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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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혈 ㅡ제2부 17.
2011년 08월 20일 21시 43분  조회:3888  추천:0  작성자: 김송죽
 

대하력사소설 

           반도의 혈

               ㅡ백포종사 서일 일대기ㅡ제2부

   17.

   이또오 히로부미의 얼굴에서 이전같은 혈색을 찾아보는 벌써 힘든지 오래다.

   1909년, 이 한해를 그는 의연히 긴장속에서 분망히 보내야했다. 조선주차군사령부로부터 지난 한해동안 의병토벌에 관한 상세한 총결보고를 올리였다. 숫자적인 학살통계가 그한테 만족감을 주었다.

   (잘했어. 그렇게 해야지. 피비린 탄압이 올해까지 이어지면 토벌은 막을 내릴 것이다. 이제는 무마책을 겸해써서 어리석은 자들을 승복시켜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또오 히로부미는 한황(韓皇)을 호종(扈從)하여 돌아다니면서 소회(所懷)를 토로하는 방법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품고있는 사람들을 설득시켜보려고 작심했다. 로정은 경부선과 경의선, 즉 남쪽의 부산으로부터 부쪽의 신의주까지의 먼거리를 잡았다.

   1월 12일 대구에 이르렀을 때 그는 그곳 리사관 관사에서 황제를 환영하느라 모인 군수량반과 많은 유생들 앞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망하지 않게 그들을 도와주려면 그 나라에 가서 은근한 정책으로 국민의 교육을 장려하고 그 산업을 장려하며 특히 국군(國君)으로 하여금 그 덕을 쌓게 하며 국민의 마음을 편안케 하는 수단을 택하는 도리밖에 없다., 나는 통감으로서 이 나라에 와 성심성의로 이웃나라와의 교의(交誼)를 중하게 여겨 성명(聖明)한 우리 군주의 이웃나라에 대한 우애의 원려(遠慮)를 한국상하에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반복하여 숙고하면 의심할 사적(事迹)은 있을수 없다.》

   1월하순에 일행은 평양에 도착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곳의 유지인사(有志人士)들이 모인 장소에서 여러말끝에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일본이 한국에 와서 보호코자 하는 취지는 한국의 국력을 발전시키고자하는 것이며 현재 국력은 이상에서 진술한대로 미약하므로 여러분들이 분발하여 나라를 사랑하고 서로 제휴하며 한국의 국력발전을 도모하기를 간절히 바라는바이다.》

   얼핏들어보면 그는 과연 한국을 보호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것만같았다.

   이또오 히로부미가 순회를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 통감부 총무장관 쓰루바라가 한가지 소식을 그한테 알리는것이였다.

   《각하! 통감께서는 나가계시는 동안 우리가 주의할만한 새로운 신문 하나가 생겨났는데 그걸 아십니까? 한국인의 교가 부활한것말입니다.》

   《뭐라?!...》

   이또오 히로부미는 쓰루바라가 건네주는 신문을 받아 보았다.

   신문에는 음력 정월보름(양력 2월 5일)에 몽골의 침략에 의하여 700년간이나 문이 닫겨졌던 단군교(檀君敎)가 중광했다는 소식이 실려있었다.

   《홍암대사 라철이라!... 그는 어떤 사람인가?》

   《각하! 제가 마루야마 경무총장께 조사임무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건데 보고에 의하면 라철이란 자는 네차나 도일하여 정부와 정계를 역방한 인물로서 두해전에 보호조약에 불만품고 대신들을 암살하려다 실패하여 자수했고 정부전복죄로 판결받아 지도에 류배되였다가 특사되여...》

   《가만, 본명이 뭐라던가, 라인영이라 하지 않는가?》

   《예, 옳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헌데 각하께서는 그가 본명이 그러함을 어떻게 아십니까?》

   《어떻게 알겠나, 거야 내가 들어서 알고있지.》

    이또오 히로부미는 자기가 전에 벌써 라철을 만나봐서 면목이 있다는것도, 을사보호조약을 성사시킨 일로 그한테 항의서한을 받았은적이 있다는것도 말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웠던 일인데 지금에 이르러 그 일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어 구태여 펄쩍 놀라게 만들고싶진 않았던 것이다.

