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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碑의 是非
2015년 11월 13일 22시 00분  조회:3880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비詩碑의 시비是非

 

 

 

 

 

 

목필균

먼 산빛을 친구 삼아

도봉산에 오르면

천축사 가는 길은 열려있다.

 

젊은 까치소리에 눈웃음 치고

이름 모를 풀꽃에도 손길을 주며

한 걸음 한 걸음 산길을 걸으면

노래하듯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가

오히려 내 갈 길을 재촉하니 재미있다.

 

도봉산을 품어 안은

천축사의 끝없는 도량을 향해

일상의 상념들을 날려 보내면

근심은 바람 되어 맴돌다 사라진다.

티끌 같은 몸뚱이에 자리 잡은

바위만한 욕심덩이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시간.

천축사 가는 길은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하다.

- <천축사 가는 길> 전문 -

 

이 詩는 천축사 주지 원타 스님께서 신도 강정화님의 도움으로 도봉산 입구에 시비詩碑로 세워진 시이다. 1997년 12월 세워진 것인데 동료 시인에 의해 내가 안 것은 다음 해 3월이었다.

세상은 뜻하지 않은 일들이 매복되어 있어서 인생을 굴곡 있게 전개시키는 것인가 보다. 매복된 일들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 상심하고 기뻐하는 일들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시비詩碑로 인해 처음에는 기쁨으로 놀랐지만 기쁨은 잠시였고, 그 다음은 가슴에 부끄러운 가시로 남아있다.

 

7년 전인가 보다. 마흔 두 살이 되어서야 늦깎이로 문단에 얼굴을 내밀게 된 내게 뜻밖의 소식이 날아든 것은 시비가 세워진 일이다. 내 자신도 전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우이시낭송회의 어느 시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목필균 시인의 커다란 시비가 도봉산 입구에 세워져 있다고 시낭송 차례에 알려 주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다.

마침 그 자리엔 당시의 도봉구청장이었던 유천수님이 와 계셨다. 시비가 세워졌다는 엄청난 소식에 당혹해하는 내게 그분은 문화홍보과장을 보내 해명을 해 주셨다.

제1회 도봉산축제 때 우이시인들이 초청을 받아 시낭송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시를 원고로 보내고 시낭송을 했다.구청장은 그 시가 마음에 들어 천축사 주지스님이셨던 원타 스님께 시비로 세울 것을 의논하셨다고 한다. 원타 스님은 병마에 시달린 몸과 마음의 번뇌를 씻으려고 가끔씩 천축사를 찾던 나를 잘 알고 계셨다. 더구나 스님께서 발행하시던 ‘천축지’에도 발표했던 그 시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계셨으므로 도봉구청장의 제안을 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도봉구청에서는 지금은 주차장이 되어버린 입구에 시비를 세울 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고 천축사에서는 시비를 세우는 일체의 경비를 책임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나와 관련된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전혀 몰랐을까?

당시 천축사 주지 원타 스님은 매우 진취적인 젊은 스님이었다. 스님은 창동역 근처에 포교원을 마련하시고 중생제도에 적극 나선 때였다. 포교원 개원 초창기라 시비 건립에 정신적 여유가 없었을 때인데, 길게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시비 건립은 강정화 불자님의 단독보시로 빨리 진척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비가 세워진 시점에 스님은 급작스레 부산 부암사로 떠나시게 되었고 나 또한 일상에 쫓겨 천축사를 찾지 않았으므로 내 시비가 세워진 것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놀라움, 기쁨, 민망함으로 범벅이 된 심정으로 시비를 확인하게 되었고 시인 친구들 몇 명이 축하의 자리를 조촐하게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돌아보니 세상에 이렇게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 문단에 얼굴도 제대로 내밀지 못한 내 이름 석 자와 졸시가 거대한 돌덩이에 박혀 도봉산 입구에 버젓이 서 있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라성 같은 원로시인님들께는 민망하여 뵐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시비를 확인하고 며칠도 못 되어서 친척들에게까지도 함구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난 친정 식구들에게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문단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몸담고 있는 우이시 어른들은 물론 동료시인들께도 이 시비에 대한 이야기는 내 입으로 올려보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지내온 4년이 지나서야 먼저 우이시 회장님께서 공식적인 행사 때 언급을 해 주셨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비가 그리 영광스럽지는 못하다. 지금 쓴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시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기 때문이다.

 

“목필균, 그 건방진 놈, 아니 돈이 얼마나 많기에 자기 돈으로 시비를 세워!!!” 하며 시비是非를 거는 사람도 실제로 있었다. 이름이 남자 같고 무명이었기에 받은 오해이며 너무나 거대한 돌에 새겨진 것이 화근이었지만 난들 어떻게 할 것인가? 늘 민망해 하는 나를 평소에 아껴주시던 박희진 시인님께서 어느 날 이렇게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다.

“그 시비에 적힌 목 시인의 시는 평범한 작품일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에게 던져주신 메시지가 큽니다. 그래서 그 시비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말씀에 오랫동안 민망함에 쳐진 어깨를 일으켜 세웠다. 도봉산 입구에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 소박한 불심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나 어려운 때 위로받았던 천축사 가는 길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쓴 시가 시비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나도 이젠 이 민망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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