! 참 어쩌면....나이는 얼만데요?》

   《올해 설흔둘이라니 기덕이하구야 열두살차이지. 본남편이 오년전에 병으로 사망해서 여지껏 홀몸으로 지낸다는구만. 딸린 자식도 없이....내가 보겐 이쁘고 참하게 생겼더구만.》

   《조선녀성인가요?》

   《그렇소. 성명은 리선옥이라는가.》

   《구슬옥자에 착할 선이라. 이름도 듣기좋네요.》

    향란은 기뻐하면서 잔치준비를 잘해야겠다고 했다.

   《성국아, 이젠 엄마랑 아버지랑 하고 같이가자.》

    민호가 품에 안았던 아이를 내려놓으니 향란이가 점심때가 지난는데 시장하지 않는가했다.

   《돌아가서 먹지. 콩을 다 심었는지.... 강냉이도 그렇구....씨앗들을 망종전에 다 넣어야 하는데.》

   《왕견이 어련히 알아서 하잖았으리.》

    향란은 다심한 남편이 배를 곯으면서 먼길을 다니는것만 같아서 데리고 관자집부터 가려했다. 한데 이건 또 웬일인가?

    그 한집식구가 병실을 곧 나가려는데 여직같은 호실에 입원하고있는 중국어린아이의 애비가 들어와 모골이 송연해지는 끔찍스러운 사건 하나를 알려주는것이였다.

   《저....못들었소. 동안서말이요, 조선사람을 몽땅 죽였다는구만!... 스므엿새날에!》

    민호는 가슴속에서 널짱같은것이 뚝 떨어졌다.

   《뭐라!.... 어떤놈이 그랬어?》

   《곽청전이라구 허는 토비가 그랬다오.》

    그 한족사나이는 밖에서 들은 소문이라면서 상세히 알려줬다.

    26일이라니 바로 어제였다. 동안성 보안대총장인 34살난 곽청전(郭靑典)이 얼구이즈(二鬼子)들을 로야령을 넘기전에 없애치우자는 구호를 내들고 안팍으로 짜고서는 그곳을 자위하고있던 인민무장력이 잠시 동안성(밀산)을 떠난 기회를 리용하여 제가 갖고있는  무장대 700여명을 몰아갖고 갑자기 달려들어 그곳에서 살고있는 조선사람 수백명을 닥치는대로 학살하였던것이다. 이런 아비규환속에서 살아난 생명은 오로지 마음선량한 이웃의 한족아낙네가 죄없는 아이가 너무불쌍해서 제집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낯을 어지럽게 만들어 움속에 숨겨둔 그 애뿐이였다고 한다.

   《뼈를 갈아치워도 시원찮을 악당놈들! 적수공권인 죄없고 불쌍한 우리 동포는 왜 살해하는가! 》

    민호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24년전, 밀산의 당벽진에서 그같은 참안이 발생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농사짓던 독립군전사들이 토비들의 손에 전부 참살되더니....지금도 생각하면 치떨리는데 그런 변이 또 생기다니!....이해의 5월은 밭농사를 많이 시작한 염왕산류자들이 가장 분망히 보내는 달이였거니와 북만에 거주하고있는 동포들에게는 흉살이 비쳐 불안에 떨게 만든 범상치 않은 달이기도했다.

    

    위삼포가 죽은지도 어느덧 14년이다.

    달력을 보니 이제 사흘이면 양력 5월이 막가는 날이자 음력 5월이 시작되는 날이기도했다. 민호는 향란이와 상의하여 이날에  위삼포의 유해를 염왕산에 이장하기로 했다. 고인의 아들인 위용강이 생전에 마음을 먹으면서도 감히 해내지 못한 일을 이제는 살아있는 그들이 해야했다.

    25명의 염왕산류자 모두 흰상복을 입고 나섰다. 물론 무기들을 휴대했고 경계도 삼엄했다. 이장은 가탈없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데 그 일과는 아무관계도 없는 하나의 사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장행렬이 염왕산으로 향하고있던 중 웬 얼간망둥이 셋이 나타나 자기들도 데려가달라고 했던것이다.    

   《이건 웬놈의 풀메뚜기들이냐?》

    왕견이 권총으로 갈겨놓자는것을 민호가 막았다.

   《관두오, 여우를 만난셈 치지.》

    그 셋은 민호를 보더니 길복판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두령님! 두령님! 우리도 데려가주시오!》

    입을 모아 빌었다.

    민호는 이 자식들의 눈에도 내가 두령같아 보이는 모양이지 하면서 하도 짓꿎게 달라붙는지라 우선 물어보았다.

