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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시와 어설픈 평론 / 나와 나도 난해시가 좋다...
2015년 12월 31일 20시 32분  조회:4190  추천:0  작성자: 죽림

난해시와 평론에 관한 어설픈 에세이

 

 

 

 

아래 시를 감상해보자.
어느 유명 일간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나는 독수리를 먹는 인간이다.

내 입에서 독수리가 나온다

독수리 입에서 구렁이가 나온다

구렁이 입에서 개구리가 나온다

개구리 입에서 파리가 나온다

파리 입에서 미생물이 나온다

 

우주의 유기적 연관관계

나는 감탄한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다못해 수능 시험 선지에 나오는 “통사구조의 반복” 같은 말이나 떠올렸을 수도 있겠다. 이 때문에 나름 자신의 예술적 심미안에 자책하실 분도 계실 것 같다. 물론 나름 여기서 철학적 의미를 캐치해 낸 명석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만약 철학적 의미를 캐치하셨다면 낚인 거다. 이 시는 일간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도 아닌 내가 10초만에 아무 말이나 써놓은 시이다. 한 마디로 낙서란 얘기다.  그런데 요즘 이와 같이 낙서 같은 시들이 범람한다. 거기엔 평론가들이 온갖 찬사가 덧붙여진다.

 

지금은 버린 꿈이지만 나는 한 때 문인의 꿈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도의 모 예술고등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문예창작과니깐 당연히 일반 인문계와 다르게 전공수업이 있다. 전공수업은 문학개론, 문장론, 현대문학, 고전문학, 문학사, 시 창작, 소설 창작 등등. 나름 체계적인 커리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전공 수업의 백미는 시창작과 소설창작이었다. 더욱이 시창작과 소설창작 시간에는 각자가 쓴 시와 소설을 가지고 토론하는 합평시간 있었다. 합평시간은 전공 수업의 백미 중의 백미였다.


내가 2학년 때 시창작 합평 시간마다 포스트모던한 난해시(?)를 써오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애의 시는 자글자글 씹혔다. 비유가 작위적이다. 시어 간에 개연성이 떨어진다. 의미가 불명확하다. 중얼중얼 하여튼 이런 말들이었는데, 나도 이 대열에 끼어들어서 같이 자글자글 씹었다. 나도 언젠가 심심해서 난해시를 써서 제출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씹혔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난 자글자글 씹으면서도 씹히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요즘 현대시인들 특히 미래파라 일컬어지는 부류들. 그 시인들도 그 애 만큼 난해한 시를 쓴다. 그런 사람들 시집을 놓고 그냥 읽으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여기에 시의 기본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은유나 상징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비유는 너무 작위적인 것 같고, 시어 간에 개연성도 찾을 수 없다.  근데 왜 그 시인들은 나름 대학 교수에 문학평론가 명함 단 사람들이 한국문학의 역작이니 가능성이니 어쩌구니 하면서 찬양받고, 그 애는 왜 한낮 고삐리들한테 자글자글 씹혀야할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애의 시를 씹은 나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치졸한 변명을 하자면 씹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할 말이 없다. 합평시간에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선생님의 눈초리를 받기에 처지가 곤란해진다. 물론 그 문제에 대해 선생님이나 우연히 만난 시인들에게 질문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답변은 대개 모호하거나 불성실했다. 그냥 뭔가가 있다? 그 수준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실 시인이란 부류들은 너무 불성실해서 자기 시집에 한 줄 자리 시를 써놓기도 한다. 심지어 모 문예지에서 단어 하나만 써놓고 시라는 시인도 봤다. 거기에 평론가는 뭐가 어쩌구니 해서 온갖 찬사의 코멘트를 붙였다. 


만약 내가 그런 시를 써서 합평 시간에 들고 갔으면 이게 무슨 시냐고 자글자글 씹혔을 것이다. 또한 선생님은 나를 불성실하다고 혼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충 몇 마디 써놓고 유명 시인 이름으로 발표한다면 어떨까? 아마 자크 데리다의 “해체”니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이니 온갖 철학적 개념을 가지고 와서 찬사를 할 것이다.