   《라철! 라철! 네가 이제는 종교로써...》

   이또오 히로부미는 방안을 뚜벅뚜벅 거닐면서 혼자소리로 중얼댔다. 아무튼 남보다는 두뇌가 명석한 사람이였으니 사라졌던 제 민족의 교를 다시 부활시키는 취지가 무엇이겠는가를 모를지경 아둔한 그가 아니였다.

   《신문에 보면 그것은 700년전에 있었던 신교였다고 소개를 했습니다. 하다면 그걸 왜 새삼스레 들춰낼까요? 그따위걸 믿어서는 뭘하자구?》

   《쓰루바라총무관! 그들이 왜 사멸되였던 교를 부활시키는지 그래 모르겠단말이요? 보오 그들은 <국조단군>이라면서 그를 되살리여 숭봉하리라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오. 이런다면 바로 사멸하려는 민족의식을 환기시키게 될게 아니겠소.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단말이요. 민족혈통을 고수하고...그래서 민족전체가 의식이 죽지 않을거요 그러면 아무때든...》

   《그런다면 우리 일본에 대해서 순해지지 않고 계속 반발하리라 그 말씀인가요?...생각해보니 과연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죽여버리는데도 무섭지 않은지 지금도 의연히 반발하는 것을 보면...각하! 우리는 응당 그를 해체하거나 페교시켜야 옳지 않을까요?》

   《생각이 단순하군. 생각해보게. 그렇게 한다면 우리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어떻게 막으려는가? 그를 막지 못하면 결국 자신 스스로가 궁지에 몰려들고말걸세. 안그런가? 아무러한 증거도 없이 종교마저 탄압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겠는가말이네. 우선 놔두고 지켜보는게 명책인거야.》  

   쓰루바라총무장관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자기는 생각이 짧아도 너무짧다는걸 깨닫고는 고개를 푹 숙이였다.

   “지켜봐야지, 안그런가?”

   이또오 히로부미는 한마디 더 그루밖았다. 그는 류창한 자기 구변의 직능을 믿고있는 사람이였다.

   어느날 그는 한국의 귀빈 신사들을 통감부관저에 초대하여 일장의 연설을 했다. 그는 의병문제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폭도도 나도 한국을 념려하는 적성에는 다 같으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을 구하는 수단이 틀린자들이라고 하여 그 뜻에 감동할뿐 정(情)을 미워할 것은 더더욱 없음을 나는 안다. 그런즉...》

   이러고 보면 이또오 히로부미야말로 마치도 우의(友誼)에 통하고 동정이 많은 사람같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 편안할리없다. 특히 이또오 히로부미와 같이 량심적으로 결백하다는 위선자일 경우 더 그러할 것이였다. 어찌보면 마치  동정심이 하도 많아서 도탄에 빠진 타민족까지 관심이 가 질곡에서 헤매는 그들을 건져내려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하는것만 같았다. 량손에 애국자의 피를 즐벅하게 묻혀갖고 자신을 구세주인양 표방하자니 힘인들 얼마나들겠는가.

   한국땅에서 의병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은 바로 자기 이또오라고 지적한 허위(許蔿)를 그가 곱게 볼리만무였다. 하길래 그는 그를 살려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까이시 헌병사령관에게는 그래도 한쪼각의 자비심이 살아있었으니 그와 달랐다. 그는 체포되였어도 태연자약한 허위의 인품과 애국심에 감탄한 나머지 경모하기까지 하여 통감을 찾아가 그의 앞에 구명(救命)을 호소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 요구를 귓등으로 들었다.