   《너희들은 모두 집이 어디냐?》

    셋중 생김새가 미끈하고 허울좋은 자가 허리를 펴며 대답했다.

   《예? 저.... 이도강에 있습니다. 우린 모두.》

   《농사지을게지 산에는 왜 들어가자는거냐?》

   《농사질하기 싫어요, 정말로. 그리구 군대질하기도 싫고요.》

    그 녀석이 얼굴에다 웃음까지 발라가면서 진지하게 말하는 품이 쉽게 물러설것 같지 않았다. 자기같은 사람을 받아주는건 지극히 정당하다고 여기는것 같기도했다.

   《농사질하기도 싫고다. 군대질하기도 싫다. 그래서 산에 들어가련다 그거지? 그래 산에 들어가서는 뭘먹고 살테냐? 날거미잡아먹고 살지는 않겠지? 너희들은 곰처럼 제 발바닥이나 핥을거냐?》

    그자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녀여석들이 고개를 드나 어정쩡 말이 없다. 보기만해도 정나미떨어지는 이따위 패물짝을 어디다 쓸가.

   《허! 허! 허!》

    민호는 어처구니없어서 웃기만했다.

    허울좋은 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웃어요, 두령님!》

    과연 아귀무른 녀석이였다.

    민호는 증이나서 발을 굴러대면서 큰소리를 딱 질렀다.

   《이놈아!》

    워낙 담은 없이 중정이 허한 자였던지 와들짝놀란다.

   《이 걸레짝같은 놈들아, 우릴 뭘로알고 이꼴이냐, 물러갓!》        향란이가 철채찍으로 갈겨대니 멋도 모르고 사정들던 세녀석은 그만 혼비백산하여 엎드러지고 곱드러지면서 달아나버렸다.

    이비슷한 일은 그 후에도 있었다.

    7월중순의 어느날 정찰을 나갔던 두지개가 돌아와서 위무가 지금 이도하자부근에서 흩어진 선견군패잔병들을 다시모집하고있다고 보고했다.

   《그놈이 꼭 옳은가?》

   《백성들이 <외짝귀 외짝귀>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틀림없습니다. 그놈아니구야 누가 외짝귀겠습니까. 급이 없이야 그런 일에 나설수도 없을거고. 안그렇습니까.》

   《하긴그래.》

    민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뒷짐을 지은채 방안을 뚜벅뚜벅  걸으면서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나 그 원쑤놈을 붙잡아야하는데....》

    그의 소리를 잡아듣고 류자들이 너 한마디 나 한마디 한다.

   《그놈만 붙잡느라말고 보이는 놈은 다 잡아.》

   《다 잡는다니 말이 되나. 그런면야 염왕산은 포로영되고말지.》     《그자들을 먹일 물 어디있나.》

   《농사지어 고라니좋은 노릇하게 할수야 없지.》

   《그러면 보는 족족 잠재워버려.》

    염왕산류자들은 모두 선견군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위무를 붙잡자고 부르짖었다.

   《마인! 구도관자!》

    민호는 곤 철혈대를 집합시켜 이도하자쪽으로 출발했다.

    두지개의 정찰이 틀리지 않았다. 귀가 한짝뿐인 사람이 며칠전부터 이곳에 와 흩어진 잔병들을 모집하는 중이라고 그곳주민들이 반영했다. 민호는 어떻게 하면 위무를 빼우지 않고 붙잡을 수가 있을가 궁리하다가 철혈대를 가까운 수림속에 은페시키고 유자 여섯을 둘씩 세조로 만들어 이도하자주위에 있는 세개마을에 각각 나뉘여 정찰케 했다.

    그들 세소조는 돌아와 갖고 다 자기들이 간 마을에 선견군패잔병들이 몇씩 있더라고 보고했다. 그중 두개지가 갔다 온, 이도하자에서 동남쪽으로 약 7리가량상거한 백여호되는 마을에 17명, 수자가 제일많고 그 마을에 위무가 있는 것으로 정찰이 되었다. 보아하니 그자들은 이도하자에는 자위무장이 있어서 감히 범접못하고 주위만 맴돌고 있는건데 입이 많으면 얻어먹기 힘들어 한데모이지도 못하는 꼴인것 같았다.

    민호는 철혈대를 이끌고 두지개가 갔다 온 마을로 갔다. 때는 이틑날 동녘이 푸름푸름 밝아올 무렵이였다. 그들은 적이 들어있는 집을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그리고는 장밤 눈을 붙이지 못해 고개방아를 찟고있는 보초를 짹소리도 못하게 감쪽같이 죽여버리고는 돌습하여 아직 잠에 파묻혀 있는 자들을 몽땅 붙잡았다.

