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ㅋ" 시모음
2015년 06월 15일 22시 12분  조회:4397  추천:0  작성자: 죽림

 

크리스마스 이브

              - 이영순 -

 

     --죽음이 없는 사랑의 밀어라기보다
     부활이 없는 사랑의 믿음이랄까...

  쌓이는 눈 위로 더러 울고 있는 자
  눈 멎는 눈 위로 더러 웃고 있는 자
  눈 녹는 눈 위로 더러 담담한 자
  대체 이 밤의 깊은 뒤에 어떤 취미의 의상으로 외출을 서두는 밤의
방향일까
  이 시간 가슴소리 나란히 당신은 팔목에 꽃과 과일을 담은 바구닐 끼고
  이 시간 발소리 나란히 나는 옆구리에 눈들 뜬 채 죽어가는 칠면조
날개와 암탉이 목에서 피가 흐르는 중국상자를 들었지만
  ... 말갛게 풀리는 이 눈물의 종은 어느 벌판의 휘인 가슴에서 쫓겨온
사랑의 못자국일까
  비인 사랑의 자리일까

 

 

 

 

큰 노래

         - 이성선(李聖善) -

 

큰 산이 큰 영혼을 가른다.

우주 속에

대붕(大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山頂)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코스모스

       - 이형기 -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 

 

 

 

코스모스

        - 임강빈 -

 

  하얀 창 앞에
  마구 피어 오르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다.

  바다 앞에
  날리운 모닥불 같은 것으로
  스스로 전율에 이어 온
  사랑

  여기 아무도 반거할 수 없는
  하나의 지역에서
  가을의 음향을 거두는 것이다.

 

 

코카콜라

      - 문병란 -

 

  발음도 혀끝에서 도막도막 끊어지고
  빛깔도 칙칙하여라, 외양간 소탕물 같이
  양병에 가득 담긴 녹빛깔 미국산 코카콜라
  시큼하니 쎄하게 목구멍 넘어간 다음
  유유히 식도를 씻어내려가
  푹 게트림도 신나게 나오는 코카콜라
  버터에 에그후라이 기름진 비후스틱
  비계낀 일등 국민의 뱃속에 가서
  과다지방분도 씻어낸 다음
  삽상하고 시원하게 스미는 코카콜라.
  오늘은 가난한 한국 땅에 와서
  식물성 창자에 소슬하게 스며들어
  회충도 울리고 요충도 울리고
  메시꺼운 게트림에 역겨움만 남은 코카콜라.
  병 마개도 익숙하게 까제끼며
  제법 호기 있게 거드름을 피울 때
  유리잔 가득 넘치는 미국산 거품
  모든 사람들은 너도나도 다투어 병을 비우는구나
  슬슬 잘 넘어간다고 제법 뽐내어 마시는구나
  혀끝에 스며 목구멍 무사 통과하여
  재빨리 어두운 창자 속으로 잠적하는 아메리카
  뱃속에 꺼져버린 허무한 버큼만 남아 있더라
  혀끝에 시큼한 게트림만 남아 있더라
  제법 으시대며 한 병 쭉 들이키며
  어허 시원타 거드럭거리는 사람아
  진정 걸리지 않고 잘 넘어 가느냐
  목에도 배꼽에도 걸리지 않고
  진정 무사통과 넘어가느냐
  콩나물에 막걸리만 마시고도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던 우리네
  오늘은 코카콜라 마시고
  시큼새큼 게트림 같은 사랑만 배우네
  랄랄랄 랄랄랄 지랄병 같은 자유만 배우네
  목이 타는 새벽녘 빈 창자에
  쪼르륵 고이는 냉수의 맛을 아는가
  언제부터 일등국민의 긍지로
  쩍쩍 껌도 씹으며
  야금야금 초콜렛트도 씹으며
  유리잔 가득 쭉 들이키는 코카콜라
  입맛 쩍쩍 다시고 입술 핥은 다음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허무한 거품이여
  우리 앞엔 쓸쓸히 빈 병만 그득히 쌓였더라
  너와 나의 배반한 입술,
  얼음도 녹고 거품도 사라지고
  시큼새큼 게트림만 남아 있더라

 

 

 

콘체르토

       - 박기동 -


  사람은 저마다 다른 악기입니다.
  너는 겉으로 드러나는 바이올린이면 나는 뒤에 따라나오는 풀루우트입니다.
  그러면서 같은 길을 가다가 한참 쉬기도 하고
  어느덧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므로 같은 소리도 내릴 줄 압니다.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 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롤 쏙 둘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콩씨네 자녀 교육 
               - 정채봉 -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고.