   결국 허위는 지난해의 10월 21일에 형장에서 순국하였던것이다.

   검사가 형장에 이르러 그보고 유언이 있으면 말하라 했다. 그랬더니 허위는

  《나라일을 하다가 잡혀 죽는데 유언이 무슨필요가 있느냐?》

   하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다.

   형집행전에 일본승(日本僧)이 명복을 빌려했다.

  《충의의 귀신은 스스로 하늘에 오를것이며 비록 지옥에 떨어진다한들 어찌 원쑤의 중(僧)에게 도움을 받겠는가.》

   허위는 이것마저 거절하고나서 조용히 생을 마치였던 것이다.

   그가 죽음앞에서도 그같이 태연자약하거니와 사나이답게 름름하더라는 소식을 듣고 내심 감격되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나라를 침략한 이또오 히로부미는 의지가 굳세고 애국심이 있으며 총명하고 능력이 있고 재능이 있는 한국인을 살려줄 생각이라고는 꼬물도 없었다. 그들을 살려준다면 자기의 뜻대로 움직일수 없음이 너무나도 명백했으니까.                

   일본의 단행론(斷行論)자들인 가쯔라, 야마가따, 데라우찌의 군벌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극성스레 한국을 병합해야 한다고 들볶았다. 이또오 히로부미역시 이제는 시기가 비슷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여 일본은 지금 이 일을 바싹 추진중에 있었다.

   이해의 년초부터 일본은 한국을 강점할 야망을 로골적으로 드러내기시작했다. 이완용을 두목으로 하는 한국정권이 비록 아무런 실권도 갖지 않은 괴뢰에 불과했지만 그 존재자체가 대외적으로 한국을 명색상 독립국으로 부르지 않을수 없게 하는 것이였다. 하여 일본은 이 정권의 존재마저 없애버리려 궁리했다.

   일본은 3월에 외무성 정무국장 구라찌 데쯔기찌로 하여금 <<한국합방안>>을 만들 임무를 주었다.

   일본 외교의 가장 중요한 외무성 정무국장, 그 자리에 앉은 구라찌 데쯔기찌로는 한국의 운명이 일본에 예속되는 중추적역할을 한 실무적인 최고책임자였다. 전에는 그가 해아만국회의의 일본측 수원이였다.  

  구라찌 데쯔기찌로가 정무국장에 재임한 기간에 내각의 외상이 1903년의 하야시 스미레로부터 1908년의 우찌다 야스요꼬시까지 네사람이나 교체되였다. 그러니 1,2년에 한번씩 교체된 셈이다. 구라찌 데쯔기찌로는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이후 병합에 이르는 기간인 이 시기에 실제상에서 일한합병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최고실무자의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더구나 정무국장재임중에 그는 한국에 통감부가 설치되자 통감부 참사관직을 겸한것이다. 통감부 참사관이라면 그것은 통감의 비서관에 해당하는 직책이였다.

   그는 도꾜에 앉아서 한국의 서울에 있는 통감부의 외교사무에 대한 모든 보고서를 받고 지시하였다. 그는 지어 한국의 대외관계는 물론 일본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명성황후시해사건에 걸려들어 망명한 한국인들에 대한 생활비지급문제까지 취급했던 것이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짧은기간 한황을 호종(扈從)하여 남쪽에에서 북에 이르는 기간 한국구경을 잘했고 할말도 많이 했다. 한데 이것이 마지막려행이 될줄을 꿈이나꾸고있을까??

   《지금 어느정도로 되어갈가?...》

    침착하고 참을성이 좋은 사람으로 알려진 그였건만 소네 아라스께 부통감앞에서 은연중 마음이 조급해남을 내비치였다.

   《이제쯤 거의돼가겠지요.》     

    소네 아라스께가 외려 그의 조급증을 달래는가싶다.