   한데 꼭 붙잡자는 위무는 보이지 않았다. 포로들과 물으니 저녁을 같이 먹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는것이다.

   《젠장! 여우를 놓치고 몸에다 노린내만 묻혔구나.》

    민호는 너무도 맹랑해서 발을 굴렀다.

    포로들은 위무가 어디에 갔는지 정말몰랐다. 그자를 붇잡자면 정찰을 또 해야했다. 기마대가 움직여야 하는데 두다리만 가진 이 자들은 어떻게 끌고다닌단말인가? 그것도 문제였다.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들을 염왕산까지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죽여버리자니 너무 잔인한것 같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무장만 해체하고 놓아주자고 보니 그런다면 미친개를 붙잡았다가 살려주는 격이 되고만다. 총만 다시쥐면 의연히 그 적이 그 적이 아닌가. 하여 민호는 생각 끝에 이 자들을 합강군군에 넘겨주어 방사령이 처리하게 하자고 맘먹었다.

    철혈대는 포로들을 한줄로 묶어갖고 그곳을 떠났다.

    한데 오면서 생각밖의 일이 생겼다. 포로중 한자가 이것이 공산당계렬의 민민무장부대인 것이 아니고 염왕산류자무장인 철혈대라는것을 알자 비위좋게 흥정을 걸었던것이다.

   《인제보니 자네들은 우리와 이웃간이 아닌가. 서로 척진일도 없는데 왜 이러오?》

    민호가 쓰거워했다.

   《이웃간이라? 척진일없다? 네 아갈머리에서 그따위 소리가 함부로 나와? 우리 사람을 배가르구두 뻔뻔스레 그따위소릴해?》

    방금 말을 꺼냈던 자가 눈을 꺼무럭거리더니 항의했다.

   《무슨소리요. 우리가 언제 그랬소? 정말 생사람잡네.》

   《생사람잡는다? 너희들의 위무가 한 짓인데 생사람잡는다?》

   《어이구 원! 죄는 도까비짖구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더니....위무가 한일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요, 우리는 아주 영 딴팬데두.》

   《뭐라? 그렇다면 너희들은?....》

   《우린 곽털보패요.》

   《뭐라! 밀산의 곽털보패라?....》

    민호는 적이 놀랬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장우신부대의 잔당이 아니라 며칠전에 피비린 동안참안을 빚어낸 곽청전의 악당들이였다. 천추에 용납못할 혈채를 짖고서도 갚지 않은채 인민무장부대의 추격에 들어 뿔뿔이 흩어졌다가 이제다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여 생겨난 승냥이무리였다.

    위무는 이자들을 자기가 끌어보자고 애쓰는 판이다. 

   《바로 네놈들이였구나!》

    민호는 제 눈으로 동포들을 숱해살해한 이 천죄만악의 살인악마들을 직접보니 전신만신이 떨려나면서 눈에서 불이 일었다. 하건만 대방의 이러한 심정도 모르고있는 자들은 철혈대를 그저 적수도 못되는 일개 비천하고 고립된 마적으로만 알고 우숩게 여겼던지 한수접고드는것이였다.

   《좀 이러지들 말라구. 이러면 대단한 실수야. 중앙군하고 함부로 행패부리다니 원.》

    민호는 말잔등우에 몸을 싣고 가면서 코아래로 그자를 랭정히 쏘아보면서 랭소했다.

   《우리가 네놈들하고 행패부리지 않고 누구와 부리라니?》

   《공산당군하고 그래야지.》

    그 자는 대방이 제 감언에 마음동하는줄로 알았는지 제법 기운스레 입심을 뽑았다.

   《이제 두고보란말이야. 국군은 곧 여기까지 들어올거야. 그때면 우리는 나서서 협력해야지. 그때 되면....그렇구말구 협력하기 위해 우리 선견군은 다시조직돼서 동산재기를 해야하는거야. 그러니....》

   《닥쳐라!》

    민호는 그의 장황설을 잘라버렸다.

   《네녀석이 무슨 잠꼬대를 그리도 하느거냐.》

   《잠꼬대라니? 고마운 충고를 하는데두 잠꼬대라니?》

    다른 녀석들 거의가 그본새로 나왔다.

   《미친녀석들, 그따위 충고를 내가 들으란말이냐, 그래? 네놈들은 아마도 잠을 재워야 그놈의 주둥아리를 다물것 같구나.》

    돌을 캐낸 적막한 산벼랑가에 이르고 있었다.

    민호는 대오를 멈추었다.

   《모두 저 그늘밑에 가서 서거라. 너희들을 쉬워야겠다.》

    민호는 그자들을 벼랑가그늘밑에 세워놓고 모두 총살해버렸다.

