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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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반도의 혈》

반도의 혈 백포종사 서일 일대기 제3부. 8
2011년 10월 23일 22시 59분  조회:4518  추천:0  작성자: 김송죽
대하역사소설

 

                                     반도의 혈

                            ㅡ백포종사 서일 일대기ㅡ제3부

  

  8.                   

   여준일행이 이틑날 신흥무관학교 본관이 있는 통화현 제6구 합니하(通化縣第六區哈泥河)를 향해  떠나자 서일은 혼자서 그곳 상황을 머리속에 다시금 그려보았다.

   7년전 류하현 제2구 3원보 추가가에 신흥강습소로 태여났던 신흥무관학교는 첫기 졸업생 50여명을 배출하고는 당국과 일제의 이목을 피하기에는 그곳이 지형상 적합치 않음을 깨닫고 통화의 합니하로 옮긴 후 이회영

6형제의 재산을 투자하여 그곳에다 신흥본관을 다시세웠던 것이다. 그리고는 교명을 신흥학교로 개칭하여 중학반과 군사반을 두었다가 중학반은 페지하여 지방학교에 인계하고 군사반만 전력했다. 각처에서 애국청장년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합니하에서는 그들을 전부수용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류하현 제3구 고산자가 대두자촌(孤山子街大肚子村) 넓은 곳을 선정하고 교사를 크게 새로지어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었다. 합니하에서는 초등군사반으로 3개월간 일반훈련과 6개월간 보조훈련을 하였고 고산자에서는 고등군사반으로 2년제 고급간부를 양성하고있었다.

  《참 잘한다! 우리는 한집식솔이니 손맞춰 잘 싸워나갈 것이다.》

   서일은 그 무관학교가 운영이 잘되여가기를 두손모아 빌었다.       

   한여름의 어느날, 조성환이 선문도 없이 화룡 청호의 총본사에 문득 나타났다. 라철조교의 장례식과 음력 3월 15일 어천절날에 개최된 제1회 敎議會에 참석못했던 그는 대종교운영상황이 은근히 걱스러웠던 것이다.

  《김헌교주가 밀산에 가셨다지. 안계셔 못보는구만. 나는 중국일판을 나돌다보니 여러 행사에 빠진거요. 신채호는 북경도서관서 일을 보더구만.》

   조성환이 하는 말이였다.

   한때 윤세복선생의 초청을 받고 봉청성 회인현에 가서 동창학교의 교재로 쓸 국사저술에 심혈을 기울렸던 신채호는 집필이 끝나자 다시 북경에 돌아가 “朝鮮上古史”를 집필했고 뒤를 이어 지난해에는 “夢天”이라는 소설을 써낸 것이다. 서일은 혁명리론가, 력사학가로서 자리를 굳힌 그가 만사를 달관(達觀)하는 남다른 형안을 갖고있음에 한번다시 탄복하면서 친구가 쓴 “夢天”(꿈하늘)이 소설이라니 한번 보고싶다고 했다.  

   이에 조성환은 돌아가면 알려서 곧 부쳐보내게 하리라며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다.

  《조선에 있는 질녀 향란이가 곧 결혼하게 된다더구만. 그래 부득불 다녀와야겠다며 려권을 냈다오. 도만한지가 몇해오. 이젠 가봐야지. 나는 그가 쓴 도제문(掉祭文)을 보고서야 라철대형이 조천하신걸 확신하게 된거요. 서선생, 그래 후사처리랑은 제대로되였소?》

  《제대로 되었습니다. 조선땅에는 몸을 묻을 곳 없으니 깨끗이 화장해서 한배뫼아래에 묻어달라는 유서를 남겼기에 우리는 그대로 하노라 산까지  이곳에다 썻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조성환은 그러지 하고 따라나서면서 자곡지심에 이런 말을 했다.

  《헌데 나 이 성환이는 어떻게 돼먹은 팔자인지 한번도 성공못하고 그저 헛물만 켜고 다니니 구천에 가신분을 대하기조차 부끄럽네.》

   그럴수있으리라. 광복회로부터 조선총독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맡은 조성환은 지난해 7월에 박상진이 제공한 권총을 갖고 1차로 안동현(安東縣)에서, 2차로는 장춘(長春)에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했으나 모두 중도에서 실패하고만것이다. 그는 자기하는 일은 그같이 번번히 여의치않으니 귀신이 붙은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것이였다.

