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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는 조연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데 …
/[중앙일보]
‘문예중앙’시선(詩選) 속간 첫 번째는 조연호 『농경시』
해설 쓴 허윤진 편집위원 “독특한 리듬·음조에 쾌감”
시인 조연호씨가 시집 『농경시』(문예중앙)를 냈다. 문체 빼어난 평론가 허윤진씨가 해설을 썼다. 조씨와 허씨는 시집이 “뜻을 속속들이 모르더라도 말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김태성 기자]요령부득의 난수표 같다. 시집 제목은 자못 서정적이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런 단언에 시인이 실망하더라도 할 수 없다). ‘한낮은 한낮을 색적(索敵·적을 찾아냄)하고 말았다. 이 식(蝕)을 간직할 것이다.’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이다. 무슨 뜻일까. 건너 뛴다.
시집 본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겨울, 꿈에게 다짐한다. 밤의 모호한 흔들림에 맺힌 핏방울처럼, 떠오르는 별로부터도 검게 윤이 나도록 너희는 배회로 허공을 치장하고 있었다. 내 작은 껍질을 자르기 위해 어버이는…’.
조연호(42) 시인의 새 시집 얘기다. 제목은 『농경시』.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지난해 가을 속간호를 낸 계간 문예중앙의 시선(詩選) 1번으로 출간됐다.
2000년대 중반 문예중앙이 소위 ‘미래파 논쟁’을 제기하며 ‘물증’으로 선보였던 시집을 기억하는 이라면 조씨 시집에 대한 충격이 덜할 수도 있겠다. 당시 대표적인 문제작이었던 황병승의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를 두고‘획기적인 형식 실험’ ‘실속 없는 언어 유희’라는 주장이 맞섰다. 조씨의 새 시집을 두고 문예중앙 편집진은 전열을 재정비한 듯하다. 시집 뒷장 추천사에서 문예중앙 편집위원인 평론가 권혁웅은 “한국의 현대시는 조연호 이전과 이후로, 불가역적으로 나뉘었다”고 평한다. 극찬이다. 시집 해설 역시 문예중앙 편집위원인 평론가 허윤진(31)씨가 썼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나서 자기네 선수를 응원하는 모양새다.
시집은 굳이 분류하자면 서사시다. 헌데 이렇다 할 사건을 찾기가 어렵다. 문장은 통상적인 문법규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추상명사를 생명체처럼 대한다. ‘문비(問備·죄가 있는 관원을 조사하는 일)’ 같은 난해한 한자어도 많이 나온다. 허씨에 따르면 조씨는 문장이나 사건의 인과관계를 한사코 부정하는 이다. 그러니 실존적인 고민에 빠지게 된다. 책을 던질 것이냐, 말 것이냐. 조씨와 허씨를 만나 시집의 의미, 감상법 등을 들었다. 획기적인 시집이라지 않는가.
-전문적인 감식안을 갖춘 독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 감상법을 추천한다면.
조=이번 시집이 하나의 의미망을 따라가지는 않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보통 시집에 대해 갖게 되는 관심은 너무 재단되어 있지 않나. 작품은 어차피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런 걸 파악하려고 노력해보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허=시집은 제목이 없는 49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비선형(非線形)적인 독서가 가능한 작품이다. 좋은 시는 낭송해 보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번 시집도 무슨 말인지 모르더라도 따라 읽다 보면 독특한 리듬과 음조가 느껴진다. 그게 일차적인 쾌감을 준다.
-형식실험이 극단으로 치우치면 소통 불능이 되지 않나. 이런 작업의 의의가 있다면.
조=다들 인과관계를 중시하는데, 사실 인과관계나 기억을 통한 현실의 재구성도 어떤 면에서는 가정이고 가설 아닌가. 내 시가 겉으론 혼란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어떤 종류의 전제, 내적 규정들에 따라 쓴 것이다. 혼란 자체도 질서라고 생각한다.
허=조씨의 작업은 굉장히 서정적이면서 지성적인 작업이다. 인류학적이고,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붙들고 씨름한다. 독자를 괴롭히는 것은 맞지만 한국 문학의 지성적인 전통을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 의미와 형식적인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야망이 큰 시인이다.
-뜻을 알 수 없는 한자가 많이 나와 더 어렵다.
조=신조어에 가까울 만큼 잊혀졌던 언어를 쓸 때 뉘앙스가 새롭다. 잊혀진 한자 단어를 찾기 위해 4, 5년 전부터 논어·맹자 등 고전을 혼자 공부했다.
허=음악적이고 보다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한국어의 지평을 확대한다고나 할까.