    

    밀산부근을 한바퀴돌면서 한무리의 패잔병들을 규합한 사문동이 주동이 되어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와 함께 조령을 또다시 탈환하였다. 그들은 그곳을 거점으로 동산재기를 꿈꾼것이다. 한데 끌어모은 오합지졸이 무려 9,000여명에 달했지만 무기가 없었다.

   장우신은 군영물자를 얻어오자고 위만경찰출신인 자기의 심복 송문(宋文)을 장춘에 파견하였다. 그런데 송문은 석달이 되도록 종무소식이였다. 그래서 안달아난 장우신은 이번에는 부하 장혜민(張惠民)을 장춘에 파견했다. 장춘에 간 장혜민은 합강성판사처를 찾아갔다가 거기서 공교롭게도 송문을 만났다. 둘은 함께 심양에 가서 가목사에서 공산당 팔로군에 쫓겨난 국민당의 합강성정부주석 오한도(吳漢濤)를 찾아 장우신 등이 조령에서 겪고있는 실정을 말하고는 무기를 지원해줄걸 요구했다.

    오한도가 말했다. 

   《자네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는거야 말치않아도 난 다알고있네. 자네들은 있다는게 뭔가. 낡아빠진 총 몇자루뿐이지. 내 여기 총과 탄약이 있네. 그런데 보내자면 공중에서 던져얄텐데 던지자면 어디다 던지겠는가. 그게 팔로군손에 들어가면 남만 좋은일시키는게 아니겠는가. 돌아가 장선생보구 말하게 이기지도못하면서 정면으로 공산당군과 맞다들어 싸울 궁리는 말구 산속에 숨어서 실력이나 보존하라구말이요. 돈과 량식같은건 당지주민들한테서 꾸구.... 국부가 접수할 때 까지만 꾹 참으면서 기다리란말이요. 그때가서 다 결산해줄테니까.》

    장혜민이 조령에 돌아와 장우신에게 오한도의 지시를 회보하니 장우신은 너무도 실망해서 기가 싹 죽고말았다.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장우신 등은 8월이 다가는 마지막날에 회의를 소집하고 지휘관들에게 오한도의 명령을 전달하고는 포위를 뚫고 나갈 방볍을 연구했다....

    10월이 되자 이쪽에서는 제3차 조령공격전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여러부대가 땅크와 장갑차이 배합하에 분진합격(分進合擊)하는 전술로써 포위를 뚫고 나온 무리들을 모두 그곳에다 몰아넣고 총공격전을 벌리였다. 2일간의 치렬한 격전 끝에 선견군은 7,000여명이 섬멸되였다. 장우신, 사문동, 리화당의 주력은 완전붕괴되고말았다. 포위를 간신히 뚫고 나온 그 세 거두는 조령북쪽의 산속에 들어가 급급히 군관회의를 소집하여 명령이 없이는 다시는 집중하지 않기로 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제마끔 분산하여 잠복하는 방법으로 유생력량을 보존키로했다.

    이리하여 몇 명씩 패거리를 지어서 산속에 숨어들기도 하고 버덕에 나돌기도 하면서 료략질을 하는 강도단이 숱해생겼다.

    

    어느덧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스산한 가을철이 돌아왔다.

    어느날 정찰을 나갔던 류자가 돌아와서 염왕산동북쪽 의란과 방정사이에 있는 마을에 위무의 잔당이 20여명이 숨어있다고 보고해서 철혈대가 곧 출발했다. 그자들을 꼭 소멸해버릴 결심이였다.

    그 산촌에 거진이르렀을 때 척후를 맡은 류자가 달려와서 그 20여명의 총쥔 자들이 지금 막 마을을 나오고있다고 보고했다. 어떻게 할것인가?....민호는 속히 안장을 떼고 한쪽다리를 고삐로 맨 후 말들을 풀밭에 몰아 넣으라 했다.

    류자들은 명령대로 하고나서 모두 길옆숲속에 매복했다.

    좀있으니 그 한떼의 비도가 나타났다. 그자들은 말 여러필이 풀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것을 발견하자 야 이건 하느님이 우리를 살라고 내려보낸게 아니냐며 좋아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자들은 말가까에 채 이르지도 못하고 탄알을 맞았다. 죽음과 고통이 발광했다. 너부러져 절명하는자 부상당해 딩구는자가 숱한데 몇놈은 이런 혼란속에서도 도마뱀같이 산속으로 내뺐다. 그 중에 위무도 있었다. 철혈대는 이번에도 맹랑하게 그자를 놓히고말았다.