   그 말에 서일은 귀신이라는게 정말있겠느냐며 소리내 웃었다.

  《중국에는 <십년 고심하면 한가지는 성공한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꾸준히 싸우다보면 일을 낼 날이 있겠지요.》

   한마디 격려의 말을 해주고나서 그는 여준, 이회영, 이동녕일행이 이상설의 장례에 참석하느라 로씨아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들린 일을 알려주고는 총독부가 대종교를 압살하느라 “종교통제안”을 내렸지만 교문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이어 나아갈것이요 중광단(重光團)은 애초에 계획한대로 무장단으로 발전할것이라했다. 

  《난 서선생을 믿네. 강력한 독립군무력으로 꼭 키워내보세.》

   조성환은 처음부터 중광단에 큰 기대를 걸고있는 사람이였다. 

   그가 서일을 만나보고나서 북경의 집으로 돌아간지 약 보름가량되여서 이번에는 신팔균이 문득 나타났다. 중광단에 가입해놓고 김동삼을 도우려고 찾아 갔던 그였다. 김동삼을 중심으로 한 독립투사들의 발의로 독립군을 양성할 목적에서 통화현(通化縣) 경내 소북차(小北岔) 심산절역에 숨어 주경야독(晝耕夜讀)속에 둔전제식(屯田制式)으로 경영해오던 백서농장이 만4년만에 경제 등 난제에 봉착되자 더 유지하기 어려워서 해산한 것이다.

  《난 왕청으루 가느라 떠났다가 행여나 하구 들린건데 마침 계시는구먼!... 서단장께서는 우리 중광단을 장차 어찌할 생각입니까? 그 기초에 그걸 아예 군관학교로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지?... 저쪽서 신흥학교가 되어가는걸 보면 여기 왕청쪽에서도 얼마든지...》

  《나도 그 생각이 없은건 아니오만은 지금은 보다싶이 형세가 아주불리한거요. 얼마전에 태평구무관학교간판이 떨어져나갔다는 얘길 못들었소?》

   서일은 이동휘가 꾸리고있던 태평구무관학교가 페교당한 일을 알려줌으로써 중광단을 무관학교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려줬다.

   일제는 태평구무관학교가 독립군골간을 양성하는 학교라는 것을 끝내 탐지해내고는 중국 지방관청에 이 학교를 해산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여 중국 관청은 협박에 견디지 못해 하는수 없이 그 학교에 해산령을 내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 학교를 창설한 이동휘마저 신세가 불우하게 됐다. 그는 무기를 구입하려고 로씨아 연해주에 갔다가 그만 독일특무라는 혐의를 받고 옥에 갇히우고만것이다. 안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그가 여러 친구들의 협조를 받아가면서 모금한 무기구입자금이 독일화페인 것이 문제시되였던 것이다. 과연 불행에 바르는 약은 없나보다.         

   무관학교가 해산되자 학생들은 저마끔 뿔뿔히 흩어지고말았다. 어떤 학생은 연해주로 떠나가고 어떤 학생은 오영선 등 교직원을 따라서 훈춘현 대항구로 전이했다. 그들은 그곳에다 군사골간양성소를 세워볼 생각이였던 것이다.

   서일은 얼마전에 자기를 찾아온 김경철선생을 왕청에 보내여 거기에 있는 이홍래와 량현, 채오, 김성 등과 함께 중광단을 돌보게 배치했다.      

  《이 사람이 왕청에 가 공밥은 안먹을거야...》

  《중광단이 신선생앞에야 늘 문을 열어놓고있다는걸 모르오.》

   서일은 이런 말로 신팔균이 다시찾아옴을 환영했다.

   신팔균은 4년만에 왕청에 다시나타난 것이다 . 한데 왕청은 한때 그가 와있었던 고장이였음에도 반갑게만 맞아주기는 새려 되려 홀대를 한것이다. 삼엄한 경비구역에 들어서서는 대한제국의 육군부위라는 직함도 신팔균이란 이름도 무색했다. 면목을 모르는 경비원들은 그를 쉽게 믿어주려하지 않고 까다롭게군 것이다. 오해로 인한 위험은 언제나 뒷꽁무니를 따르고있었다. 