 

여기에 미술의 사례를 끌어와도 될지 모르겠다.
사실 현대미학에서 이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전시관에 변기 달랑 놓고 샘이라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대충 붓으로 낙서만 해놓은 그림도 예술이라는 예술가가 있다. 도대체 그렇다면 예술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언가를 정의하려면 공동적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예술마다 중구난방이니 도무지 공통적 요소를 뽑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와이츠는 예술은 유사성을 가진 열린 개념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견해는 미국의 분석 미학자 조지 디카의 견해다. 그는 예술이란 “예술계”라는 집단이 자격을 쥐어준 작품이 예술 작품이라고 했다.


이와 다소 관련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미국의 몰래카메라 방송에서 침팬지 두 마리에게 붓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침팬지는 신나서 물감을 이용해 붓으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은 “제3세계에서 온 젊은 미개인” 전시회에 출품되었다. 그 작품을 본 평론가들은 온갖 찬사를 내렸다. 어느 유명한 평론가는 <디 자이트>지에 “유럽화가 말레비치와 미로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지만 나는 만족과 존경심을 가지고 이 그림을 감생했다”는 평론을 남기기도 했다.

 

만약 유치원생에게 작문을 하라고 한 뒤, 유명한 시인의 시라고 발표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평론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유년 시기를 추억하는 계보학적 탐색? 알 수 없는 일이다.

<크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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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시 사랑 / 복효근  

 

 

난 난해시가 좋다

난해시는 쉬워서 좋다

처음만 읽어도 된다

처음은 건너뛰고 중간만 읽어도 한 구절만 읽어도 끝부분만 읽어도 된다

똑같이 난해하니까 느낌도 같으니까

 

난 난해시가 좋다

난해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 사람도 나하고 같이 느낄 테니까

인상적인 한 구절만 언급하면 된다

더구나 지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니까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은 많이 배웠겠다 싶다

그런 시를 언급할 정도면더구나

좋다 말할 정도면 고급독자이겠다 싶다

 

난 난해시가 좋다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든 독자의 몫이라고 존중해주니까

내 느낌 내 생각 다 옳다잖아

나도 그 정도는 시는 쓰겠다 싶어 나를 턱없이 자신감에 넘치게 하는 시

나도 시인이 될 수 있겠다 하고 용기를 갖게 하는 시

개성 있어 보이잖아

남 눈치 안 보고 얼마나 자유로운지

적당히 상대를 무시해 보이는그래서 있어 보이는 시

단숨에 두보도 미당도 뛰어넘어 보이는 시

 

난 난해시가 난해시인이 좋다

죽었다 깨나도 나는 갖지 못할 보석을 걸친 여인처럼

나는 못 가진 것을못하는 것을 갖고 하니까

나도 난해시를 써보고 싶다

그들처럼 주목 받고 싶다

평론가들이매우 지적인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그들이 나는 부럽다

그런 것도 못하는 치들을 내려다보며

어깨에 당당히 힘을 모으며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다

 

                                          -우리2011년 1월호

 

복효근 /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를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마늘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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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난해시가 참 좋다

                                 - 복효근 시인의 詩, '난해시 사랑'을 읽고

 

 

 

 

자꾸시를 읽는다.

오래 전 시집을 읽다가어떤 시가 너무 좋아서그 한 편의 시를 수십 번 이상 읽고 또 읽었던 때가 있었다.

어떤 날은 지나칠 수 없는 시를 만나그만 그 시에 걸려 넘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던 때도 있었다.

그렇게 무작정 시인을 꿈꾸던 날들이었다.

 

그때처럼 또시를 읽는다.

어떤 시집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한 번도 눈길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그 흔한 돌부리 하나 없는 것도 있다.

어떤 시집은 시 한 편을 만날 때마다 생각을 하고 또 해 가며 읽어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인을 꿈꾸는 날들이다.

 

시에 호불호不好가 어디 있을까?

평소 가깝게 지내는 어떤 시인이 즐겨하는 말대로나 또한 좋은 시와 나쁜 시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렵다거나 쉽다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나 같은 사람이 쓴 시조차도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독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인정한다고 해도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는 법.

이 시인은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말을더는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툭꺼내 보이고 만다.

난해시 사랑에는 복효근 시인의 목소리뿐 아니라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말을 꾹 참고 있었던 수많은 시인독자들의 목소리가 함께 실려 있다나도 은근슬쩍 엉덩이를 들이밀며 그 자리에 끼어든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도이 시인처럼난해시가 참 좋다.

나도이 시인처럼난해시를 쓰는 시인들이 참 부럽다.

하지만 이 시인은 결코 난해시를 쓰는 시인은 못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박완호 )

 

                                                                      - [주변인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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