    이때 마침 합강군구의 한 부대도 이자들을 숙청하려고 찾는 중이였는데 성이 리씨라는 조선족련장이 그자들을 거의 잡아버린 민호를 만나자 무척 반가와했다.

   《이름이 민호라는 대장이 동무였구만! 방사령은 늘 철혈대의 공적을 칭찬하면서 농후한 흥취를 갖고있소.》

    하면서 민호보고 가까이 온 김에 한번 만나보라했다.

    전번에 최기덕이도 권고한바가 있는지라 민호는 이 기회에 한번 방사령을 시원히 만나보고 돌아갈 생각을 하게 되였다. 그는 두지개더러 대오를 이끌고 먼저 산채로 돌아가라 시키고는 리련장을 따라 가목사로 갔다.

    한편 사문동이나 장우신이나 다 처음부터 수편을 받아주지 않거니와 자기들과 대항해 나서는 염왕산의 철혈대를 눈에 든 가시같이 여기면서 이를 갈았고 백수를 써서라도 없애버리려했다. 한데 직접 만날수가 없었다. 이러던 차 사문동은 마침 철혈대가 염왕산을 나와 위무가 데리고 다니는 무리를 소탕하고 돌아가면서 돌배나무골에서 숨을 돌리고있다는 정보를 얻게되였다. 

    돌배나무골은 백호가 되나마나하는 작은 마을이였는데 사방에 산이 둘러있어서 흡사 함지박속에 돋아난 무더기버섯같았다. 그 마을에 성이 고가인 지주가 있었는데 두지개는 그와 오래전부터 안면이 있거니와 관계도 괜찮았던지라 한 사날가량 눌러있으면서 말도 사람도 쉬우고 산채로 돌아갈 궁리를 하고 들린것이다. 고지주는 자기 집은 배좁아 16명을 다 용납할 수 없다면서 마을밖에 있는 농막을 빌려주었다. 고지주는 밭을 20여쌍갖고있었는데 계절품팔이를 오는 농군들을 재우느라 그 막을 지은거다. 마침 가을걷이가 빨리끝나 품팔이꾼은 다 가고 막은 비여있었다.

    한데 고지주가 두지개보다 사문동과 더 가까워 밀고할 줄이야.

    이틑날 이른새벽에 사문동은 100며명의 잔병을 끌고 와서 이 초막을 포위했다. 전투가 벌어졌다. 류자들은 포위를 뚫고 나가려다  성공못하니 방어전으로 넘어갔다. 날아가는 총알이 에누리없이 사람을 꺽구러뜨리는지라 적은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사문동은 키꺽다리 부하를 시켜 투항을 권고케 했다.   

   《철혈대는 듣거라. 너희들은 포위됐다. 살겠거든 손을 들라!》

    제 목숨을 살리자고 손을 들 류자들이 아니였다.

   《그따위 나발은 작작불라!》

    두지개가 대구했다.

   《나발아니다. 너희들은 공산군이 아니니 투항하면 살려준다.》

    두지개는 살려준다는 말에 꿍꿍이가 있음을 알고 물었다.

   《원쑤를 살려줘선 뭘하려나?》

   《너희들은 원쑤아니다. 동고동락을 해야할 우방이다.》

   《우방이라? 하하하....》

    류자들은 그 소리가 듣기는 좋다면서 모두웃었다.

    사문동은 이들을 설복하려했다.

   《우방이 옳은거다. 우리를 염왕산으로 데리고 가거라. 거기가서 우리는 동고동락을 하면서 새날을 기다리자꾸나. 이제 국군이 들어오면 동북은 국민당의 천하가 될것이다.》

   《저자식하는 말을 모두 들었지. 염왕산을 빼앗자는거다.》

    두지개가 하는 말이였다. 다른 류자들도 모두 과연 그렇구나 하면서 한번다시 쓰거운 웃음을 던졌다.

    날이 확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만 끌었지 투항하려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사문동은 조급해났던지 키꺽다리를 시켜 또 소리치게 했다.

   《염왕산류자들은 듣거라. 너희들은 꼬리방즈녀석한테 속히우고있다. 그자는 공산당과 결탁한 놈이니 없애버리고 넘어들오너라. 그런다면 너희들에게 상을 많이 주리다.》

   《잘은 홀리네. 저자식 여우아니냐.》

    도지개가 밉쌀스러워 중얼대고나서 키꺽다리가 다시 입을 벌리려 할 때 총을 갈겨 탄알을 넣었다.

    키꺽다리는 논판에 세워놓은 허수아비 바람에 넘어가듯 보기좋게 뒤로 힌들번저졌다.