  《누굽니까? 신분을 밝히시오.》

   신팔균이 덕원리에 들어서자 손에 총을 든 두 청년이 그를 막아나섰다. 마을을 지키는 중광단원이였다.  

  《나 신팔균이요. 제집사람이야. 건데 자네들은 누군가? 왜 면목없나?》

   두 보초는 대방이 무엄스레 웃으면서 되따지고 드는지라 아니꼬운 눈총을 놓으면서 손에 잡은 총신을 한층 높인다.

  《허허, 이런! 나 제집사람이라는데두 이러네.》

   신팔균은 믿어주지 않자 미간을 찌프렸다. 헌칠한 키에 광대뼈가 불거진 그가 만만찮거니와 몸에 권총까지 지닌지라 이쪽 둘은 믿어주기는커녕 더 사나와지는 몰골로 그가 호신용으로 늘 차고 다니는 무장을 해제하려했다. 

   마침이때 어디론가 가고있던 이홍래가 이 장면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아니 신장군이 아니요!》

  《옳습니다. 나지요. 건데 이건...신분을 대라해서 나 신팔균이라구 알려줬지. 제집사람이라구두 말을 했지. 건데두...》

   신팔균은 통 믿어주지 않으니 코막고 답답한 치들이라 불만을 토하기도  하고 보초병을 그같이 품하하는 자신이 그르다고 자조하기도했다.  

  《자네들은 의심이 너무 치나쳤나보군.》

   이홍래는 두 보초병을 가볍게 나무랐다. 그 두사람은 다가 신팔균이 여기에 없을 때 중광단에 가입한이들로서 하나는 성명이 김형동(金瀅東)이고 다른 하나는 서일환(徐一環)이였다. 그들은  성묵이를  잘 안다면서 찾아온건데  성묵은 이때까지도 중광단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적의 첩자가 잠입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경각성을 의례 높혀야지만 의심이 지나치면 되려 무죄한 사람을 해칠수도 있지요.》

   신팔균은 이러면서 몇년전에 불교도 만해(萬海) 한룡운(韓龍雲)이 통화현에 갔다가 어찌하여 적의 첩자로 오인되여 그를 바래다준다며 따라나선 철없는 젊은 독립군들의 총을 맞아 쓰러졌다가 천만다행으로 목숨이 되살아난 일을 말했다....

   왕청 덕원리마을은 조용했다.  한창 막기음철이 돼서 어린애의 손도 빌려쓸 때라 마을에는 앉음뱅이만 남고 각 농가들은 물론 중광단원 모두가 전간에 나갔던 것이다.

마을과 가까운 주변 여기 저기 골짜에는 풀을 뜯는 말들이 떼를 지어 흘렀다.

  《아니 저것들이 다 그래 중광단의거란말입니까?!  수백마리 잘  되겠구만! 사백필?  오백필? 

   이홍래와 라중소가 마을밖으로 데리고 나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말떼를 보여주었을 때 신팔균의 감탄은 이루다 형언키어려웠다.

  《거의 그렇게 되지. 어제 사온  사족백이까지 해서 사백여든아홉마리니까. 저것들두 다 제 이름갖고있어. 내 알려줄까. 가라말, 결따말, 절따말, 고라말, 총이말, 부루말...》

   이홍래가 말을 마치자 라중소가 어디 그것뿐인가며 줄엮어댄다.

  《간자말, 가리온, 바둑말도 있구. 돈점박이, 별박이, 계복, 거할마도 있구. 백설총이, 워라말도 있구. 사족발이에 은총....》

  《사족발이라면 네굽이 흰말을 가리키는건데 은총이라는건 뭐요?》

  《불알이 흰 놈!

  《오, 그래? 하하하!...》

   신팔균은 입을 뻐개고 웃었다. 과연 별이름가진 놈 다 있었다. 서일이 그한테 중광단은 장차 자기의 기병대까지 갖추게되리라고 알려줬을 때 신팔균은 그 말이 그저 먼 장래의 일처럼 여겨져 그림으로나 머리속에 떠올려봤지 이같이 빨리 현실로 다가오리라고는 미처생각지 못한다. 