    다른것이 아니다. 조선에 와있는 두 통감은 구라찌 데쯔기찌에게 맡긴 <<한일합방안>>이 지금 어느정도 되어가는지 그 진척정황을 념두에 두고있었던 것이다.

   

   <<안이 끝나서 각하의 귀국을 기다림>>

 

   4월초에야 마침내 도꾜에서 구라찌 정무국장이 친 전보가 이또오 통감앞으로 날아왔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부랴부랴 일본으로 건너갔다.

   4월 10일, 도꾜에서 가쯔라, 고무라, 이또오 등 세우두머리는 유명한 <<레이난자까 3두비밀회의>>를 열었다. 그것은 력사에 악명으로 기리남을 것이였다. 이 회의에서 그들은 구라찌 데쯔기찌가 작성한 <<한일합방안>>을 놓고 최종적으로 검토하였던 것이다.

   이 비밀회의가 착 끊나자 마치 때를 맞추기라도한것같이 한국관광단이 도꾜에 왔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 기회를 놓지지 않고 공신으로 분장하고 나섰다. 동양협의회 석상이였다. 일한량국의 관계를 놓고 그는 이렇게 말했던것이다.

  《삼가 말씀드리지만 본관은 오늘까지 3년반 대명(大命)을 받아 일한 량국을 위하여 성심성의로 힘이 미치는 한 진력하였다. 진력하지 못하고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과연 바삐돌아쳤다. 그는 3두비밀회의가 끝나자 일본에서 해야할 일들을 다구쳐 해놓고는 어물거리지 않고 조선으로 건너왔다. 그는 기회만있으면 자기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려고 연설을 했다. 조선내에 그의 연설을 듣기좋아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없는것도 아니였다. 

    6월 19일에 그는 요직에 있는 많은 인사들을 통감부관저에 모여놓고는 그들로하여금 자기의 시정에 동심협력을 시키려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한국의 유도부액(誘導扶腋)을 목적으로 구태여 한국의 멸망을 바라지 않으며 가령 폭도와도 같은 그들의 진의 진정은 본래부터 내가 많이 동정을 표현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만 나라의 멸망을 구하는 길을 모르며 만약 그들이 오늘의 폭도로써 그 뜻을 이루게 한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한국의 멸망을 초래하는데 불과하지 않겠는가. 즉 한국을 생각하고 한국을 위하여 진력해야 할 점을 말한다면 나의 뜻도 그들의 뜻과 조금도 다를바 없으며 다만 그 수단이 다를뿐...》

   ........

   《지사인인은 몸을 죽여 인을 이루는데 나는 한국을 위하여 지사인인으로 자처하는바다. 옛날 자산(子産)이 정(鄭)나라를 다스릴 때 당초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정인(鄭人)이 다 말하기를 우리에게 옷을 주고 먹을 것을 준 자는 자산(子産)이라고 말한바와 같이 나도 자산의 마음으로 한국에 림함이니라. 지금 나의 정책에 대하여 오늘 이것 저것 비난하는 자 있을지라도 훗날에는 번연히 그 잘못을 깨달을 때 있을것이다...》

  이또오 히로부미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자기가 맡고있는 통감직을 부통감인 소네 아라스께에게 넘겨놓고 자신은 일본으로 슬쩍 피해가버리는것이다. 돌아가서 추밀원의장직이나 다시맡고 이제는 뒤에서 한일합방이 현실로 되게끔 떠밀어주면 되는것이였다.

   사실 일본정부도 타산이 있었다. 기회만있으면 조선의 부강을 도모하며 조선의 독립을 보전하기 위하여 통감정치를 실시한다고 말버릇처럼 떠벌린 이또오 히로부미를 통감자리에 그냥 앉혀놓고서는 계획대로 조선국을 먹어버리기가 불리했던 것이다. 하여 그를 조동시키기로한것이다.

   6월의 어느날 이또오 히로부미는 통감직무를 정식 부통감인 소네 아라스께에게 넘겨주고 조선을 떠났다.