    그자가 그 꼴이 되자 적은 총질하면서 달려들었다. 이켠은 희생자가 많아졌다. 반수넘었다. 그러면서도 투항은 하지 않았다.

   《지독한 녀석들이구나!》

    사문동은 초막에다 불을 지르라했다.

    초막은 삽시에 불속에 잠기였고 이쪽은 탄알마저 떨어졌다. 아직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류자들은 육박전을 하려고 달려나갔지만 모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부상당한 류자들은 불에 타죽었다.

    장려한 최후였다! 염왕산철혈대는 이렇게 괴멸되고말았다!

 

    염왕산동남입구에 있는, 전에 경비소로 리용되였던 작은 동굴앞에다 류자들의 시체를 묻어놓았다. 하여 이곳은 염왕산류자의 다른 한 릉원으로 되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날넘겨주소

                  인간세월 얼마나 길고

                  인생고개 얼마나 높아

                  이탈 저탈 이리도 많으냐

                  웃고 울며 넘는 고개

                  아리랑고개로 날넘겨주소

 

    민호는 혼자 노래불렀다. 탄식에 젖은 그 노래는 가슴을 내리훑었다. 허나 그를 내놓고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도 일장의 꿈을 꾸고난것 같이 미묘한 인간회귀였다. 다섯 살먹은 어린 성국이 하나가 더 끼였을 뿐 염왕산은 다시금 예전모양으로 돌아가  두집만 사는 고적한 동네로 변해버리고말았다.

    계절은 드팀없이 바뀌여 겨울이 가고 봄까지 지나간 염왕산은 여름빛이 완연했다. 록음은 짙어갔고 계곡의 맑은 물은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경쾌하게 흘렀다.

    8월중순의 어느날. 향란이는 손수지은 성국의 옷을 입혀보고는 만족스러워 하면서 반짇고리를 치운 후 앞집으로 건너갔다.

    소춘매는 해여진 제 남편의 적삼을 깁고있는 중이였다.  

    향란이가 그보고 말했다.

   《옥선이가 몸풀때 안됐을가.》

    소춘매는 손가락을 짚어보았다.

   《아직 열흘쯤있네요.》

   《팔삭둥이도 있을라니 그 열흘을 주가 믿을가, 그러다 일찍밀고 나오면야 탈이지.》

    향란이는 맹꽁이모양으로 앉아있지 말고 가보자했다. 하여 두 녀인은 남편들더러 한동안 수고스러운대로 제손으로 때시걱을 끄리면서 집간을 거두라 당부하고는 함께 태평진으로 갔다.

    지난해 10월에 최기덕은 상처가 완쾌돼서 출원하여 태평진으로 돌아오자 인차 결혼식을 올리고 리옥선을 안해로 맞아들이였다. 그들의 신혼생활은 즐거웠다. 리옥선은 사업관계마저 구세병원으로 옮겨와 출근하면서 안살림도 남편의 뒷바라지도 잘해서 이웃에서는 알뜰한 각시라느니 유순하고 부덕이 있는 각시라느니 칭찬이 자자했다.

    태평진에 공고한 인민정권이 수립되여 이제는 질서가 잡혀 안전했거니와 점점 활기를 띠면서 번성해가고 있었다. 하건만도 향란이만은 이곳이 전혀 정이 없거니와 오기만하면 남다른 감상에 사로잡히군했다. 그건 여기가 전에는 그녀가 적의를 품고 다니였던 곳이기때문이리라. 소춘매와 같이 와서 사진을 찍던 일, 별절한이 된 오빠를 보러왔던 일,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가 잃은 일, 복수의 길에 올라 사진사를 죽이고도 속이 풀리지 않아 일본인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를 안겨주던 일.... 원한과 증오만 가져다 준 곳이니 사랑스레 안겨질리 만무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태평진은 그녀가 오지 않으면 안될 곳이기도했다. 여기 병원에 왔길래 양아들은 병줄을 놓고 일어난것이다. 여기에 조선학교가 일어섰다. 장차 성국이도 여기에 와 공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최기덕의 집이 여기에 있다. 큰집 작은집하면서 별스레 지내는 처지니 그래서 발길이 자주돌려지게 되는 곳이였다.

    고맙게도 태평진 사람들은 그녀가 그저 염왕산두령 위삼포의 딸이라는것만 알았지 몇해전에 인심을 황황케 만들었던 그 녀강도였음은 모르고 있었다.

    이해의 이른봄이였다. 오랬동안 산속에서 지낸 소춘매가 갑갑하다면서 날씨도 따스해지니 산밖을 한번 나가보자해서 향란이는 그를 데리고 태평진에 왔다. 두녀인이 버젓이 말타고 나타나니 사람들은 모두 경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녀들의 표표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어느것이 위삼포의 딸일가, 이쪽이냐 저쪽이나 하면서 추측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감히 묻지를 못했다.