   저기 다른 한쪽에도 말떼가 있고 아름드리 느릅나무 그늘아래에는 방목(放牧)을 나온 로인몇이 한창 이야기판을 벌리고있었다. 그들은 김기석, 이동호, 이덕수, 이달문, 장기덕, 장사학.... 칠순의 정해식 로인도 보였고 그보다 더 년로한 서장록 로인까지도 끼여있었다.

  《존경하는 로인어른님들, 그지간 무사히들 보내십니까?》

   신팔균은 허리를 굽혀 모두에게 인사올리였다.

   <<자네도 무사히 지냈는가?>>

   로인들은 오래간만에 다시만나는 그를 친절스레 맞아주었다. 

   양반의병장, 군수의병장, 유생의병장.... 농부의병, 담사리의병, 동학당의병... 그들 다가 한때는 손에 총잡고 일제와 맛서서 피흘리며 싸워왔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대종교도인 그들, 자기 교의 영광인 중광단의 일을 한몫 맡아서 해내고있는 그들이야말로 만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분들이라고 심심히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신팔균은 이홍래와 라중소를 따라서 중광단원들이 콩밭막기음을 매고있는 전간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들이 저쪽으로 가자 성격이 걸걸하고 늘 롱담쓰기를 즐기는 동학당출신의 의병인 장사학이 사귄지 오랜 친구인 장기덕의 팔을 툭 건드렀다.  

  《어이 여봐, 담사리의병! 뭘 그리 생각하고있나?.... 안색을 보니 이눔의  산골에 내처 박혀있자니 속에 털나서 그러나, 아니면... 이젠 아마두 그렇지, 거시기 뭐라구하더라?... 그렇지, 바다고향에 두고온 왕발과부년 생각이 무럭무럭 나서 그러는게 아니여?》

  《엣다, 실없이... 남 걱정은 작작허구... 지는 그래 뭘 생각하구 하는 소린가?... 레루장에 돌올려놓던 장난질을 생각하구있은건 아니였어?》 

   장기덕은 대방의 롱을 능청스레 되받아넘기는데

  《엑기, 이 담사리의병아. 남의 공을 무시하진 말어!》

   하고 롱을걸던 상대측이 되려 낯을 붉힌다. 아무리 무람없이 지내는 사이라지만 장난질이라는 소리만은 정말 듣기가 싫었던지 손을 홰홰 젓는다. 

   그통에 모두들 하하하하 웃었다...

   동학당의병 장사학은 11년전 이진용, 한정환과 함께 그들이 하라는대로 계정역과 잠성역(현재 금천)사이의 철길우에 돌을 놓아 서울역에서 신의주로 가던 기차를 탈선시켜 기관차를 전복시켯던 일을 지금도 가끔 감미롭게 회억하군한다.  

 

    <<이진용, 한정만(한정환의 오기)은 그의 거점을 인적기 거의없는 깊은 산속에 두고  때때로 평지에 나와서 흉폭을 한다>>

    조선주차군사령부가 당시 <<조선폭도토벌지>>에 기록한 글이 이러했다.

   

   장사학은 어느 누가 뭐라며 웃던 말던 자신이 그때 몸소 치뤄온 전투  하나하나를 다 장한 것으로 여기고 새겨두면서 다른 모든 이들의 투쟁과 마찬가지로 의병항쟁사에 기록해두어야 할 공적(功績)으로 간주하고있었다.

   이리하여 오늘도 어느덧 해서명장(海西名將)으로 불리워 온 이진용(李鎭龍)과 그가 치룬 근년의 일들이 화제에 오르게 되었다.

  《나는 그이가 유인석의 문도였구 성품이 대단히 강직한 분이였다는걸루 알고있소. 위인는 어디까지나 위인이지.》

   이덕수의 말에 경원군수를 지냈던 이동호가 동을 단다.