   그가 떠나기 전날밤에 통감부에서는 비밀송별연을 베풀었는데 참가자들로는 통감이 된 소네 아라스께를 비롯하여 마루야마 경무총감, 고미야 궁내차관, 쓰루바라 총무장관 등 그 몇사람뿐이였다.

   이 송별연회에서 이또오 히로부미는 다음과 같은 말을했다.

  《우리는 반도에서 머물것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여 나아가야 하고 그래서 의연(毅然)해야 한다!》

   뉘라서 그는 할일을 다해서 이제는 제 조국으로 돌아간다하랴? 그의 눈길은 이제 더 먼곳으로 향하고있었던 것이다.

   7월 6일에 일본내각은 회의를 열어 <<한국병합에 관한 결정>>을 채택하여 그것을 대한정책으로 확정했다.

 

    한국(조선)병합을 단행할 것, 한국을 병합하여 제국판도의 일부로 하는 것은 반도에서 우리의 실력을 확립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통감이 된 소네 아라스께앞에는 조선을 하루속히 완전히 강점하는 작업을 추진시킬 임무가 놓이였다. 그는 일본정부와 호흡을 잘 맟춰야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대한정책확정에 관한 건>>이라는 것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조선을 적당한 시기에 병합하며 조선에서 일본의 실력확립을 위하여 많은 군대와 헌병, 경찰 등을 침입시킬것이라하였다. 앞으로 조선에서의 통치는 실력 즉 폭력에 의거하여 실시할것이며 다른나라가 조선을 먹겠다고 덤벼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일본화해야 한다고 했다.

   소네 아라스께는 통감의 자리에 올라앉자 과연 큰일을 한가지 해냈다. 이완용을 교사(敎唆)하여 군부와 법부를 페지하고 겨우남아있던 시위보병1대까지 조선주차일본사령부에 례속(隷屬)케 하였고 사법도 통감이 장악하고 왜법관이 조선민을 재판할뿐만아니라 조선의 법률은 아예 페기하고 일본의 법률을 응용하게 만든 것이다.

    7월에 사법권을 빼앗은 조약은 이러했다.

 

    第1條: 韓國의 司法과 및 監獄事務가 完備될 때 까지 韓國政府는 司法과 및 監獄事務를 日本政府에 委任할 事.

    第2條: 日本政府는 日本人 및 韓國의 一定한 資格이 있는 者로  서 韓國에 在한 日本裁判 及 監獄官吏에 任用할 事.

     第3條: 韓國에 在한 日本裁判所의 協約과 法令과 特別한 規定  은 外國에 있는 韓國臣民에 對하여서도 適用할 事.

     第4條: 韓國地方官廳과 및 公吏는 各其職務에 應하여 司法과   및 監獄事務에 對하여서는 韓國에 在한 日本 當該官廳의 指揮와 命令을 받으며 또는 補助할 事.

     第5條: 日本政府는 韓國의 司法과 및 監獄에 關한 一切經費를 負擔할 事. 

     

   도꾜 내각관저.

   며칠째 찬비가 멎지 않고 구질구질 내린다. 그야말로 짖꿎은 가을장마비였다. 바깥이 내내 흐릿하니 실내는 부득히 전등을 밝혀놓아야했다.

   고풍의 널찍한 방안에 세 사나이가 있다. 가쯔라 다로오, 고무라 주따로오, 이또오 히로부미였다. 5개월전, 레이난자까비밀회의의 주역들인 그 3거두가 오늘 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나이별로 보면 이또오가 68세 제일많고, 가쯔라가 62세 두 번째며, 고무라가 54세니 제일 어렸다. 이또오와 가쯔라 이들 두 늙은이는 오늘따라 정장(正裝)을 멋지게 차리고 출두했다. 두사람 다 앞가슴에서 누런 금질의 훈장들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허옇게 변해버린 턱수염과 몇오리 남지 않고 다 빠져버린 머리와 누래지고 주글주글해진 얼굴의 살같과 더불어 세태가 몰아온 풍상을 겪느라 로고가 많았던 그네들의 애국열과 적성과 만민이 흠앙할 공적을 말해주는것이기도했다.