    그날 그들은 장거리에 선견군두목들의 수급을 아홉 개나 달아놓은것을 보았다. 장방형의 나무함에다 하나씩 넣어 높이 달아놓고 구경시켰는데 그 몰골들이 각각이거니와 끔찍스러웠다.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 곽청전, 초경재....등 소문이 자자했던 두목들의 그것은 있었는데 사문동의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것만은 기차에 달고 다니면서 널리 회술레를 시킨다는거다. 백성들을 그토록 불안케 했던 자를 이젠 잡았음을 믿게 하느라고.

    염왕산철혈대가 붕괴된지 얼마안되여 선견군의 자랑이던 사문동, 장우신, 리화당, 손영구 이 네 큰 깃발은 련이어 꺾어졌다.

    사문동은 사방대(四方坮) 산속에 있는 토지묘에서 붙잡힌 후 12얼 3일 벌리에서 목이 날아났고 장우신은 삼도통밀림에서 잡혀 12월 15일 조령에서 총살당했으며 리화당은 12월 12일 라라별(拉拉鱉) 산골에서 부상당해 붙잡혀 마차에 실려 나오자가 마교하라는 산을 넘을 때 말을 일부러 놀래워 차가 뒤번져지는 통에 깔려 죽었고 손영구는 대련포(大蓮泡) 산속에 있는 숯가마에 숨었다가 붙잡혀 이해의 4월 1일에 벌리에서 총살당했던것이다. 그 외의 선견군의 자질구레한 수괴들도 모두 하나하나 색출되여 공심받고 처형되고말았으니 이로써 북만토비숙청은 막을 내리였다....

    향란이와 소춘매는 서둘기를 잘했다. 그녀들이 태평진에 온 이틑날부터 옥선이는 복통을 겪다가 날이 되니 해산했다. 딸이였다.

   《아유 옥동녀를 낳았네! 우리 성국의 색시감이지!》

    향란이는 무등 반가와했다.

    두녀인은 한주일가량이나 산모를 돌봐주고는 산채로 향했다.

    머리우에 뜬 해는 불을 뿜는것 같이 이글거렸다. 여러날째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아 대지는 말라들고 있었다.

    그들 두 녀인은 말을 달려 근 절반길을 줄려서야 마침내 시내가에 이르었다. 그 한갈래의 시내물은 저기 서쪽의 산간에서 흘러나오다가 가까운데있는 자그마한 야산의 기슭을 에돌아 방향을 동남쪽으로 돌리고 있었는데 물은 자갈많은 냇바닥이 다 들여다보일지경 맑았다. 그들은 약속이나한것 처럼 말잔등에서 뛰여내렸다.        말에게 물부터 먹이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안장을 지운채 말을 놓아 자유로이 풀을 뜯게 하고는 저마끔 옷을 훌훌 벗고 물에 뛰여 들었다.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아이좋아라!》

   《호호호!....》

    녀인들의 명랑하고 쾌활한 웃음소리는 산간의 고요를 흔든다.

    시내는 그리 작은 축이 아니건만 물은 겨우 배꼽우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박속같이 새하얀 녀인들의 몸체는 적라라하게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그녀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에 어울려 나고있는건 오로지 냇가의 무성한 숲속에서 목청을 다투는 새들의 울음소리뿐이였다. 두 녀인은 마치도 소녀시절로 되돌아가기라로 한것 같이 즐거움에 잠겨 물치기를 놀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그녀들이 세상을 잃고 떠들면서 물장란을 치고있을 때 공교롭게도 불차개다섯이 여기를 지나게 되었다. 그 다섯중에 위무도 있었다. 지난해의 여름부터 아예 예전의 토비생활로 인생의 키를 돌려잡은 그가 수사가 하도심해 벌방에서는 이제 더 나돌수 없게되니 심산에 터를 잡고 해먹을 장구지계(長久持戒)를 세우고 동당 넷과 함께 염왕산으로 파고드는 중이였다.

   《아니 저게 뭐야!?》

    한자가 먼저 백마두필을 발견하고 탄성을 올리였다.

   《가만, 안장을 지운거로구나!》

    위무는 덤비지 말라 주의를 주면서 말임자를 찾느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녀인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왔다.

   《엉, 저건!?....》

   《계집들이구나!》

   《저년들이 발가벗고....》

   《으, 흐흐흐....》

    황홀경이였다. 그자들은 경계심을 풀면서 뽑아 들었던 권총들을 도루집어 넣었다. 그러면서 이 떡을 어떻게 하면 내가 먼저맛볼가 궁리하면서 침을 흘렸다.