  《그렇다말다. 나도 그리알고있소이다. 그분이야 협력이 과인하다고 소문나지 않았습니까. 을사후에 박정빈이하고 조맹선이하고 신준빈이하고 신정희, 한정환이랑 같이 평산에서 의거해서 선봉장이 된거구 다섯대의 의병을 거느리고 유격전을 해 련승의 기공을 세운 사람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패기가 과연있고 전략도 대단한 분이였지!》

  《그렇수다. 어느날 내가 신문을 볼라니까... 그게 아마 <대한매일신보>같으오. <평산지방서 이진룡, 한정환 량씨의 두 의병대가 례성강 평촌으로 행진하다가 온성원분견소의 헌병대가 다가옴을 알고 고지에 올라가 일병을 기다리는데 일병이 륙백메터 가량되는 거리에 이르거늘 급돌격하니 일부는 웅덩이에 엎드려 사면으로 의병의 포위공격을 입어 삼십분간이나 교전>했다구 하더구만. 그리구는 신문에 또 내기를 <그 세력이 심히 곤난한지라 의병이 점점 맹격하니 일병은 병기가 진절하야 다시 싸우지 못하고 계정으로 도주하였다.>했구 응원대를 보내달라는 전보를 받었다는지 어쨌다는지 <동일 오후 렬차로 일병일대가 응원하고 평산, 금천 등 일병도 다 동원중이다>구 했더란말이요. 한때 싸움을 잘었했지. 헌데 그리하던 분이 글쎄 이제와서 그게 뭐유. 하기사 황우같은 사람도 댕댕이에 걸려 넘어간다하지만은, 실수를 해두 그같이 엄청스레 하다니 원.》

   정해식이 맹랑해서 하는 소리였는데 이같이 이어지며 물린 것이 이진용(李鎭龍)이 송금운송차를 습격했다가 성공못하고 실패한 이야기였다.

   1908년부터 평산반일의병대의 의병장으로 활동하였던 이진용은 1910년초에 전투준비를 더욱 잘해볼 맘을 품고 만주지방으로 건너온 것이다. 그러한 그가 작년 즉 1916년가을에 조맹선과 더불어 새정보를 입수하고서는 그와 밀모한 끝에 전부터 생사를 함께 해온 황봉운, 황봉신형제를 비롯한 김원섭, 김 일, 김효선, 한치현 등 8사람과 함께 평안북도 운산북진(雲山北鎭)에 있는 미국사람의 금광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때는 음력 9월 9일(양력 10. 5)이였다. 이진용, 조맹선일행은 무장을 휴대하고 압록강을 건너서 녕변군 팔원면 용선동(寧邊郡 八院面 龍城洞) <말씹고개> 밀림중에 잠복하였다가 평양으로부터 북진으로 돌아오는 송금마차를 습격했다. 일반적인 상식대로면 송금차가 의례 중간에 서고 호위차는 앞뒤에 서련만 그날의 배치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그런줄도 모르고 중간마차만 집중사격하여 명중하였다가 그만 송금차를 놓쳐버리고말았던 것이다.

  《아따 <관서팔경>하면 약산동대가 들어가야 허는거구, 그 유명한 약산동대하면 녕변을 생각하게 되는거 아닌가유. 그 일대사 나도 여러번 다녀왔길래 잘 알지유. 태천에서 동남쪽으루 삼십리쯤에 녕변이 있구 녕변에서 청천강을 사이하고 삼십리에는 개천이구 그 남쪽으루 육십리가면 안주가 아닌가유. 용선동 <말씹고개>라 하면은....》

   누군가 지형까지 설명하자 그 끝에 이 말 저 말 오간다.

  《일은 거기서 치뤘다며. 건데 쯔쯔, 앞것을 명중했더면야...》

  《마차 셋을 다 습격했더면사....》

  《그다 쓸데없는 소리아니요. 성복전 약방문이지》

  《하긴 죽은 아이 자지만지는 격이다만 문제는...》

  《문제는 다행히 무사히 돌아와갖구 뒤가 잘못된게지요.》

  《때려죽일건 주구놈일세!》

   결국 맹랑하게도 비극으로 끊나고 만 그 사건은 듣는 이의 가슴만 아프게 저미였다.

   적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압록강을 무사히 다시건너 만주로 돌아온 이진용은 그후 조맹선, 이종협 등과 동맹을 하고 재기를 꾀하여 활동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주구 림곡(林谷) 등의 밀고로 관전현에서 적에게 붙잡히고 만 것이다. 이때 그를 구출하려고 나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고향 평산사람이며 부장(部將)이였던 황봉운, 황봉신형제였다. 그들은 적에게 체포되여 려순(旅順)으로 압송되는 이진용을 중도에서 탈환하려 시도했다. 한데 그 행동은 성공하지 못했거니와 그들마저 불행히 체포되였던것이다. 결과 그들 두 형제는 평양감옥에서 이진용의병장과 함께 사형되였다.