   고무라 주따오는 정장을 하지 않았다. 없어서가 아니였다. 이 두 선배들 앞에서는 어느정도 자격지심이 드는 때도 있는지라 차라리 그같은 차림으로 나서는것이 더 편할 것 같아서였다. 그는 새하얀 와이샤쯔에 색상이 검은 세루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목에다는 깜장 나비넥타이를 간단히 맸다. 숱많은 머리털과 팔자콧수염, 짙은 눈섶에 이르기까지 까맣고 윤기돌았다. 그의 몸에서는 아직 늙음의 징조가 그리보이지 않았다. 이 하나만이라도 스스로 공이 많다고 여기는 두 늙이를 족히 부럽게 할수 있으리라 스스로 여겼다.

   한국을 병탄하는 것이 이제는 시간문제일 뿐이였다. 하여 이네들에게는  다음의 보취는 무엇이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던것이다.

  《우리의 다음 목적은 관동도독부(關東都督府)를 철페하고 한국통감의 권력을 만주에까지 확장하는것이라고 나는 보오.》

   이또오 히로부미가 하는 말이였다.

  《그러고는요?》

   고무라 주따로오가 물음을 제기했다. 늙은이의 속생각을 그가 모르는건 아니였다지만 그의 욕심이 어느정도로 팽창했는지를 알고싶었던것이다.

   《만주의 일을 다 처리하고나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한마디로 중국대륙에다도 통감을 두는 일이지. 우리는 중국의 내정도 감독해야 하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재정사무를 관리해야 할 것이며 그러자면 또 통감을 두어야할게 아닌가?》

   《과연 옳은 말씀입니다!》

   가쯔라 다로오가 아래로 숙였던 머리를 치키며 끄덕이였다.

   (허허, 이 령감쟁이가 이제는 아예 중국까지 마저삼켜버리려 드는구나. 야심이 커도 이만저만이 아니야! 한국가 통감노릇을 해보더니만 맛을 단단히 들인걸!)

   고무라 주따로오는 이또오 히로부미를 눈여겨 보다가 고개를 돌려 가쯔라 다로오를 다시봣다. 

   (늙은것들이 과연 배짝맞게 노는걸!... 내가 한발 뒤진걸가? 아니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일본의 장래야 내가 더 걱정할것이다.)

   고무라 주따로오의 속다짐이였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신심을 갖고있는 강한 성격의 사나이였다. 중국까지 먹어버리는건 그의 소원이기도했다.

   세사람은 커다란 지도앞에 다다가 마주섰다.

   그것은 구라파와 아세아 제 국가들을 색상이 다르게 그린 커다란 지도였다.

   이또오 히로부미의 눈길이 먼저 닿인 곳은 몰골이였다.

  《칭기스칸은 명실공히 불패를 자랑할만한 영웅이였지. 금(金)을 진공하여 중도(북경)를 점령했고, 제1차로 서정을 발동하여 서료와 화라즈머국을 멸망시켰겠다, 그러고도 칼카하에서 로씨야련합군을 격파했겠다... 그를 내놓고 동양에서 누가 제국의 판도를 중앙아세아에까지, 그도 모자라 동구라파까지 확장하여봤는가말이요. 안그렇소, 가쯔라수상!》

   《그렇지요. 의장각하가 하시는 얘기를 듣노라니 지축을 울렸을 몽골군의 그 힘찬 말발굽소리가 방금 나의 귄전를 때리는것만같았습니다.》

   《저역시 그 소리를 방불히 귀로 듣는 듯 합니다. 그런데 칭기스칸은 맹랑하게도 서하를 공격하다 실패하고는 다시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말발굽소리가 멎은거지요. 그건 두고두고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라봅니다.》

   《그때는 말발굽이였지만 지금은 레루장이요. 환경이 아주 달라진 세상이란말이요. 안그그런가? 우리는 말발굽소리에 미치지 말고 이제는 레루장울리는 소리에 익숙해져야 할 때인거요.》

   이또오 히로부미는 자신의 주장을 타인이 꺾는건 불허하는 성미였다.