 

 

카페 프란스

      - 정지용 -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스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도 한 놈은 보혜미안 넥타이

뺏적 마른 놈이 압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가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례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 간다.

 

『 오오 패론 서방! 굳 이브닝! 』

 

『 굳 이브닝! 』 이 친구 어떠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 밤에도

갱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 의 아들도 아모 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히여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닷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칸딘스키

     - 양준호 -

 


  게가 긴다. 흰 살결의 바다.
  황소떼가 질주한다.
  팔방에서 달려온 뼈들이
  수려한 사내를 조립한다.
  초록의 바다 발가벗은 아이들
  황소와 게와 아이가 춤추며
  큰 바위를 부수는 소리.

 

 

 

칼로 사과를 먹다 
                    - 황인숙 -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깔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43 시는 알면 재미있고, 모르면 재미없고... 2016-01-05 0 3850
842 과소평가 된 시인과 과대평가 된 시인 2016-01-05 0 4059
841 시는 시인의 령혼 2016-01-05 0 3866
840 시읽는 방법 2016-01-05 0 3653
839 아버지는 영웅 /// 영웅을 낳는 어머니 2016-01-05 0 3827
838 시인 김억과 그리고 등 등... 2016-01-04 0 6145
837 현대시 100년, 시인 166명, 시 700편 - 기념시집 2016-01-03 0 4558
836 시에서 이미지만들기 2016-01-03 0 3971
835 난해시와 초현실주의의 교주 - 조향시인 2016-01-03 0 5482
834 충동적으로 쓰고마는 詩는 아마추어들이 하는 짓 2016-01-03 0 4160
833 시에서 아방가르드를 꿈꾸는 시인은 고독자 2016-01-03 0 4028
832 천재 시인 李箱과 조선족 소설가, 시인 金革 2016-01-02 0 4467
831 超現實主義 = 超自然主義 2016-01-02 0 3885
830 캐나다시인들은 시를 어떻게 쓸가... 2016-01-02 0 4153
829 모든 것 없는 것, 없는 것 모든 것... 2016-01-02 0 3905
828 미래파의 형성 2016-01-02 0 4731
827 어느 할아버지 시평 - 김춘수 "꽃", 존재론적에 머문 詩 2016-01-02 0 4157
826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2016-01-02 0 5801
825 "거시기" 세글자면 모든 것 통하는 것... 2016-01-02 0 4106
824 난해시와 김지하 2016-01-02 0 3946
823 산문시(散文詩)와 그 례... 2016-01-02 0 3667
822 詩史에서의 미래파시인 2016-01-02 0 4802
821 해체시와 박남철, 황지우 /// 시적허용 2016-01-02 0 4143
820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공예디자인론 2016-01-02 0 3868
819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공통점과 차이점 2016-01-02 0 4479
818 포스트모더니즘과 니체 2016-01-02 0 3936
817 난해시와 보들레르 2016-01-02 0 4134
816 난해시를 읽는법 2016-01-01 0 6091
815 왕초보 시짓기에서의 비법 2016-01-01 0 4050
814 난해시의 원조 - 산해경 2016-01-01 0 3624
813 난해시와 목장의 목동 2016-01-01 0 3408
812 난해시와 오세영 2016-01-01 0 3553
811 난해시와 김수영 2016-01-01 1 3843
810 난해시와 김춘수 2016-01-01 0 4094
809 난해시와 조영남가수 2015-12-31 0 3930
808 난해성과 현대성 2015-12-31 0 4005
807 난해시와 어설픈 평론 / 나와 나도 난해시가 좋다... 2015-12-31 0 3996
806 난해시와 신경림 2015-12-31 0 4254
805 난해시와 李箱 2015-12-31 0 4355
804 詩의 넋두리 2015-12-31 1 3899
‹처음  이전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