   이진용의 처 우씨(禹氏)가 남편의 죽음을 알고 순절하니 그를 따라 순사(殉死)한 자가 9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이 국경너머 만주땅 이 지역까지 전해오자 지금은 비장한 화제로 되어 항간에 나 도는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는것도 주구, 민족을 팔아먹는것도 주구. 그런 주구놈이 있어서 우리들의 구국독립진영은 위험에 빠지고 해를 입는것이다. 한즉 민족이 생존하려면 압잡이 개부터 잡아 없애야 한다. 아예 그 씨알머리까지도 말려버려야 한다!》

   언젠가 이러한 전단(傳單)이 나돌았고 그것을 한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다가 주구를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게 된 것이다.  

   한데 망국한이 서려있는 이역이주민들의 가슴에다 원한의 못을 박는 다른 하나의 원쑤가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만주본토에 소털같이 널려있는 토비들이였다. 하늘을 독천장으로 삼고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면서 종횡무진하는 그자들은  무서운 존재였다.

   신팔균이 왕청에 온 이틑날이였다. 이날도 로인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말을 골에 놓아 방목하고있었다. 서장록과 정해식은 아예 장기판까지 들고 와 말떼가 저쯤에 보이는 그 아름드리 느릅나무 그늘아래에서 장기를 두었다. 산촌의 향기가 그윽히 흐르는 속에 평화가 고즈넉이 깃든것만 같았다. 하건만 이러한 경상에 마저도 어찌 맘놓고 편히 지내랴? 

   그들이 장이니 훈이니 한창 겨룸판을 벌리고있을 때였다. 웬 이족(異族)의 괴한들이 마치도 변신술을 쓰는 도까비같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얼른보아 10여명 잘되였는데 어떤 자는 손에 장총을 들고 어떤 자는 날이 손바닥같이 너부죽한 칼을 들었다. 보아하니 어중이떠중이들로 작당한 떨거지 토비였다. 굶은 개가 더 미쳐나는 것 처럼 심사가 사납고 행위가 패악한 자들이 성군작당하여 이같이 강도질에 나서는 것이다.

  《허, 령감쟁이들이 팔자좋네! 예까지 나와 장기를 놀아?》

   벽장코녀석 하나가 나무그늘밑에 있는 두 로인을 발견하고 곁으로 바싹 접근하면서 입가에 느긋한 웃을을 흘렸다.

   서장록로인은 장기를 두다말고 그자를 올려다봤다.

  《네놈들은 대체 무슨 원한이 있다구 후딱하면 달려드는거냐?》

   얼굴이 피둥피둥 미알진 뚱보녀석이 자기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잡아 듣고는 눈심지를 돋구었다.

  《니숴선마?》(你說什嗎?)

   서장록로인이 눈길을 돌려 그자의 구름장낀 감사나운 몰골을 보며 입을 다시열자는데 정해식이 그보고 로인님은 아무 소리도 마시오 해놓고는 먼저 일어나 사근사근 듣기 좋은 말투로 그자를 행패질못하게 하려했다.

  《다르게 생각말거라. 로인이 너희들을 몰라서 누군가구 했느니라.》 

 《헛, 허허!... 허허, 저 령감 안질이 어떻게 된거야. 사람 못알아보다니?.... 내 온건 다름아니요. 보다싶히 형제몇은 두다리뿐이니 당신들이 저기 말 몇필만 선심쓰구려. 일후 아무 때건 보답을 할테니. 내 말 알아들겠지?>>

    서장록로인은 그 말을 알아듣고 손에 쥐고있던 장기쪽을 뚱보의 낯짝에다 뿌리면서 대성질호했다.

  《야 이  철면피한 놈아! 그게 어떻게 사들인건데 네놈이 백주창탈을 하려고 들어?>>

  로인이 일어나려고 움찌하자 저켠 다른 한 녀석이 어느새 총을 갈겼다.