    소춘매가 목욕을 끝내고 먼저나왔다. 한데 있어야 할 옷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 괴상해라, 내 옷! 내 옷! 내옷이 없어졌네!》

    그녀가 옷을 찾으려는데 어디선가 난데없는 괴한 셋이 불쑥 나타나 덮쳐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소춘매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는 자신도 듣기 어려웠다. 가래짝같은 손이 입을 막은거다. 그자들은 그녀의 팔과 다리를 잡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향란이는 이런줄도 모르고 흥흥 콧노래를 해가면서 물에서 나왔다. 소춘매가 보이지 않으니 시누이하고 불렀다. 다시 소리쳐 부르려는데 두녀석이 숲속에서 갑작스레 뛰여나와 덮쳐들었다. 화들짝 놀랜 향란이는 우악살스런 녀석의 억센 팔이 목을 감으며 끌어 안으려 할 때 무릎으로 그자의 불통을 힘껏 올리밖았다. 그리고는 목을 감던 팔을 풀면서 그자가 주저앉는 순간 손가락으로 다른녀석의 눈알 두 개를 빼버렸다. 

   《아!....아!....》

    그자는 아파죽겠다고 비명을 내지르면서 딩굴었다.

    향란이는 저쪽 숲속에서 다른 녀석들에게 깔려 버둥이치는 소춘매를 발견하고 그리로 달려갔다.

    두녀석이 소춘매를 놓고 그한테 달려들었다.

    알몸뚱인 향란이는 냇물에 다시뛰여들었다.

   《으, 하하하....》

    두녀석은 그녀가 궁지에 든줄로 알았던지 미친듯이 웃어대면서 아예 바지까지 벗어 던지면서 뛰여들었다.

    손을 물에 넣어 자갈 두 개를 찾아 쥔 향란이는 그것을 뿌려 둘의 머리통을 깨놓아 대골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달려나가 소춘매를 찾았다.

    한자가 그녀를 그냥 깔아뭉개고 있었다. 향란이는 달아가자바람으로 발길을 날려 그자를 꼭그려뜨리고 소춘매를 일으켰다. 그녀의 옷을 찾으려는데 불통을 채워 깜박 정신잃었던 자가 기여일어나고 있었다. 향란이는 다시달려가 그자의 머리를 차서 정신잃게 만들고는 소춘매와 같이 들어다 물에 처넣었다. 세녀석이 천당가고 눈알빼운 녀석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향란이가 옷을 입고나서 생각하니 소춘매를 깔아뭉개던자를 자기가 채 죽이지 않은것 같아 달려가보았다. 그자는 과연 숨이 붙어서 기여 일어나고 있었다. 한데 그자가 한쪽귀만 달고 있는지라 향란은 놀랬다.

   《오, 네놈이 위무였구나!》

    위무는 달아나려다 말고 덥쳐들었다. 한들 어쩐단말인가. 장성이 센 그였지만 머리를 이미 두 번이나 세게 채운데다 근본 상대가 못되였다. 향란이는 발길을 날려 그자를 다시금 정신잃게 만들었다. 위무는 의연히 아랫도리를 벗은 꼴이였다. 향란이는 그를 단장에서 죽이려다가 생각을 고쳐 바지띠로 그자의 손목을 돼지발쪽을 묶듯이 꽁꽁 묶었다.  홀벌로 죽일 원쑤가 아니였다.

   《이놈아, 걸으라! 가서 염왕산의 맛을 보거라!》

    위무가 손이 묶이운채 들고뛰려하자 향란은 손을 써서 그자를 다시정신잃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아예 윗도리까지 홀랑 다 벗겨서 말잔등에 올려놓았다.

    위무는 염왕산입구에 있는 철혈대류자들의 묘소에 이르러서야 개복했다.

    달포전에 돌을 깎고 다듬어서 한키넘는 초혼비를 만들어 여기에다 세웠는데 거기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중화민국 35년 10월 12일 선견군악당과 영용히

             맛서 싸우다가 전몰한 염왕산류자들의 영령.

 

    향란이는 위무를 말에서 끌어 내려 그 초혼비 앞에 무릎을 꿇리였다. 그 자가 일어나려하면 발로 걷어차서 다시쓸어눕히였다. 그러기를 여러번. 위무는 기진맥진했고 굶주린 모기떼는 진수성찬을 만났다고 떼지여 달려들었다. 위무는 서서히 숨이지고 있었다. 두 녀인은 그자가 빨간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염왕산으로 들어왔다.

    이로써 원쑤는 다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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