글=신준봉 기자
5. 김지하의 새로운 시
“지난해 5월 촛불집회 때 아들 둘과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이 ‘아버지 시는 왜 이렇게 어렵냐. 조금 못나고 쉽고 쿨하고 재미있게 쓸 수 없냐. 그게 신세대가 아버지에게 원하는 거다’라고 한 방 놓습디다.” 20, 30대 아들에게 들은 한 마디에 그는 평소 가졌던 시학을 내던져버렸다. 정제되지 않은 일상어로 일기 쓰듯 시를 써내려갔다. 파란만장했던 시인의 과거사, 사회 비판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형식은 ‘못남’을 취했지만 허례허식을 벗어던진 진솔한 자기 고백이 피부에 와닿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못난 시’가 태어난 배경이 되기도 한 지난해 촛불집회에 관한 시들이다.
“촛불이 온 지구 생명의 구원인지도 몰라…이 세상 맨 꼬래비/ 애갱치들과 여편네들과/ 쓸쓸한 외톨이들이 어느 날/ 문득 앞에 나서 직접 정치한다는/ 열흘씩/ 보름씩/ 야단법석 토론하는/ 옛, 옛, 옛, 화백인지도 몰라.”(‘못난 시9’)
김 시인은 “조직도 지도자도 없이 질서를 유지하며 집단 이성 합의에 의해 비폭력으로 유지된 촛불은 우주적 사건”이라고 했다. 동학사상의 ‘기위친정(己位親政)’을 촛불에서 읽었다는 시인은 “ ‘기위’는 맨 꼴찌를, ‘친정’은 임금의 직접정치를 의미하는데, ‘기위친정’이란 개벽이 시작되면 천대 받던 소외계층이 임금처럼 우주정치를 담당하는 큰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뜻”이라며 “20대 미만의 학생들과 젊은 여성, 아무도 안 알아주는 쓸쓸한 사람들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촛불집회에 개입하는 것은 ‘횃불’과 ‘숯불’이라며 비판했다. “고기 구울 때 자기 고기 챙기려고, 이익 챙기려고 피우는 게 ‘숯불’이고 홍길동이 부잣집 습격할 때 들고 들어가는 게 ‘횃불’이라면 촛불은 할머니가 손자 감기를 낫게 해달라며 정화수 떠놓고 비는 다소곳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촛불에 대한 생각은 대학생 시절 군부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시절의 추억과 현재 촛불집회의 다양한 군상들이 교차하며 나타나는 마지막 시 ‘못난시-진짜진짜 마지막 못난 시’에 집약돼 나타난다.
“촛불은 또 켜지고 또 켜지고 계속 켜질 테니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김 시인은 함께 펴낸 산문집 <방콕의 네트워크> <촛불, 횃불, 숯불> <새 시대의 율려, 품바품바 들어간다> <디지털 생태학>에서 촛불집회에서 목격한 가능성을 동학사상과 접목시켜 자세히 풀어냈다.
6.
김지하 "한국시, 새 스타일 창조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중진시인 김지하 씨가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의 실험적인 작품에 대해 "시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시인은 2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초청 낭독회'에서 "요즘 한국시는 시 같지 않다"면서 "현재 한국시는 혼돈, 추함, 엽기, 괴기 등의 요소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양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미래파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내용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 운문성, 율격, 리듬, 행갈이, 연갈이, 시어와 시어 사이의 절제미 등을 전부 버렸다"면서 "이런 작품을 보면 도대체 시인지 산문이지 알 수가 없고, 내용도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시인은 "미래파의 시가 전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며, 미래파가 젊은이들 사이에 등장해 확산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면서 "유럽의 예술사, 문학사를 살펴보면 미래파의 등장은 시의 전환기, 과도기에 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혼돈적 양상은 전환기를 지나면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지만 그 스타일은 제멋대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방황, 모색, 시행착오 등을 거쳐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한국시의 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정신주의적 시, 생태환경주의적 시, 미래파가 서로 얽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여 가량 진행된 이날 낭독회에서 김 시인과 연극배우 이남희 씨가 '무화과' '해창에서' '쉰' 등 10여 편의 시를 낭송했고, 김 시인과 독자 사이에 대화도 진행됐다.
7.
"엽기 넘치는 요즘 한국시, 시 같지 않아"
김지하, '미래파' 작품 비판
"과도기 넘어 새 스타일 창조를"
시인 김지하(66)씨가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의 실험적 작품에 대해 “시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29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낭독 공감’ 행사에 참석해 “요즘 한국시는 시 같지 않다”며 “혼돈, 추함, 엽기, 괴기 등의 요소가 현재의 한국시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미래파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내용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운문성, 율격, 리듬, 행갈이, 연갈이, 시어의 절제미 등을 전부 버렸다”면서 “대체 시인지 산문인지 알 수가 없고 내용도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파의 시가 전혀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래파의 작품이 확산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유럽의 예술사, 문학사를 살펴보면 미래파의 등장은 시의 전환기에 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시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려면 정신주의 및 생태환경주의적 시가 미래파 등과 얽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낭독 행사에서 김 시인은 연극배우 이남희(45)씨와 함께 <무화과> <해창에서> <쉰> 등 10여 편의 시를 낭송하고 참석자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출처] 한국 현대시의 형식 2|작성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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