   고무라 주따로오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였다. 그의 야심이 너무 팽장하고 있음에 당혹감을 느낄뿐 반대할 의향은 없었다. 그도 일본의 세력을 장차 대외로 더 널리 확장하는 것에 동감이였던 것이다.  

   《유학자 주자(朱子)는 말했소. <천하를 소유할 자는 만년이 걸리더라도 꼭 이룩해야 할 사업이 있다>고 말이요. 우리는 응당 그 말을 명기해야 할것이요.》  

   이또오 히로부미의 말이였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래야지요. 의장각하의 뜻도 알만합니다.》

   가쯔라 다로오는 동감을 표시했다.

   고무라 주다로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다소곳이 꺾음으로 그의 충고를 옳다고 받아들이였다.

   일본정계의 온건파로서 여지껐 서서히 잠식하는 정책을 주장해온 이또오 히로부미는 조선침략은 완성된거나 다름없으니 제2보는 만몽침략이고 그 다음으로 남은 것은 중국대륙이라고 명백히 그루박아 말하면서 조급증은 삼가해야할것이라 덧붙이였다.

   가쯔라 다로오도 고무라 주따로오도 고개를 끄덕여가면서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세계정세와 전망에 대해 운운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일본의 생존방식은 오로지 세력확장인바 동양에서 패권을 쥔 후에는 한걸음 나아가 세계의 패권까지 쥐는 것이 목적이라고 세 사람은 주장을 모았다...

   한일합방설이 나돌면서 이와 함께 이또오 히로부미가 만주시찰을 떠나게 되리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과연 10월 16일에 그는 일본을 문뜩 떠나 장거리려행길에 올랐다. 뼈밖에 남지 않은 백발늙은이가 왜서 피로를 무릅쓰면서 로구를 끌고 바다와 륙지를 번갈아다닐가?

   《이번 려행은 아무런 정치적 사명도 띠지 않을 것이다.》

    그가 발표한 성명이다. 한데 그 행동이 어쩌면 꼭 마치 은을 파묻고 그 자리에다 여기에 은 백량이 없다고 패말을 써서 박아놓는 것과 같기도 하고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격인 것 같기도했다. 그리하여 그의 이번 려행은 도리여 사람들의 주의를 더 환기시키게 되었던것이다.

   하다면 이또오 히로부미의 려행목적이 진정 무엇이였는가? 첫째는 일본이 만주 경영(經營)을 실시할 단서를 열기 위한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병합에 관해 로씨아측과 협의하자는것이였다. 즉 총리대신 가쯔라의 부탁으로 로씨아 장상(藏相) 코코프체프(Kokovtsev)와 만나 한국병합에 관해 로씨아의 량해를 얻으려고하는 것이다.  

   그는 할빈에 가 거기서 로씨아대신과 만나 협상할 예정이였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18일에 대련에 이르렀다. 그는 거기서 갑진년(1904)의 전사자들을 추도하였다.

   바다물이 출렁이는 대련항의 밤. 

   이또오 히로부미는 군함에 올라 바다경치를 구경하면서 혼자소리로 탄식했다.

  《내가 기왕 이룬 업적은 당초에 바라지도 못했던 것이다. 크나큰 공명을 성취하였으니 죽어도 유감이 없지만은 우리의 국민은 성질이 편협하고 교만하여 각국 사람들의 환심을 얻을수 없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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