  《땅!》

   가까이서 고막을 째듯 하는 총소리와 화약연기속에서 서장록로인은 일어나지도 못한채 그 자리에 폭 꼭끄라지고말았다.
   한편 저쪽에서는 이동호, 이달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불현간 터지는 총소리에 놀라 이쪽을 보고는 무슨일이 생겼다는걸 제꺽알아챘거니와 재빨리 휴대하고있던 총을 놓아 접근하려는 토비들을 대응했다.

   전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돌연간에 산간을 울리면서 메아리치는 몇방의 총소리에 촉각이 일어선 수백명의 중광단원들은 기음을 매다말고 함성을 와ㅡ지르면서 사고가 생긴 현장으로 급속히 달려왔다.

  《이런, 제길할! 틀렸구나! 가자!》

   얼굴이 미런스레 생긴 뚱보녀석은 마치 천둥에 놀랜 잠둥이같이 어마뚝하여 저쪽을 보더니 두덜대면서 후퇴령을 내렸다.  대방의 반응이 이렇게 빠르리라고는 미처 생각못했던것이다. 

   한데 횡래지액이라 이쪽에서는 그놈들 손에 변사를 면치못했다. 피못에 쓰러진 서장록로인이 다시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흉탄은 그의 가슴을 꿰뚫고 나가 어디엔가 박혀버렸다.

  《내가 저놈의 새끼들을! 저놈의 새끼들을!》

   신팔균이 결장이 터진다면서 결판을 내려들었다. 그는 권총을 마구갈겨대면서 빨리 말을 달라고 광기를 부렸다.

  《이 사람아, 왜이래? 왜이래?... 숲속에 언녕 숨어버린 녀석들을 어떻게 찾아간다구..... 참으라구! 참아!...》

   이홍래가 그를 꼭 잡았다.

   다른 이들도 역시 그렇게 그를 극구 말리였다.

   무장대원들이 삼삼오오 패를 지어서 산속을 샅샅이 수색으나 허사였다. 숲속어디로 언영 사라져버린 토비들을 어떻게 찾아낸단말인가? 그야말로 검불더미에서 바늘찾기였다....   

   《대문밖이 저승이라더니 이건.... 집과 마을을 지척에 놓고 변을 당하다니 원... 우리가 어떻게 하면 버력입을 저놈의 무리를 묵사발되게 만들까.》

   계화는 터지는 울음을 삼키면서 두주먹을 떨었다. 울어 소용없다. 이제는 서둘러 후사처리나 해야했다. 말을 략탈하러 왔던 자들이니 실패를 달가와하지 않고 다시달려들수도 있는거다. 계화는 심권더러 우선 초상난 집부터 돌보게 하는 한편 이홍래 등 몇사람과 토론하여 채오, 량현은 비상상태에서 중광단원들을 동원하여 마을과 말들을 잘 보호하고 지키게끔 조취를  대는 한편 김성과 라중소는 김동형, 서일환, 이교성 등 몇몇 젊은이들을 데리고 화룡 청호에 가 지금 거기에 있는 서일에게 이 횡래지액(橫來之厄)을 전하게 포치했다.

  《백주에 어쩌면 이런 변이 떨어지는가!》

   부고를 받은 서일은 구곡간장이 끊어지듯했다. 

  《내가 이런 끝장을 보자고 모시고 온건 아니였건만.  어쩌면....  세월도 무정하구나!... 달라면 줄거지 장기쪽으로 낯은 왜 때려, 그놈은 토빈데.

     그는 큰할아버지를  고향에 그냥 남겨뒀더면 이같이 처참한 죽음에 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을 하면서 잘 건사도 못하면서 만주까지 모시고 온 자기를 스스로 책망하기도 하면서 오열에 떨었다.

  《제가 마을보위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채오가 반성하자 서일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책임은 내한테있는거요. 》

   서일의 집에 상사가 났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 조문을 오는 사람이 줄을 지었다. 덕원리의 교도들은 물론 다른 여러 마을의 교도들도 모이여 장례를 크게 치르려 하자 서일은 그를 적극막아나섰다.

  《그리해서는 아니됩니다. 부고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조상을 받지 않을것이며 장사함에는 손님을 청하지도 않을것입니다. 염습에는 명주, 비단을 쓰지 말고 다만 삼베, 무명으로써 시체를 쌀것입니다....》

   라철조교의 장례때를 회상하고 그는  큰아버지의 장례도 검소하게 치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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